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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289화 (289/425)

289화

화산파가 합류하면서 무림맹의 기세는 더욱더 높아졌다.

마도팔문 중 수라마문과 구유천을 상대하면서 화산파의 무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중원 무림에 무림맹주 화산도협과 화산육협의 무공이 강한 줄은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두 번의 결전에서 이번에는 화산파 제자들까지 강하다는 게 소문이 났다.

구유천과의 결전 이후 화산파에서 보낸 전령에 의하면, 무림맹주 고진유는 함께 움직이지 않고 뒤에 남아서 할 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교와 싸우기 전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제갈양이 입구로 나가자 화산파의 도사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의 수장은 화산장절 진우청, 그의 옆에는 화산육협 중 우종성만이 보였다.

‘음…… 나머지는 맹주와 있는 모양인데…… 남아서 할 일이라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겠군.’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기에 대략 무슨 일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다섯 명의 사형제와 함께 남아 있을 정도라면 해결할 일이라는 게 극일천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갈양은 앞에 다가선 뒤 인사를 먼저 했다.

“어서 오십시오. 화산장절 허경 도인님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 군사,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한 십 년은…… 된 듯하군요.”

진우청은 그와 포권을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온 중년 사내를 소개했다.

“이분은 중원오협이신 유랑검협이시오.”

“오오…… 그렇습니까?”

제갈양은 얼른 몸을 돌려 곡경인을 보며 포권을 했다.

천하이십절대무인의 일인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그를 중원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무림맹의 군사란 직책에 대해 중원인들의 관심도 대단하지만, 중원 무림인들이 천하이십절대무인을 존경하는 마음은 더 높다고 했다.

“중원오협 유랑검협 곡경인 님을 뵙습니다.”

“군사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소이다. 무림의 새로운 기둥이 될 것이라 하더이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안으로 함께 들어가시지요.”

제갈양은 두 사람을 모시면서 우종성과는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군막에 들어선 뒤 그들의 현 상황에 대해 제갈양이 설명을 했다.

“마교의 인물과 생사결이라…… 먼저 제안을 할 정도라면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군요.”

“네, 허경 도인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 시진 전에 마교에서 한 대의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아마 생사결을 하기 위해 도착한 인물입니다.”

“그가 누군지 알고 있군요. 대단한 인물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는 마교의 전대 교주인 공무천마입니다.”

진우청은 물론 곡경인조차도 그들이 잘못 듣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제갈 군사, 공무천마라고 하셨소이까? 사실이오?”

“마교의 진영에서 올라온 소문입니다. 거의 확실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곡경인의 질문이었다.

“군사, 무림맹에서는 누가 그를 상대할 것이오?”

“유랑검협님,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정이 난 게 아니라 나서는 인물이 없는 것이겠지요. 본인이라도 상대가 공무천마라고 한다면 나서지 않겠소이다.”

“…….”

그의 말이 맞았다.

중원오협의 일인조차 공무천마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참…… 마교에서 엄청난 인물이 나왔군.”

마교의 천마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생사결에 나올 정도라면 그는 여전히 천마의 무공을 지닌 게 분명했다.

중원 무림에서 공무천마를 상대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무인이 얼마나 있을까.

“사숙님, 그를 상대할 분이 없다면 제가 그를 상대하겠습니다.”

두 사람 옆에 있던 우종성이 나섰다.

생사결에 공무천마가 나왔다는 제갈양의 설명을 들었다.

‘이것도 운명인가. 사제에게 혼원태극심공을 익힌 뒤 이런 일이 나타나는군.’

우종성도 뒤에 남아서 할 일이 있다는 고진유의 말에 사제들과 함께 남고자 했다.

“대사형께서는 항상 화산파를 지켜야죠.”

“그건 내가 아니라 사제가 해야지.”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화산파의 모든 영광은 대사형과 사형들이 가져야지요.”

“……고맙다.”

“대사형께서 화산파의 중심에서 서 있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제가 사형께 드린 내력이라면 혼원태극심공을 충분히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내력까지? 그렇구나. 안 그래도 몸이 너무 가벼워서 난 심공 때문인 줄 알았다. 내력까지 주다니 고맙다.”

“대사형께서도 힘을 느끼시겠지만, 이제는 천하이십절대무인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입니다.”

“…….”

