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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44화 (344/425)

344화

고진유는 날아오는 극참도를 보며 빠르게 사의검을 세웠다.

까아아앙!

허리 앞에서 사의검은 극참도를 막아냈다.

‘이번에는 검 차례인가.’

처음과 달리, 그들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질 것을 알았다.

쿠우우웅-!!

이번에도 역시 극참도의 뒤를 이어 신장검의 힘이 더해졌다.

‘큭, 역시 강해. 근데…… 생각이 없는 것인가?’

고진유는 두 번째 공격을 미리 대비하여 충분히 밀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지만, 일부러 당한 척 옆으로 밀려났다.

‘이제 마지막 공격이 움직이겠지?’

파아앗!

고진유의 예상이 맞았다.

발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귀검이 튀어 올랐다.

휘익.

고진유는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귀검을 피했다.

“아쉽군. 학습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변화를 줬을 텐데.”

그리고 아래를 향해 사의검을 뻗어내며 섬광을 쏟아냈다.

“용검폭(龍劍爆).”

팟팟팟팟팟팟--!!

사의검에서 펼쳐진 수십 개의 검강이 지하로 깊숙하게 떨어졌다.

구우우우우웅.

바닥이 부풀어 오르면서,

콰아아아아앙!!!

화산이 폭발하듯 지하가 터졌다.

마치 폭풍에 의해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황금로가 부서져 나갔다.

툭툭툭툭-

전신이 터져 버린 인영의 시체가 공중으로 튀어 오른 뒤 바닥에 떨어졌다.

타앗.

고진유는 멈추지 않고 바닥을 차며 신법을 펼쳤다.

극참도를 피해 칼날 위를 사뿐히 밟아 날아오른 그가 두 놈을 향해 투룡검기를 좌우로 쏟아냈다.

번쩍!

섬광과 함께 두 개의 목이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고진유는 바닥에 내려서면서 사방으로 용투기를 뻗어냈다.

파아아앗!

그의 신형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

“계속 숨어 있겠다면 직접 찾아가 주지.”

슈콰아아아앙-!!

사의검에서 뻗어 나온 은빛의 검강이 주위에 숨어 있는 그림자들을 찾아 목을 베기 시작했다.

스거거걱-

예리하게 잘려 나간 머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진유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척척척.

부서진 황금로를 따라 걷자,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대평야의 끝이 보였다.

그곳에는 두 개의 황금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사관인 모양이군.”

고진유는 황금 기둥 앞에 섰다.

스르르르르-

황금 기둥 사이에서 황금 무장을 한 인물이 나타났다.

사관 책임자 임비종.

그는 여덟 척 길이의 언월도를 들고 있었다.

“당신이 용맥의 계승자인가?”

“앞으로 내가 용맥의 계승자라는 표기를 들고 다녀야겠소이다. 나중에 누군가 또 물어볼 게 아니겠소이까?”

“……나중이란 말은 없다. 당신은 이곳 사관을 넘어갈 수 없다.”

“당신 뜻대로 되겠소이까?”

“건방지군. 감히 명천지에 들어와서 소란스럽게 만든 죄를 내가 묻도록 하겠다.”

파아앙!

그는 팔 척의 언월도를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치지지지직-

언월도에서 퍼져 나온 진기가 고진유를 향해 다가왔다.

휙휙.

고진유는 바닥이 갈라지는 거대한 기가 더는 앞으로 오지 못하도록 사의검을 휘두르며 막았다.

우우우웅-

그는 사의검을 천천히 앞으로 겨누었다.

용투기에서는 오직 살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흠칫.

임비종의 몸이 따끔했다.

상대의 살기에 충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노오오옴. 겨우 그따위 살기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네놈의 살기 정도는 단칼에 베어주겠다!”

파아아앗-!!

그는 곧바로 고진유의 살기를 밀어내며 언월도를 내리쳤다.

슈우우욱-

고진유의 머리 위로 언월도가 반월을 그리며 떨어졌다.

쿠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기가 흩어졌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이건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본도는 명왕을 죽일 사람인데?”

