소설리스트

화산대도-347화 (347/425)

347화

목으로 쇄도하던 손은 어느새 날카로운 검으로 변해 있었다.

휙!

고진유는 검으로 변한 손을 가볍게 피했다.

“신기한 인물들이군.”

“이놈…… 죽어라!!”

타아앗!

나머지 십부사자들이 동시에 고진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진유를 향해 날아오던 그들의 손과 발은 날카로운 예기를 띤 도검으로 변했다.

채애애애앵-!!

용린 사이에서 들려온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고진유의 모습은 마치 은갑을 두른 무장과도 같았다.

쇄도하는 도검의 예기를 사의검에서 은색 강막이 퍼져 나가며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달려들었던 십부사자들을 동시에 밀어냈다.

후다다닥.

십부사자들은 강한 반탄력에 의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힘에 당황했다.

은발의 머리카락이 고진유의 내기에 세차게 흩날렸다.

고진유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 떠올랐다.

“은…… 룡…… 투인…….”

명왕과 싸워 이긴 용맥의 계승자.

용투인이라고도 불리던 인물이 눈앞에 서 있었다.

십부사자들은 이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실감이 났다.

‘젠장…… 하필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그들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고진유는 당황한 십부사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군요.”

찌이이잉-!!

사의검에서 검명이 울렸다.

은룡투인으로 변한 고진유의 기세에 십부사자들은 다가서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것을 보니 그냥 들어가도 되겠소?”

“…….”

고진유의 말에 그들은 망설였다.

그를 대전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임무였다.

가만히 있으면 그는 안으로 들어갈 것이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은룡투인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상대가 은룡투인이라면 용맥의 계승자하고는 달랐다.

십부사자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전대 명군의 몰아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이들.

이미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고진유를 안으로 그냥 보냈다가는 누가 이기든지 상관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타아앗!

열 명의 십부사자들은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리며 고진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간진이라면……!’

한 번의 공격이 성공한다면 은룡투인이라 해도 목을 벨 수 있을지 모른다.

지상이 아닌 명부에서 펼쳐질 공간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슈우웅-

고진유의 주위로 열 개의 공간이 나타나며 서로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핏핏핏핏!!

열 개의 공간은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고진유의 향해 살기를 두른 검기를 뻗어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군요. 상당히 어지럽기도 하고…….”

휙휙휙!

하지만 고진유의 움직임은 그들의 살기보다 빨랐다. 게다가 정확히 어디에서 다가오는지 한눈에 파악했다.

고진유의 몸은 마치 흐느적거리는 듯 허리를 가볍게 돌리며 다가오는 살기를 피했다.

고진유의 신형을 잡을 수 없다면 공간진은 의미가 없었다.

‘하나씩 지워볼까?’

사의검에서 은빛 섬광이 번쩍거렸다.

파앗-!!

십부사자들이 만들어낸 공간들을 향해 연이어 사의검의 섬광이 폭발했다.

“크억!”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찾을 필요 없었다.

저 공간에 숨어 있을 게 확실했으니까.

슈우우우우아아아앙-!!

공간 속에서 거친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십부사자들의 가슴마다 사의검의 은룡투강이 박혔다.

“우우욱.”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십부사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가슴에는 한 치 정도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당신들 정도의 실력이라면 차라리 숨지 말고 그대로 붙는 것이 나았을 것이오. 물론 죽는 건 당신들이겠지만.”

“…….”

“우리 마무리를 짓도록 합시다.”

번쩍.

고진유는 바람을 가르며 사의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열 개의 목이 바닥에 굴어떨어졌다.

* * *

드르르르릉…….

고진유는 대전의 문을 열었다.

“여기는…….”

열린 문 안은 마치 암흑을 보는 듯했다.

대전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끝없는 무저갱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겁나는데? 무시무시한 곳이군.”

두려울 것이 없는 고진유조차 안으로 들어서기 망설일 정도였다.

‘……들어가긴 가야 하는데…….’

지이이잉-

고진유의 검은 눈동자에서 심안이 드러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암흑이었던 대전 안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건물 안으로 길게 뻗은 복도.

“이제 들어가 볼까?”

처억!

고진유는 안으로 걷기 시작했다.

대전으로 들어선 뒤 고진유에게 암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안으로 보는 이상 대낮에 길을 걷는 것과 같았다.

멈칫.

그때, 고진유의 걸음이 멈췄다.

“숨어서 뭐 하시오?”

“…….”

“어허. 내가 못 찾는 줄 아는 모양인데.”

“내가 보이는 모양이지?”

“팔이 그렇게 길어서야 어디 잘 숨을 수 있겠소?”

“크크큭…… 정말로 보이는군.”

어둠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인영이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팔이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인물이었다.

“은룡투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군.”

“맞소이다. 당신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지 않소?”

스스로 대단하다고 말을 한 고진유는 괜히 가벼워 보였다.

“예전의 소문이 확실하다면 은룡투인이 두려울 수도 있겠지. 근데…… 그대를 보니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본인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오? 싸우기 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건 좋지만 말이외다.”

“은룡투인,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들어라. 삼천명군님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변성부라고 한다.”

채애앵-!

그는 허벅지에서 직경이 두 자 정도의 철만륜을 꺼내 들었다.

“이것이 그대의 목을 벨 것이다.”

슈우우우욱-

그는 긴 팔을 이용해 철만륜의 강한 회전을 만들어내며 고진유를 향해 날렸다.

위이이이이잉-!!

