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202화 (202/425)

202화

극일천의 나머지 간자들을 찾아내며, 무림맹은 빠르게 안정이 되어갔다.

목갑에 있던 세 개의 고독을 보여주며 유도했다.

결국 이들 세 명은 사마추가 죽은 다음 날, 특사정화단에 의해 잡혔다.

극일천에서 심어놓은 간자들의 신분은 충격적이었다.

십가의 백리노문과 금천당 부당주 동춘, 장서전주 봉전.

주요 인물들이 간자로 밝혀지면서 많은 자리들이 비워졌다.

무림맹은 새롭게 지휘 체계를 세웠다.

고진유는 무림특사의 신분을 유지한 채 사마추 대신 비상위에 새롭게 들어섰다.

비상위에서 가장 먼저 결정 지은 일은 무력군의 재정비.

여덟 개의 무력군을 네 개로 무림맹 사천군으로 통합 조정했다.

그리고 청룡군장이었던 황보성에게 일천군의 수장을 맡기는 동시에, 사천군의 총군장의 보직도 겸임시켰다.

사천군의 군사는 제갈수천이 맡으면서, 두 사람은 나머지 삼천군의 수장들까지 관리하게 되었다.

그다음, 각 당의 수장들이 모두 바뀌었다.

여러 인사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고진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누구 말처럼 쥐 죽은 듯 맹주전에서 조용히 지낼 뿐이었다.

* * *

스윽.

제갈양이 맹주전으로 들어섰다.

종전 이군으로 된 금맹군과 비맹군도 하나로 합쳐 천맹군으로 새롭게 조직을 개편했다.

천맹군의 초대 군사로 그가 추대받았다.

“군사님, 오셨습니까?”

특사정화단의 호위 무사가 허리를 숙였다.

“특사는 안에 있소?”

“후원에 계십니다.”

“후원? 거기서 뭘 하시오?”

“낚시를 하고 계시는 줄 압니다.”

“낚시?”

처음 듣는 말이었다.

“후원에 낚시할 곳이 있소?”

“……가보시면 아십니다.”

제갈양은 맹주전을 돌아 후원으로 들어섰다.

두 장 정도의 작은 연못.

후원 한편에서 독전호와 나란히 앉은 채 낚싯대를 던지고 앉아 있는 고진유가 보였다.

피식.

‘거 심심한가 보네.’

무림맹은 극변기라 하면서 난리가 났는데, 모든 사달의 원인인 된 인물은 맹주전에서 한가로이 낚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고진유는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그를 보고는 손을 들어 반갑게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재미있는 모양이지?”

“후후후, 그냥 심심해서요.”

스윽.

고진유는 낚싯대를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마리도 안 잡히네요. 괴도에 있을 때는 어복이 따로 없었는데…….”

손을 턴 뒤 후원에 놓여 있는 정자를 가리켰다.

“저기로 갈까요?”

“좋아.”

제갈양은 앞서가는 그를 따라 정자에 올라섰다.

“정말 할 일이 없어 보이는걸.”

“제갈 형님께서 워낙 잘하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무림맹에 제가 나서서 할 일도 없고요. 앞으로도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음. 뭐냐? 꼭 무림맹을 나갈 사람처럼 말을 하는군.”

“제가 언제까지 특사의 자격으로 맹주전에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지. 지금 아우가 아니면 무림맹을 지탱할 수 있는 인물이 없어. 다른 인물이 나올 때까지 아우가 필요해. 독 단장, 그렇지 않나?”

제갈양은 시선을 돌려 독전호에게 물었다. 어차피 고진유에게 물어도 답은 뻔했다.

“맞습니다. 무림맹이 조용하게 마무리된 것은 특사님께서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봐라. 독 단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앞으로 쓸데없는 생각은 마. 알았냐?”

“……제가 할 일이 있어서…….”

“그게 뭔데?”

“화산천하제일문. 그분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제갈양도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보기에 이미 화산파는 우리들 사이에서 천하제일문이야. 화산도협이 있는 화산파를 건드릴 수 있는 곳은 없어.”

“아직 멀었습니다. 사파는 물론 마교도에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허어. 사파와 마교에까지?”

“진정한 화산천하제일문을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건 무림맹이 있으면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화산파의 힘이 강한 건 아네. 하지만 홀로 마교나 사파를 모두 상대할 순 없어.”

제갈양의 말이 맞았다.

화산파 단독으로 그들 전체와 싸워 이기기에는 무리일 수 있었다.

“천검궁을 봐. 그들을 천하제일문이라 하긴 하지만, 진정한 천하제일문으로 부르기에는 약간 모자람이 있지. 사파와 마교를 완벽하게 꺾지 못했잖아. 정확히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야.”

“…….”