“……!!”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휘이익!

임비종은 재빨리 언월도를 뒤로 휘둘렀다.

하지만,

휘청.

언월도가 허공을 가르며 그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분명 뒤에 나타났던 상대의 흔적이 사라졌다.

‘어떻게…… 이놈이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인가?’

임비종은 믿기지 않은 시선으로 좌우로 시선을 돌리며 고진유를 찾았다.

그때였다.

타아앗!

바로 아래서 솟구치는 신형과 함께 사의검이 치켜 올라왔다.

“우우욱.”

그는 기합을 내며,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앞으로 허리를 숙여 사의검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끝이다-!!”

순식간에 오른손으로 언월도의 손잡이를 짧게 고쳐 잡은 그가 고진유의 허리를 항해 휘둘렀다.

“내 손은 놀고 있는 모양이지?”

고진유가 말하는 동시에, 그보다 먼저 왼손에서 용투장이 쏟아져 나갔다.

슈아아아아앙-!!

거대한 장력이 임비종의 얼굴에 직격으로 가해졌다.

콰아아아아앙!!

전력을 다한 용투장이 뻗어 나가면서 임비종의 얼굴은 산산조각 나 흔적도 없이 절반이 사라졌다.

털썩.

사관주 임비종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끝난 건 아니었다.

“……한꺼번에 나오라고 했건만 아직도 기회를 보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군.”

고진유는 땅에 떨어진 언월도를 주워 들었다.

부우우웅-

머리 위로 언월도를 돌린 그가 황금 기둥을 향해 내리쳤다.

번쩍!

황금 기둥에 부딪히기 직전, 빛이 터지며 무언가가 언월도를 막아섰다.

기둥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알았지?”

“전부 보인다고 했을 텐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군.”

파아아앙-!!

언월도 앞에서 폭광이 터지면서 고진유를 뒤로 밀어냈다.

고진유는 언월도를 세우며 폭광을 막았다.

스르르륵.

허공에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크크크. 인사하겠네. 내가 진정한 사관의 책임자 영생자이지.”

그는 양손을 옆으로 펼치며 내력을 일으켰다.

“모두 일어나라!”

스으으으으윽.

그의 명에 땅속에서 죽은 자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 오니 별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되네.’

부우우우웅-

고진유는 언월도의 끝을 잡은 뒤 휘둘렀다.

점점 빨라지는 언월도의 속도에 강력한 원심력을 더한 기가 모든 것들을 베어갔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즉시 수많은 몸과 머리가 베어지며 날아올랐다.

“오호…… 용맥의 계승자가 무섭긴 하군.”

영생자는 감탄이 나왔다.

“크크크크. 근데…… 언제까지 내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여기 아래에는 네놈이 죽을 때까지 올라올 놈들이 많지.”

“그런가? 원래라면 전부 상대해 줬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휘익!

고진유는 언월도를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사의검을 다시 잡은 뒤 용투심공을 불어넣고 전력으로 내리꽂았다.

푸우욱!!

바닥에 박힌 사의검에서 은빛의 섬광이 퍼져 나가며 투용결계를 만들었다.

찌지지지직-!!!

끊임없이 결계의 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죽은 자들은 더는 땅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척.

고진유는 손을 올려 아래로 떨어지는 언월도를 잡았다.

“이제는 더 못 올라오겠지?”

“…….”

그는 바닥에 꽂혀 있는 사의검을 보았다.

‘저것을……!!’

영생자는 사의검을 뽑아내기 위해 달렸다.

“어딜……!”

언월도가 영생자의 눈앞에서 나타났다.

언제 앞에 다가왔는지 그는 보지 못했다.

언월도를 피해 옆으로 물러나며 움직이려 했지만,

슈가아아앙-

그보다 빠른 언월도의 날카로운 도기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영생자는 양손을 올리며 언월도를 막아섰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영생자의 왼쪽 어깨가 잘려 나갔다.

“크으으으으…….”

영생자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 또한 잘 알았다.

