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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256화 (256/425)

256화

고진유가 정문에 들어온 동시에 무림맹에 복귀했다는 소문이 곧바로 퍼져 나갔다.

무림맹으로 함께 들어온 검후 일행은 정문 위사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금청지로 향했다.

무혼신녀는 할 일이 생겼다.

“동생, 나 잠시 갔다 오마.”

“……누님. 살살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라.”

무혼신녀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금청지로 가는 검후의 일행을 따라나섰다.

“묵경 형, 사형들은 어디에서 지내죠?”

“화산지에 있을 거야.”

“사형들부터 잠시 만나보고 싶네요.”

무림맹에는 많은 인물들이 있었지만 고진유에게 그들은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좋아. 가자.”

* * *

화산지에도 정문에서 올라온 고진유의 소식을 전해 받았다.

화산지 입구에는 이미 이십여 명의 인물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두총은 화산지로 들어오는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대사형, 너무 빨리 기다리는 게 아닙니까?”

“빠른 게 아니다. 사제라면 여기로 오고 있을 거야.”

우종성은 사제인 고진유에게 항상 중요한 곳은 화산파라고 확신다.

“호경 사형은 그것도 몰라요? 사제는 당연히 우릴 만나러 먼저 오죠.”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마는…….”

장두총의 말이 끝나기 전에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인양을 보았다.

“앗, 왔다.”

“보세요. 우리가 제일 먼저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니깐.”

우종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맹주가 되었다고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늘 화산파가 제일 먼저였다.

“대사형, 반갑습니다.”

화산지에 도착한 고진유가 포권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형제들이었다.

“무림맹인데 맹주라 불러야 하나?”

“우리끼리 있을 때는 사제라 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건강해서 좋구나.”

“사형들도 좋아 보입니다.”

고진유는 차례대로 혁자영부터 한 명씩 인사를 나눴다.

뒤를 이어 묵경과 인양, 녹림야검도 화산파의 제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가졌다.

당우희는 두리번거리면서 물었다.

“맹주 사제, 왕언니는 보이지 않잖아. 같이 왔다고 들었는데?”

“누님은 금청지에 갔어요.”

“거긴 왜?”

“봉검문의 검후께서 오셨거든요.”

“검후께서? 무림맹에 왜?”

“검후봉과 문제가 있어 화가 나셨거든요. 검후가 찾아오지 않으면 멸문을 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하셨습니다.”

“으익, 왕언니가 화가 많이 났구나. 내가 가서 화를 풀어줘야겠어. 사제, 나중에 봐.”

당우희는 금청지로 향해 신형을 날렸다.

말과 동시에 신법을 펼친 탓에 그녀를 잡을 새도 없었다.

장두총은 이미 사라진 그녀의 뒤를 보며 중얼거렸다.

“……괜히 가서 더 열불 나게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요? 걱정하지 마세요. 들어가시죠, 사형.”

우종성과 고진유는 나란히 전각으로 걸어갔다.

“사숙의 장례는 무사히 잘 치렀다.”

“네…… 사숙께서 힘든 삶을 사셨습니다. 부디 다음 생에는 편안한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

“그러실 게다. 그나저나 화산지에서 오래 있어도 괜찮겠느냐?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차 한잔 마실 시간은 됩니다. 제가 맹주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후후후.”

“하하, 그렇긴 하구나. 알겠다.”

* * *

금청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검후 소청연은 앞에 선 그녀의 눈치를 봤다.

아직까지도 그녀가 멸봉자인지, 아니면 그의 전인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말만 해라. 보여줄 테니.”

비무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검류화협을 제압한 그녀의 무공에 검후는 망설였다.

“이거 참. 내가 알기에 검후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들었건만. 실망인데?”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후훗, 맹랑하구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

바보가 아닌 이상 바로 앞에서 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모를 수 없지 않은가.

두 사람은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비무를 하기 전 서로 마주 본 두 여인.

검후는 그녀의 몸에 도검이 없는 것을 보며 물었다.

“검이 필요하십니까?”

“귀찮아서 안 가지고 다닌다. 난 이걸 사용하면 되지.”

찌이이잉-

그녀가 오른손에 내력을 끌어 올리자 무형검이 맺혔다.

‘무형검…….’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무혼신녀의 무형기검이 점점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내력으로 검을 만든다는 것은 무한의 내공을 지녔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시작해 볼까?”

“…….”

“공격할 생각이 없다면 내가 먼저 하지.”

그녀는 오로지 싸움 외에는 모르는 듯했다.

차아앗-!

무혼신녀가 내력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독문 내공이 상대의 기를 파고들었다.

‘아악……!’

상대의 내기는 상상 이상의 힘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녀의 무공에 대해 의심을 가졌던 검후는 내력을 거두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부딪힌다면 내력이 산산조각 찢겨 나갈 것 같았다.

