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187화 (187/425)

187화

결국 대뢰음사는 금장벽까지 왔다.

금장벽 앞에 진을 친 사천당문의 무인들.

당문주 당천독과 우종성은 거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무리를 보았다.

“화산군협, 우리의 계획대로 저들이 드디어 오는구려.”

“마지막입니다.”

금당소와 금수천에서의 계획은 성공했다.

“혹시…… 그들은 괜찮은지……?”

당천독은 두 곳에서 혈장불과 혈인불을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사제들이라면 충분히 이길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는 우종성의 얼굴을 보았다.

오직 전방의 적들만 볼 뿐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믿음을 지니고 있지?’

혈동삼불의 무공은 구대문파 최고의 무인들과 견줄 만했다.

‘과연 당문에도 이들 사형제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주고받을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문주님, 준비하시지요.”

“알겠네.”

선두에서 달려오던 혈무불은 금장벽 앞으로 모여 있는 사천당문의 무인들을 보았다.

‘단번에 밀어붙인다.’

혈무불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화산군협, 저자는 본인이 맡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천비독(天飛毒) 당천독.

그가 내력을 끌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사천성 무림과 서장의 싸움.

금장벽에서 끝을 내야 했다.

다다다다-

혈무불은 뒤에 따르는 혈승들을 향해 소리쳤다.

“멈추지 말고 달린다!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라!”

“모두 죽여라!!!”

“전부 쓸어버리자. 크아아아아!!”

혈승들은 괴성을 지르며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사천당문의 무인들을 죽이기 위해 달렸다.

꽈아악.

당천목은 손에 힘을 주며 혈무불을 향해 소리쳤다.

“당문의 문주 당천독이다. 본인이 그대를 상대하겠다.”

팟팟팟팟-

혈무불을 향해 양손에서 빛이 번쩍이며 수십 개의 비검이 솟구쳤다.

“당문주라는 자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

당문의 문주가 펼치기에는 너무 단순하게 보였다.

혈무불은 가소로웠다.

사천당문의 암기와 독, 특히 만천화우는 무림 최고의 일절이라 알려진 당문의 암기공이었다.

상대가 펼친 무공은 무림 일절 만천화우도 아니었다.

겨우 셀 수 있을 정도의 비검이 앞으로 다가왔다.

“실망이로다. 사천당문의 명성은 오래전에 사라졌도다!”

혈무불은 등 뒤에서 혈막도가 뽑으며 날아오는 비검을 쳐내기 위해 휘둘렸다.

간단하게 막아낼 것만 같았다.

휘이이익!

한데, 앞으로 쏟아져 오던 비검들이 혈막도의 도기를 피하면서 위로 방향을 재빨리 틀며 솟구쳤다.

당천독이 펼친 비검은 단순한 비검술이 아니었다.

추혼비연(追魂飛燕).

상대의 혼을 쫓아다닌다는 제비.

그것도 수십 마리의 제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혈무불의 주위를 날아다니다,

파아앗!!

그의 머리 위에서 폭우로 변하며 아래로 폭침들이 떨어졌다.

폭우비침(暴雨飛針)의 비술.

슉슉슉슉.

혈무불의 신형에 떨어진 수백 개의 비침들을 보며 당천독은 자신했다.

두 초식을 하나의 초식으로 연계하여 펼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상대는 절대로 피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크크크…….”

“……!”

혈무불의 괴소가 들렸다.

‘설마…… 막아냈다는 것인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폭우비침에는 독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혈무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금강혈기를 쏟아냈다.

두두두둑.

몸에 박혀 있는 비침들이 빠져나오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당천독은 단번에 당황한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보다 완벽한 한 수를 더는 할 수 없었다.

위력 면에서도 만천화우와 비숫했다.

혈무불은 어깨를 가볍게 털었다.

“겨우 이 정도냐?”

“…….”

“어쩔 수 없군. 더 강한 게 없다면…… 죽는 수밖에.”

슈우우우욱-

혈무불의 혈막도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도기가 당천독의 향해 떨어졌다.

퍼어어엉!!

당천독은 달려오는 그를 향해 천뢰구를 던졌다.

“크하하하하!! 미쳤구나. 여기에서 천뢰구를 던지다니…….”

천뢰구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독침들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천뢰구의 주위에는 사천당문의 무인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혈무불의 금강혈기를 뚫지 못했다.

“당천도오오옥!! 이제 끝이다!!”

혈막도가 허공을 가르며 당천독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피, 피할 수 없다……!’

천뢰구까지 다가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당천독은 피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쉬이이이익!

‘누가?’

순간, 혈무불은 곁눈질로 옆에 인영이 나타난 것을 알았다.

도사의 손바닥에 푸른빛이 보였다.

‘흥. 겨우 장법으로……!!’

그는 자만했다.

장법으로는 금강혈기가 만들어낸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다.

