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198화 (198/425)

198화

두두두두-

삼백 필의 기마대가 달렸다.

기마대 위로 펄럭이는 천검궁의 깃발.

후다닥!

수많은 무림인들이 멀리서부터 천궁검기를 보며 옆으로 물러났다.

“천검궁 오공녀가 사파에 의해 당했다는 말이 사실이군.”

“나도 그런 말을 들었는데…… 천검궁에서 재빨리 나서는 것을 보니 자네 말이 사실인 것 같구만.”

“혈사천이 미치지 않고서야 천검궁을 건드리다니…… 안 그런가?”

그러자 다른 사내가 고개를 절레 저었다.

“난 그들이 이해가 되는구만. 뭘. 천검봉이 가지고 있는 게 황금지도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만 있다면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 황금무동에 들어갈 수 있다지 않은가!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나라도 나서겠네.”

“근데…… 정말로 황금무동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겐가?”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그곳이 진짜 있으니까 저들이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게 아닐까?”

끄덕끄덕.

사내들은 고개를 움직이며 인정했다.

* * *

천검궁 용검단주 종택은 맞바람과 맞서며 눈에 힘을 주었다.

무신 초일군의 둘째 제자이자 이공자인 그는 사매의 소식을 들은 후 용검단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부단주 벽항이 빠르게 그의 옆으로 붙어 섰다.

“단주님, 조금만 더 가면 회북에 도착합니다.”

“사매의 비표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가?”

“넵. 그렇습니다. 인적이 없는 산길 위주로 빠르게 움직이는 듯합니다.”

“홀로 여기까지 움직이다니 대단하군.”

“그렇습니다. 설마 혈사천의 천라지망을 뚫고 회북으로 들어설 줄은 몰랐습니다. 예상 밖입니다.”

“후후후. 어째든 잘하고 있군. 사매 덕에 중원에 소문이 잘 퍼져 나가지 않은가?”

“맞습니다. 이것 또한 예상 밖입니다.”

종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중원인들 중 황금지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빨리 움직이자. 귀찮은 놈들이 계속 꼬이기 전에 정리를 해야지 않겠나.”

“넵. 알겠습니다.”

부단주 벽항은 앞으로 말을 몰면서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속도를 올려라!!”

* * *

헉…… 헉…….

금하희는 숨이 찼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쉬지 않고 무조건 달려야 했다.

이동을 하는 중간중간 비밀 표식을 하면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천검궁에 방향을 알렸다.

‘지금쯤이면 본 궁에 연락이 들어갔을 거야. 조금만 더 참으면……!’

혈광검과 혈사천의 무리들에 의해 수하들이 모두 죽었다.

오직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하들은 목숨을 버리며 혈광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아직 그들을 위해 울면 안 돼. 그건 복수를 한 뒤야.’

수하들의 마지막 모습들이 생각이 났다.

‘난 꼭 살아나서…… 복수를 할 거야.’

그녀의 눈에서 복수심이 쏟아졌다.

휘이이익!!

금하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또…….’

황금지도의 달콤한 유혹에 중원 무림인들이 모두 달려들고 있었다.

그녀는 방향을 돌리며 신법을 펼쳤다.

‘미리 기다리고 있으니 피해서 다닐 수가 없어.’

어디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가는 방향에 기척이 느껴지는 순간 돌아서 움직였다.

그녀가 사라지고 얼마 뒤.

스으윽-

“크크크크. 우리의 예상대로 신현벽으로 올라가는군.”

그녀가 방향을 튼 장소에서 세 명의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황금지도가 우리 형제들 손에 들어오게 되는구만.”

“그렇소이다. 황금지도만 얻을 수 있다면 황금무동을 찾아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외다.”

“두 사람의 말이 맞소. 이젠 우리 망혈삼괴의 세상이 다가올지 모른다네.”

“크크크크. 어서 올라가 봅시다. 다른 놈들이 우리의 먹이를 빼앗아 가기 전에…….”

“그렇게 하지요.”

휘이이익!!

망혈삼괴라 불린 세 명의 신형이 사라졌다.

타아아!

탓!

금하희의 신법은 뛰어났다.

거친 바위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막힘없이 지나가는 모습은 화살과 같았다.

하지만 곧, 그녀는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아홉 색깔이 섞인 깃발. 저들은…….’

중원 이십사파문 구혈곡이 분명했다.

혈사천을 피하자 이번에는 구혈곡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하지?’

신법에는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언제 뒤에서 다가왔는지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대로 갇혔어.’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바로 나왔다.

