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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33화 (333/425)

333화

화비천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그가 세웠던 모든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백리세가로 향했던 명왕괴수인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목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수하 화요까지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어이가 없군. 맹주가 홀로 백리세가에 달려올 줄은…….’

그가 무림을 사랑해서 그러한 짓을 한 게 아님을 안다.

비천의 일이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무림맹에서 홀로 내려온 것이었다.

“죽일 놈의 새끼…….”

비천 중 명왕괴수인에 대해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인 곳이 화비천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놓은 명왕괴수인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명왕괴수인을 쓴다면 차후 그의 몫이 작아질 것이다.

‘이놈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군…….’

특히 가장 아까운 것은 시간이었다.

명왕괴수인이라면 충분히 투자한 만큼 큰 이익이 나올 것이라 확신했다.

근데 자신만만했던 계획과 다르게 실패했다.

후다다닥!

그때, 빠르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허어…….”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문 앞에 도착한 수하를 들였다.

“화비천님, 긴급한 상황입니다.”

“무슨 일인지 보고하라.”

“나, 남궁세가에서…….”

“똑바로 보고하라. 남궁세가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지?”

“그들이 쳐들어오는 중입니다!”

“…….”

화비천은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수하의 다급한 표정을 보자 남궁세가에서 쳐들어온다는 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어이가 없군.”

그는 다른 곳도 아닌 중원 무림세가에서 화비천지를 기습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단단히 미쳤군. 남궁세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으로 온다고?”

그는 거짓말 같은 현실에 계속해서 부정하는 듯한 말이 나왔다.

하지만 화비천은 남궁세가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중원 무림세가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의 진정한 정체인 극일가의 삼대가신가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일 그 사실을 화비천이 알았다면 철저하게 대비했을 것이었다.

화비천지로 다가오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그가 아는 수준의 무인으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남궁무명이 이끌고 온 남궁세가의 무인은 그들이 아니었다.

진정한 삼대가신가의 무인들.

일천 명의 진남궁인들이었다.

“크크크…… 죽고 싶다면 모두 죽여주면 된다. 당장 그놈들을 모두 죽여라!”

“넵. 알겠습니다.”

“먼저 화룡검마대를 출진시켜라. 감히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달려들다니…… 단번에 기세를 꺾어주겠다.”

* * *

두두두두-

일천 명의 진남궁인들과 함께 화비천을 향해 달렸다.

남궁무명은 뒤에 따르는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겨우 이름을 들었을 뿐이었다.

진남궁인.

남궁세가 가신가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 가문은 평소에도 거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의 가문이었다.

‘이들이 진남궁의 무인들일 줄은…….’

창천황신공을 익힌 뒤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들의 무력은 대단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남궁세가의 전체적인 무력보다 뛰어나 보였다.

극일가를 모실 수 있는 이유를 알 듯했다.

‘가주도 대단하군. 모든 것을 알고 화비천을 치게 하다니…….’

번쩍!

그때, 남궁무명은 전방에서 다가오는 밝은 빛을 보았다.

“드디어 오는가.”

적이 달려오는 게 분명했다.

남궁무명은 그들이 누구인지 간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

뒤에 따르는 일천 명 진남궁인들의 무력에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우린 적을 그대로 통과할 것이다.”

“넵. 알겠습니다!”

남궁무명의 뜻이 뒤로 곧바로 전해졌다.

속도를 멈추지 않고 그들과 부딪힐 때까지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거대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두 진영이 맞부딪히는 사이에 울렸다.

화룡검마대주 중차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남궁세가의 무리들을 보았다.

‘……강…… 한데?’

그들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했다.

처음 남궁세가에서 온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가소로웠다.

남궁세가의 힘이 강하다 해도 중원 무림의 수준에서 강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한데 그들과 점점 거리가 좁혀지자 남궁세가의 진영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갈수록 강해졌다.

‘뭔가 잘못됐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여전히 속도를 죽이지 않고 내달렸다.

채애애앵-!!

남궁무명의 검이 달리는 말 위에서 빠져나왔다.

“모두 검을 뽑아라.”

“와아아아아-!!!”

진남궁인들이 함성과 함께 검을 치켜세웠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 진영의 기마대가 서로 부딪치는 동시에 남궁무명은 창천황신공을 전력을 다해 펼쳤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 진영이 부딪혔다.

화룡검마대주 중차는 단숨에 뒤로 밀리는 수하들을 보았다.

기마의 대결은 기세와 힘의 대결이었다.

“커어억…….”

“아아아악!”

화룡검마대는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려 나가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지 마라!! 이익……!”

중차는 고함을 쳤지만 그 또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타앗!

순간, 남궁무명이 말고삐를 당기며 튀어 올랐다.

그리고 화룡검마대주 중차 앞으로 내려섰다.

“당신이 이들의 수장이군.”

“네놈은 누구냐?!”

“남궁무명이라고 한다.”

“창천신검……!”

중차 역시 남궁무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본인이 화비천지에 왜 왔겠소이까?”

“…….”

“오늘이 가기 전에 화비천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오.”

“남궁세가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당신 목소리가 떨리고 있지 않소? 그럴 수 있을 것 같군.”

“…….”

“먼저 선수를 양보하지. 안 그러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을 테니.”

중차는 손에 힘을 주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움직일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움직이겠소.”

스걱.

그 순간, 부지불식간에 중차의 허리에서 두 자루의 검이 빠져나오며 남궁무명의 목을 향했다.

하지만,

채애애앵!

남궁무명의 앞에서 쌍검이 튕겨 나갔다.

‘어…… 어떻게?’

남궁무명의 검은 여전히 아래에 그대로 있었다.

