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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299화 (299/425)

299화

극일천무신궁의 개파식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당장에라도 움직일 것 같았던 극일천무신궁은 영산에서 나오지 않았다.

긴장의 연속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림은 고요했다.

맹주전 위로 비무를 겨루는 소리가 울렸다.

퍼어어엉-!!

콰아아앙!!

인양을 상대로 무공을 펼친 조강천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둘의 비무를 지켜보는 주위에서 감탄이 나왔다.

“대단한걸. 아무리 오 성의 내력이라지만 인양의 공격을 보며 제대로 반격했어.”

“매화구벽의 초식이 완벽하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우종성은 십사수매화검법을 제대로 펼친 그를 보면서 인정했다.

불편한 몸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왔는지 인양과의 비무를 보면서 알았다.

조강천을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고진유의 뜻을 따르기는 했지만 걱정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동안 수련한 그를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강천 조카, 계속 할 수 있겠는가?”

“넵. 의숙.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간다!”

인양의 화산복호권은 탈형을 벗어났다.

그저 가볍게 내지르는 일권처럼 보일 뿐이지만,

쿠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눈 내리는 설원 위로 포효하는 거대한 호랑이의 기세처럼 조강천을 향해 날아갔다.

조강천은 온몸으로 다가오는 무형권강의 기세에 뒤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천하제일인의 제자였다.

검을 세우며 무형권강이 일 장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지…… 금이다.’

조강천의 검에서 매화의 기가 퍼져나가면서 화산복호권의 무형권강을 막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권강과 검기의 대결은 보지 않아도 누가 더 강한지 정해져 있었다.

오 성의 내력으로 이루어진 권강이라 해도 십 성의 검기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녔다.

콰아아앙!!!

검기가 튕겨 나가면서 조강천은 역풍으로 일어난 파동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털썩!

조강천은 그대로 쓰러지며 서너 바퀴를 굴렀다.

‘아아…….’

다행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스윽.

“강천 조카, 괜찮나요?”

“아…… 네에.”

의제권협 인양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감사합니다.”

조강천은 그의 손을 잡은 뒤 일어났다.

짝짝짝.

우종성이 가장 먼저 박수를 치면서 다가섰다.

“강천 사질. 그 정도면 훌륭하네. 수련을 많이 했군. 화산파의 제자다운 검이었다.”

“아…… 대사백님, 고맙습니다. 화산파의 이름에 해가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좀 더 열심히 수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사백의 인정을 받은 조강천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진유의 앞으로 다가섰다.

“사부님.”

“수고했습니다. 인양을 상대로 잘했어요.”

“의숙께서 많이 봐주신 덕분입니다.”

“운기를 천천히 하면서 몸을 다스리세요.”

“알겠습니다.”

조강천은 한쪽으로 간 뒤 운기행공을 했다.

두 사람이 나온 자리에 고화유가 내려섰다.

“오늘은 저하고 비무할 분은 안 계시는가요?”

“…….”

“묵경 오라버니. 한판 할까요?”

“아니, 됐다.”

“녹검 씨는요?”

녹림야검은 손을 좌우로 다급하게 흔들었다.

“공녀님, 제가 어제 숨을 크게 쉬다가 갈비뼈가 다친 듯해서 말입니다.”

“그런가요? 오늘은 살살 할게요.”

“그, 그게…….”

모두 그녀와의 비무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고화유와 비무를 했을 때는 궁금했다. 과연 극일천주에게 배운 그녀의 무공의 실력이 어떨까?

처음으로 그녀와 비무를 한 인물은 장두총이었다.

전력을 다해 싸우라는 고진유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상대가 여인이기도 해서 장두총은 가볍게 시작했다.

근데 단 한 수에 장두총은 기절했다.

그 뒤 다시 그녀에게 도전을 했지만 곁에 다가서지도 못한 채 세 번이나 기절을 당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곽민이 도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 또한 기절한 것이다.

연이어진 비무를 보며 고화유의 무공 또한 고진유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인정사정 봐주지도 않았다.

