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27화 (327/425)

327화

노인은 배를 하천가에 대기 전에 달려오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았다.

“도사들이군.”

다급하게 달려오는 것을 봐서 하천을 넘어가려고 하는 듯 보였다.

혁자영은 소리를 지르며 신형을 날렸다.

“잠깐만 그대로 계시오!”

“으응……?”

노인은 배 위로 내리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연이어 수십 명의 도사들이 배 위에 올라탔다.

“건너편으로 갑시다.”

“아, 알겠소이다.”

노인은 다시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서 노를 저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괴물들이 마을로 향하고 있소이다.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저기…… 헤엄치고 있는 것들 말입니까?”

“그렇소.”

노인의 손이 빠르게 움직여 하천 중앙을 넘었다.

“됐습니다.”

휘익!

혁자영을 시작으로 화산파 제자들이 신형을 날리며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노인은 힘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화산파 제자들은 계속해서 배에 올라탄 뒤 하천 중간에서 신법을 펼치며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오백 명의 화산파 제자들이 빠르게 하천을 넘은 후, 우종성은 마지막으로 건너편으로 넘어서기 전에 노인에게 금원보 하나를 주었다.

“노인장, 이건 뱃삯입니다.”

“너무…… 많습니다.”

“아닙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타앗!

우종성이 마지막으로 신형을 띄워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노인은 매화가 그려진 도복을 보면서 화산파의 도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천에서 사람을 건네주는 업을 하지만 무림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천하제일문파라서 그런지…… 다른 무림 문파과는 다르군. 무인들이 예의가 있어.”

노인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 참, 마을에 아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괴물들이 하천을 넘어 마을로 들어선다면 큰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다행히 저분들이 갔으니 무사하겠지…….”

노인은 마을로 달려가는 화산파의 도사들을 보면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휙휙휙휙!

하천 건너편으로 먼저 내린 혁자영이 빠르게 마을로 달렸다.

‘저놈들인가?’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정말로 괴수인이다.’

야수처럼 툭 튀어나온 주둥이에 날카로운 손톱만으로도 괴수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저놈들이 마을로 못 가게 막아야 한다. 관심을 끌어야……!’

혁자영은 추화검을 뺀 뒤 가장 가까운 명왕괴수인들을 향해 검강을 펼쳤다.

슈우우우웅-

추화검에서 뻗어나간 검강이 앞만 보고 달리던 명왕괴수인의 허리를 강타했다.

털썩.

검광의 충격에 명왕괴수인의 신형이 뒤로 튕겨 바닥으로 쓰러졌다.

‘검강을 제대로 맞았는데…….’

뼈가 보일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텐데도 놈은 쓰러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행히도 그 외 명왕괴수인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크아아아아-!!”

동시에 혁자영을 보면서 괴소를 터뜨렸다.

“괴물 놈들.”

혁자영은 한 번 더 검강을 펼쳤다.

슈우우우욱-

혁자영은 예상대로 명왕괴수인은 피할 생각이 없는지 다가오는 검강을 그대로 받아냈다.

스걱.

검강이 지나가면서 명왕괴수인의 목을 그대로 쳐냈다.

전혀 예상도 못한 상황에 명왕괴수인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휘익.

그리고 혁자영을 죽이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빠르다.’

명왕괴수인이 순간적으로 내력을 폭발시키며 혁자영을 찢기 위해 달려들었다.

‘됐다. 이놈들을 유인한다.’

혁자영은 오던 방향을 그대로 되돌아서 움직였다.

쉭쉭쉭!

명왕괴수인들은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혁자영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명왕괴수인은 괴소를 지으면서 야수의 앞발을 치켜 올렸다.

그때였다.

“이 새끼들…… 모두 뒈져라!!”

혁자영이 달려가는 앞으로 장두총과 함께 뇌전대가 검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앗!

혁자영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동시에 뇌전대의 벽력대진에서 천둥과 벼락이 쏟아져 나왔다.

번쩍.

콰아아아앙-!!

뇌전대의 가공할 무력에 선두에서 달려오던 명왕괴수인들의 몸은 불에 탄 듯 시커멓게 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듯 일어나려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야, 저놈들…….”

장두총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명왕괴수인들을 보면서 놀랐다.

“저놈들의 목을 잘라야 해.”

“목을? 알겠다.”