“크아아아악!!”

그는 다시 내력을 극성으로 올린 검을 남궁무명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단숨에 심장을 뚫고 지나갈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검은 튕겨 뒤로 밀려났다.

‘검…… 막……!’

푸른빛의 내기가 남궁무명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두 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본인을 죽이지 못한다면, 더는 의미가 없겠군.”

스르르르릉-

남궁무명은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초식이라고 전혀 보이지 않은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중차는 피할 수 없었다.

푸우욱.

남궁무명의 차가운 검이 그의 가슴을 지나갔다.

“커어어억.”

중차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그대로 뜬 채 숨이 끊어졌다.

그의 죽음 뒤로 화룡검마대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 * *

화룡검마대는 물론 화천대까지 남궁세가를 상대로 전멸했다.

“남궁세가가…… 이렇게 강했다고?”

보고를 직접 받았지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남궁세가는 화룡검마대와 화천대를 이길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정말로 그들이 남궁세가의 무인들인가?’

만일 그들이 남궁세가가 아니라면 어디라는 것인지 연이어 궁금증이 계속 이어졌다.

그때였다.

화비천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극일가의 삼대가신가?”

‘젠장…….’

그는 잠시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멈췄다.

그들이 확실했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극일가의 가신가.

창천황신공이 남궁세가 가주의 무공이 아니던가.

‘따로 숨겨 놓았던 거군.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게 아니라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화비천지에 이미 들어섰다.

물러날 곳도, 물러날 수도 없었다.

화비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이이이잉-

화비천의 전신에서 내력이 점점 강해졌다.

강한 내력에 기의 폭풍이 태풍처럼 솟구쳤다.

“얼마나 강한지 직접 상대해 보마.”

화비천은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앞에는 화비천지의 모든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화비천님.”

“다가오는 적들은 남궁세가가 아니다.”

“……!”

“극일가의 인물들이니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이다.”

화비천인들은 그의 말에 이해가 되었다.

그들 또한 남궁세가의 강한 무력에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가자.”

화비천은 앞으로 나섰다.

한 번의 싸움으로 생과 사가 정해지는 순간, 뒤에서 한가하게 구경할 수만은 없었다.

쿵쿵쿵쿵.

화비천을 따라서 화비천인들이 강한 소리를 내며 뒤를 따랐다.

* * *

‘오는군.’

화비천지에서 마지막 싸움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상대는 다급하게 달려오지 않았다.

이전 두 번의 싸움과 달리 마지막 대결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화비천이란 인물.

고진유에게 비천의 다섯 인물들에 대해 들었다.

지금까지 만난 인물들 중 최고지만, 자신을 뺀 나머지라고.

“후후…… 광오하지.”

하지만 고진유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화비천이 강하다고 하나 못 이길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가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면, 이긴다고 여긴 것이겠지.’

그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었다.

“잘 싸우라고 내력도 줬으니…… 더더욱 어설프게 싸우면 안 되겠지.”

무림맹에서 내력의 벽을 한 차원 더 벗어나는 도움을 얻었다.

창천황신공의 극성 뒤, 극일삼대가신가의 초창천황신공이 존재할 줄 몰랐다.

창천황신공은 중원 무림에서 남궁세가의 무공이지만, 초창천황신공은 극일삼대가신가의 가신무였다.

남궁무명은 극일가에서 중원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초창천황신공을 깨우친 뒤 알게 되었다.

자신이 익힌 무공은 사람을 상대로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초월자.

선계의 인물이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와도 같았다.

남궁무명은 기대가 되었다.

자신이 익힌 초창천황신공의 위력이 어느 수준일지, 싸워보고 싶었다.

점점 그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화비천을 선두로 화비천인이 삼십여 장 앞에 멈춰 섰다.

타아앗!

남궁무명이 앞으로 나서자 그와 동시에 화비천도 중앙으로 내려섰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마주 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구려.”

“싸움에 있어 나이가 무슨 상관이더냐?”

“그렇기는 합니다만, 노인 상대로 이기는 게 부담 되어서 하는 말이외다.”

“크하하하하! 천하의 본좌를 노인 취급하는 놈이 있을 줄 몰랐군.”

화비천의 내력이 활활 타올랐다.

남궁무명은 그 모습을 보며 이내 말을 이었다.

“본인이 잘못 본 것 같소이다. 정력이 강하시군요.”

“크크크. 네놈을 충분히 죽일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런 걱정은 처음부터 안 했소이다. 혹시 다른 곳도 당신처럼 강하오?”

“당연하다. 본 비천의 무공은 강하지. 네놈을 이길 정도로.”

남궁무명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가주가 말하더군요. 당신은 강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소.”

“극일가의 가주를 말하는 것이냐?”

“맞소.”

“넌…… 남궁세가의 인물이라 들었는데 극일가와 무슨 관계지?”

“이미 대충 알지 않소?”

“그렇군. 예상대로 극일가의 가신가였군.”

“흐음…… 애매하긴 한데 그렇다고 칩시다.”

남궁무명은 검을 잡았다.

“시작하지요.”

“좋지. 극일가가 아닌 가신가에서 호기롭게 찾아온 실력을 보고 싶군.”

“실망하지 않을 것이오. 마침 무척 궁금한 참이라.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

슈우우욱-

남궁무명은 초창천황신공을 완전히 끌어 올린 뒤 개방했다.

그의 주위 십여 장의 모든 것들이 진동했다.

‘우우욱.’

화비천의 눈이 커졌다.

거대한 내기의 진동에 몸이 떨리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대체…… 어떻게 된 놈이지?’

그가 보여준 내력은 중원 무림인들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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