‘한 대 맞아주면 될 뿐! 귀찮은 당문주의 목을 먼저 벤다!!’

비침들을 막긴 했지만 당천독의 무공은 방심할 수 없었다.

“이런, 장법 정도는 무의미하다는 겁니까? 매화청심장을 너무 무시하는군.”

퍼어어억!!

‘매화…… 청심장?’

그러고 보니 도사의 도의는 청성파가 아닌 매화도의였다.

청강장(靑罡掌)이 혈무불의 겨드랑이 아래를 가격했다.

덜컹!!

장법의 충격이 신체의 피부를 뚫고 몸속 안으로 오장육부를 건드렸다.

“커어억!!”

혈무불은 충격을 받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곽우는 당천독의 앞으로 내려섰다.

“괜찮으십니까?”

“화산장협, 고맙소.”

“이제 저자는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부탁하겠네.”

혈무불은 인상을 쓰며 벌떡 일어났다.

씩씩거리며 살기를 쏟아냈다.

‘쯔쯔…… 그럴 줄 알았다. 멍청하게 한 대 맞았군.’

혈승존은 후방에서 상황을 자세히 파악했다.

그가 금장벽으로 여전히 들어서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금당소와 금수천의 경우처럼 금장벽에도 벽력탄을 숨겨놓은 뒤 무너뜨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당문주와 혈무불이 직접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이전 두 곳과는 달리 함정을 파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혈무불의 전신에 살기가 짙었다.

‘너무 자만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거늘.’

혈동삼불은 다른 것은 좋지만 하나가 단점이었다.

그는 혈무불이 당한 모습을 본 뒤 앞으로 나왔다.

‘한 번 당했으니 이젠 똑바로 하겠지.’

상대의 장법이 강하다고 해도, 금강혈기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는 보지 않았다.

혈무불이 얼떨결에 넘어졌다고 여겼다.

“오랜만에 몸이나 풀어볼까?”

혈승존은 자신의 상대로는 최소한 천하오무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시간부로 사천당문은 중원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여라!”

혈승존의 최후의 명이 떨어졌다.

두두두두-

혈승존의 선두로 일천여 명의 혈승들이 금장벽으로 달려들었다.

* * *

곽우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혈승들과 싸우던 사천당문의 무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종성은 뒤로 물러난 당천독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화산장협에게 도움을 받았네.”

“저들이 금장벽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젠 마지막입니다.”

대뢰음사의 혈승들을 완벽하게 유인한 계획이 성공했다.

펄럭!

당천독의 명에 수하가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금장벽으로 들어선 혈승존은 걸음을 멈췄다.

‘이건…… 무슨 냄새지?’

밖에서 나지 않았던 냄새가 바닥에서 흐르고 있었다.

마치 비가 온 듯 바닥이 젖어들었다.

‘기름?’

혈승존은 눈이 커지면서 주위를 살폈다.

피우우우웅-!!

사천당문의 진영에서 화살들이 날아왔다.

화살촉에 소폭탄이 달려 있었다.

‘저놈들이…… 화공계를……!!’

혈승존은 바닥에 기름이 보이지 않는 장소를 찾았다.

“빨리 저곳으로 피해라!!”

혈승존과 혈승들은 금장벽 아래로 빠르게 움직였다.

펑펑펑!!

기름 바닥에 화살이 떨어지면서 폭음을 냈다.

화르르르-

순식간에 화염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혈승존은 괴소가 나왔다.

“크크크. 멍청한 놈들. 화공계를 사용하려면 똑바로 하든지.”

그들이 피한 장소는 화공에는 안전했다.

“급한 모양이었군. 금장벽…… 이곳을 생각지…… 못…….”

혈승존의 말문이 멈추었다.

머리를 들어 금장벽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여기로 유인하기 위해?’

구우우우우웅-

땅바닥에서 진동 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터덕.

옆으로 손바닥만 한 돌멩이가 떨어져 내렸다.

“……!!!”

혈승존의 눈에 당혹감이 나타났다.

“젠장!!!”

금장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아아악!!”

“절벽이 무너진다!!!”

혈승들 머리 위로 금장벽이 무너지면서 바위들이 떨어져 내렸다.

쿵웅.

그들이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고 한들 금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낼 수 없었다.

두두두두두.

우루루루--

일각 동안 금장벽 전체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흙먼지를 온몸에 둘러싼 혈승존은 어이가 없었다.

무너진 금장벽 아래로 혈승들의 반 정도가 아래에 묻힌 채 생매장되었다.

“이…… 이…… 노오오오오옴!!”

혈승존의 목이 터지듯 고함을 질렀다.

“네놈들을…… 한 놈도…… 살려주지 않겠다. 저놈들을 공격하라!!!”

혈승들 또한 노기를 터뜨리며 사천당문의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혼돈의 격전이 시작되었다.

혈동불 또한 바위를 치우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망할 새끼들…….”

