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황금무동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은 중원으로 단숨에 퍼져 나갔다.
두두두두-
가장 먼저 산동성의 패자인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에서 대규모의 무인들을 파견했다.
두 문파는 대명호의 입구를 철저히 막아서려 했다.
하지만 중원의 무인들은 끊임없이 밀려왔고, 두 문파는 더는 사람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대명호에는 단숨에 오만여 명의 무림인들이 모여들었다.
덜컹!
수많은 무인들의 시선이 노려보는 가운데, 황금무동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비밀 통로의 문이 열렸다.
웅성웅성.
황금충의 전설이 숨겨진 황금무동이 그들을 손짓하는 듯했다.
그들 사이에서 탐욕에 깃든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보물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안에 들어가자!!”
우루루루루-
순식간에 몰려드는 무인들에 의해 입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야 이……! 앞에 뭐 하고 있어?!”
“아 씨벌, 그만 밀어!”
“뭐라고? 어디서 욕을 해?”
다른 곳이었다면 분명 무기를 꺼내고 싸웠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시라도 먼저 들어가야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황금과 보물들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의 무인들이 내려가자, 거대한 지하 광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만 명의 대인원이 들어서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넓은 지하 광장.
광장 주위로 여러 개의 작은 동굴들이 뚫려 있었다.
휘익!
무인들 중 한 명이 재빨리 동굴로 뛰어 들어갔다.
“하하하하!!”
동굴에 들어선 그는 대소를 터뜨렸다. 황금과 보물들이 눈앞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와하하하하!!
사내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동굴 한쪽에 쌓여 있는 황금과 보물들을 본 듯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꿀꺽.
첫 번째로 동굴에 들어간 사내가 침을 삼키며 황금을 잡고자 다가섰다.
그 순간,
터엉!
사내는 보이지 않는 벽에 몸이 부딪혔다.
‘뭐지?’
손을 뻗었다.
“이건…….”
투명한 막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인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투명 막을 두드렸다.
깡! 깡!
검과 도를 내리치기도 했지만 깨지지 않았다.
치이이이-
순간, 동굴 위에서 백색 가루가 흩어져 내려왔다.
“욱…… 이게 뭐야?!”
“독…… 독이다!!!”
혼비백산한 무인들이 동굴 밖으로 다급하게 빠져나갔다.
‘대체……!’
황보세가의 무인들을 이끌고 내려온 황보우명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뭔가 잘못됐어.’
“당장 출구를 확보해라!!”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황금무동으로 내려왔던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쿠우우웅!!
하지만 그들이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출입구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라!!”
황보우명의 명에 수하들이 힘을 끌어 올려 출입구를 열고자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당주님!! 문이 안 열립니다!”
“젠장……”
이곳은 황금무동이 아니었다.
‘함정에 빠진 거야.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출입구부터 확보했어야 했거늘.’
황금무동의 보물에 눈이 멀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비켜서라!”
그는 수하들이 물러난 출입구를 향해 내력을 쏟아냈다.
콰아아앙—!!!!
하지만 출입구는 전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동굴 속에 들어갔던 무림인들이 출입구를 향해 몰려왔다.
그들도 뒤늦게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겁니까?”
“밖에서 문이 닫혔소이다!”
휘이익!
산동악가의 악전이 거대한 창을 든 채 출입구를 전력으로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황금무동이 흔들거릴 만큼 강력한 위력.
하지만 여전히 출입구는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한 번으로 안 된다면……!”
악전은 한 번 더 고산창에 기합을 내며 내리치고자 했다.
“잠깐 멈추시오!”
악전은 그를 말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왜 멈추라는 것이오? 이대로 있다간 독에 당할 거요!”
“여기를 보시오. 방금 출입구를 친 충격으로 갈라졌소이다.”
동굴 한쪽에 금이 간 뒤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번에 문을 열지 못한다면 충격에 의해 금이 더 커지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모두 수장당할 수 있소이다.”
웅성웅성.
수장당한다는 말에 황금무동 전체가 술렁거렸다.
우우우웅-
그 순간, 이번에는 동굴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뭐지?”
서로 주위를 둘러보는 무인들의 눈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작은 동굴 속으로 달려갔던 인물이 밖으로 나오면서 소리쳤다.