구혈곡의 사파인들은 최소한 일천 명의 대인원이었다.

“크크크. 천검봉, 어서 오시오. 며칠 동안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힘들었소이다.”

“…….”

금하희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조금만 더 가면 만나기로 했던 약속지점이었다.

휘이이익!

후방을 포위한 무리들 사이에서 세 명의 사내가 앞으로 내려섰다.

세 명 중 유난히 광대뼈가 튀어나온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천검봉, 본인들은 구혈곡의 삼성들이외다.”

“풋, 너무하군요. 세상에 삼괴를 삼성이라 하다니. 웃기지 않나요?”

그녀의 앞에 선 그들은 구혈곡의 괴인이라 알려진 망혈삼괴였다.

“크큭, 망할 년이 어디서 망발을 하는 것이냐? 좋게 말할 때 황금지도를 내주면 죽이지는 않으마!”

“당신들은 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모양이군.”

“크크크크. 천검궁을 말하는 것이더냐? 우린 몇십 년 동안 처박혀 있는 그들은 겁나지 않아.”

“감히 구혈곡의 괴인이 본 궁을 무시하다니, 멸문을 당하고 싶은가?”

“크크크크…….”

이번에는 두 번째 괴인, 눈 위에 눈썹이 없는 괴상망측한 얼굴의 사내가 괴소를 흘리며 나왔다.

금하희의 몸을 음란하게 보는 그의 입가에 침이 흐르는 듯했다.

“천검봉이라…… 그렇지 않아도 중원십봉은 과연 어떤 색다른 맛을 줄까 궁금했는데…….”

“이런 미친놈이…… 어디서 함부로 더러운 주둥아리를 놀리는 것이더냐!”

“크크크. 난 그깟 황금지도에는 관심이 없지.”

“…….”

그녀는 몸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파아아앗!

망혈삼괴. 세 명의 괴인들이 동시에 금하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러나라!”

스파아아앗-!!

금하희는 내력을 쏟아냈다.

무신의 독문신공.

퍼어어엉!!!

천화류심공이 단전에서 솟아나와 망혈삼괴를 밀어냈다.

여인의 몸에서 뻗어낸 내력의 기운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강맹했다.

“허허헉……!”

“이거 참…… 약간 어이가 없어지려고 하는군.”

망혈삼괴의 주괴가 서너 걸음 밀린 상황을 보며 당황할 정도였다.

“역시…… 천검궁의 오공녀다운 무공이다. 본인들이 실수했군, 처음부터 무작정 덤비는 게 아니었어.”

“맞아. 일단 수하들이 먼저 나서야 했어. 앙칼진 고양이의 힘을 빼야 하는 걸 잊고 있었군.”

망혈삼괴는 뒤로 물러나며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년을 당장 포박하도록 해라!”

“와아아아!!!”

두두두두-

구혈곡의 사파인들이 명이 떨어지자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온다.’

금하희는 달려오는 사파인들을 보며 기운을 냈다.

‘할 수 있어.

그녀가 두 손에 내력을 불러 모은 그때.

전방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울렸다.

“와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그녀에게 달려들었던 구혈곡의 사파인들은 그대로 멈추고는, 모습을 드러낸 무리들을 보며 곧바로 경계 태세를 잡았다.

산동 도천소가의 오백 명 무인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다시 복잡하게 바뀌었다.

“모두 멈춰라!”

도천소가주 소현부가 내력을 다해 소리쳤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별 놈들이 전부 몰려오는군. 뭣들 하느냐. 도천소가 놈들을 죽여라!”

“와아아아-!!!”

구혈곡의 사파인들은 돌아서며 도천소가의 무인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망혈삼괴의 혈괴는 소현부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낙후도 소현부, 살고 싶다면 집에 처박혀 있을 일이지, 어디에 나오느냐. 개나 소나 다 달려드는구나.”

“혈괴, 오늘 잘 만났다. 네놈의 목을……!”

위이이이잉-

소현부는 수항도를 들어 다가오는 혈괴를 향해 휘둘렀다.

“크크크, 겨우 이런 실력으로 황금지도에 욕심을 부린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마.”

혈괴의 눈에 그의 도는 너무나 어설프게 보였다.

처억!

혈괴는 한 손으로 날아오는 수항도의 도신을 잡았다.

“……!!!”

상대에게 도를 잡힌 소현부는 당황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을 부린다면 죽어야지. 크크크…….”

혈괴는 나머지 한 손으로 소현부의 가슴을 쳤다.

