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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31화 (331/425)

331화

푸다닥.

전서구가 무림맹으로 날아왔다. 가느다란 다리에 붉은색의 전서통이 매달려 있었다.

정후대주의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전서구에서 전서를 꺼냈다.

“이런…….”

전서의 내용을 본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극일천무신궁에서 움직이고 있다. 군사께…… 알려야겠어.’

일각 뒤.

“정후대주입니다.”

“들어오세요.”

정후대주가 직접 찾아온 사실을 보면서 좋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안으로 들어선 그의 손에 전서가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전서가 한 장 도착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겠군요.”

“네.”

정후대주는 전서를 내밀자 제갈양이 그것을 받은 뒤 펼쳤다.

내용을 읽으면서 당장 인상이 구겨졌다.

“백리세가로 향하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빨리 움직이면서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야겠소이다.”

“넵. 알겠습니다.”

정후대주는 곧장 일어난 뒤 밖으로 나섰다.

제갈양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움직인다면 막거나 다른 곳을 공격해야만 했다.

제갈양의 발길이 맹주전으로 향했다.

* * *

맹주전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조용했다. 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보게. 맹주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집무실에 창천신검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그런가? 다른 사람들은?”

“화산전으로 갔습니다.”

“제가 맹주님께 안내를 하겠습니다.”

“아니네. 혼자 가겠네.”

제갈양은 정원을 지나 건물로 들어섰다.

복도를 따라 걷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맹주, 들어가도 되겠는가?”

“들어오시지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과 마주했다.

“창천신검께서 계셨군요.”

가볍게 포권을 한 뒤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군사께서 이 시간에 온 것을 보니 일이 생긴 모양이네요.”

“방금 전서가 한 장 도착했네.”

제갈양이 고진유에게 전서를 내밀었다.

그의 콧등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고는 옆에 남궁무명에게도 전서를 보여 주었다.

백리세가를 향해 움직인다는 미지의 인물들.

“하지만 극일천무신궁은 아니군요.”

“그렇다네.”

“비천에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맹주,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원군을 보내기엔 이미 늦은 것 같네.”

“또 가만히 있는다고 시끄럽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할 수 없네요. 백리세가에 최대한 빨리 연락을 보내세요. 무림맹에서 도착할 때까지 싸우지 말고 피해 있도록.”

“그곳에 가려고?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제때에 도착할 수 없어.”

“무리하더라도 계속 달리다 보면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무림맹을 위해 맹주인 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혼자?”

“다른 사람에게는 군사께서 알아서 이야기해 주세요.”

“알겠네.”

“그리고 극일가에서 오신 분께는 이번 일을 마치고 그곳으로 간다고 전해주면 됩니다.”

“극일가에 간다는 말이지?”

“네.”

고진유는 한 자루 사의검을 챙겼다.

곧장 바로 떠나면 되었다.

남궁무명이 일어났다.

“조심하십시오.”

“제가 할 말입니다. 남궁세가에서 확실하게 그들 중 한 곳을 치는 일이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진유가 남궁무명을 찾은 이유.

화비천을 치고자 했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극일가에서도 이미 완벽하게 파악한 뒤였다.

“그들은 강할 것입니다.”

“남궁세가도 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무운을 빕니다.”

고진유와 남궁무명은 서로를 보며 포권을 했다.

* * *

백리세가는 정적에 휩싸였다.

무림맹에서 날아온 전서를 받았다.

그들 또한 적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가주님,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입니다.”

백리소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백리세가로 다가오는 무리들을 보면서 정상적인 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단 한 곳도 남김없이 당했습니다. 그놈들은 괴물이었습니다……!”

백리세가의 인물들이 초조하게 외쳤다.

“맹주께서 본 가를 돕기 위해 최대한 빨리 오신다고 했습니다.”

“…….”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람이라…….’

백리소는 맹주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그들과 싸운다면 결과는 뻔했다.

“자네들의 뜻대로 물러나는 게 좋겠네. 어디로 물러나면 좋겠는가?”

“황종곡으로 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황종곡이라…….

완벽하게 외부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는 장소였다.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도록 하지.”

백리세가의 인물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챙길 수 있는 주요한 물건들을 챙긴 뒤 황종곡으로 움직였다.

백리소는 산을 오르면서 백리세가의 건물을 내려다보았다.

건물을 버리고 도망가야 하는 게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르는 식구들을 보면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저 아이들이…… 백리세가의 미래이지.’

아래에 보이는 건물들은 새로 지으면 될 뿐이었다.

그의 걸음은 처음과 달리 기운이 났다.

* * *

두두두두-

명왕괴수인들은 오로지 앞을 향해 달렸다.

“후후후. 겨우 사십으로 이 정도의 위력을 내다니…… 신무신단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화요는 명왕괴수인이 지나가면서 펼친 광경을 보며 만족했다.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세상은 오직 피와 비명만으로 존재해야 했다.

죽음만이 가득한 세상.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기도 했다.

“크하하하!! 모두 죽여라! 한 놈이 빠짐없이 핏덩어리를 만들어라!”

“쿠아아아아-!!”

화요의 목소리에 명왕괴수인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황종산에 도착했다.

백리세가까지 오는 도중 수십 개의 마을을 지나면서 한 명도 살려주지 않았다.

그때, 화요가 손을 번쩍 들어 명왕괴수인들을 멈추게 했다.

“오호…… 도망을 간 모양이지?”

