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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46화 (346/425)

346화

휘이이이익!

인양과 녹림야검은 명천지에서 나온 뒤 거의 쉬지 않고 신법을 펼쳤다.

거의 지칠 무렵에서야 두 사람은 형주에 도착했다.

정문으로 다가온 두 사람을 보면서 위사들은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두 분 친협님을 뵙습니다.”

“향천에는 아무런 일이 없지요?”

“네. 그렇습니다.”

“형수님은 수정전에 계십니까?”

“네에…….”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인양과 녹림야검은 정문을 들어선 뒤 수정전으로 빠르게 향했다.

수정전은 그날 이후 고요했다.

정문은 항상 화산파의 제자들이 지키고 있으며 많은 여인들이 모여 있었다.

정원에서 쉬고 있던 무혼신녀는 정문에서 다가오는 기를 느꼈다.

“인양이 오는군.”

“그러네요.”

그녀와 함께 있던 고화유도 수정전으로 다가오는 인양과 녹림야검의 기척을 알아차렸다.

북소연을 치료하기 위해서 홍과를 구하기 위해 떠난 네 사람이었다.

“진유 동생과 묵경 오라버니가 없는 걸로 봐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홍과를 먼저 구해 두 사람을 보냈을 거야.”

그녀들은 두 사람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곧바로 수정전의 문이 열리며 인양과 녹림야검이 안으로 들어섰다.

“왕 누님!”

인양은 손을 들며 반갑게 소리쳤다.

“저게 홍과인 모양이군. 성공한 것 같다!”

“다행이에요.”

그녀들은 인양의 손에 든 홍과를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인양은 하나둘씩 모여든 여인들을 보며 인사를 했다.

“누님들, 다녀왔습니다. 여기 홍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홍과를 가지고 와서 다행이야. 일단 소연에게 복용시키자.”

무혼신녀는 두 사람이 먼저 온 일이 궁금했지만 다급한 건 북소연의 치료였다.

“왕 누님. 홍과는 바로 복용하는 게 아니고 하루 동안 삶아야 합니다.”

“아하. 내가 급한 모양이구나. 알았다. 지금 당장 삶도록 하지.”

“언니, 제가 삶도록 하겠어요.”

설미가 바로 나섰다. 그녀 옆으로 악소소도 함께 나왔다.

“저도 설미 언니와 같이 가겠어요.”

“알았어. 설미하고 소소가 이것을 잘 부탁해.”

그녀들은 인양에게 받은 홍과들을 가지고 삶기 위해 얼른 움직였다.

우르르르-

그녀들이 나가는 사이 향천에 두 사람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많은 인영들이 수정전으로 들어섰다.

“인양아.”

“대사형, 오셨습니까?”

화산파 사람들에게 인양은 거의 화산파 제자로 인정받았다.

화산파에서도 화산장절 허경을 인양의 사부로 결정을 내렸다.

아직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아 사부지례를 올리지 않았지만, 얼마 후 도착한다면 화산파의 제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홍과를 가지고 온 모양이구나.”

“네. 그렇습니다.”

“호정 사제는?”

인양은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았다. 올 만한 사람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인양은 고진유와 묵경을 두고 두 사람이 먼저 홍과를 가지고 와야만 했던 이야기를 빠짐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모여든 그들에게 인양의 이야기는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삼천명천지에 들어간 뒤 만났던 백발노인에게 들은 이야기까지 모두 알려주었다.

일각이 지날 때까지 인양의 목소리만이 수정전 정원에 들릴 뿐이었다.

고화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극일가의 인물이기에 명천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다.

“역시…… 일월가 명족들의 본거지에 중원인들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네요.”

“네. 화유 누님의 말씀이 맞아요. 진유 형이 극일심공을 알려준 덕분에 거의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삼관을 넘어서기에는 버거웠습니다. 만일 극일심공을 익히지 않고 들어간다면 일반 중원인들은 내력의 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곳에 진유 아우가 혼자 싸우러 갔다고?”

무혼신녀는 걱정이 되었다.

인양이 말하기를 명천궁은 오관을 거쳐야 하고, 그 뒤에도 일만의 무리들이 있다고 했다.

그들 개인의 무공 또한 인양의 무력과 대등하다고 했다.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유 동생은 용맥의 계승자예요.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진정한 힘을 꺼내 든다면 명왕조차 동생을 어쩔 수 없어요.”