고화유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나라도 괜찮다면 해볼까?”

“좋아. 오랜만에 붙어볼까!”

그녀는 앞으로 나온 고진유를 보며 웃었다.

“누나, 오늘 내가 이기면 이천오백사십 승인가?”

“아니지. 일천이백이십 번째는 무승부라니깐. 자꾸 우기네.”

“그건 내가 검이 먼저 들어갔잖아.”

“몰라. 여하튼 비긴 거야.”

“간다!”

파앗!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사람은 고진유.

고진유의 신형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실력을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번쩍!

고화유의 검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검강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콰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친 채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나, 강해졌네요.”

“내가 놀고만 있을 줄 알았나 봐?”

“그럼 제대로 합니다.”

“마음껏 해도 괜찮아.”

차아앗!

고진유와 고화유는 동시에 노려본 뒤 떨어졌다.

태상장로 제갈문과 무혼신녀는 멀리서 차를 마시며 비무를 구경했다.

그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모님, 저들 남매는 대단하지 않습니까?”

“무림이 운이 좋았어. 저 녀석이 화산파의 제자가 되지 않았다면 무림은 절망적이었겠지.”

“맞습니다. 무림은 그에게 큰 은혜를 받은 것이지요.”

“흥,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과연 모든 일이 끝난 후에도 무림에서 과연 그런 생각을 할지 의문이야.”

무혼신녀는 무림의 생리를 잘 알았다.

제갈문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맹주뿐만 아니라 질투와 시기심으로 화산파를 대할 수도 있겠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다. 되도록 화산파를 건드리지 않아야 할 텐데. 조카도 알다시피 다른 건 몰라도 가족을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녀석이거든.”

무혼신녀는 맹주전이 떠나가도록 비무를 하는 고진유와 고화유를 보았다.

* * *

두두두두-

이십 기의 기마대가 무림 정문을 향해 달려왔다.

금의무복을 입은 무인들.

기마대의 선두에서 금의위천기가 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금의위들은 말 위에서 내리지 않은 채 금마지를 어기며 달려왔다.

수문장 경초는 빠르게 다가오는 금의위의 기마대를 노려보았다.

“금의위라고 해도 이곳은 무림맹의 금마지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경초는 기마대를 향해 앞으로 나섰다.

두두두두-

금의위의 기마대는 앞으로 나온 그를 보면서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망할 놈들이…….’

경초가 저들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물러서야 할지 망설일 때였다.

휘익!

그의 앞을 청년이 가로막았다.

“의제권협!”

반시진 전에 무림맹을 나섰던 인양이 돌아온 뒤 앞을 막아섰다.

“저들을 멈추게 하면 됩니까?”

“아…… 네에.”

인양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오 장 앞까지 달려온 그들을 보며 눈빛이 빛났다.

‘스스로 멈출 생각이 없다면 멈추도록 하면 되겠지.’

인양은 단전에서 무형권강을 끌어 올렸다.

스아아악-

기마대를 스치며 무형권강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덜컹!

선두에서 달리던 남진무사 이정소는 투명한 막을 통과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웅.

“허억……!”

순간 안장 위로 몸이 떠오르는 듯 튀어오르면서 떨어지려고 했다.

금의위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말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기마 역시 충격을 받았다.

털썩! 털썩!

이십 기의 기마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정문 앞은 단번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대단…… 하다.’

수문장 경초는 한 번도 인양의 무공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말로 들었을 뿐이었다.

무형기로 단번에 이십 기의 기마대를 넘어뜨린 것을 보면서 소문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

벌떡.

금의위들이 빠르게 일어나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인양은 그들을 향해 앞으로 나섰다.

“여기가 어디라고 살기를 뿜고 있습니까? 죽고 싶습니까?”

금의위 남진무사 이정소는 흠칫했다.

마치 공간을 뚫고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앞에 다가온 청년의 기에 당황했다.

“우린…… 금의위다.”

“그래서요?”

무림인에게 금의위란 신분이 통하지 않았다.

“황제의 친군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요?”

“…….”

