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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23화 (323/425)

323화

태양무국은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고 순차적으로 공격했다.

그들의 계획은 화포의 탄환을 계속해서 소비시키도록 만드는 것.

그로 인해 화포의 재고가 점점 떨어져 나갔다.

태양무국의 작전은 거의 성공 직전까지 다가섰다.

거용관에는 앞으로 적의 공격을 한 번밖에 막아낼 수 없을 정도의 재고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보급부대, 보급부대는 어떻게 되었지?”

“내일이면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 그나마 다행이군.”

부차숭은 안심이 되었다.

보급부대가 도착하면 그들과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면 거용관을 향해 대규모의 군사들이 올라올 것이었다.

“적의 동태를 똑바로 파악하라!”

“넵, 알겠습니다.”

태양무국 진영 또한 세 번의 공격으로 제법 큰 피해를 입었다.

삼만의 수하들은 어느덧 이만 오천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저항이 있을 거라 여겼지만, 충분히 거용관을 넘어설 줄 알았다.

왕야 찰합태는 노기가 올라오는 중이었다.

“와할태, 이번에도 실패했군.”

“왕야, 송구하옵니다. 적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거의 끝나갑니다. 지금쯤이면 화포의 포탄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확실한가?”

“지금쯤이면 적의 보급부대가 거용관으로 올라오고 있을 것입니다.”

찰합태의 눈빛이 변했다.

“보급부대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지?”

“하루 전에 탄우의 부대를 보냈습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적의 보급부대를 괴멸시킬 수 있습니다.”

“잘했군. 그 녀석이라면 우린 조만간 거용관을 함락시킬 수 있겠군.”

그의 표정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 * *

휘이익!

일백여 명의 무리들이 성벽을 넘어섰다.

거용관을 피해 하루 동안 아래로 내려가 성벽을 넘었다.

다행히 적은 수의 인원인지라 산을 타고 움직이며 거용관의 후방으로 돌아가는 관로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거용관으로 들어서는 보급부대를 기습하는 것.

비록 기마를 타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일백 명의 수하들은 실력이 강했다.

산속에 숨은 뒤 보급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두두두두-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탄우는 안력을 높이며 수레들을 끌고 오는 군사들을 보았다.

“보급대…… 저놈들이군. 준비하라.”

보급부대는 주위를 살피는 정찰병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훗. 하긴, 거용관 후방에서 누가 기습할 것이라고 생각은 못 하겠지.’

탄우는 보급부대가 그들이 숨은 장소에 다가올 때까지 숨을 죽이며 기습할 준비를 했다.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며 그들을 주시하던 그때,

‘저들은 누구지?’

탄우는 다시 몸을 숙였다.

보급부대 뒤로 붉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기마대가 보였다.

멈칫.

탄우는 기습 신호를 보내려던 것을 멈췄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보급부대의 뒤를 따르는 붉은 무장의 기마부대.

게다가 수가 너무 많았다.

‘좋지 않아.’

하지만 보급부대가 거용관으로 들어간다면 중원으로 들어서려는 태양무국의 계획은 실패였다.

기마부대가 걱정이 되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보급부대가 가지고 오는 수레 안에 든 물건들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화포의 탄환이다. 수레를 모두 터뜨려라!”

탄우는 수하들을 향해 소리치며 아래로 달렸다.

‘저걸들을 터뜨리기만 하면 돼!’

타아앗-!

탄우는 몸을 띄우며 수레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기습이다!”

보급부대의 군사들은 산 위에서 내려오는 적을 보며 소리쳤다.

“벽력탄을 던져라!!”

탄우의 양손에는 이미 벽력탄이 들려 있었다.

휙! 휙!

수레를 향해 벽력탄이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수십 발의 벽력탄이 수레마다 떨어지면서 터졌다.

“……?”

한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탄우는 불에 타는 수레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화포의 탄환을 실은 수레가 터진다면 이 정도의 굉음이 아니었다.

‘당했다!’

그는 터진 수레의 잔재를 자세히 보았다.