순간 검후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방금 생각이 났다.

상대방의 내력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는 내공심법.

“수미화천…… 심공.”

“제법이걸. 그걸 단번에 알아보다니. 아무나 검후가 된 것은 아니군.”

세상에서 오직 한 명의 여인만이 수미화천심공을 펼칠 수 있었다.

‘그래도 본인이라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어. 역시 전인인가?’

파앗!

“검후의 무공이라면 제법 강하겠지. 한두 초식 정도는 막아낼 것이라 본다.”

무형검기가 공중으로 수십 장 솟구쳤다.

‘막아야 해.’

검후는 내력을 끌어 올렸다.

대천봉황익공으로 전신에 내기를 충만하게 만든 뒤 봉검화천무를 펼쳤다.

검후의 검이 거대한 봉황의 날개 깃털처럼 펼쳐지면서 무혼신녀의 무형검기와 부딪혔다.

콰아아앙!!

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무혼신녀는 일초에 끝을 내고자 했다. 상대를 완벽하게 단숨에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검후 또한 현 무림 최강의 여인.

부딪힌 자리에서 뒤로 일 장 정도 밀려났다.

“강하군. 검후의 칭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무혼신녀는 그녀에 대해 인정했다.

“고…… 맙습니다.”

검후 소청연도 상대의 무공에 대해 감탄이 나왔다.

수미화천심공에 무형기검을 펼칠 수 있는 여인.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녀가 멸봉자의 전인이라 하더라도 멸봉자와 마찬가지라 여겨졌다.

‘욱.’

그때, 가슴이 답답해졌다.

혈맥에 문제가 생겼는지 운기가 똑바로 되지 않았다.

“쯔쯔. 무작정 내공을 끌어 올리니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

검후의 얼굴을 본 무혼신녀는 그녀의 몸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돌아서 앉아라.”

“……고맙습니다.”

무혼신녀의 말대로 돌아서 앉았다.

스으윽.

무혼신녀는 검후의 등에 손을 올린 뒤 내력을 밀어 넣었다.

“무조건 강하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적을 상대할 때 한 번만 싸우고 말 테냐? 네놈 사부가 내기 운용에 대해 분명 말했을 텐데.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게로구나. 굳이 한 번에 강한 힘을 내기 위해 폭발시키지 않아도 대천봉황익공은 상당히 강하거늘. 무공을 엉터리로 익혔어. 성급하게 펼치는 게 오히려 더 독이 될 수 있음을 모르다니. 쯔쯔.”

“…….”

검후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했다.

예전에도 사부가 늘 가르쳐 주었던 말씀을 똑같이 해주었다.

“됐어. 가슴이 편해질 거다.”

무혼신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검후도 바로 따랐다.

“멸봉자님, 고맙습니다.”

“됐어. 따끔하게 혼을 내고자 했는데 약해 빠져서 한번 봐줬다.”

검후는 약해 빠졌다고 하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이 말 또한 늘 사부가 하던 말이었다.

‘이제 끝났나?’

당우희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금청지로 왔다가 검후와의 비무를 지켜보았다.

휘익!

비무가 끝나자 무혼신녀의 곁으로 다가간 그녀가 반갑게 팔짱을 꼈다.

“왕언니, 오셨어요.”

“훗. 우희구나. 여긴 어쩐 일이냐?”

“왕언니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무혼신녀는 화산파의 사형제들이 무림맹에 내려왔음을 알았다.

그들 중 당돌하게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면서 다가온 도사가 생각났다.

“호중도 왔느냐?”

“호중 사형은 호정 사제와 같이 화산지에 있어요.”

“그렇구나. 나중에 화산지에 들러야겠군.”

* * *

무림맹으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다.

고진유는 거의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지냈다.

맹주로서 각 당의 당주들과 주요 인물들을 만나며 인사를 나누었다.

무림의 현안에 대해서는 군사인 제갈양에게 모든 것을 맡긴 덕에 다행히 머리 아프게 회의는 하지 않았다.

고진유와 묵경, 그리고 인양 세 사람은 무림정자에 모여 앉았다.

“누님은 어디 계세요?”

“검후님과 함께 있는 것 같은데?”

“친하게 지내시는가 보네요.”

“태상장로이신 제갈문 님께 누님이 어떤 분이신지 들었는가 봐. 그 뒤로 공손하게 극진히 모시더군.”

“인양은 나중에 누님께 가서 내가 보자고 해.”

“알겠어요.”

“그리고 정문에 나가면 무림맹 현판이 있지? 뒤에 가면 네가 아는 물건이 있을 거다. 지금 가지고 오면 돼.”

묵경은 깜짝 놀랐다.

방금 말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았다.

“너…… 설마 그곳에 숨긴 거야? 무림맹 안에 있다는 말이 그 뜻이었어?”