극일가의 무공에 죽임을 당한다면 절대로 영생할 수 없다.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아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그의 오른손이 스스로의 심장을 관통하기 위해 뻗어갔다.

스걱.

하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웃긴 놈이군.”

“……크으…… 난…… 이대로…….”

양손이 잘린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영생자는 무슨.”

파아앗!!

언월도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영생자의 목이 잘려 나갔다.

스스스스스-

영생자가 죽자 결계를 뚫고 나오려던 죽음의 기들이 사라졌다.

“휴우…….”

고진유의 용린이 풀리면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은발의 머리카락도 다시금 검은색으로 변했다.

“잠시…… 여기 앉았다가 가야겠군.”

고진유는 사관의 기둥에 등을 지며 앉았다.

삼천명군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오관이 남아 있었다.

오관을 넘으면 명천궁을 지키는 일만의 무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했다.

“……상관없어. 일만이든 십만이든 하나씩 지우고 가면 될 뿐이다.”

“어이가 없군. 하나씩 지운다고? 극일가의 후손 중에 이렇게 어이없는 놈이 태어날 줄은 몰랐군.”

“……!”

황금 기둥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다가온 기척을 몰랐다.’

만일 그가 기습했다면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고진유는 뒤를 돌아앉았다.

‘명족의 인물인가?’

그에게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소개를 한다면 명족 최고의 인물이라고 할까? 아니면 일월가의 최고 기린아라고 할까?”

“…….”

고진유는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본 듯했다.

“좋은 소개였습니다.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녀석을 보는군. 여기에서는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하면 죽이고자 달려들지.”

스윽.

그는 손을 뻗었다.

“무슨……?”

“위에서는 마음에 들면 손을 잡는다며? 안 그런가?”

“맞습니다.”

고진유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군.’

그의 손은 마치 빙정을 만지는 듯했다.

“자네는 생기가 있어서 그런지 따뜻하군.”

그는 신기한 듯 고진유를 자세히 살폈다.

“여하튼 사관을 통과하다니 대단한 것은 인정한다. 근데…… 앞으로 오관과 명천궁은 이대로 가면 무조건 당해.”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내가 좋은 방법이 있다고 보는 모양이지?”

“무슨 꿍꿍이인 줄은 모르나 저에게 다가온 이유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속셈은 무슨…… 그저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온 것이지.”

그는 고진유에게 찾아온 이유가 있음을 알렸다.

“그게 무엇입니까?”

“삼천명군의 죽음.”

“…….”

고진유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봐서는 분명 원하는 게 삼천명군의 죽음이 확실했다.

“그를 왜 죽이고자 합니까? 당신의 수장이지 않소이까?”

“죽이는 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냥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

“여기서는 마음에 안 들면 얼마든지 죽여도 되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대의 수장을 죽인다는 말이오?”

“흥, 수장은 무슨…… 그는 전대의 명군님과 싸우기 전 기습을 한 놈이다. 아무리 싸워 이기는 자가 명군이 된다고 해도 그는 명군의 자질이 되지 않았다.”

고진유는 그가 명군에 대해 반감을 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를 죽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전대의 명군님께서 돌아오시겠지.”

“……당신이 말하는 인물이 혹시 일관에 있던 그가 맞소?”

“그렇다. 그분께선 때를 기다리고 계셨다.”

고진유는 노인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좋소이다. 만일 내가 그를 죽인다면 그대들은 무엇을 줄 수 있소?”

“지금 거래를 하자는 것인가?”

“거래가 아니고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소이다. 그를 죽일 정도라면 나도 뭔가 얻어야 할 게 아니오?”

“흠…… 여기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모양이지?”

“어차피 그를 죽이면 끝이 나는 게 아닌가?”

“크크크. 음…… 그렇다면 오관을 뛰어넘고 조용히 명천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퉁 치는 걸로 하면 좋을 것 같군.”

“오관을 넘지 않고 가는 길이 있었소?”

“가르쳐 줄까?”

“……가르쳐 줘야지 않겠습니까? 당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고진유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가 왜 나타났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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