화포 탄환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두두두-

뒤에 있던 적룡무장들이 말을 몰며 그들 앞을 막아섰다.

말 위에 탄 공초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가주님의 말씀이 맞군. 보급부대를 기습할 것이라 하셨지.”

“당신들은…… 누구냐?”

“극일가의 적룡무장이라면 알려줘도 모를 텐데.”

“…….”

탄우는 거리를 쟀다.

‘이자와의 거리는 삼 장.’

상대의 손에는 아직 어떠한 무기도 없었다.

양쪽 허리에 찬 대륜을 잡은 뒤 재빨리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타앗.

그는 생각과 동시에 양쪽 허리에 손을 뻗으며 대륜을 잡았다.

“너무 눈에 보이는군.”

슈우우욱-

바로 눈앞에서 적룡무장이 그를 향해 그대로 몸을 날렸다.

퍼억!

공초의 무릎이 그대로 탄우의 얼굴을 강타하면서 목이 부러졌다.

탄우는 한 번의 공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목숨이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적룡무장기의 무장들이 기습한 일백 명의 수하들을 단번에 제압했다.

다각. 다각.

고진유는 보급부 대장과 함께 말을 몰며 앞으로 나왔다.

“수고했습니다.”

“가주님께서 적의 기습을 예상하셨기에 쉬웠습니다.”

보급부대장 정항은 모두 사로잡은 적들을 보며 물었다.

“저어…… 한데 맹주께서는 적들이 기습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까지 저들은 화포 때문에 거용관을 넘지 못하지 않았소이까? 하지만 화포의 탄환은 무한정 있는 게 아닙니다. 머리를 쓰는 자가 있다면 보급부대를 끊고자 했겠지요.”

“허허, 고맙습니다. 저희도 조심한다고 했지만 맹주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조만간 적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빨리 움직이지요.”

“알겠습니다.”

* * *

뿌우우웅-

결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태양무국 진영에 울렸다.

“왕야, 방금 거용관 후미에서 폭음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후후후. 기습조가 보급부대를 제대로 기습한 것이로군.”

“성공한 듯합니다.”

그는 입가에 차가운 냉소가 걸렸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후퇴는 없다. 무조건 거용관을 점령한다. 알아들었는가?”

“넵. 명심하겠습니다.”

“태양무국의 힘을 중원에 보여줄 때가 왔다. 출진하라.”

척.

휘익!

와할태는 포권을 한 뒤 뒤로 물러나 흑마에 올라타며 선두로 나섰다.

“태양무국의 전사들이여. 거용관을 함락시켜라!”

“와아아아아-!!”

타아앗!

와할태가 선두에서 흑마를 타며 달리자 그 뒤로 이만여 명의 태양무국의 기마들이 거용관으로 향해 달렸다.

“장군님, 적들이 다시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화포를 모조리 쏴라!”

“아직 보급대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반 시진도 버티지 못합니다!”

“지금 저들의 수를 보고도 모르겠는가?”

부장 주도문은 거용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과 달리 태양무국의 기마군 전체가 거용관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넵, 알겠습니다. 전원 사격하라!”

부장의 명이 떨어지는 동시에 화포들이 불을 뿜었다.

피우우웅-

콰아아앙!!

수백 발의 탄환들이 공중에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 속으로서도 태양무국의 기마군들은 살기 위해 무조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다다닥!

그때, 두 사람 곁으로 병사가 빠르게 달려왔다.

“장군님, 드디어 보급대가 도착했습니다.”

“정말인가?”

“그리고…… 무림맹주께서 함께 도착했습니다.”

“무림맹주가……?”

무림맹주라면 천하제일인이라 소문이 난 무인이 아닌가.

군부의 인물이라면 누구나 명친왕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맹주께서는 어디에 계시느냐? 어서 모시지 않았느냐?”

“맹주님은 거용관 수문에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적이 화포를 뚫고 거용관에 도달하면 그대로 수문을 열라고 하셨습니다.”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그분께서 일천의 기마무장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일천의 기마무장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부장 주도문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장군님, 아무리 무림맹주가 함께한다고 해도 일천의 기마대로 적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수문을 열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적이 쉽게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

부장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는 천하제일인이다.’

