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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266화 (266/425)

266화

고진유가 망혼대법에 대해 말을 꺼내자마자, 무혼신녀는 어떠한 상황인지 이해했다.

“네가…… 망혼대법을……?”

어떠한 일에도 잘 놀라지 않던 그녀도 이번만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에 의해 망혼대법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망혼대법을 펼칠 수 있을까?

“네 아버지가 누구지?”

“극일천주입니다.”

“……!!”

무혼신녀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충격적이었다.

일각이 지나는 동안, 고진유는 충격에 빠진 그녀에게 망혼대법을 펼쳐야 했던 이유와 기억을 어떻게 찾았는지,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모든 게 철갑 안에 든 신무신단 제조서 때문이었군.’

그녀는 극일천의 비밀과 극일천주의 개인 비사에 관한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고진유는 모든 기억이 돌아왔음에도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무림맹에는 굳이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비록 대행이라 하지만 맹주가 무림맹에 오지 않고 어디 가겠습니까?”

“…….”

“누님, 예전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서 변한 건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고진유이며 화산파의 제자니까요.”

“극일천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기억을 잃기 전과 지금의 저는…… 그때와 다릅니다. 물론 그분의 뜻을 이행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오직 극일천에 멸문에만 해당되는 일이죠. 전 그 외에는 화산파의 제자로서 지낼 것입니다.”

“동생의 생각은 알겠다. 하지만 모든 게 동생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어. 세상이 어떠한지 잘 알잖아. 지금은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지만, 이 사실을 중원 무림에서 알게 된다면 그들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전 그들의 시선과 생각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들이 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떠나면 될 뿐이지요.”

“화산파라도?”

“……서운하겠지만 화산파가 원한다면 따를 것입니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테냐?”

“간단합니다. 제 문제로 그들을 괴롭히거나 다치게 한다면, 상대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무림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못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누님은 제가 지금도 무림을 위해 싸운다고 보십니까?”

“아닌가?”

“당연히 아니죠. 전 극일천과 싸우는 것입니다.”

고진유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후후…… 좋아. 나도 그때 한쪽 팔을 거들어주지.”

“고맙습니다.”

“네 사형제들에게 비밀로 할 것은 아니겠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거다.”

극일천주의 아들이며 무림맹주가 된 고진유.

무혼신녀는 이 일의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 * *

무림맹주의 복귀로 무림맹은 활기차게 돌아갔다.

하지만 정작 고진유는 맹주전에 들어선 뒤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맹주전으로 들어선 인물들은 맹주의 친협들뿐이었다.

척!

맹주전으로 들어서는 인영을 보며 위사는 허리를 숙였다.

“군사님을 뵙습니다.”

“맹주는 안에 계시는가?”

“연무장에 계실 것입니다.”

“알겠네.”

제갈양은 정원을 지난 뒤 맹주전 뒤편으로 향했다.

우우우웅.

내기의 진동이 연무장에 다가서기 전부터 전해져 왔다.

‘대단하군.’

연무장에는 고진유와 인양이 비무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비무는 특이했다.

정확히 한 보폭으로 마주 보면서 전력을 다한 채로 상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팟팟팟팟-

펏펏펏펏!!

고진유와 인양의 손과 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두 사람의 신형은 수많은 분신을 만들어내며 마치 동시에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제갈양은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다가섰다.

“왔어?”

“수련 중인가?”

제갈양은 연무장 바깥에서 관전하는 묵경 옆으로 다가섰다.

“대단하지?”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보고 피하고 있어.”

“그게 더 대단하잖아.”

“허, 저 정도의 움직임이라면 실제 상황에서 저들과 손끝도 닿지 못하겠군.”

고진유와 인양의 수련은 반각이 지나서야 멈췄다.

비무를 마치고 연무장 밖으로 나오는 두 사람의 상태는 전혀 달랐다.

주르륵.

인양의 전신은 비에 맞은 듯 땀으로 몸이 젖어 있었다.

그에 반해 고진유의 얼굴에는 미세한 땀방울조차 보이지 않았다.

휘익.

묵경은 손에 든 수건을 던져 주었다.

“인양, 수고했어.”

“네에…… 휴우.”

인양은 거친 호흡을 다스리며 숨을 쉬었다.

고진유가 무림맹으로 돌아온 뒤 인양에게 새로운 심법을 가르쳤다.

풍화신류심법(風化身流心法).

인양은 고진유의 도움을 받아 단번에 풍화신류심법의 구결과 효용을 익혔다.

이전까지 익혔던 내공심법과는 달랐다.

인양이 익힌 심법은 완벽한 경공의 내공법.

호충신법과 완벽하게 동화된 내력이 만들어지면서 호충신법이 스스로 움직였다.

고진유에게 새롭게 무공을 익힌 사람은 인양뿐만이 아니었다.

천살성화심법(天殺性和心法).

녹림야검도 살인무경을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리기 위해 살성의 내력을 끌어낼 수 있는 심법을 전수받았다.

묵경도 두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달리 묵경에게는 내공심법은 없었다.

