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42화 (342/425)

342화

툭.

목이 잘려 나갔다.

삼천명천지의 두 번째 관문주 마공산의 죽음이었다.

구우우우웅-

그의 죽음과 동시에 바닥 아래에서 커다란 문이 솟아올랐다.

사방으로 빛이 번쩍이는 황금 문이었다.

십 척 높이의 황금으로 만든 문.

묵경은 신기한 듯 가까이 다가서며 황금 문을 만졌다.

“설마 이건…… 진짜 금은 아니겠지? 문을 황금으로 만들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묵경 형님, 금이 확실합니다.”

녹림야검은 녹수검으로 황금 문 한쪽을 살짝 긁어보았다.

“진짜야? 우리 나중에 나갈 때 뜯어 가면 안 될까?”

“엄청 무거울 것 같지 않습니까?”

녹림야검도 입맛을 다시면서 황금 문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생각을 해보았다.

“이게 바로 그림의 떡이구나…….”

스윽.

고진유는 내력을 올려 황금 문을 밀었다.

드으으으으응-

거대한 황금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고진유의 뒤로 모였다.

“들어가 볼까요?”

“좋지. 따라오기를 잘했어.”

묵경은 기분이 좋았다. 미지의 적을 두고 싸운다는 건 무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건 묵경 뒤에 함께한 인양과 녹림야검도 마찬가지였다.

즐거운 기분으로 황금 문을 넘어 들어섰다.

“크크크, 이거 참. 이관이 벌써 뚫렸군.”

“삼천명군님, 계속 보고 계실 것입니까?”

“오관주. 두려운 모양이지?”

“…….”

오관주 산도화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괜히 잘못 말했다가 어설프게 한 소리 들을 수 있었다.

“허어…… 일월가의 명족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 테고.”

“그건…… 아닙니다.”

삼천명군은 그를 보면서 한편으론 이해가 되었다.

지금 오는 인물은 보잘것없는 중원 무림의 인물이 아닌 극일가의 인물이었다. 그에게 죽는다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다.

“난 그가 오관을 뚫고 여기까지 과연 올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군.”

“명…… 군님…….”

“걱정하지 마라. 그가 오관까지 내려온다고 해도 여기까지는 들어올 수 없지.”

삼천명군의 말처럼 오관을 넘어서면 삼천명천지의 일만 명천군이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네 명으로는 오관을 넘어 안으로 절대로 뚫을 수 없다.

“알겠사옵니다.”

“일관과 이관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놈들은 지금부터 진정한 명천지에 들어섰음을 알게 될 것이다. 크크크…….”

삼천명군의 무심한 눈빛에는 심해의 어둠이 가득했다.

* * *

고진유는 삼관으로 들어서면서 주위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관까지는 평범했다면 삼관은 달랐다. 숨을 쉬기 위해 평소의 두 배에 해당할 만큼의 공기가 필요했다.

“전부 괜찮아요?”

“그럭저럭 괜찮아. 다만…… 격하게 움직일 때는 문제가 되겠어.”

묵경의 말이 맞았다.

오직 걷기만 한다면 문제 될 건 없었다. 다만 과격하게 움직인다면 호흡에 신경 쓰느라 내력의 운용이 힘들 수 있었다.

“이곳을 안다고 해도 함부로 들어올 장소는 아니군.”

“묵경 형 말이 맞아요. 본 가인 극일가에서도 이들을 완벽하게 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네요.”

삼관에서 벌써 문제가 된다면 오관까지 내려갈 경우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우우우우우-

그때, 그들이 가는 방향 앞에서 기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진유는 앞으로 나서면서 진동의 원인을 찾았다.

‘혼자?’

붉은 눈동자를 한 인물이 한가운데 서 있었다.

번쩍!

홍광이 고진유의 눈동자를 향해 쏟아졌다.

스르르륵-

고진유의 검은 눈동자가 홍광을 흩어지도록 막아냈다.

“용안투공(龍眼鬪功)…… 네놈이 극일가의 용맥을 이은 놈이군.”

“당신은 누구입니까?”

“삼관의 저승사자 포염이라 한다.”

휘이이익!

그는 손끝으로 화염구를 고진유의 앞에 떨어뜨렸다.

퍼어어엉!!

화염구가 빛을 내며 터졌다.

