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03화 (303/425)

303화

대장군 독중기.

현 군부의 최고의 실세.

그는 병조의 상서이자 오호도독부의 총도독이었다.

이정소는 그에 대해서 대략 설명을 마쳤다.

“대단한 인물이군요. 그대가 보기에 대장군이란 인물이 역모를 일으킬 정도의 능력이 된다고 보시오?”

“그건 아닙니다.”

고진유의 물음에 그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 뛰어난 인물은 맞다. 하지만 그는 장군이었다.

이정소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는…… 역모를 꾸밀 인물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른 인물이 있다는 말인데.”

고진유는 다시 호축경을 보았다.

“또 누가 있소?”

“삼…… 황숙…… 입니다.”

“그렇지. 당연히 그대의 입에서 삼황숙 명친왕의 이름이 나와야지요.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

사내의 말에 호축경은 가슴이 철렁거렸다.

상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독중기가 명친왕을 밀어준다는 것이군.”

고진유는 상황을 판단했다. 다만 대장군 독중기가 명친왕을 밀어주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대해서 아는 분이 계시오?”

“그건…….”

이정소가 말문을 열었다.

“대장군의 여동생이 명친왕의 대부인입니다.”

“흐음,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명확해서 의심도 못 하겠고 조사해 볼 만한 것도 없군요.”

고진유의 말처럼 그들의 관계는 가족이었다. 대장군 독중기의 입장이라면 황제와 삼황숙 둘 중 누구의 편에 설지는 명확했다.

“내가 몰라서 묻는 것인데 황제가 대장군 독중기를 그 자리에 둔 이유가 있소?”

“대장군의 힘이 너무 강한 것도 있지만 그는 선황의 충신이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당연히 그를 그대로 중용한 것입니다.”

“멍청하기는…….”

“…….”

황제에 대해 멍청하다고 말한 고진유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선황의 충신이지 현 황제의 충신이 아니지 않소?”

이정소는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맞다. 그는 선황의 사람일 뿐이다. 왜 황제의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대장군 독중기가 삼황숙의 편에 선다면 이미 황권은 그들에게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진유는 그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게…….”

이정소는 여전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모르겠소이까? 상대가 죽이려고 한다면 본인도 상대를 죽일 수밖에 없소.”

“아…… 네. 그렇다면…….”

“삼황숙과 대장군을 잡아야지요. 물론 그 전에 귀찮은 서창부터 정리하면 되는 것이외다.”

이정소는 허리를 숙였다.

“은공께서……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아시지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건 황제를 만난 뒤 결정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제일 높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편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고진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그의 앞에는 호축경이 앉아 있었다.

“혹시 본인이 알아야 할 다른 내용은 없소?”

“어,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소?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안 될 텐데.”

“…….”

“당분간 숨어 있으시오. 일이 끝나면 나오면 될 것이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호축경은 그의 말대로 당분간 숨어 지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힘든 몸을 이끌고 수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상황이 점점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도 올라가 보도록 합시다.”

* * *

금의위 도독 한청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장인태감 화진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일이 커질 수 있었다.

그가 비록 금의위 도독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지만, 황제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확실하게 몰랐다.

그가 이번 일과는 관계가 없더라도 완전히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인 점은 그와 삼황숙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사이가 틀어진 건 선대 황제가 황위에 오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인물이 장인태감이기 때문.

당시 삼황숙이 황위를 이어받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화진이 나서게 되면서 장자인 선대 황제가 황위에 앉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삼황숙과 화진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무인의 성격을 가진 삼황숙과 달리, 선대 황제는 유생의 성정을 지닌 탓에 화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태감, 금의위를 보낸 이유는 무림맹주를 초청하고자 함이었습니다.”

“황제께서 무림인을 만나겠다고 하셨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금의위를 통해서 그를 부르고자 한 이유가 있는가?”

“그건…… 삼황숙의 진영으로 무림의 인물들이 드나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화진의 얼굴에 주름이 깊게 생겨났다.

무림인들이 왕부에 드나드는 일은 좋지 않았다.

더구나 명친왕부라면 더욱더 조심스러웠다.

“좋은 일은 아니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호도독부의 인물들이 주기적으로 드나든다는 소문 또한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쩝…… 이거 참, 피곤한 일이로군. 동창에서도 알면서 보고를 안 했어…… 하긴, 확실한 물증을 잡고자 했겠지. 그래서 금의위에서 나선 것이로구먼.”

“그들이 조만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친왕부에서 무림과 연관이 있다면 황제 폐하께서도 중원 무림인을 알아보셔야 했습니다. 그래서 천하제일인이라 알려진 무림맹주에게 부탁하고자 한 것이지요.”

“그렇게 된 것이로군. 근데 도중에 그 사실이 서창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렇습니다.”

화진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청을 보며 말했다.

“일어나게나. 폐하께 가서 지금까지 올라온 상황에 대해서 알려야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한청은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금의위군을 나와 건청궁으로 바로 향했다.

* * *

“흐음…….”

건장한 체격을 지닌 인물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일각 전 서창의 독주 유기가 찾아왔다.

그의 표정으로 봐서 좋은 일이 아니었다.

유기는 바로 찾아온 용건에 대해서 알렸다.

“서창에서 광요대를 보냈다고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있겠군.”

“…….”

서창의 수장이기에 수하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유 독주, 물론 그들을 믿소. 하지만 만일이라는 게 있소이다. 그러기에 대비를 해야 하는 법이외다.”

“알겠습니다.”

“그대의 수하들이 혹시나 잡힌다면 상당히 피곤해지기 때문이외다.”

“…….”

북진무사를 제압한 인물에 대해 잘 모르기에 수하들의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확실하게 정리부터 하는 게 좋겠군.”