“용맥의 계승자라는 게 정말로 강하다는 말이지?”

“용맥의 계승자는 강하죠. 물론 극일가에는 또 다른 분이 계시긴 해요. 근데 가끔, 용맥의 계승자이면서도 특이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극일가에 태어나곤 했어요. 예전에 딱 한 번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적이 있거든요. 온몸이 용린으로 변하고, 머리카락까지 은발로 변했고…… 그때의 그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강했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진유 아우도 같은 능력을 지녔다고.”

“은룡투인(銀龍鬪人).”

무혼신녀는 전설에 나오는 인물이 생각났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구천명부가 열렸다.

하지만 은룡투인이 강림하는 날, 구천명부는 세상에서 사라졌도다.

무혼신녀는 조용히 읊조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곽우 또한 원시무림에 대한 서적에서 은룡투인에 관한 전설을 읽은 기억을 떠올렸다.

“저도…… 그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설마 그게 사실일 줄은…….”

“……본 가는 대단하군.”

무혼신녀는 무구천에 속한 인물이었기에 실질적으로는 극일가에 속해 있었다.

“언니. 맞아요. 본 가는 긴 세월 동안 세상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우고 있는 거죠.”

“엄청난 능력을 지닌 본 가를 세상이 모르고 있다는 게 더 대단한 것 같다.”

처음엔 극일가가 무림을 지켰을지라도, 수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변할 수도 있었을 터.

무혼신녀는 극일가가 변하지 않은 이유를 알 듯했다.

“본 가의 가주들께서 극일천을 만드신 이유를 알겠구나. 그건 극일가인 본 가가 너무 강해서야.”

“언니 말이 맞아요.”

“혹시나 모를 극일가 인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극일가가 아닌 극일천을 만들어서 세상을 지배하는 척했던 것이겠지. 그리고 극일천이 폭주하지 않도록 완충 세력으로 무구천을 만든 것이고.”

무혼신녀가 말한 내용들이 맞았다.

극일천을 무림에 둔 뒤 극일가에서는 오직 일월가의 명족들만 상대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중원 무림인들이 알아주든 말든 극일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무혼신녀는 마음이 뿌듯했다.

“진유 아우가 은룡투인이라면 걱정 없이 지내도 되겠어.”

“호호호. 그렇네요.”

“모두 들었지? 이제 진유 아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만 잘하면 되겠구나. 다들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럼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모여들었던 그들은 하나둘씩 수정전을 빠져나갔다.

* * *

고진유는 명화공을 따라 비밀리에 삼천명천궁으로 움직였다.

중간중간 궁을 지키는 인물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에 따라…… 오나?’

명화공은 정말 뒤에 따라오는지 궁금할 정도로 고진유의 기를 느낄 수 없었다.

드디어 삼천명군의 거처인 전각에 도착했다.

“저곳에 그가 있다. 조용히 들어가면 된다.”

“조용히 들어가지는 못하겠네요. 우리가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명화공은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휙휙휙휙.

네 명의 인영이 두 사람 앞으로 모습을 나타났다.

네 명의 사사귀.

명천궁의 암살자들이라 불리는 명족의 살수들이었다.

‘어떻게 먼저 알았지?’

명화공은 그들이 나타난 것보다 고진유가 먼저 알아차렸다는 게 더 놀라웠다.

“두 명씩 싸울까요? 아니면 내가 네 명을 모두 맡을까요?”

“이놈들은 내가 맡겠다. 그동안 그대는 안에 들어가서 그를 상대하라.”

“저들과 싸워…… 가능하겠습니까?”

명화공의 전신이 화염에 휩싸였다.

그는 무시당한 게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됐나?”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너무 열을 내셨네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흥, 가라.”

그는 능글맞은 고진유를 보면서 한소리 하려다 그만두었다.

명화공은 그들 앞으로 나섰다.

“사사귀. 네놈들은 본인이 상대해 주겠다.”

“명화공. 웃기지 않소이까?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것이오?”

“누가 웃긴 줄 모르겠군. 네놈들은 내가 누군지 잊은 것은 아니겠지?”

화르르륵-

명화공은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화염막을 펼쳤다.

화염 불꽃이 사사귀들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가두었다.

그사이 고진유의 신형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빠르군.’