장두총은 류화검에 한 번 더 뇌전기를 끌어 올리며 뇌전화검을 펼쳤다.

우루루루루-

콰아아아앙!!

일어나려고 하던 명왕괴수인의 목을 향해 떨어지던 뇌전을, 뒤에 다가오던 명왕괴수인들이 재빨리 막아섰다.

그들도 마찬가지 충격을 받은 뒤 바닥에 쓰러졌지만 곧장 일어나기 위해 꿈틀거렸다.

“진짜 괴물이잖아…….”

이 정도의 위력을 제대로 맞았다면 사람의 경우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힘이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장두총은 잠깐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거렸다.

“이놈들의 재생 능력이 이 정도까지라니…… 엄청나게 뛰어나.”

벌써 상처가 아물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다다다다다-

장두총의 옆으로 우종성이 다가왔다.

“다른 곳은 공격할 필요가 없다. 호중의 말처럼 이놈들의 목을 잘라야 한다.”

“알겠습니다!”

우종성은 곧바로 검진을 펼치도록 소리쳤다.

“십이궁매화검진을 펼쳐라!”

“넵.”

두두두두-

오백 명의 화산파 제자들이 여섯 방향으로 두 겹씩 검진을 만들었다.

화산파 최고의 방어진.

카아아아아-

명왕괴수인들이 검진을 펼친 화산파 제자들의 주위를 돌았다.

붉은 눈동자에 툭 튀어나온 이빨과 그들의 양손 끝에 있는 날카로운 손톱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호진 사형, 이젠 어떻게 하죠?”

“저놈들도 쉽게 공격을 못 하는 것을 봐서는 우리의 힘을 느낀다는 것이겠지. 한 놈씩 안으로 유인해서 목을 벤다.”

“알겠습니다.”

화산파 제자들과 명왕괴수인의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빈틈을 보이는 순간 부딪히게 될 것이었다.

그때,

웅웅웅우우웅.

멀리서 기의 파동이 전해졌다.

땅이 울릴 정도의 진동.

화산파 제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이 정도의 기를 뿜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면…….

“사제다.”

“후후, 그렇지. 사제가 오고 있군.”

우종성의 말에 화산파 제자들의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 *

화령은 대법사의 앞을 막아선 세 명의 인물들을 보았다.

“누구…… 지?”

“여기 대법사에게 볼일이 있는 분이다.”

화령은 묵경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도 지금껏 이보다 잘생긴 사내를 본 적이 없었다.

“풍류옥협인가?”

“쯧. 너무 잘생겨도 이런 일이 생긴다니깐. 요즘 너무 부담스러워. 얼굴도 잘생겨, 게다가 무공도 강해. 사내들의 질투를 얼마나 받게 되는지 몰라.”

“미친 놈…….”

“허어. 미쳤다니. 말이 너무 심한 게 아니오?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않소이까?”

“…….”

화령은 세 명 중 한 명이 풍류옥협이면 나머지 두 사람은 대충 누구인지 알 듯했다.

가장 젊은 청년인 의제권협과 녹림 출신의 녹검살협이 분명했다.

‘피곤하군.’

이들 세 명의 무공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천하제일인 고진유의 의형제들로 그들의 무공도 천하를 다툰다고 했다.

한 명이라면 해볼 만하겠지만 세 명이 동시에 서 있다면 싸우기 망설여졌다.

“당신들이 여기에는 무슨 일 때문에 온 것이오?”

“설마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요?”

묵경은 인형처럼 가만히 선 명왕괴수인을 가리켰다.

“본인의 일을 방해하고자 왔다는 말이군.”

“당신의 일인지는 몰랐지만, 여하튼 지금부터는 방해할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시오.”

결국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인양은 대법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

“알겠습니다.”

푹푹푹.

인양은 옆으로 물러나면서 대법사의 어깨를 잡으며 혈을 짚었다.

대법사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사이 묵경과 녹림야검은 움직이지 않은 채 화령을 지켜보았다.

스슥.

녹림야검의 신형이 앞에서 사라졌다.

“앗……!”

화령은 허리를 비틀며 머리를 숙였다.

휘이이익.

녹림야검의 녹수검이 그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어라? 예민한데?’

챠르르르-

이번에는 묵경의 연검이 물결을 치면서 화령의 가슴을 향해 다가섰다.