“제가 거짓을 말한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사제의 말을 믿긴 하지만 천하이십절대무인까지는?”

“대사형은 다른 건 좋은데 조금 부족한 게 있습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종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라 했다.’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사제의 말처럼 자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제갈양은 미소를 짓는 우종성을 보았다.

무림맹주의 사형제들의 무공에 대해 알고 있다.

물론 그들은 강했다.

하지만 우종성의 미소를 보기 전까지는 공무천마를 상대할 정도까지는 아니라 여겼다.

분명 그의 미소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좋소이다. 무림맹 군사로서 명하겠소이다. 이번 마교와 생사결의 대결은 화산군협 그대가 맡도록 하시오.”

척.

우종성은 포권을 했다.

“제갈 군사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잠시 뒤.

공무천마와 싸울 상대가 화산군협 우종성으로 진영에 알려졌다.

* * *

뚝뚝.

마령침혼대법을 펼치는 뇌군의 이마에 흐르던 땀이 아래로 떨어졌다.

천형마비에 의해 여전히 정신을 잃은 공무천마의 머리에 수많은 대침이 꽂혀 있었다.

한 개의 대침을 놓을 때마다 집중했다.

슈우우우욱.

대침이 꽂힌 자리에서 탁기가 외부로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마지막이다.’

뇌군은 손에 마지막 대침을 들었다.

백회혈의 한 자리만이 남아 있었다.

코옥.

대침의 끝이 백회혈 안으로 한 치 깊이로 들어갔다.

‘끝났…… 다.’

공무천마의 정신을 똑바로 깨우기 위한 마령침혼대법이 끝이 났다.

뇌군은 뒤로 물러난 뒤 공무천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두두둑.

공무천마의 머리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물을 가두어 두었던 둑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처럼 들렸다.

‘성…… 공인가?’

공무천마의 경우는 너무나 강한 마기에 잠식되어 있어 마령침혼대법이 성공할지 의문이기도 했다.

정신을 잃었던 공무천마의 눈이 번뜩 떠졌다.

눈동자 전체가 온통 흑색으로 가득했다.

부르르르-

그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의 반각이 지날 때까지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뇌군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파아아아앗!!

공무천마의 머리에 박혀 있던 대침들이 튕겨 나갔다.

쉬이이익-

대침이 빠진 자리에서 탁기가 빠져나왔다. 탁기가 점점 약해지면서 흑안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누구냐?”

공무천마의 목소리가 군막 안에서 울렸다.

뇌군은 그 자리에서 부복을 했다.

“소신, 뇌군입니다.”

“뇌군? 마혈뇌의 곁에 있던 녀석인가?”

“그렇사옵니다.”

“마혈뇌는 어디에 있느냐?”

“이십 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군. 어떻게 죽었지?”

“…….”

뇌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공무천마의 마기가 뻗어 나오며 뇌군을 압박했다.

“마혈뇌가 똑바로 가르치지 못한 모양이군.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면 혀를 자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송구하옵니다. 사부께서는 공무천마님의 마기를 몰아내고자 하시다가…….”

“…….”

공무천마는 마기를 거두었다.

“멍청한 녀석이었군. 천마의 마기를 이길 수 있다고 여겼던가?”

“사부께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보 같은 놈이었군.”

공무천마의 눈동자에 그리움이 나타났다.

뇌군은 조용히 기다렸다.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마령침혼대법인가?”

“송구하옵니다.”

“미안할 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그동안 몸이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아니까. 나를 깨운 건 천마의 뜻인가?”

“아닙니다. 소신이 원했습니다.”

“그대가? 내가 필요한 것을 보니 큰일이 있는 모양이군.”

“마교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정확히 말하라.”

“알겠습니다.”

그가 깨어난 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뇌군은 간략하게 설명을 마쳤다.

“마도팔문이 모두 깨졌단 말이군. 중원 무림이 강해졌다면 차라리 신강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극일천이 움직였기에 본 신교에서 중원을 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 여겼습니다.”

“알겠다. 여기서 계속 있을 시간이 없지 않은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겠군. 네가 원하는 대로 무림맹과 비무를 하도록 하지. 나가자.”

“감사합니다.”

뇌군은 일어나며 밖으로 먼저 나왔다. 군막 밖에 천마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마님.’

천마 임조학은 뇌군의 뒤를 따라 나온 공무천마를 보았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공무천마를 향해 짧게 머리만을 숙였다.