고진유 앞으로 순식간에 화염구가 터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화염의 온도가 최극강으로 치솟았다.

포염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단번에 죽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중상 정도는 당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르르르-

화염의 불꽃이 사그라졌다.

하지만,

‘……!!’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휘리리리릭!

순간 돌풍이 불면서 화염의 열기가 하늘 높이 타고 올라갔다.

그 사이로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추웠는데 고맙군요.”

“…….”

“좋은 화공이었소. 지금까지 상대한 것 중에선.”

“팔 성으로 충분할 것 같았는데 역시 극일가의 인물은 다르군. 내가 생각을 잘못했어.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워야 했군.”

“당연한 게 아니오? 일월가의 명족이라면 상대의 능력이 어떠한지 한 번에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쯧, 그거 미안하게 됐군.”

고진유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사의검을 잡은 손에서 내력이 흘러나왔다.

“기회는 방금 한 번밖에 없었소이다. 생사의 대결에 두 번이라는 건 없지요.”

고진유의 내기가 변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살기가 사의검을 통해 뻗어 나왔다.

“본도는 되도록 살기를 일으키지 않소.”

“……!”

“왜 그런지 아시오? 용맥투기의 진정한 기가 바로 살기이기 때문이지요. 한번 날뛰면 본도의 앞을 막아선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있소이다.”

구구구구궁.

고진유의 전신에서 투룡살기가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포염을 향해 용틀임을 치면서 떨어졌다.

‘우우우욱. 대체…… 이 기운은……!!’

포염의 전신은 이미 화마로 변해 있었다.

화아아아아라락!

투룡살기를 향해 그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화멸기를 쏟아냈다.

세상을 불태울 수 있는 화멸기가 앞을 가리며 타올랐다.

그의 내력이 강해지자 고진유의 내력이 한 번 내부에서 폭발했다.

“이 정도 불꽃은 투룡살기의 기합만으로도 지울 수 있소.”

콰아아앙-!!

투룡살기에서 쏟아져 내린 용틀임이 포염의 전신으로 퍼부었다.

“굉장…… 하다.”

세 명은 고진유의 무공을 보면서 감탄이 나왔다.

그동안 보아왔던 고진유의 투기가 아니었다.

고진유의 신형에서 흐르는 기운은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없었다.

“커어억!!”

포염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소.”

“…….”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훈계를 하는 모습에 포염은 어이가 없었다.

“깨끗하게…… 죽여라.”

“원한다면.”

스걱.

사의검이 그의 목을 지나가며 숨을 끊었다.

고진유의 곁으로 세 사람이 다가왔다.

“수고했어.”

“휴우…… 그래도…… 역시 제대로 호흡하기에는 힘이 드네요.”

“앞으로는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처리해야 한단 뜻이군.”

네 사람 중에서 가장 내력이 강한 고진유가 힘들 정도라면 나머지 세 사람도 움직이는 데 조심해야 했다.

“이자가…… 삼관에서는 처음인데…… 갈수록 강해지긴 하네요.”

“…….”

묵경과 녹림야검은 고민이 되었다.

포염과 비슷한 수준의 무공을 지닌 인물들이 수십 명씩 나와서 싸운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고진유는 돌아서며 그들 세 사람을 보았다.

중원에 나온 뒤 지금까지 함께했던 동료들이자 가족들이었다.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뭐? 무슨 말이냐?”

“방금 그자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중원이 아닌 명천지에서 싸우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할 수 있어!”

고진유는 세 사람이 진기를 느꼈다.

이곳에선 완벽하지 못하다면 죽음밖에 없었다.

“의욕만으로 되는 건 없습니다.”

“혼자서…… 그를 만나러 가겠다는 거야?”

“묵경 형님. 그녀를 구할 겁니다.”

“…….”

묵경의 고진유의 의지를 읽었다.

북소연을 구하려는 그의 말을 믿어야 했다.

“……알았다. 우린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고맙습니다. 그분이 있던 곳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돌아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넌 안으로 들어가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알았지?”

“후후후, 제가 누군데요. 세상에서 저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맞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고진유는 두 팔을 벌려 세 사람을 안았다.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휘익!

고진유는 돌아서며 삼관을 향해 걸었다.