백리세가의 무인들의 기척이 한 명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요는 주위를 돌아보며 킁킁거렸다.

그리고 황종산 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그곳으로 도망가면 살아날 수 있다고 여긴 모양이지?”

그는 으르렁거리는 명왕괴수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콰아아아아-!!”

두두두두-

그의 명에 명왕괴수인들이 황종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백리세가로 들어선 명왕괴수인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건물들을 지나가면서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리세가의 경내를 빠져나온 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훗. 멍청한 놈들. 차라리 도망을 갈 것 같으면 이곳을 떠나든지 해야지. 산 위에 올라가면 더 도망갈 곳도 없을 텐데…….”

화요는 맨 뒤에서 천천히 산을 올랐다.

오늘로서 백리세가도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음. 다음에는 어딜 가볼까?”

당연한 결과였다.

무림에서 명왕괴수인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은 오직 그밖에 없었다.

‘뭐지……?’

한데, 빠르게 산을 올라가던 명왕괴수인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앞만 노려보았다.

“물러나라.”

화요가 앞으로 나서자 명왕괴수인들이 옆으로 물러났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끊어져 있었다.

“크크크크…….”

그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확실했다.

“마지막 몸부림이군.”

그는 주위를 살폈다.

“흠…… 저기 옆으로 가면…….”

건너편 절벽과 연결된 벽을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틈이 있었다.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방법이었겠지만 명왕괴수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백리소는 건너편에 도착한 괴물들을 보며 치를 떨었다.

“저놈 들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명왕괴수인의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다.

날카로운 손톱과 송곳니가 그들이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가주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놈들이……!”

절벽을 타고 넘어오려고 하는 명왕괴수인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넵!!”

백리세가의 무인들은 절벽을 타고 오는 명왕괴수인들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콰아아앙!!

절벽에 검기가 부딪히면서 명왕괴수인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됐다!”

화요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제법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놈들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그의 시선은 아래 절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두두두-

절벽 아래에서 거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백리소도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설마…….’

깊은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면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괴물들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너무나 자세하게 보였다.

“이 괴물 놈들……!!”

백리소는 검기를 펼치며 절벽을 타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콰우우우우-!!

명왕괴수인은 괴소를 터뜨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날아오른 세 마리의 괴수들.

백리소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끝이다.’

양손을 치켜들며 공중에 오른 명왕괴수인은 만족스러운 괴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번쩍!

그게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마치 태양이 폭발하는 듯한 섬광.

백리소는 순식간에 지나간 한 줄기 섬광에 의해 명왕괴수인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털썩.

징그러운 괴수의 머리가 누군가의 발에 차여 그대로 절벽 아래에 떨어졌다.

‘누구지?’

사의검을 든 청년.

홀로 나타나 거대한 기운을 뿌리는 인물은 그밖에 없었다.

“맹주…….”

자신들을 위해, 오직 홀로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

“맹주님이시다!!”

“천하제일인이 오셨다!”

백리세가의 인물들도 그의 존재를 알았다.

건너편에서 환호가 울려 퍼졌다.

‘뭐…… 저놈이 무림맹주?’

화요는 어이가 없었다.

고진유에 대해 그도 모르지 않았다.

무림맹에서 여기까지 홀로 왔다는 건 거의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었다.

“미친놈이군. 굳이 이놈들을 살릴 필요가 없을 텐데…….”

거기에다 그는 혼자였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는 이들 모두 이길 수 없다. 뭣들 하느냐? 저놈을 쳐라!!”

타아앗-!!

명왕괴수인들이 돌아서며 고진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은 고진유의 심장을 빼앗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휙휙휙!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늦군.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지?”

고진유에게 놈들은 어차피 빠르기만 할 뿐.

괴물들은 처음 봤을 때만 신기했을 뿐이었다.

두 번째는 특별한 느낌도 없었다.

“네놈들은 남들보다 빠르고 단단할 뿐이지. 안 그래?”

“크아아아아-!!”

고진유의 사의검이 움직이자 앞으로 다가오던 명왕괴수인의 팔이 쉽게 잘려나갔다.

“어라…… 저번에 만났던 놈들보다 약한 것 같은데.”

대법사가 만든 명왕괴수인과 비교해서 약한 게 분명했다.

‘다행이군. 그놈부터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무림에 큰일이 났겠어.’

고진유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단…… 합니다.”

건너편에서 명왕괴수인들을 하나씩 베어버리는 맹주 고진유를 본 백리세가의 인물들은 감탄만이 나왔다.

“저 괴물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겠나. 저들 입장에서는 맹주가 괴물일 수밖에 없을 거야.”

백리소의 말이 맞았다.

인지 능력이 없는 명왕괴수인들은 본능적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스걱.

마지막 명왕괴수인의 목이 잘려 나갔다.

이제 참혹한 현장에 서 있는 인물은 두 명밖에 없었다.

고진유는 떨고 있는 화요의 곁으로 다가섰다.

“재미있게 놀았소.”

“…….”

“예전 가주들께서는 어떻게 숨어 지냈는지 모르겠소. 온몸에 짜릿한 쾌감이 좋군.”

극일가의 가문은 용족의 전투 가문이었다.

“난 당신들이 나타나서 정말 기분이 좋소이다. 앞으로 기대하시오. 비천…… 아니, 일월가의 인물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그대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소이다.”

휘이익!

사의검이 움직였다.

화요는 목에서 따끔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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