천마는 누구에게도 허리를 숙이지 않아야 했다.

“사부를 뵙소이다.”

“오랜만이군.”

“좋아 보이십니다.”

“크하하하하!!”

공무천마의 대소가 진영을 가득하게 울렸다.

천마의 한마디 말에 서로에 대한 정을 느꼈다.

“제자야,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 그동안 잘 놀다가 오도록 해라.”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무천마는 그를 지나 무림맹의 진영으로 향해 걸어갔다.

‘사부.’

천마는 허리를 숙이며 공무천마가 마교의 진영을 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 * *

무림맹의 진영으로 다가오는 인물.

거대한 마기의 폭풍이 불어왔다.

무림맹의 진영 앞에 그는 걸음을 멈춘 뒤 천마후를 터뜨렸다.

“본좌는 공무천마이다. 무림맹의 어느 고인이 본좌와 생사결을 겨룰 것인가?”

공무천마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목문이 열리며 무림맹의 진영에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의 도의 자락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매화도의인가?’

바람을 타고 매화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도사의 주위에서 흐르는 매화 향기의 짙은 것으로 봐서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었다.

“화산파의 도사군. 혹시 그대가 무림맹주는 아니겠지?”

“아니외다. 본도는 맹주의 사형으로 화산파 제자 호중이라 하오.”

“호자배의 인물인가? 내가 있을 당시 삼대제자는 도자배였거늘. 지금은 그들이 일대제자가 되었겠군.”

“…….”

도자배열이라면 그에게는 사조에 해당했다.

공무천마는 다가선 우종성의 내력을 살폈다. 곧바로 감탄이 나왔다.

“화산파의 도사가 이 정도로 대단한 무공을 지녔을 줄은 몰랐군. 무림 맹주도 아닌 삼대제자의 내력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니…….”

“이 모든 게 맹주 사제의 덕분이지요.”

“그렇군.”

슈우우욱.

공무천마는 천마기를 완전히 끌어냈다. 정파의 무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마기를 상대로 막아내는 일이었다.

극강의 내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정파의 내력으로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종성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당사자도 알지 못했다.

공무천마의 눈빛에 의구심이 계속 생겨났다.

다른 인물의 내기도 아닌 공무천마의 천마기를 가볍게 받아내면서 자신도 놀랐다.

믿기지 않았다.

‘이 정도였나?’

고진유가 불어 넣어준 내공의 위력에 감탄했다.

당사자인 우종성이 놀란 만큼 내력은 공무천마와 비교해도 굳이 적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를 상대하기 위해 나올 만한 실력이 확실하군. 이승에서 마지막을 보낼 최고의 시간이 되겠어.”

우우우웅-

공무천마는 한 걸음씩 발걸음을 걸었다.

세상을 군림하는 듯한 걸음.

천마군림보를 시전하는 것만으로 그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종성은 뛰는 가슴을 차분하게 유지했다.

그가 일 장 앞에 멈추는 동시에 천마수가 날아왔다.

파앗!

흑연 속에서 수십 개의 괴수가 뻗어 나왔다.

우종성은 옆으로 물러나면서 화무검으로 하나씩 베고 지나갔다.

첫 번째 천마수가 막히자 이번에는 왼손으로 천마장을 펼쳤다.

슈가아아아앙-!!

폭풍의 흑색 기류가 우종성을 단번에 덮쳤다.

‘이겼다.’

공무천마는 간단히 그를 잡았다고 여겼다.

아무리 내력이 강하다고 해도 천마장에 휩쓸리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화르르르-

화무검에서 불꽃이 계속해서 피어올랐다.

천마장이 만들어낸 흑색기류는 화무검이 지나가는 뒤로 검화에 녹아서 사라졌다.

공무천마의 눈이 커졌다.

천마장이 화산파의 검으로 완벽하게 막혔다.

휘이익!

날카로운 검기.

그리고 검기들 사이로 빠르게 다가오는 검강을 보았다.

“어딜……!”

공무천마는 내력을 단전 중앙으로 모은 뒤 천마호신공을 끌어 올렸다.

스걱.

검강이 지나가는 날카로운 소리가 가슴 아래에서 났다.

‘……크크크. 어이가 없군. 내가 당하다니…….’

공무천마는 잠시 동안 멍하니 우종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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