* * *

삼관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바닥에 보이는 황금로를 따라 걸을 뿐이었다.

홀로 된 고진유는 전신의 내력을 끌어냈다.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었다.

‘왼쪽…….’

그들의 기가 점점 익숙해져 갔다.

‘이제는 느낌이 오는군.’

스걱.

사의검에서 매화 꽃잎이 날리며 앞을 가렸다.

매화 향기가 사방으로 피어오르며 사의검이 지나갔다.

“억!”

허공에서 비명이 들리며 어이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매화…… 검법으로……?”

휘청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인영의 불꽃을 매화 꽃잎이 모두 태워 버렸다.

“이런 애들 같은 무공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봤는가?”

번쩍.

사의검에서 쏟아져 나온 섬광과 함께 사방 전체에 매화가 만발했다.

스걱-

매화가 인영의 목을 감싸자 상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발버둥 쳤다.

“무의 극은 만류귀종이라 했거늘. 무리를 모르는 놈들과 싸우는 것도 피곤하군.”

고진유의 뒤로 인영의 목이 천천히 떨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휘이이이익!

휘익!

이번에는 전방으로 일백 명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 피곤하군. 일백 명이라…….’

고진유는 홀로 이들을 상대로 모두 죽이고 사관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

일백 명 앞으로 삼관주 영기성이 팔짱을 낀 채 고진유와 마주했다.

“대단한 인물이군. 중원이란 세상의 인물이 삼관까지 내려오다니 믿을 수가 없어.”

“당신이 삼관의 책임자이오?”

“그렇다. 본인이 삼관주 영기성이라 한다.”

“이곳은 생각보다 나이를 먹지 않는 모양이군요.”

“크큭, 세상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다르지. 그리고 보면 극일가의 인물들도 오래 사는 것 같더군.”

“그런 것 같소이다.”

“무슨 일 때문에 극일가의 인물이 내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살고 싶으면 오지 말았어야 했다.”

“본도가 온 이유를 모르고 있군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군. 찾아온 이유가 있었나? 난 또 미친놈이 할 일 없이 찾아온 건가 싶었지.”

“이곳의 주인이 본도의 여인에게 몹쓸 짓을 한 뒤 살리고 싶으면 찾아오라 하더이다.”

“하! 명군님께서 흑령귀기로 장난을 치셨군. 여기 들어오기 전 홍과를 보았을 텐데? 그냥 가지고 나가면 되지 않았나?”

“그냥…… 나갈 수 있었소?”

“크하하! 이번에는 노인네가 장난을 쳤군! 노인이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이야.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군. 재밌어!”

“이곳의 명군과 싸워 이겨야 홍과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이오.”

“크크크…… 이제야 알겠군!”

영기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엇을 알았다는 것이오?”

“명군님을 여전히 죽이고 싶어 하는 게야. 하긴. 그가 전대 삼천명군이니 그러고 싶겠지.”

“그 노인이 전대 삼천명군이었소이까?”

“맞다. 현 명군님과의 싸움에서 진 뒤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지.”

“……허.”

고진유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완전히 속은 것 같은데?’

마치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았다.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겠는가?”

“……아니, 물러가지 않을 것이오. 명군과 만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소이다.”

“명군님과 싸우겠다?”

“먼저 싸움을 걸었으니 당연히 받아줘야지.”

“혼자서 과연 우리를 뚫고 갈 수 있을까? 운이 좋아 우리를 뚫고 나간다고 해서 사관이나 오관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들을 꺾고 명군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하나도 없다. 무(無)라는 것이지.”

“…….”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극일가 용맥의 기를 받고 태어났다고 해도 홀로 그들 모두를 죽이고 명군 앞에 내려설 수 없었다.

하지만 고진유는 물러날 수 없었다.

“극일가 용맥투기의 전승자가 겨우 여기에서 물러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크크크, 성의 있게 말을 해줘도 죽고 싶은 모양이지?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

그는 현재 명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입자를 일부러 사관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봐서 얼마나 강한지 볼까?”

타악!

일백 명의 수하들이 그의 신호에 따라 옆으로 빠져나왔다.

고진유는 사의검을 들었다.

웅웅웅웅웅-

찌지지지지직.

용투심공을 전력으로 끌어 올린 고진유의 피부가 용린으로 점점 변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