황제의 이름을 무시하는 청년을 보면서 이정소가 인상을 썼지만 당장 움직일 수 없었다.

“금의위가 황제의 친군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죠.”

“한데……!”

“그리고 이곳이 무림맹의 금마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소이다.”

“…….”

“당신들이 먼저 예를 무시했다면 나도 당신들에게 예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요. 금마지를 어긴 자는 죽음이외다.”

인양은 또박또박 말을 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무림맹으로 달려오면서 금마지에 들어선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무림인 또한 나라의 백성이라 여겼다.

“무슨 일 때문에 무림맹에 오는지 모르겠지만 예를 갖추고 오시오.”

휘익!

인양은 정문으로 돌아갔다.

“수문장님.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수문장 경초는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림맹에 들어온 지 십 년이 넘었다.

역사상 가장 강한 무림맹이 틀림없었다.

경초는 기운이 빠진 채 다가오는 금의위를 보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본인은 무림맹 정문 수문장 경초라 한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 * *

제갈양이 맹주전으로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맹주께선 뭐 하시나?”

“이것저것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렇구만.”

고진유는 그의 앞으로 차를 따랐다.

매화의 향기가 찻잔에 담겨 있었다.

“좋은 향이군.”

“이번에 내려오면서 사조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나도 조금 나눠 줄 수 있는가?”

“다 마셨습니다.”

“…….”

제갈양은 건너편에 놓인 물건을 보았다. 진한 매화 향이 흘러나왔다.

“저건?”

“빈 상자입니다.”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차 욕심이 많았군.”

“사조님께서 나눠 주지 말고 아껴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어찌 사조님의 말씀을 어기겠습니까?”

“헹, 알았네. 치사하구만.”

“상관없습니다.”

제갈양은 얼른 차를 마신 뒤 다시 내밀었다.

“한 잔 더 주게. 여기서 실컷 마시고 가겠네.”

“죄송합니다. 방금 따른 게 마지막 잔이었습니다.”

고진유는 다관을 들어 안을 보여주었다.

“다음에 오시면…….”

“됐네. 맹주나 많이 마시게나.”

“후후.”

스윽.

고진유는 옆에서 붉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뭔가?”

제갈양은 주머니 안을 보자 옥병으로 만든 차통이 보였다.

“제갈 군사가 차를 좋아한다고 들었다면서 따로 준비하셨습니다.”

“그분께서? 오…… 하하하!”

제갈양은 웃음이 나왔다.

“그럼 진작 줄 것이지!”

“몰래 전해야 하는데 눈이 많아서요.”

“그것도 그렇긴 하지. 잘 마시겠다고 전해주시게.”

“그렇게 하죠.”

제갈양은 얼른 붉은 주머니를 옆으로 챙겨 놓았다.

“아 참. 내가 이것 때문에 할 말이 있었는데.”

“금의위들이 찾아온 이유입니까?”

“들었는가?”

“인양에게 들었습니다. 정문에서 한바탕 했던 모양이더군요.”

“맞네. 황성에서는 우리를 일반 백성들로 알고 있거든. 서로 부딪치면 귀찮아져.”

“그렇긴 하지요. 예전 극일천에서도 그들의 일에는 절대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제갈양은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극일천에서 다른 생각을 가졌다면 이미 황성 또한 극일천에서 원하는 대로 되었을 게 확실했다.

“그들이 찾아온 용건이 무엇이라 하던가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군.”

“좋은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금의위에서 굳이 무림맹주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말 자체로 이미 나와 있는 것이지.”

“…….”

“어떻게 하겠나?”

“일단 만나서 무슨 말인지는 들어봐야지요. 거절할 일이라면 거절하면 되는 것이고, 나설 수밖에 없다면 나서야 될 일이지 않겠습니까?”

“맞다. 금의위를 보낼 정도의 인물이라면 황성에서도 몇 명 되지 않을 거고.”

“군사께서는 황성에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사람을 보냈다.”

“역시 군사이십니다. 그럼 그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고진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하지.”

제갈양은 얼른 차가 든 붉은 주머니를 안으로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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