쿠우우웅!

괴혈수의 내력에 소현부의 심장이 터져 나갔다.

털썩.

그는 단숨에 절명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망혈삼괴의 주괴는 고개를 돌렸다.

“이런 망할 년이!! 어딜 도망을……!”

저 멀리 빠르게 신법을 펼친 금하희의 뒷모습을 보았다.

“크크크. 네년이 도망을 가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다.”

타앗!

망혈삼괴는 사라진 그녀의 뒤를 쫓아 신법을 펼쳤다.

* * *

금하휘는 구혈곡을 피해 달아났지만 곧 걸음을 멈춰야 했다.

“망했다.”

그녀의 앞에는 강이 놓여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갈 곳은 없었다.

‘여기가 마지막인가?’

바로 뒤까지 기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든지…… 아니면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가든지…….”

고민을 하는 순간 멀리서 괴소가 들려왔다.

“크크크. 죽을 둥 살 둥 도망간 년이 하필이면 길이 막힌 사지로 들어왔군. 어떻게 하나?”

“…….”

“이번에는 어떤 놈이 와서 구해줄까?”

망혈삼괴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앞으로 걸었다.

휙!

금하희는 품 안에서 황금지도를 꺼낸 뒤 강물을 향해 뻗었다.

“멈춰라. 안 그러면 이것을 강물에 던져 버리겠다.”

“……크하하하하핫!!”

그들은 서로 마주 본 뒤 허리가 뒤를 꺾일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게 협박이라는 것인가?”

“…….”

“던져 보아라! 내가 얼마나 수영을 잘하는지 한번 보여주지. 미친년이 누구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냐?”

처어억.

그들은 괴소를 흘리면서 그녀의 앞으로 한 걸음씩 걸었다.

‘……어떡하지?’

금하희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주괴의 뻗은 손이 주춤거리는 금하희의 목을 잡고자 하는 순간,

“어이, 잠깐만.”

망혈삼괴는 손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

“크큭. 눈이 삐었군. 본인이 누구인지 잊었나?”

“헉……?!”

주괴는 순간 숨이 멈춘 듯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인물.

혈사천의 혈광검 규비인이 확실했다.

‘저…… 괴물이…… 왜?’

사파무림의 사파인이라면 혈광검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조용히 떠나라.”

“……그건…….”

스걱.

핏빛의 실선이 가느다랗게 주괴의 목을 지나갔다.

“커어어억.”

주괴는 신음을 내면서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나머지 두 명은 보지도 못했다.

‘젠장…….’

그들은 몸이 움츠러들면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옆으로 물러나라. 내가 두 번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겠지?”

“알…… 고 있습니다.”

“그럼 떠나라. 네놈들 찌꺼기들 데리고.”

“알겠습니다.”

금하희는 재빨리 떠나는 구혈곡의 사파인들을 지켜보았다.

수하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지만 결국 그에게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크…… 천검봉. 이제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겠지?”

“…….”

금하희는 말이 없었다.

“하하하!! 본인이 두려워서 말을 못하는 것인가?”

혈광검 규비인은 그녀의 시선을 보았다.

한데,

‘어딜 보는 것이지?’

자신과 마주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천검궁?’

멀리서부터 삼백 필의 기마대가 나타났다.

그들 위로 천검궁기가 솟구친 채 펄럭거렸다.

다각. 다각.

흑마 위에 탄 흑의사내.

삼십 대 초반의 나이.

그는 광오한 표정으로 혈광검을 노려보면서 반말을 내던졌다.

“그대가 혈광검인가?”

빠직.

혈광검의 이마에 푸른색 핏줄이 튀어나왔다.

“네놈은 누구지?”

“본인의 말에 기분이 나쁜 모양이구려.”

“젊은 친구가 상당히 말이 짧군. 하나 충고하지. 그러다가 목숨도 짧아질 수 있다네.”

“하하하! 혈광검 선배의 충고에 고마울 따름이외다.”

휘이익.

흑의사내는 말 위에서 내려섰다.

“선배, 본인의 이름은 종택이라 한다.”

“……천검궁 이공자 흑사마검(黑死魔劍).”

무신의 제자 중 가장 냉혹하다고 알려진 인물.

스르르릉-

종택은 허리에서 마종검을 천천히 뽑았다.

검신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혈광검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로 마기를 내뿜는군.’

혈광검은 다가오는 그를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멈춰라. 죽기 싫다면.”

“그래? 멈추기 싫다면?”

파앗!

스걱-

혈광검과 마종검이 동시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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