“황금과 보물들이 바닥으로 사라졌다!!”
“뭐?!”
“함정이다! 우린 함정에 빠졌어!!”
사내의 말에 황금무동 안은 두려움과 공포가 주는 공황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또 다른 인물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구에 향해 일장을 쏟아냈다.
쾅! 쾅! 쾅!
“그만!! 물귀신이 되고 싶소?”
주변인들이 그를 붙잡았지만 충격에 의해 한쪽 벽에서 새어 나오는 틈이 커지면서 호수의 물이 점점 더 많이 흘러들어왔다.
첨벙!
‘벌써…….’
황보우명은 발바닥까지 올라온 물을 보았다.
“방법…… 이…… 없다.”
밖에서 문을 열지 않는 한 이곳에 들어선 오만의 무인들이 모두 수장당할 것이었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천인공노한 짓을 한 것이지? ……설마 화산도협이?’
* * *
천문전주 나하중은 공각원주 무신해가 죽은 뒤, 해조수를 새로운 신공각원주로 임명했다.
“크크크.”
큼직한 얼굴에 두꺼운 목을 가진 중년 사내.
한곳으로 모여 있는 작은 눈코입이 얼굴을 더욱더 크게 보이도록 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돌아갔다.
대명호에 모여든 무림인들이 황금무동에 뛰어 들어갔다.
“왜 안 터뜨리고 있지?”
지금쯤이면 충분히 설치한 폭탄을 터뜨려야 할 시간이 넘었다.
스윽.
해조수는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허억.”
그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몸을 움츠러들었다.
언제 다가왔는지 젊은 도사가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누구냐?”
“본도는 고진유라 하외다.”
“……!!”
중원 무림에서 고진유란 이름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었다.
“화산도협……!”
“맞소이다.”
타앗!
해조수는 신형을 날려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재빨리 좌우를 살폈다.
‘혼자인가?’
고진유 외에는 다른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에 반해 신공각원의 수하들은 오십 명이나 주위에 포진이 되어 있었다.
채애앵!
해조수는 재빨리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이놈을 쳐라!”
그의 명이 떨어지는 동시에 오십 명의 수하들이 고진유에게 달려들었다.
씨익.
고진유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슈우우욱.
주위를 포위하며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고진유의 신형이 쏟아져 나갔다.
번쩍!
검집에서 천천히 빠져나온 사의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상대가 보기에 너무나 간단하게 보이는 동작.
“이 정도는……!!”
“화산도협의 검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그들은 다가오는 사의검을 보며 아주 짧은 순간 방심했다.
콰아아아앙-!!
눈앞에서 빛이 폭발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사의검과 부딪히는 동시에 숨이 끊어졌다.
“으…… 아아아악!!!”
비명을 시작으로 신공각원의 무인들은 빠르게 바닥에 쓰러졌다.
스걱.
신공각원의 무인들은 고진유가 휘두르는 사의검을 막아내지 못했다.
덜덜덜…….
뒤로 물러났던 해조수는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한 번씩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수하들이 목숨을 잃었다.
포위한다고 했지만 그의 빠른 신법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했다.
‘괴…… 물이다.’
해조수는 왜 천문전주 나하중이 그를 당분간 건드리지 말라는 명을 내렸는지 이해했다.
“커어어억…….”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수하들의 비명이 또다시 들렸다.
어느덧 남은 수하의 수는 겨우 열 명뿐.
“열어라.”
“크크크…… 아니……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고 열어줄 수 없지. 여긴 내가 아니면 절대로 열지 못한다.”
황금무동에 갇혀 있는 무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일 수 없을 터.
“당신이 안 열어도 열 사람은 있다.”
“누가…… 있다는 말이지?”
“나. 이 정도는 쉽게 열 수 있지.”
“하, 너무 자신만만하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해조수는 바닥에 놓인 장치를 건드렸다.
콰아아앙-!!!
황금무동의 출입구가 폭발에 의해 무너졌다.
고진유는 표정이 굳어졌다.
‘실수했다. 바로 제압해야 했군.’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출입구에 폭발 장치가 되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크크크…… 이젠 황금무동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네놈이 여기 안에 들어간 그들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단 뜻이지. 이제 어떻게 할 테냐?”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군.”