명화공은 돌아선 순간 그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혼자 남은 명화공은 주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사사귀, 이놈들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선방이지.’

명화공은 전신에서 흐른 화염막이 사사귀의 신형을 완전히 가렸다

불꽃이 세차게 타오르면서 네 명의 사사귀를 막아섰다.

“이 정도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스걱-

사사귀들은 불꽃을 피하는 동시에 명화공을 향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앞을 가로막은 불꽃이 날카롭게 잘려 나가는 소리와 함께, 명화공의 목을 향해 검기가 날아왔다.

“어허, 그러면 안 되지!”

명화공은 앞으로 나온 발을 뒤로 물리며 목으로 다가온 살검을 피했다.

휘익!

눈앞으로 검이 지나갔다.

동시에 양쪽 허리에서 두 개의 검이 다가왔다.

피식.

명화공은 서너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가볍게 두 자루의 검을 피했다.

그러고는 양손에서 화염무열장을 좌우로 뻗어냈다.

퍼어어엉-!!

두 명의 사사귀 몸에서 푸른 불꽃이 솟구쳤다.

한번 불이 붙으면 절대로 꺼지지 않을 명화공의 화염무열장이었다.

“커억!”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먼저 목을 공격했던 사사귀는 짧은 순간 움직이지 못하고 그들이 당한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두 명의 동료가 바로 당할 줄 생각조차 못 한 그였다.

“이봐, 정신 안 차리고 뭘 보는 거지?”

“허억!”

화염무열장이 이미 그의 복부에 쏟아졌다.

화르르륵-!!

불멸의 불꽃이 전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명화공은 마지막 남은 사사귀를 노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명…… 화공…… 감히…… 명족을 배신하는 것이냐?”

“네놈들을 죽이는 게 왜 배신인가? 난 전대 명군님을 따를 뿐이지.”

“비겁한 놈.”

“비겁한 건 네놈들이다. 명군님을 죽이기 위해 기습한 놈이 누구였더라.”

“…….”

사사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명화공이 누구인지 똑바로 기억이 났다.

전대 명군의 최측근이자 삼천명천지 명부흑무장.

그가 여전히 전대의 명군을 따를 줄 몰랐다.

‘혼자서는 저자와 싸워 이길 수 없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 수하들과 함께 상대하는 방법밖에……!’

“어허.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망가서 수하들을 데리고 올 모양이지? 그렇다고 본인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명화공은 그가 수하들을 일백이든 일천이든 데리고 와도 상관이 없었다.

“마음대로 해라. 여기서 내 임무는 끝이 난 것 같으니.”

“……무슨 말이지?”

“용맥의 계승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십부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십부사자들이 용맥의 계승자를 막을 수 있을까?”

“……!”

사사귀는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명화공은 사사귀를 보면서 괴소를 지었다.

“크크크…… 어떻게 할 텐가? 수하들을 데리고 오든지, 아니면 조용히 물러난 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망을 하든지. 네놈은 어차피 이긴 자의 편이 아닌가?”

“…….”

명화공의 말이 맞았다.

삼천명천지에서 누가 명군이 되더라도 자신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이긴 명군에게 충성을 다하면 될 뿐이었다.

‘여기에서 물러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당금의 명군이 이겼을 때 이들과 끝까지 싸우지 않고 물러났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에게 죽음을 피하지 못할 터.

하지만 둘 중 한 명을 정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혼자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명군님도 아신다. 물러나는 척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게…… 좋겠어.’

그는 조용히 물러난 뒤 삼천명군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용맥의 계승자가 그에게 죽는다면 그때 재빨리 명화공을 죽이면 된다.

“명화공. 지금은 물러가겠다.”

“마음대로 하든지.”

“…….”

휘익!

사사귀는 그 자리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고진유는 명천궁의 대전 앞에 도착했다.

석벽으로 된 전각의 건물.

대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하나밖에 없었다.

‘흠…… 안으로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는 없겠군.’

대전의 문을 열기 위해 다가서자,

스으으윽.

고진유의 뒤로 열 명의 그림자가 아래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손을 그대로 멈추는 게 좋을 것 같군.”

“당신들은 누구요?”

“우린 십부사자다. 다시 말하겠다. 물러나라.”

“싫다면?”

“죽어야겠지.”

스팟-!

십부사자 한 명의 손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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