챙!

화령은 신형을 뒤로 물러나면서 연검을 밖으로 쳐냈다.

‘대단…… 하군.’

두 번의 공방에 세 사람의 실력이 보였다.

하지만 방어만을 할 수는 없었다.

화조령검이 크게 원을 그리며 내기를 모았다.

화르르르.

원형의 불꽃이 원을 따라 생겨났다.

“이번에는 본인 차례다.”

파아앗!

화염으로 변한 불꽃이 원을 그리며 묵경과 녹림야검을 향해 날아왔다.

“녹검 씨, 단번에.”

“알겠습니다.”

녹림야검과 묵경을 떨어지는 검을 보면서 동시에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세 개가 기운이 맞붙는 소리가 울리면서 그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이 정도라고?’

화령은 눈이 커졌다.

천하제일인의 친협이라 했지만 그들의 무공에 대해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의 무공 수준은 일월가의 무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놀라는군.”

“우리가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맞아. 설마 한 수 아래로 봤던 중원인의 무공이 강할 줄 몰랐겠지.”

묵경과 녹림야검의 무공에 당황한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 놈을…….’

마침 뒤에 명왕괴수인이 있었고, 건너편에 대법사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허리에서 만물괴종을 꺼내 들었다.

대법사가 정신을 잃었다면 자신의 명을 들을 것이다.

“저놈들을……!”

휘익.

그때, 화령은 순간적으로 옆에서 튀어나오며 앞을 빠르게 스치며 지나간 바람을 느꼈다.

“헉…….”

손에 있어야 할 만물괴종이 사라졌다.

“혹시 이것을 찾고 있소?”

“……!!”

인양은 괴종을 든 채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명령을 내린다고 했지?’

가볍게 흔들어 본 뒤 화령을 보았다.

“저자를 죽여라.”

슈우우욱-

화령은 눈이 커지면서 가슴으로 들어온 손을 보았다.

설마 말을 들을 줄 몰랐다.

그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크윽…….”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숨이 끊어졌다.

후다다닥!

덜컹.

그때, 삼 층으로 빠르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들어섰다.

그들을 향해 곧바로 호통 소리가 울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당장 나가지 못할까?”

“……죄송합니다.”

병사들은 대법사를 보며 다급히 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갔다.

“잘했소이다.”

“…….”

대법사는 앞으로 나온 세 명을 보았다.

천하제일인의 친협들.

“당신이 명왕괴수인을 만들었다고 들었소이다.”

“…….”

녹림야검의 살성기가 대법사를 압박했다.

“남은 팔도 잘리고 싶다면 대답을 안 해도 된다. 묵경 형님께서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법사는 그의 말이 협박이 아닌 줄 알았다.

“우리 분위기 좋게 대화를 합시다. 다시 묻겠소이다. 그대가 저놈을 만들었소?”

“그렇습니다.”

“당신 외에 다른 인물도 만들 수 있소?”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제대로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제가 아니면 안 될 것입니다.”

“자신감이 매우 높은 분이시군.”

“…….”

“죽은 놈이 당신을 끌고 가려 했던 모양이오?”

“그…… 렇습니다.”

“당신을 우리가 데리고 가면 일월가나 극일천무신궁에서 피곤하겠지요?”

“저를 어디에……? 무림맹에…… 데리고 가는 것입니까?”

“왜? 마음에 안 드오? 여기에 남아 있고 싶소?”

“그게 아니라…… 무림맹은……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일월가가 강하다고 듣긴 했소. 하지만 당신은 무림맹이 아니라 진유 아우에게 데리고 갈 것이외다.”

“천하제일인을 말하는 것입니까?”

“맞소. 진유 아우는 극일가의 가주이지.”

“……!”

대법사는 극일가에 간다면 일월가의 눈을 피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이곳을 떠나기 전에 저놈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오?”

“목을 베거나 백회혈에 내력을 실어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너무 단단해서…….”

파아아앙!

인양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명왕괴수인의 백회혈을 내리쳤다.

쩌어어억.

두개골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명왕괴수인이 바닥에 쓰러졌다.

대법사는 그 장면을 멍하니 보았다.

그는 우연히 백회혈에 타격을 받더라도 허술하게 쓰러질 정도로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근데 한 번에 명왕괴수인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친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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