고진유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반응이…… 왜 저 모양이지?’
해조수는 어이가 없었다.
아래에 갇힌 저들의 죽음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단 말인가?
“정…… 말로……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냐?”
“안타깝지. 저대로 죽을 수밖에 없다면. 하지만 그들의 운명일 뿐이라 생각한다. 방법이 없다면 대신 당신을 길동무로 보내주는 것이 좋겠지.”
“자, 잠깐…….”
고진유의 손이 움직였다.
스팟-
사의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해조수는 사의검의 움직임을 전혀 보지 못했다.
푸슈우우우……!!
해조수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며 뿜어져 나왔다.
‘젠…… 자아아앙.’
그는 앞으로 쓰러지며 숨이 끊어졌다.
고진유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머지 인물들을 보았다.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덤벼라. 살고 싶다면 검을 버리든지.”
“…….”
그들은 죽기 싫었다.
휘이익!
그들 중에서 누군가 먼저 손에 든 검을 바닥에 던졌다.
채애앵. 채앵.
연이어 모두 검을 던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스윽.
고진유는 황금무동의 출입구가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폭탄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큰일이군. 얼마나 깊게 무너졌는지 모르겠어.”
휘이익!
도제와 함께 독전호가 다가왔다.
“특사님, 방금 폭음이……!”
다급히 고진유에게 말하던 독전호 또한 출구가 무너진 것을 발견했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벽력탄을 터뜨리기 전에 다행히 모두 잡았습니다.”
고진유는 도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게 아니었다. 가서 때려잡았을 뿐이었다. 근데…… 여기는?”
“이곳도 무너뜨릴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허, 어떻게 할 텐가? 그 아이도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
북소연은 안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황금무동으로 내려갔다.
고진유는 시선을 돌려 무릎을 꿇고 있는 그들 앞으로 갔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은?”
“…….”
“모르는 척은 안 하는 게 좋겠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진유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큰 공간을 만들 때는 만일을 대비해 비상구를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눈치를 보는 듯했다.
“있군. 어디지?”
“…….”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면 바로 떠나도 된다.”
살려주겠다는 고진유의 말.
문처용은 결심했다.
임무에 실패한 자신들은 어차피 극일천에 돌아가도 살아날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면 차라리 무림을 떠나는 것이 나았다.
“저어…… 저희는 이제 돌아갈 수도 없는 몸입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게 뭐지?”
“저희는 무림을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이 필요한가?”
“비, 비상구에 가면 황금무동에 있던 보물들과 황금 일부가 쌓여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가지고 가도 좋다. 이제 안내해.”
문처용은 일어난 뒤 초연루로 향했다.
* * *
콰아아앙-!!!
강한 폭발음이 들리면서 황금무동의 입구가 무너져 내린 순간,
“피하라……!”
출입구에 있던 무인들은 뒤로 물러났다.
황금무동에 갇힌 무인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할 만큼 멍하니 무너진 출입구만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물이 황금무동을 가득 메울 것이었다.
그들은 점점 정신적인 공황에 빠지기 시작했다.
퍼어엉!!!
퍼어엉-!!
누군가 무너진 출입구를 향해 장법을 쏟아냈다.
하지만 오히려 위에 있던 흙들이 쏟아져 내릴 뿐이었다.
“야, 미친 새끼가!! 그만하지 못해?”
“뭐라고? 누가 지금 소리 친 거야?”
“조혈상, 죽고 싶은 모양이지?”
장법을 펼치던 사내가 돌아보다가 흠칫거렸다.
검붉은 머리카락의 사내.
“묵혈풍도…….”
중원 마도 십대고수에 든 절대마인 묵혈풍도 연부상.
황금무동에 들어온 무인들 중에서도 그와 동등하게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무인이 없을 정도로 강했다.
황보세가의 황보우명 또한 그에게는 한 수 아래의 실력이었다.
그의 등장에 황금무동은 조용해졌다.
그때, 무인들 사이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혈풍도님의 말씀대로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모두 걱정 마세요. 조만간 이곳을 나갈 테니까요.”
황금무동의 모든 시선이 한 여인에게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