다른 인물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니다. 난 그분을 믿는다. 어차피 그들이 거용관에 가까이 다가오면 막을 수 없다.”

거기장군 부차숭은 확신했다.

“모든 화포를 하나도 남김없이 적들을 향해 쏴라.”

무림맹주가 직접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그들의 수를 줄여야 했다.

피우우우웅-!!

콰아아앙!!

거용관의 성벽에서 수백 발의 화포들이 끊임없이 날아왔다.

멀리서 지켜보던 찰합태는 손을 강하게 쥔 탓인지 온몸이 떨렸다.

화포가 끊이지 않고 수하들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는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

‘거용관 앞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이번 싸움은 우리의 승리다.’

화포 속에서 태양무국의 기마대는 거침없이 앞으로 달렸다.

와할태는 화포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섰다.

‘됐다. 뚫었다.’

그는 뒤를 따르는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성문을 확보하라!!”

두두두두-!!

수하들이 성문을 터뜨리기 위해 화폭탄을 가지고 움직이고자 했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거용관의 거대한 정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뭐지?’

정문으로 다가서던 수하들은 열린 문을 멍하게 보았다.

스걱.

순간 수하들의 목이 잘려 나가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두두두두-

붉은빛의 무리들이 거용관의 정문 안에서 달려 나왔다.

일천의 적룡무장기.

그들의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태양무국의 기마대와 부딪혔다.

공초의 목소리가 울렸다.

“적을 베어라!”

타아앗-!

적룡무장들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스걱.

휙휙휙.

적룡무장들의 검과 창이 움직일 때마다 태양무국의 기마대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기마대와 기마대의 싸움이지만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할 정도로 적룡무장의 무공은 강했다.

‘대체…… 저…… 놈들은 누구지?’

무심한 듯 수하들을 베고 있는 붉은 갑옷의 무장들을 보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부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검이 날아왔다.

‘허억!’

와할태는 검을 세우며 검기를 막았다.

“우욱.”

상대가 뻗어낸 검의 위력에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

“전장에서 한눈을 팔다니 기본이 안 됐군.”

“……!”

“네놈이 이들의 수장인가.”

우우우우웅-

공초는 내력을 뿜어내며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태양무국, 네놈들이 중원에 들어온 대가는 죽음이다.”

번쩍.

그의 검이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와할태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오직 그가 본 것은 검광뿐이었다.

쿠우웅.

와할태는 목숨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졌다.

화포를 뚫고 거용관으로 달려오던 태양무국의 기마대들은 앞에 선 적룡무장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화포는 더 쏟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화포보다 무서운 건 붉은 무장의 기마대였다.

찰합태는 몸이 떨렸다.

말을 타며 초원을 누비고 다녔던 그들이었다. 그들의 무공은 강했다.

중원을 가볍게 생각했다.

거용관까지 오면서 십만 명의 군사들도 가볍게 처리했다.

거용관을 함락시킨 뒤 초원으로 물러났던 칸의 세력을 기다리면 되었다.

하지만 중원의 힘은 강했다.

찰합태는 승패는 이미 정해졌음을 알았다.

태양무국의 사기는 이미 떨어졌다.

초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자신만만했던가? 사부의 말로는 중원에서 자신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없을 것이라 했건만…….’

붉은 갑옷을 입은 무장들.

그들은 태양무국의 기마대를 압도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찰합태가 물러나고자 할 때였다.

휘익!

그의 앞으로 젊은 사내가 내려섰다.

‘……!’

전혀 기를 느끼지 못했다.

“무, 무엇이냐?”

“보아하니 당신이 이들의 수장인 것 같소이다.”

“네놈은 누구냐!”

“본도는 고진유라고 합니다만. 혹시 이름을 들어봤는지 모르겠소.”

“……무림맹주 화산도협?”

그의 이름을 모를 리 없다.

천하제일인이자 무림맹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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