암흑 속에서 날아온 철만륜을 고진유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면서 피했다.

하지만 변성부는 순식간에 돌아온 철만륜을 다시 잡아채고는 처음보다 속도를 더 올리며 던졌다.

패애애애앵-!!

이번은 방금 전과 비교해서 소리부터 달랐다.

철만륜이 돌아가는 강한 회전력이 대전을 울렸다.

팟팟팟팟팟-!!

수십 개로 늘어난 철만륜이 고진유를 향해 날아오며 사방에 번져 나갔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심안으로 앞이 보인다고 해도 암흑 속에서 철만륜을 제대로 찾아내기는 힘들었다.

휘르르르-!!

대전의 모든 각도에서 그를 포위하며 날아오는 철만륜을 피해를 입지 않고 막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철만륜은 점점 거리를 좁히며 고진유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한꺼번에 쏟아졌다.

파아앗!!

“크크크. 은룡투인도 별게 아니군.”

그는 철만륜에 의해 고진유의 전신이 베어졌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서로 철만륜이 부딪친 소리 너머로 고진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이게 전부요? 다른 공격은 없소?”

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죽었을 것이라 여겼던 고진유의 시선과 마주쳤다.

무저갱과 같은 어둠 속에서 정확히.

휘익!

고진유는 철만륜이 돌아가기 전 사의검으로 내리쳤다.

빠지지직!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철만륜이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

‘저…… 놈이…….’

바닥에 떨어진 철만륜을 보며 변성부는 인상을 썼다.

“그게 없으면 싸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고진유의 목소리에 그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에 있던 고진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고진유의 신형을 아무리 찾고자 해도 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본인을 찾지 못할 것이오. 그만 죽어줬으면 좋겠소이다.”

휙!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변성부는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몸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뭐지? 장난을 친 것이……!”

변성부의 목소리가 중간에 끊어졌다.

크르르륵…….

그는 목을 껴안으며 바닥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쿠웅.

변성부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죽음 이후, 대전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저벅.

고진유는 대전을 걸었다.

이곳의 수장, 명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복도 끝에 도착하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보아하니 이곳에 있겠군.”

문 안에서 그의 기척이 느껴졌다.

스윽.

고진유는 문을 앞으로 밀었다.

* * *

이곳 또한 암흑의 공간이었다.

어둠만이 가득한 건너편에 그가 있음을 알았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소이까?”

화르르르-!

좌우에서 횃불이 켜지며 대전을 밝혔다.

‘저기 있군.’

대전의 끝에 앉아 있는 사내.

삼천명천지의 주인이 미소를 띠며 안으로 들어선 고진유를 맞이했다.

“어서 오시게나.”

삼천명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아래로 내려왔다.

마치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래에서 서로 마주 선 두 사람.

그는 고진유를 보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이 많았네.”

“…….”

“왜 말이 없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 당신을 보니 알겠군요.”

씨익.

삼천명군은 여전히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무엇을 알았다는 것이지?”

“나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

“오호. 내가 그대를 부른 이유를 알았다? 정말로 알아맞혔는지 궁금한데. 그게 무엇이오?”

“나를 이용해서 숨어 있던 배반자들을 밖으로 끌어낸 뒤 일망타진할 생각이 아니었소?”

“이런……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짝짝짝.

삼천명군은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박수를 쳤다.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맞혔다.

고진유는 그에게 물었다.

“생각한 대로 성공한 것 같소이까?”

“당연히. 내 계획대로 되었지. 그대의 강한 무공 덕분에 변절자 놈들에게 충분히 믿음을 주었다고 보네.”

“그렇군요. 혹시 본도의 도움이 컸다면 뭔가 보답으로 조금이라도 줄 수 있소이까?”

“크크크, 보답을 해달라는 말이지? 생각보다 욕심이 많군. 혹시 여기에서 살려 보내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그건 물질적인 게 아니지 않소? 그리고 살려 보내준다고 했는데, 본도가 여기에서 죽을 것 같소이까?”

“크하하핫! 그 말은 즉…… 나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인가?”

“당연하오. 당신을 죽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외다.”

“…….”

슈우우우욱-!!

삼천명군의 신형에서 대전을 덮고도 남을 만한 살기가 분출되었다.

하지만 고진유의 앞에서 그의 살기는 다가서지 못한 채 막혔다.

“본인의 기를 막아내다니 대단하긴 하군. 은룡투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있는 모양이야.”

“모든 것을 떠나 당신은 내 상대가 되지 않소이다.”

“크크크크…….”

그는 고진유의 말에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자신은 명족의 구천명부 중 한 곳의 수장이 아니던가.

중원도 아닌 명부에서 자신이 죽을 리는 절대로 없었다.

“지상도 아닌 이곳에서 본인을 죽일 수 있다고 보는가?”

“왜 못할 것 같소? 여기까지 오는 길에 죽은 자들은 다 잊어버렸소? 혹시 그들이 당신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 말해줄 수 있소이다. 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오.”

“…….”

삼천명군의 가느다란 눈빛에서 나온 살기만으로도 고진유를 죽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기도 고진유의 신형에서 닿지 못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고진유에게 달려들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움직이지 않고 그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줄 알고 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숨어 있지 말고 나오는 게 어떻겠는가?”

스르르륵.

어둠 속에서 백발이 먼저 희미하게 나타났다.

“클클클…… 숨어 있었던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싸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었던 것이네.”

두 사람 앞으로 나온 인영.

일관에서 만났던 백발노인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묵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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