“그게 무슨 이유인지 알겠어? 천검궁도 그들의 세력만으로 사파, 마교과 정면으로 대치하기엔 부담이 간다는 뜻이지. 하지만 무림맹을 엎고 간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당장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고, 한번 잘 생각해 보는 것이지.”

“그렇게 하죠.”

고진유의 뒤편에 선 독전호도 안심이 되었다.

만일 그가 무림맹을 나간다면 특사정화단도 자연스럽게 해산되면서 앞날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때, 후원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독전호가 뒤를 돌아서자, 정문에서 호위를 서는 수하가 다가오고 있었다.

“특사님. 잠시만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독전호는 빠르게 정자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수하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올라왔다.

“무림맹 정문에 특사님을 만나고 싶다는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누구라고 하던가요?”

“어디 소속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복장이 지옥혈림 출신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지옥혈림이라면…… 나가서 만나보고 오죠.”

제갈양은 일어나는 고진유를 보았다.

“안으로 데리고 오지 않고 직접 나가서 만나려고?”

“무림맹에 들어오는 게 부담스러울 것 아닙니까. 제가 가서 직접 만나보고 오는 게 편합니다.”

“나도 같이 가도 되겠나?”

“네. 상관없습니다.”

* * *

마강은 정문에서 그분을 기다렸다.

그가 모시는 북소연의 전서를 직접 가지고 무림맹에 찾아왔다.

전언을 전하러 들어간 지 일각 정도 시간이 지났다.

‘어…….’

정문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보였다.

화산도협 고진유가 분명했다.

미강은 마치 혈성존을 대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척.

그는 자세를 바로 하며 고진유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화산도협님을 뵙습니다.”

“안면이 있는 분이군요.”

“마강이라 합니다.”

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자신이 모시는 상관과 어떤 사이인지 알았다.

“무슨 일로 왔소이까?”

“그분께서 주신 전서입니다.”

두 손으로 전서를 내미는 미강의 동작은 평소에 대하는 자세와는 달랐다.

“……?”

고진유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림맹 앞이라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봉투를 열어 전서를 꺼냈다.

빽빽하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예쁘게 잘 쓰네.’

괴도에 있을 때 사부에게 악필이라 놀림을 받았었다.

‘글씨를 쓰면서 세상에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지…….’

전서에는 세 사람의 행적과 황금지도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번 읽어보세요.”

제갈양은 전서를 받아 빠르게 읽었다.

“다행이군.”

천검봉 금하희를 만나 무사히 황금지도를 찾았다는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계획대로 지도를 구했다면 다음 할 일이 있었다.

“군사님, 중원 무림에 소문을 내야겠습니다.”

“뭘?”

“천검봉이 지니고 있던 황금지도를 제가 가지고 있다고 해주세요.”

“……괜찮겠어?”

“설마 무림맹에까지 황금지도를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간이 부은 곳이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알겠다. 소문은 내겠지만, 황금지도를 가지고 어떻게 할 생각이지? 많이 피곤해질 텐데.”

“보석들이 왜 비싼지 아십니까?”

황금지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보석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돌멩이를 하나 주워 들었다.

제갈양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가만히 보았다.

“이건 얼마 정도 할까요?”

“돌멩이? 보통 가격이 없지 않나?”

“보석은 비싼데 이건 왜 가격이 없죠?”

“그거야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게 돌멩이니까.”

“맞습니다. 보석이 비싼 이유는 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황금지도를 돌멩이 지도로 만들 생각입니다.”

“……하! 크하하하하!!”

제갈양은 순간 정문이 떠나가도록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히 미쳤군. 정말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

돌멩이 지도를 만들겠다는 뜻.

사방팔방에 돌멩이가 있듯, 황금지도를 중원 무림에 공유시키겠다는 의미였다.

“하긴 가짜이니 중원에 퍼져도 상관없겠지.”

“그건 아무도 모르죠. 진짜일지 아닌지는.”

“음…… 특사의 말이 맞네.”

“군사님이 공표해 주십시오. 황금지도를 무림에 공표할 테니 힘들게 싸울 필요 없다고 말이죠.”

“알겠다.”

고진유는 마강을 보며 부탁했다.

“피곤하겠지만 여기에서 잠시 기다릴 수 있겠소?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겠소이다.”

“넵, 알겠습니다.”

* * *

전서에는 천검봉 금하희를 구한 과정이 적혀 있었다.

‘천검궁의 이공자라…… 중원에 극일천 간자들이 없는 곳이 없군.’

그가 자신의 사매를 죽이려고 했다.

이유는 하나.

천검궁과 혈사천을 싸우게 하려는 계획 때문이었다.

극일천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 그녀가 무사히 돌아가야 했다.

묵경과 인양, 녹림야검. 세 사람이 그녀와 함께 천검궁으로 간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황금지도는 북소연, 그녀가 잘 가지고 있다는 전서였다.

밖으로 나갈 때 준비할 짐은 거의 없었다.

