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28화 (328/425)

328화

두두두두-

점점 거친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명왕괴수인들조차 다가오는 강한 기에 움찔거리며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었다.

이는 화산파 제자들도 마찬가지.

적룡무장기의 기세가 느껴졌다.

멀리서 붉은 구름이 다가오는 듯했다.

“엄청나군.”

장두총은 감탄이 나왔다.

적룡무장기는 일반적인 무림인이 아니었다. 붉은 군장을 한 그들의 모습은 천군의 무장처럼 보였다.

멈칫거리는 명왕괴수인들을 본 우종성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놈들의 목을 쳐라!”

스걱-

화무검에서 펼쳐진 극성의 검강이 명왕괴수인의 목을 잘랐다.

그뿐만 아니었다.

혁자영과 곽우, 그리고 장두총을 비롯하여 화산파 제자들이 동시에 목을 공격했다.

툭. 툭툭.

명왕괴수인들이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크아아……!!”

동료들의 죽음을 확인했는지 명왕괴수인들은 화산파 제자들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채애애앵!

처음과 달리 화산파 제자들은 명왕괴수인을 상대로 잘 막아냈다.

목이 잘리는 것을 보면서 무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고진유를 봤기 때문이었다.

고진유는 선두에서 달리면서 명왕괴수인들을 노려보았다.

타아앗!

말 위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사의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우우우우우우-

거대한 기의 폭풍이 사의검의 위로 생겨났다.

폭풍과 함께 공중에서 사의검을 내리쳤다.

번쩍!

콰아아아앙-!!

섬광이 터지면서 화산파 제자들과 명왕괴수인들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적룡무장기의 기마들이 명왕괴수인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퍽퍽퍽퍽!!

일천의 적룡무장기가 탄 기마대에 부딪치자 명왕괴수인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공초는 다시 돌아서면서 소리쳤다.

“저놈들을 둘러싸라!!”

두두두-!!

빠르게 돌아선 적룡무장들은 양쪽으로 나뉘면서 포위했다.

“장창!”

공초의 명에 적룡무장들은 말 허리에 찬 장창을 잡았다.

“크아아아아!!”

명왕괴수인은 괴성을 지르며 포위를 뚫기 위해 적룡무장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초는 창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광일선창!”

슉슉슉슉-

일천 개의 장창들이 앞으로 쏟아졌다.

푹푹푹푹-

명왕괴수인들의 온몸을 창이 서너 개씩 뚫고 들어갔다

“카아아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창에서 빠져나가고자 발버둥을 쳤다.

그때, 고진유가 날아올랐다.

“화산파 제자들은 이놈들의 목을 베어라!”

“네에엡!”

파앗!

뒤에 있던 화산파 제자들이 뒤에서 날아오르며 장창에 박힌 채 움직이지 못하는 명왕괴수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렸다.

번쩍!

스걱-

순식간에 명왕괴수인들의 목이 잘려 나갔다.

그것이 끝이었다. 한번 잘려 나가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화르르르-

화산파 제자들은 목이 잘린 명왕괴수인들을 모은 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태웠다.

“대사형, 수고했어요.”

“수고는 사제가 많이 했지.”

“이런 놈들을 만들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우종성은 불에 타는 명왕괴수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니라면 중원에서 이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중원인들이 이들을 상대한다면 많이 다칠 것입니다.”

“……사제.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말씀하세요.”

“얼마 전부터 궁금하더구나. 사제도 알다시피 우리…… 의 무공을 상식 외적으로 강하게 단련시킨 것이 혹시 저놈들 때문이었느냐?”

우종성은 가끔 고진유가 계속해서 강하게 그들을 단련시킨 이유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곤 했다.

“음……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 몸이 가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제가 기억을 찾지 못했을 때에도 강한 적이 있다는 것을 상정해 사형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을지도요.”

“우리가 걱정되어서?”

스윽.

“그게 아니라 우리가 강해져야 똑바로 부려먹을 수 있어서가 아닙니까?”