그는 앞에 다가온 곽우를 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우리 싸움도 끝내보자고…….”

“본도도 원하는 바이외다.”

파아앗!

휘이익!

곽우와 혈동불이 동시에 움직였다.

쉭쉭쉭.

혈승존의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일 것이었다.

그의 양손에는 귀왕기가 꿈틀거렸다.

혈승존의 모습은 귀왕으로 변했다.

귀왕불수(鬼王佛手).

대뢰음사 최고의 무공이 혈승존의 손아래에서 펼쳐지고자 했다.

휘익!

그의 앞으로 우종성이 내려섰다.

매화도의를 펄럭이는 모습을 보는 눈에 살기가 나왔다.

“네놈은…… 화산파의 도사군.”

“화산파 제자 우종성이라 하오. 당신은 대뢰음사의 혈승존이란 인물이군요.”

“우종성? 요즘 이름 꽤나 알린 화산군협이 네놈인가?”

“그렇소이다.”

“크하하하!! 별호가 군협이라 알려진 인물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이려 들다니 가식적인 인물이구나.”

“비록 적이라 하나 사람의 목숨은 늘 안타깝지요. 하나 저들이 죽지 않는다면 저들은 그보다 두 배, 세 배 더 많이 아까운 생명을 죽게 하지 않겠소이까. 본도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외다.”

“흥. 도사 놈이라 말은 청산유수군. 네놈은 본존의 귀왕불수에 죽는 영광을 주겠다.”

혈승존의 신형에서 흐르는 귀왕기.

‘역시…… 대뢰음사의 지존공이다.’

귀왕불수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

하지만 우종성은 두렵지 않았다.

오행매화검의 극의를 깨우친 뒤 어떠한 무공이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혼자 이기지 못하더라도 쉽게 지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해야겠지. 사제들이 올 때까지.’

콰아아앙!!

곽우는 이미 혈동불과 싸우고 있었다.

혈승존은 시선을 다시 우종성에게 향했다.

“크크크. 화산군협. 우리도 시작해 볼까? 가볍게 시작해 주지.”

“얼마든지.”

“자신감은 있어 보이나 소문대로 강했으면 하는군. 본존의 일초식도 받아내지 못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슈우우우우-

가볍게 시작한다는 말처럼 손을 그냥 툭 뻗는 듯했다.

하지만 혈승존이 펼친 일초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번에 우종성의 목을 뜯어내기 위해 악마의 손이 뻗어 나왔다.

귀왕초수의 초식.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귀왕의 손이 우종성을 덮쳤다.

‘막아야 한다.’

우우우웅-

우종성은 건곤오행공을 시전했다.

북해에서 돌아온 그에게 장문인은 건곤오행공을 익히도록 했다.

화산파 최고의 심공 중 하나.

대부분 제자들은 태청강기나 자하신공을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

건곤오행공은 오행의 무리에 밝지 않고서는 극성을 익힐 수 없기에 화산파 제자들이 익히기에 꺼리는 심공이었다.

그동안 많은 화산파 도사들이 건곤오행곤을 익히고자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우종성은 그들과 달랐다.

오행매화검의 무리를 깨우쳤던 그는 건공오행공의 심법에서 오행이 가진 중요한 무리를 알 수 있었다.

심공을 익히면서 오행매화검과 비슷한 무리(武理)들이 많은 것을 알았다.

건곤오행공을 익히면서 내력까지 더해지자 화무검의 위력은 한 단계 강해졌다.

콰아아앙-!!

가공할 귀왕초수의 공격을 반대로 튕겨냈다.

주르르륵-

혈승존을 밀어내는 충격에 우종성도 오 장 정도 미끄러졌다.

“……놀랍군. 구 성의 귀왕기를 막아내고도 뒤를 밀릴 뿐 부상을 입지 않다니.”

‘확실히 죽여야 한다. 나중에 귀찮게 할 인물이다.’

혈승존은 기회가 있을 때 살려주지 않고 베어야 하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아쉽군. 하필이면 한참 실력이 올라올 시기에 본존을 만나게 되었으니.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게 생겼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본인은 죽지 않을 테니.”

“크크크. 그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지? 정말 궁금하군. 본존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싸움에 있어 확신하지 못한다면 싸울 필요가 있겠소? 당신도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싸우는 것이 아니던가?”

“크크크. 맞군. 항상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우종성은 미소를 지었다.

“하나 아쉽게 되었소. 당신은 방금 그 한 수에 전력을 다했어야만 했소. 그렇게 되었다면 본도를 죽였을 것이오.”

“지금 죽이면 된다.”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소이다.”

“…….”

“본도의 사제들이 왔으니.”

휘이이익!

우종성 옆으로 내려선 네 명의 인영.

금당소와 금수천에서 올라온 혁자영과 연자련, 그리고 장두총과 당우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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