“진유 아우. 너무 섭섭한데?”

“형은 부족한 게 없잖아요.”

“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 녀석들이 너무 강해지면 대형으로서 체면이 없잖아.”

“으으음, 사실 혹시나 해서 옥녀미혼장(玉女迷魂掌)을 준비했는데. 연화무환보와 적절할 것 같아서요.”

“뭐어……?! 옥녀미혼장이라고?”

묵경이 소리치며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옥녀미혼장은 오백 년 전 천상옥녀의 절대독문무공이 아닌가.

옥녀미혼장에 중원의 수많은 무인들이 그녀의 발아래 쓰러졌다.

“중원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여인의 절대독문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근데 그걸 아우가 알고 있었다고?”

“제가 극일천 서고에서 웬만한 무공들을 외워두었거든요. 원하신다면 알려 드릴게요. 제가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잖아요.”

옥녀미혼장이 여인이 펼친 무공이라 해도 묵경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현재 그가 익힌 검법도 성녀곡의 무공 아닌가.

‘대단해. 완전 살아 있는 무고군.’

극일천주의 아들.

고진유가 왜 강한지 그동안 궁금했던 게 해소되었다.

극일천주에 의해 십오 년 동안 수많은 무공을 머릿속에 외웠던 것이었다.

망혼대법은 무공조차 잊게 했지만 몸이 기억하는 건 잊게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무공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었지.’

묵경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완전히 기억이 돌아온 아우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고진유는 묵경과 나란히 선 제갈양을 보았다.

“군사님, 오셨습니까?”

“맹주는 항상 수련을 열심히 하는구먼.”

“시간이 날 때마다 준비해야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극일천에서 어떤 인물들이 나올지 모릅니다.”

“맹주의 말이 맞네. 안일하게 생각하는 즉시 그들에게 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늘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지내는 게 좋지. 자, 그럼. 우리 앉아서 이야기할 장소가 있을까?”

“혹시 일이 생겼습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을 듯하네.”

“알겠습니다. 저기로 가시지요.”

고진유는 앞장서며 정자로 올라갔다.

* * *

“앉으시지요.”

“고맙군.”

제갈양은 자리에 먼저 앉았다.

“혹시 차를 준비할까요?”

“괜찮네.”

제갈양은 건너편에 묵경과 함께 있는 인양과 녹림야검을 가리켰다.

“저기 두 사람 덕분에 일을 쉽게 정리한 것 같다.”

“다행이네요. 명부에 대해 마무리를 잘 지었습니까?”

“무림맹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더 나오지 않는다면 극일천 간자가 더는 없을 것 같아.”

“형님이 워낙 뛰어나시니 전 걱정이 없습니다.”

“너에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은 좋군.”

“다른 곳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연락을 보냈으니 그들도 조심스럽게 처리하고 있겠지.”

제갈양은 전서를 띄우지 않고 비밀리에 각 문파에 사람을 보냈다.

“그들이 형님의 서신을 믿고 제대로 움직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 문파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라면 더 믿기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당장 움직이지 않더라도 의심은 할 게 분명해. 그것만이라도 충분할 거라 본다.”

“저도 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이라 봅니다. 형님이 수고가 많았습니다.”

“훗.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전부 맹주가 해놓은 일을 할 뿐이지.”

제갈양은 모든 공을 고진유의 앞으로 돌렸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그는 맹주전으로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내가 찾아온 용건이 있다.”

“무림에 중요한 일이 일어난 모양인가 봅니다.”

“심각한 일이야.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견된 일이기도 하고.”

“그게 무엇입니까?”

“신강에 박혀 있던 그놈들이 드디어 무림으로 나오려고 해.”

“마교군요.”

중원 무림에서 가장 두려운 세력은 극일천도 새외무림도 아니었다.

‘화비천이 움직인 모양이군.’

중원 무림은 모른다.

마교는 이미 비천에 의해 장악된 지 반세기가 넘었다.

제갈양의 목소리는 약간 흥분해 있었다.

그만큼이나 마교가 주는 두려움은 중원 무림에서 영향력이 컸다.

“혈사천주를 죽인 인물이 마교의 십이신마 중 혈폭신마 공약이라고 하더군.”

“마교에서 벌써 나온 것입니까?”

“다행히 아직 본진은 움직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조만간 마교에서 무림으로 내려오는 게 확실하겠지. 그때 사천 무림의 힘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걱정되긴 해.”

“마교에서 나오기 전까지 사천 무림에서 빨리 정리를 해야 할 겁니다. 해결이 안 된다면 자중지란으로 단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나도 그것 때문에 걱정인 거다. 이 시기에 마교까지 나온다면 큰일이니.”

후다다닥!

그때, 맹주전으로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맹주전의 위사가 두 사람의 곁에 다가섰다.

“맹주님,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오?”

“천맹군에서 전서를 다급히 보내왔습니다.”

제갈양은 전서를 받은 뒤 내용을 읽었다.

벌떡.

제갈양은 그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튕기듯 일어났다.

믿을 수 없었는지 일어선 채로 다시 전서를 읽었다.