두 사람 뒤로 장두총이 슬쩍 한마디 했다. 뒤에서 귀를 열어두었던 모양이었다.

“하핫, 그런 것도 있고요.”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호정, 이 녀석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성격입니다. 뭐어…… 그래도 무공이 강해지니 좋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부릴 수도 있습니다.”

“부리는 건 좋은데 밥은 먹고 다닐 정도로 부탁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종성은 미소를 지으며 사제들을 보았다.

토닥거려도 함께 있는 게 좋았다.

“그들 세 명은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우종성은 아직도 북방에 남아 있는 묵경과 인양, 녹림야검이 걱정되었다.

“대사형,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세상 어딜 가더라도 그들이 함께 있으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겁니다.”

“호진 사형. 맞습니다. 사제의 복사판이 있는데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후후후. 그런가?”

장두총이 말한 인물은 인양을 가리켰다.

성격부터 하는 행동까지 고진유를 보는 듯했다.

“무조건 본 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니깐요. 화산복호권을 익혔지 않습니까. 인양을 다른 곳에서 얼마나 눈독을 많이 들이는데요. 다른 곳에서 채 가기 전에 장문인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인양의 생각도 있지 않겠느냐?”

“그건 호정 사제가 한마디 하면 되죠.”

장두총은 시선을 돌려 고진유를 보았다.

“맞지?”

“음…… 이왕 본 문에서 받아준다면 좋지요. 인양도 예전에 그런 말을 했거든요.”

“그럼 문제없네. 당장 입문을 시키는 것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호중 사제가 하려고?”

“말 나온 김에 끝내야죠.”

“알아서 해.”

“어느 분이 인양의 사부로 적합할까요?”

고진유가 바로 대답했다.

“장절이신 허경 사숙이시면 됩니다.”

“허경 사숙께서?”

“제가 알기로는 아직 제자를 받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인양이라면 그분의 마음에 들 것입니다.”

“좋았어. 그렇게 하지.”

당사자도 없는 가운데 입문과 사부까지 정해졌다.

장두총은 기분이 좋아졌다.

모든 일이 끝나면 고진유는 분명 무림에서 사라질 게 분명했다.

그 대신 인양이 자신의 사제가 된다면 든든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형, 혹시 나중에 인양을 부려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고진유의 환한 미소를 본 장두총이 움찔했다.

‘쳇, 완전 귀신이구만.’

* * *

후다다닥!

신궁주의 정원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발걸음.

정원의 입구를 지키는 호위들이 인사를 했지만 다급했는지 그냥 지나쳤다.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던 수곡자는 정원 끝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누구……?’

나하중의 앞으로 등을 돌린 인물이 함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아닙니다. 혼자 계신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오겠습니다.”

스윽.

등을 보인 노인이 돌아섰다.

“수곡자,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오게나.”

‘토비천…….’

그가 신궁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수곡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올라오게.”

나하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수곡자는 조심스럽게 올라서 허리를 숙인 채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토비천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그렇사옵니다.”

나하중의 시선은 여전히 바둑판에 놓여 있었다.

“요즘 안 좋은 일만 생기다 보니 담담하군.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생겼는가?”

“명왕괴수인이 중원으로 내려오다가 모두 당했습니다.”

“훗. 또 무림맹주 짓이겠지?”

“……그렇습니다.”

“놀라지도 않구만. 법사라는 놈은 어떻게 되었나?”

“법사의 거처에서 명왕괴수인 하나와 시신 하나가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게.”

“화비천님의 전령인 화령인 듯합니다.”

“후후훗. 범인은 아직 모르고?”

“그곳에서 알아본 바 북당상단과 함께 친협들이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타악!

나하중은 백돌을 내려놓으며 중얼 거렸다.

“화비천도 내 심정을 알겠군.”

“위로를 해줘야지 않겠소이까?”

토비천은 곧바로 흑돌을 두었다.

“가서 놀리자는 것이오?”

“허허허. 금비천에게는 그렇게 들린 모양이오?”