군부 최고의 실세.

그는 모든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었다.

“밖에 누가 있지?”

“소장, 거중동입니다.”

철갑을 두른 무장이 안으로 들어섰다.

철컥.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뒤 고개를 숙였다.

“거 부장, 황성 아래에 누가 있는가?”

“사정장군인 정남장군 신야가 주둔하고 있을 것입니다.”

“신야라…… 당장 그에게 연락을 해서 금의위 남진무사를 잡아오도록 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파아앙.

거중동은 강하게 두 손을 부딪친 뒤 밖으로 나섰다.

“정남장군 신야라면 혹시나 서창에서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그놈들을 잡아올 수 있을 것이네.”

“고맙습니다.”

스윽.

대장군 독중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는 돌아가서 상황을 주시하도록 하게.”

“대장군께서는 어디를……?”

“삼황숙께 다녀오겠네. 황제가 움직였다고 하니 알려 드려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황제 측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릅니다.”

“후후후. 황제는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네. 명확한 증거가 없이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지 않은가. 금의위에서 움직여 봤자 군부는 우리가 쥐고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지.”

독중기는 현 상황에 대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황제가 무림맹에 다급하게 사람을 보냈다고 한들 그들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무림인이 있었다.

‘이왕이면 내 누이가 황후가 되는 게 더 좋지 않겠나. 그리고 내 조카가 황제가 되는 것이지.’

* * *

대장군 독중기의 명이 떨어졌다.

금의위 남진무사 이정소를 죽이거나 포획하라는 명이었다.

정남장군 신야는 전령을 보며 물었다.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적혀 있지 않군.”

“대장군의 명이십니다.”

“…….”

“정남장군께서는 그대로 따르시면 될 것입니다.”

“무조건 따르라…….”

신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대는 금의위였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었다.

“그만 물러가. 대장군께 알았다고 전하라.”

“네, 그분의 뜻을 명심하십시오.”

전령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한 뒤 물러났다.

신야는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감히 전령 주제에 나에게 명을 내리다니…….’

그는 인상을 쓰며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았다.

전령의 말처럼 대장군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지. 명을 따를 수밖에…….”

신야는 곧바로 그의 아래로 수하 장군들을 모았다.

“방금 대장군의 전령이 다녀갔다.”

“무엇이옵니까?”

“금의위 남진무사를 잡아달라고 하더군.”

“남진무사를 말입니까?”

천인장 연림은 어이가 없었다.

다른 인물도 아닌 금의위 인물을 잡으라니.

“맞다. 그는 현재 황성으로 올라오는 중이지.”

“굳이 그를 잡기 위해 소장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창위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창위에서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

“…….”

신야는 부장들을 보면서 단호하게 명을 내렸다.

“대장군의 명을 어길 수는 없다.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수하들을 풀어 그를 잡아라.”

“넵. 알겠습니다.”

* * *

두두두두-

정남군이 황성으로 올라오기 위해 이동했다.

거용관의 남구에 도착한 정남군은 검문을 하기 시작했다.

황성으로 드나드는 백성들은 갑자기 검문을 시작하는 군을 보면서 큰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무슨 일이지?”

이정소는 거용관에서 검문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부분의 경우는 관에서 나온 포두들이 검문을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군에서 검문을 하고 있군.”

병사들은 검문을 하면서 누군가를 찾는 게 틀림없었다.

“저들이 사람을 찾는 모양입니다.”

“그대를 찾는 것이군요.”

고진유는 그들이 누구를 찾는지 알았다.

“…….”

“아마 대장군이 움직인 모양입니다.”

거용관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황성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자신을 잡기 위해 군까지 동원할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재미있겠군요. 그대로 지나가 봅시다.”

“……!”

천하제일인이라 하지만 군을 보면서도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금의위를 무림맹으로 보낸 작은 일에 대장군까지 나선 것을 봐서는 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뭐랄까…… 가볍게 넘어갈 일을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것 같소이다. 그렇다면 상대도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소이까?”

이정소는 덜컥 겁이 났다.

그의 무공이 어떠한지 보았다. 천하제일인이 마음먹고 싸운다면 황성 전체가 피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저어…… 될 수 있는 한 조용하게 넘어갔으면 합니다.”

“아, 그건 본인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기 가보죠.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고진유는 그와 함께 거용관으로 점점 가깝게 다가섰다.

“다음.”

기계적인 음성.

곧 이정소의 차례였다.

“이봐, 앞으로 나오라고.”

검문을 하던 병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하루 종일 같은 일을 하는 게 힘들었다.

황성으로 올라오면서 금의위는 변복을 했다.

이정소는 주춤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

병사는 옆에 놓인 그의 얼굴과 초상화를 비교했다.

“이놈이다!”

초상화에는 이정소의 얼굴이 똑바로 그려져 있었다.

두두두두-

수백 명의 군사들이 거용관 주위를 둘러쌌다.

부장 시만교는 검을 뽑으며 이정소와 함께 있던 고진유를 향해 소리쳤다.

“당장 무릎을 꿇고 손을 올려라!!”

“허어.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고진유는 검문대 앞으로 나오며 주위의 백성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백성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뭣들 하는 짓이오? 군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이오?”

“이런 미친놈이 있나? 이놈.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물러가지 못할까?”

시만교는 어이가 없었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일반인이 군에게 호통을 칠 수 없다.

“물러갈 사람들은 그대들이다. 누가 여기서 검문을 하라고 했소? 이 일을 황제 폐하께서 아신다면 당장 목을 벨 일이다!”

“…….”

갑자기 황제 폐하를 운운하는 사내의 말에 병사들이 동요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구나. 당장 물러나지 못할까?”

사내의 광기에 병사들은 흠칫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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