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281화 (281/425)

281화

모사 주현재는 수하의 보고를 받았다.

“훗, 찾았군.”

화산도협의 행방은 사천성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뒤를 쫓던 지문수각대가 당한 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임무는 화산도협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

임무는 완수했으면 될 뿐. 화산도협을 그들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를 잡기 위해서는 차근차근히 움직여야 한다.”

극일천에서 지금까지 화산도협을 상대했던 방식대로 무작정 상대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무공이 강한 인물은 완벽한 계획만이 죽일 수 있었다.

극일천과 화산도협의 마지막 대결은 지문전에서 끝을 낼 것이었다.

‘화산도협, 본인의 시야에 들어온 이상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주현재는 전서를 들고 문 앞에 섰다.

“전주님,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들어오게.”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지문전주의 앞에 멈춘 그는 전서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노주에서 올라온 전서입니다.”

“노주라면 사천이 아닌가. 역시 예상대로 움직이는 모양이군.”

“무림맹의 전군이 사천성으로 들어간 걸로 봐서는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 넘어 온 것이 맞습니다.”

“역시 자신감이 상당히 높은 녀석이군. 먼저 무림맹을 보내는 것을 보면 마교의 힘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자네는 무림맹의 전력만으로 마교를 막아낼 수 있다고 보는가?”

주현재는 잠시 대답을 멈췄다.

이미 무림맹의 전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전 무림맹주 황보강의 죽음 이후 무림맹은 완전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여전히 간자들이 아직도 무림맹 속에 숨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예전과 달리 큰 힘을 낼 수 없었다.

무림맹의 주요한 자리는 이제 완벽하게 대체가 된 상태였다.

과연 새로운 인물들이 무림맹을 위해 얼마나 큰 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이며, 마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었다.

모사 주현재는 무림맹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맹주인 화산도협의 힘이 강하다고 해서, 그 아래 무림맹의 힘도 강한 것은 아닙니다.”

“자네의 말은 무림맹만으로 마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구만. 근데 소문에 의하면 무림맹의 전력도 강해졌다고 했다.”

“무림맹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한 건 맹주 화산도협의 위명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 아래 무림맹의 전력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 봅니다.”

“수장이 강하면 그 무리 또한 강해지는 법이다. 그건 자네도 잘 알지 아는가?”

“맞습니다. 수장의 능력에 따라 수하들의 기세도 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어느만큼의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들이 강해졌다고 해도 마교에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마 또한 본 천의 신무신단을 이겨냈습니다. 천마 또한 맹주와 싸워 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문전주 동후변은 그의 말에 인정했다.

신무신단의 중독성을 끊을 정도면 천마의 무공 또한 대단할 것이었다.

“그들만으로 안 된다면 혹시 사천무림이 무림맹과 함께할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전주님, 그것 또한 힘들 것입니다. 사천 무림은 함께 움직이지 못합니다.”

“음.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가?”

“사천무림은 대뢰음사를 물리치기는 했지만 큰 피해를 받았습니다. 청성파의 경우는 거의 절반 정도가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렇다고 들었네. 하지만 나머지 아미파와 사천당문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들이 건재하다고 하지만 밖으로 나오기에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나온다고 해도 온 전력을 동원시킬 수 없습니다.”

“후후. 겁을 먹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구유천은 마도팔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세력입니다. 그들이 다른 마도팔문과 다르게 움직이지 않은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

“사천당문이나 아미파가 무림맹과 함께 마교와 싸우기 위해 출진한다고 했을 때, 후방에서 구유천이 빈집을 노린다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교에서 좋은 계략을 사용했군. 자네 생각이 맞다면 아미나 사천당문은 함부로 본진을 비울 수도 없겠군.”

“그렇습니다. 괜히 뒤통수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현재의 말대로라면 마교를 상대하는 무림맹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음. 그렇다면 무림맹에서 먼저 구유천을 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안 되는 모양이지?”

“마교가 그들을 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음…… 그렇군. 바로 쳐들어 내려오겠군.”

“그리고 무림맹에서도 마교를 상대로 전력을 유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더구나 그 결정을 내릴 맹주는 아직 무림맹에 합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후후후. 아직 그가 합류하지 않았구만.”

동후변의 입가에 웃음이 나타났다.

만일 그에게 좋지 않은 불상사가 생긴다면 무림은 당장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중원의 생명줄은 화산도협이군. 그 녀석만 해결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었어.”

“전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물론 중원 무림에 뛰어난 인물들도 많지만 화산도협의 존재만큼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크하하하! 내가 그놈을 잡는다면 모든 것이 끝이로군. 마음에 들어.”