“워낙 잘난 체를 해서 그라면 다를 줄 알았소이다.”

“쯔쯔. 어째 사람이 속이 좁소. 한 배를 탄 동료이거늘. 위로는 못할망정 놀리지는 맙시다.”

“토비천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면 놀리지는 않겠소이다.”

나하중은 고개를 돌려 수곡자를 보았다.

“알았네. 소식을 잘 들었네. 가보게.”

“…….”

그의 입가에서 오랜만에 미소를 보았다.

“그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보세나.”

수곡자는 정자에서 내려선 뒤 정원을 나섰다.

스윽.

나하중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방금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클클. 이게 바로 일석이조이군.’

당분간 그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싸워줄 인물들이 많지 않은가.

타악.

바둑알을 두는 소리가 맑았다.

“허허. 어디 좋은 수를 발견했소이까?”

“그렇지요. 기가 막힌 묘수를 찾았지요.”

“어째 오늘은 금비천께 이기기 힘들 것 같소이다.”

“하하하하! 그러게 말이외다.”

나하중의 웃음소리가 정원 밖으로 퍼져 나갔다.

* * *

휘익.

고진유의 앞으로 사내가 다가왔다.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그에게 고진유는 한 장의 서신을 전해주었다.

“그들에게 전해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사내의 신형은 보는 앞에서 사라졌다.

“누구지? 저들도 극일가의 인물들인가?”

하북성으로 들어오면서 적룡무장기들은 극일가로 돌아가고자 했다.

고진유와 북소연은 화산파 제자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극일가의 인물이긴 한데…… 정확히는 극일가신가의 사람들이죠.”

“가신가도 있어?”

“후후후. 네에.”

“하긴…… 없는 게 더 이상하겠다.”

중원의 십대세가를 봐도 그들을 호위하는 가문들이 있었다.

장두총은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극일가에는 가신가들이 몇 군데 있어?”

“세 곳이 있습니다.”

“세 곳이라…… 생각보다는 적네? 남궁세가의 같은 경우는 가신가들이 제법 많지 않아?”

“본 가의 가신가들 중 한 곳이 남궁세가입니다.”

“……!!”

고진유의 대답에 물어본 장두총은 물론 사형제들 모두 강하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남…… 궁…… 세가가……?”

장두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진유와 남궁세가는 한때 죽을 둥 살 둥 싸웠던 관계가 아닌가.

근데 가신가라니…….

모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들은 내 진정한 신분을 모르고 있었잖아요. 나도 하나도 기억이 없었거든요.”

“하, 하하하하, 이건 너무 웃긴 일이네. 안 그래?”

“그렇긴 하죠.”

“그들도 그 사실을 아나?”

혁자영이 물었다. 남궁세가에서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차이가 컸다.

“무명 형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장두총은 삼대가신가 중 마지막 한 곳도 마저 궁금했다.

“세 번째는 어딘데?”

“하오신문입니다.”

고진유는 남궁세가까지 말한 이상 세 번째 가신가도 알려주었다.

“하오문?”

“아니, 하오신문입니다.”

“하오문과 하오신문은 다른 모양이지?”

“다릅니다. 하오신문의 아래에 하오문이 있습니다.”

화산파의 사형제들은 하오신문을 듣자 이해가 되었다.

가장 빠른 정보를 가지고 연락을 보내는 고진유를 보면서 하오문이 왜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알게 되었다.

당연히 가주인 그를 모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대단하군. 중원 최고의 무가인 남궁세가와 중원 최고의 정보력을 지닌 하오신문을 가졌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장두총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그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삼 일이 지나면 세 사람이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알겠다. 어디로 가면 되지?”

고진유는 바로 서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대법사를 극일가에 보낼 것입니다.”

“그를 왜?”

“명왕괴수인은 목을 베면 되지만,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약점을 찾을 생각입니다.”

“하긴…… 우리 정도의 무공이 되어야 겨우 제압이 가능하지.”

“맞습니다. 그들이 명왕괴수인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더라도 대책을 세워야지요.”

장두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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