고진유는 그의 굳은 표정을 보았다.

“무슨 내용입니까?”

“마도팔문이 움직인다는군.”

“그들 전부?”

“전부.”

제갈양은 고진유와 시선을 마주했다.

“맹주, 회의를 곧바로 열어야겠소이다.”

“알겠습니다.”

고진유와 제갈양은 무림대전으로 곧바로 향했다.

* * *

마곡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중원마도가 기다렸다는 듯 준동했다.

마도팔문(魔道八門).

중원 마도, 여덟 개의 세력이 정파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안휘성의 마곡.

하남성의 묵룡마문.

하북성의 마조동.

섬서성의 수라마문.

산동성의 마음장.

호남성의 유환파.

호북성의 귀령문.

사천성의 구유천이 동시에 움직일 것이라 했다.

중원 무림은 소문만으로도 대혼란에 빠졌다.

마도팔문이 움직인다는 해서 정파무림이 막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혈사천이 마곡에 멸문당한 건 혈폭신마의 존재 때문.

마도팔문이 마교의 도움을 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세력의 힘이 비슷하다면 두 세력의 승패는 결국 절대고수의 차이였다.

당장 마도팔문에 대항하기 위해 원군을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누구를 어디에 보낼지는 결정 내리지 못했다.

혈사천주 조탁을 꺾은 마교의 십이신마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무인은 무림맹주와 그의 친협들 외에는 없었다.

그들은 무림맹주 고진유의 결정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 * *

고진유는 무림맹 회의를 마친 후 곧바로 화산지로 움직였다.

그 자리에는 무혼신녀와 북소연까지 총 열두 명의 인원이 모였다.

“마도팔문 뒤에 마교가 있다면 힘든 싸움이 되겠군.”

우종성은 사제 고진유에 대해 잘 알았다. 이미 화산지로 들어오면서 모든 계획을 세웠을 것이었다.

“대사형, 마도팔문 전체와 싸울 수 없습니다. 무림맹의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인원적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곳은 원군이 가는 동안 이미 끝날 수도 있어요. 괜히 인원만 분산될 뿐입니다.”

“사제의 생각은?”

“무림맹은 지킬 곳만 지키겠습니다.”

이번에는 장두총이 심각하게 물었다.

“사제가 지킬 곳이라는 게 어디를 말하는 거야?”

“하남입니다.”

“…….”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남은 무림맹이 있기에 당연히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림맹의 본진은 사천으로 갈 것입니다.”

화산지에 모인 그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종성이 재차 확인하기 위해 되물었다.

“하남을 지킨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남은 큰 누님께 부탁드릴 것입니다.”

“내가?”

조용히 뒤편에 앉아 있던 무혼신녀였다.

“누님께서 인양과 함께 묵룡마문을 상대하는 소림사를 도와주세요.”

“음…… 알겠다.”

무혼신녀는 고진유의 뜻을 받아들였다.

“사제, 무림맹 본진이 사천으로 가는 이유가 있어?”

“마교를 견제할 것입니다.”

“…….”

“그들은 필히 내려올 것입니다. 마교를 상대할 수 있는 세력은 무림맹밖에 없으니까요. 그곳에서 대기하다가 내려오는 순간, 마교를 상대할 것입니다.”

“다른 곳은 마도에 당해도 그냥 지켜보고 있으려고?”

장두총은 걱정이 되었다.

“무림맹 내에서도 반발이 심할 텐데…….”

“호경 사형,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안휘는 당연히 남궁세가에서 상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북은 천검궁에 원군을 부탁할 거고요.”

“천검궁에서? 그들이 하북팽가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좋겠다만, 과연 도움을 줄까?”

고진유는 혁자영의 물음에 묵경을 가리켰다.

“천검궁에는 묵경 형이 갈 것입니다.”

“내가?”

그가 천검봉 금하희와 사이가 좋다고 하나, 그것만으로 천검궁이 하북팽가에게 도움을 줄지 알 수 없었다.

“무신께 제 말을 전해주십시오. 극일지약은 사라졌으니 천검은 날아올라도 된다고 하시면, 도움을 줄 겁니다.”

“……알겠다.”

묵경은 그들 사이에 어떠한 약조가 있었음을 예상했다.

“그리고 산동은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에서 힘을 합친다면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곳은 세 곳이었다.

“사제…… 우리는?”

“당연히 사형들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호북과 호남은?”

“호북도 무당파와 제갈세가라면 귀령문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남은 녹검 씨가 녹림에 가서 부탁해 주세요. 몸값을 제하는 것으로 한다면 움직일 겁니다.”

“맹주님, 알겠습니다.”

우종성의 생각대로 마도팔문을 상대할 계획이었다.

“사제는 어떻게 할 거야?”

“전 상황을 주시하다가 사천으로 갈 것입니다. 그전에 잠시 들를 곳이 있습니다.”

“알겠다. 우리도 본 문의 일이 빨리 정리가 되면 사천으로 넘어가마.”

반시진 뒤.

무림맹 밖으로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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