고진유는 철갑을 이미 숨겨 놓은 상태였다.

자신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장소.

수만 명이 맹주전을 뒤진다고 해도 철갑을 찾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고진유는 간단하게 떠날 준비를 하였다.

무림에 나갈 때는 평상시 입던 경장이 아닌 여벌의 매화도의까지 챙겼다.

물건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독전호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특사님, 무림맹을 나서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소신도 따르겠습니다.”

“당연합니다. 본도가 혼자 간다고 했으면 미리 말했을 겁니다.”

“넵, 알겠습니다.”

독전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무림맹을 나선다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었다.

“수하들은 어느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까?”

“싸울 일이 없더라도 귀찮은 일들이 생길 수 있으니 적당한 수준이면 되지 않을까요?”

“이십 명 정도면 괜찮을 듯합니다.”

“그렇게 준비하세요.”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전호는 수하들을 부른 뒤 특사정화단 일대에게 밖으로 나갈 것이라 명을 내렸다.

잠시 뒤, 고진유는 준비를 마친 독전호와 함께 정문으로 나섰다.

* * *

북소연은 안가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황금지도를 살폈다.

기련곡의 위치가 적혀 있는 글귀들과 지도가 적혀 있었다.

‘기련곡(起輦谷)이라…….’

지도 위에는 지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글귀의 뜻을 알아낸 뒤 황금무동의 위치를 찾아가야 했다.

‘극일천에서 나온 지도라 가짜일 가능성이 클 텐데…… 혹시 진짜라고 해도 지명이 적혀 있지 않으니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어.’

만일 이것이 진짜라고 한다면 극일천에서는 기련곡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칸의 무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시중에 마치 전설처럼 나돌고 있었다.

대칸의 시신을 끌고 기련곡으로 가는 동안, 지나가는 마을이나 도중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는 괴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던 백성들을 죽인 군사들 또한 다른 군사들에게 살해당했고, 그들 또한 또 다른 군사들에게 이어 살해당했다.

물고 물리는 살해의 현장에서 기련곡의 진짜 위치를 알고 있던 사람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대단한 인물이긴 해. 자신의 무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였어. 이 대칸의 황금무동을 찾아내는 문파가 있다면 그들은 중원 최고의 문파가 될 수 있을 거야.”

한참 동안 황금지도를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빛났다.

“혹시 모르는데 한번 찾으러 가볼까?”

“어딜 간다는 말이오?”

“……!”

언제 들어섰는지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문 옆에 선 고진유가 웃고 있었다.

북소연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혼자서 열심히 살펴본 모양이군요.”

“기다리고 있자니 심심해서요.”

“지도를 보니 찾기 쉬워 보이던가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지도에 적힌 글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모르겠고요.”

고진유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서며 황금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옆에…….’

북소연은 어깨가 살짝 맞닿은 고진유의 옆모습을 보았다.

씨익.

얼굴에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을 것 같았다.

스윽.

지도를 한참 보던 고진유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본도에게 물어볼 말이 있소?”

“아…… 아니, 없어요.”

“없군요. 난 있는 줄 알고. 빤히 쳐다보고 있기에 물어본 것입니다.”

“…….”

고진유는 다시 황금지도에 시선을 돌렸다.

어릴 적 꿈이었던 황금무동의 존재를 가리키는 지도.

“이게 진짜는 아니겠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극일천에서 설마 진짜를 이유 없이 풀어놓았을까요?”

“후후후. 북 소저의 말이 맞는 것 같소이다.”

고진유는 더는 미련 없이 황금지도를 말았다.

“혹시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알고 있습니까?”

“그거야 찾아낸다면 금방 찾을 수는 있어요.”

“부탁 좀 드리겠소이다. 서너 명 정도.”

“그들이 왜 필요한가요?”

“이것들을 최대한 복사해서 중원 무림으로 뿌릴 생각입니다.”

“……?!”

북소연은 농담으로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정말 중원에 뿌릴 생각인가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지만 설마 그것이 진짜라고 믿겠어요?”

“안 믿으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이것도 같이 공개할 것입니다.”

“허! 중원인들이 한동안 전부 지도를 보며 기련곡을 찾아다니겠네요.”

“재미있지 않겠소이까? 보물찾기 놀이입니다. 혹시 모르지요. 진짜일지도. 예전 내 꿈이 황금무동에 들어가는 것이었으니 나도 한번 찾아볼 생각입니다.”

“…….”

황금지도가 가짜라고 하면서도 찾아 나서겠다는 신난 얼굴이 보였다.

“좋아요. 그렇다면 저도 같이 가겠어요.”

“마음대로.”

북소연도 기분이 좋아졌다.

황금지도가 가짜라도 상관이 없었다. 진짜든 가짜든 당분간 함께 보물찾기를 할 것이었다.

“아 참…… 그들은 잘 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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