“전주님께서 그를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좋아. 자네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 난 어떻게 하면 되지?”

“그의 위치가 파악된 이상 소신의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현재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강한 무공을 지녔다고 하지만 신이 아닌 사람이었다.

‘자신은 방심을 하지 않는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것을 믿는 것 자체가 방심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 *

사천성으로 올라온 고진유의 발길은 무림맹이 있는 곳이 아닌 자양으로 움직였다.

그와 함께 하던 곡경인이 물었다.

“무림맹군은 노곽으로 갔다고 하지 않았소?”

“맞습니다. 그곳에서 마교를 상대할 겁니다.”

“노곽에서 싸우는 이유가 있소?”

“마교가 청해를 뚫고 나온다면 성도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이니까요.”

“음…… 초장부터 끝을 보겠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노곽을 넘어서면 성도까지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에 어디로 내려올지 모릅니다. 차라리 그 전에 한 곳으로 전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군사께서 무림맹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무림맹 군사가 똑똑한 사람이군요.”

그의 말처럼 제갈양은 마교와의 격전지를 처음부터 노곽으로 정했다.

단 한 번의 기세로 마교를 꺾고자 했다.

어차피 현재 중원 무림의 적은 마교가 아니었기에 오랜 시간 동안 싸우고 싶지 않았다.

무림맹에서도 강해진 힘으로 마교를 초반에 상대한다면 쉽게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 단정했다.

“그건 알겠는데…… 맹주는 자양에 왜 가는 것이오?”

“구유천을 쳐야지요.”

“…….”

혹시나 했다.

구유천의 본진이 자양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까지 포함해서 두 사람으로 자양으로 올라가는 이유가 구유천과 싸우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아무리 강해도 구유천 전체와 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맹주, 난 개죽음을 하고 싶지는 않네.”

“그건 본도도 마찬가지외다.”

“그럼 왜…… 둘이서 싸우려고 간다는 거요?”

“본도가 구유천에 둘이서 싸운다고 말을 한 적이 없는 걸로 압니다만…….”

“엥? 우리 둘이 가는 게 아니라고? 누구와 같이 가는 것이오?”

“비밀입니다.”

“…….”

곡경인은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고진유는 그가 멈추든 말든 상관없이 계속 걸었다.

점점 거리가 멀어지자 곡경인은 빠르게 달려 바짝 붙어 섰다.

“진짜…… 너무하시는군.”

“농담입니다. 설마 그것 때문에 삐지신 것은 아니겠지요?”

“누가 삐졌다는 게요. 난 속 좁은 사람이 아니외다.”

“얼굴을 보니 조금 삐진 것 같은데……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맹주는 원래 그런 성격이오?”

“천성인가 봅니다.”

“…….”

곡경인은 정말로 삐진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와락.

고진유는 그를 옆에서 껴안듯 어깨에 팔을 올렸다.

“하하하! 곡 형님, 농담입니다. 화를 푸시지요.”

‘……곡 형님이라고?’

“형님이 마음에 들어서 한 번 장난친 것입니다. 마음 푸세요.”

“흐음. 그런가…… 요?”

“말 놓으세요. 둘이 있을 때는 말을 놓으셔도 됩니다.”

곡경인은 맹주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말에 이미 화가 풀려 있었다.

“구유천은 본 문에서 내려온 뒤 칠 것입니다.”

“화산파에서?”

화산파는 수라마문과 싸운 뒤 섬서의 화산에 계속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들이 사천을 넘어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맹주 아우님, 어떻게 된 일이지? 화산파에서 구유천을 칠 계획은 사전에 세웠던 건가?”

“네, 그렇습니다.”

고진유는 제갈양과 함께 중원 마도팔문을 상대하기 위해 계획을 세울 때부터 정해진 내용이었다.

제갈양이 무림맹의 전군을 이끌고 사천성으로 넘어왔지만 사천무림은 마교를 상대로 바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이유가 바로 구유천의 존재 때문이었다.

사천무림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리할 곳이 있었다.

때문에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구유천의 존재를 사천무림에서 지워야 했다.

무림맹이나 정파에서 마도팔문을 치고자 해도 명분 없이 싸움을 할 수 없었다.

“이번 기회에 마도팔문의 기를 죽여 당분간은 조용하게 만들 것입니다.”

“……!”

고진유의 뜻을 알았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린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구유천에서 화산파가 오는 것을 알지는 못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멍청한 종남파 때문에 중원의 이목은 수라마문과 종남파의 싸움에 몰려 있었으니까요.”