“맞잖아요.”

“언제 거기에 숨겨놓은 거야?”

“무림맹에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몰래 숨겨놨죠. 정문은 늘 사람이 지키고 있어 잘 지킬 수 있잖아요.”

“진짜…… 대단하다. 예상조차 못 했다.”

“제가 거짓말 못하는 걸 잘 아시면서. 인양아, 갔다 와.”

휘익!

인양은 맹주전을 나섰다.

무림맹에서 그의 신법을 따라잡을 수 있는 무인은 없을 터였다.

인양은 순식간에 정문으로 나온 뒤 고개를 들어 현판을 올려다보았다.

‘저기 위에 있다고?’

언제 올려다 놓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호위무사가 인양을 보며 물었다.

“저어……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맹주님께서 찾아오라는 물건이 있어서요.”

“아, 그렇습니까? 그게 무엇입니까?”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봐야죠.”

인양은 곧바로 정문 위로 신형을 띄웠다.

‘있어.’

현판 뒤에 천에 싸여 있는 철갑이 만져졌다.

인양보다 철갑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은 없을 것이었다.

“여기 있네요. 수고들 하세요.”

인양은 다시 맹주전으로 향해 달렸다.

반각 후.

인양은 맹주전으로 들어선 뒤 무림정자로 향했다.

고진유와 묵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유 형, 가지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인양은 세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천을 풀자 철갑이 드러났다.

묵경은 당장에라도 철갑을 열고 싶었다.

“드디어…… 철갑이 열리는구나!”

“극일천주와 연관된 물건이 아닐까요? 그의 피가 열쇠라고 하면 당연히 그의 물건이라고 생각돼요.”

인양의 말에 묵경도 그런 것 같았다.

“오오. 추리력이 좋은데…… 나도 지금 보니 철갑에 든 물건은 극일천주와 아주 긴밀하게 상관이 있는 것 같아. 진유 아우는 어때?”

“저도…… 인양의 말처럼 그런 것 같아요.”

“흐흐, 진짜로 그의 물건이 안에 있겠는데? 전부 같은 생각을 하는 걸로 봐서.”

“와아, 얼마나 중요한 물건이기에 철갑에 넣어두었을까?”

“나중에 보면 알겠지요.”

“그렇지. 나중에 우리에게도 가르쳐 줘.”

“그럴게요.”

고진유가 철갑을 보는 눈빛은 궁금하다기보다는 여전히 많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고진유는 철갑을 발아래에 내려놓고는 두 사람을 보면서 먼저 묵경에게 물었다.

“묵경 형은 왜 저를 따라다녔어요?”

“음? 갑자기? 글쎄다. 내가 너를 왜 따라다녔을까?”

묵경은 처음 만났을 때를 곰곰이 생각했다.

“재미있으니깐? 둘 다 흑귀들에게 쫓겨 다녔잖아. 호기심이지.”

“그러네요…… 앞으로 항상 저를 따라 다니실 건가요?”

“당연하지. 세상에 너하고 같이 다니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음…… 근데 또 어딜 갈 생각인가 본데 난 무조건 따라 간다?”

“저도요.”

인양도 바로 묵경의 말에 따라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제가 어딜 가도 제편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근데…… 앞으로 가야 할 곳이 지옥이 될 수도 있어요.”

“하필이면…… 지옥이냐? 좋은 곳도 많잖아?”

“하하, 많긴 하겠죠. 그런데 살면서 항상 좋은 곳만 다닐 수는 없잖아요.”

“몰라. 난 네가 가는 곳이라면 무조건 갈 테니 상관없어.”

“저도 상관없습니다. 형만 있으면 됩니다.”

“후후……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 위로가 되네요.”

묵경은 발아래 있는 철갑을 보았다.

“혹시 그것 때문에 그런 거냐?”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렇긴 하지.”

고진유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형과 인양은 화산지에 가서 쉬고 계세요. 인양은 그 전에 무혼신녀님께 다녀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묵경과 인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무혼신녀와 함께 철갑을 열게 될 것이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고진유는 무림정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 내려놓았던 철갑을 올려놓았다.

“누군지 몰라도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고진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무림정자 주위로 똑바로 퍼져 나갔다.

스으으으윽.

무림정자 앞으로 인영이 나타났다.

“절대로 찾지 못할 것이라 봤는데 대단하군.”

“어제부터 알고 있었소이다.”

“…….”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맹주전에 들어서자마자 들켰다는 것이었다.

“……왜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지?”

“당신 목적이 이것이지 않소?”

고진유는 철갑을 싼 천을 풀었다. 철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옥병을 꺼냈다.

“이게 뭔지 아시오?”

“……!”

극일천주의 피가 든 병.

무구천주가 지니고 있던 철갑의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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