“그렇겠지. 서로 죽자고 달려들었으니깐.”

“그때를 이용해서 본 문은 화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곧바로 자양으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소문이 나지 않겠나?”

“대인원이 움직이는데 소문이 나겠지요. 하지만 소문은 소문으로 덮을 수 있습니다. 중원에 다른 소문을 퍼뜨리면 되죠. 화산파는 다시금 수라마문을 완전히 치기 위해 준비 중이라 했습니다.”

“…….”

“이미 화산을 내려온 뒤에 본 문과 수라마문을 주시했으니 본 문이 움직인다는 소문은 반신반의할 것입니다.”

끄덕.

곡경인은 설명을 들으면서 완벽한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유천에서 화산파가 움직인다는 소문을 들어도 잘 믿지 않는다는 말이군.”

“네. 맞습니다. 화산파가 움직인다는 소문이 나겠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중원인들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자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당장 확인하지 못할 겁니다.”

“이건 누구 계획인가?”

“당연히 제 생각이죠.”

“무림 군사가 아니고?”

“구유천을 칠 계획을 세운 건 접니다.”

“그럴 것 같군. 에고…… 구유천이 불쌍해지는구나. 마도도 그냥 조용하게 살면 될 것을…….”

하필이면 무림사에서도 최고의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고진유가 있을 때 마도에서 움직인다는 건 정말 운이 없어 보였다.

“내일이면 자양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 전에 귀찮은 놈들을 정리해야겠지? 며칠 전부터 따라오는 것을 알았을 텐데.”

“한 번 움직일 때 깨끗하게 정리하려고요.”

고진유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숨어서 지켜보던 그들이 가까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이번에도 난 가만히 있어도 되겠구먼.”

“후후후. 편하실 대로 계시면 됩니다.”

“근데 왜 찔금거리면서 오지?”

“무슨 꿍꿍이 이유가 있겠지요. 상관없습니다. 오는 대로 상대해주면 됩니다.”

“그래? 무슨 짓을 할지 걱정이 안 되는가?”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아니다 싶으면 도망가면 됩니다.”

“…….”

무림맹주이자 천하제일인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소문나면?”

“사람들 소문이 중요합니까? 일단 사는 게 중요하지요.”

“특이한 성격이구나.”

“그건 형님도 보통 분은 아니네요. 주변 상황의 기에 예민하시고.”

고진유의 말처럼 그의 기는 상당히 예민했다.

그가 중원오협이라 하지만 지문수각대의 기를 찾아내기에는 어려웠다.

“예전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더군.”

“형님은 기습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봐야겠지.”

“다녀오겠습니다.”

휘익!

고진유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허어…… 진짜 빠르구나. 이 속도로 도망 다니면 싸움에서 절대로 죽지는 않겠어.”

* * *

지문수각 이대주 한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에 갔지?’

주시하던 상대의 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모두 주위를 살펴라. 각 조는 보고하라.”

그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조, 없습니다.”

“이조, 아무것도 없습니다.”

“…….”

이대주 한도는 재빨리 삼조를 찾았다.

“삼조, 전동. 빨리 보고하라!”

삼조 전동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써…… 당했다는 것인가?’

한도는 수하들을 모으기 위해 소리쳤다.

“모두 여기로 모인다.”

휘이익.

거리를 두며 떨어져 있던 수하들이 다가왔다.

그의 앞으로 이조 수장 경신문과 열 명의 수하만 나타났다.

방금까지 대답하던 일조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그 짧은 시간에 일조의 수하들이 모두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대주 한도는 내력을 끌어낸 뒤 주위를 살폈다.

‘없어…… 보이지 않아.’

분명 자신들 주위에 그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기를 찾아낼 수 없었다.

“화산도협, 어디에 있느냐? 비겁하게 숨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그는 주위를 돌아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사방은 고요했다.

“이대주님…… 이미 사라진 게 아닙니까?”

“아니…… 그는 분명 여기에 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처럼 단숨에 날카로운 이빨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이 팽팽해졌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서는 느낌을 받았다.

‘젠장…….’

두려움에 점점 몸이 무거워졌다.

차라리 빨리 나타나서 싸우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때,

스윽.

이대주 한도의 뒤에 인기척이 나타났다.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타나면 전부 죽을 텐데. 그렇지 않소?”

“……!”

한도는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목이 잘려 나갈 것이었다.

“후후후.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그렇지만 지문전에서 무슨 짓을 해도 본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외다.”

스걱.

한도의 뒤에서부터 사의검의 검기가 뻗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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