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고진유의 신형에서 흐르는 무형기.
히이이잉!!
갑자기 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앞발을 높이 치켜들며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좌우로 날뛰었다.
“어어……!! 이, 이놈들이 갑자기 왜 이래!”
금도엽은 말고삐를 세게 잡아당기며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휘익!
결국 그는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금도엽뿐만 아니라 강하당 소속의 기마 무사들 모두 말 위에서 내려야 했다.
그제야 흥분하며 날뛰던 말들이 진정되었다.
강두후는 바로 앞으로 나온 사내를 보았다.
“당신은 누구시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오. 본 상국을 무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소이다.”
“……누가 무시를…… 했다는 말이오?”
“오는 길에 여기 계신 부단주께 혁 형이라 부른 것을 들었소만.”
“…….”
“이총관의 부관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이오?”
“그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대하고자…….”
“그럼 내가 그대의 상국주께 편안하게 대해도 되겠소?”
“…….”
“당연히 안 된다고 하겠지. 서로 예의라는 게 있지 않소? 당신 혼자서 이런 일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마음이 넓은 본인이 이해하고 조용히 넘어갈 줄 테니, 부단주께 사과하는 게 좋겠소.”
강두후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급한 시선으로 금도엽에게 도움을 청했다.
“크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강 부관에게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중원상국의 인물일지라도 다칠 수 있소이다.”
“물러나지 않겠다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쉬이익-
금도엽은 쾌수검을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예기가 번쩍이며 고진유의 목을 향해 겨눠졌다.
“정말로 다칠 수 있다.”
그가 입가에 비웃음을 띄웠다.
“이번 한 번은 경고로 봐주겠다. 그러니 조용히 본 상국으로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하는 짓들이 더럽고 추잡하군. 혹시 이 일을 시킨 사람이 그대의 상국주는 아니겠지요? 천하의 상권을 지닌 분이 이런 좀생이 같은 짓은 안 할 것 같고…… 대체 어떤 작자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오?”
“하, 계속해서 함부로 말을 지껄이는군. 본인의 경고를 무시하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이 움직이면 먼저 손을 쓴 건 천하상국이라는 걸 똑바로 알아야 할 거요.”
“네놈이 얼마나 무공이 강하기에 날뛰는지 보고 싶군.”
“그렇다면야.”
슈우우욱-
고진유가 내력을 끌어 올리자 주위에 매화 향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화 향기가 나는 내력은 중원엔 한 곳밖에 없었다.
“……화산파의 도사인가?”
“화산파라고 하면 겁이 나는 모양이지요?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렇게 생각이 들면 꼬리를 내리든지.”
“…….”
분명 도발이 맞았다.
금도엽은 망설였다.
그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둘 중 하나였다.
싸우거나, 물러서거나.
하지만 두 가지 중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가 받은 명은 ‘천하상국에 유리하도록 기선을 제압할 것’.
한데, 여기서 물러난다면 오히려 기세는 중원상국에게 유리해질 것이 뻔했다.
“빨리 결정하시오. 천하상국에서 무례했으니, 부단주께 사과하시오. 만일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천하상국의 주인에게 필히 이 일에 대해 따질 것이오.”
금도엽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결국 그는 결정했다.
“화산파의 검을 상대하고 싶었다.”
파아앗-!!
쾌수검이 최단 거리로 가로지르며 고진유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쾌검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검이 움직이는 검로가 짧을수록 빨랐다.
금도엽이 펼친 쾌검의 묘는 단(短).
휘잇!
“좋은 쾌검이었소.”
하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
그가 펼친 쾌검보다 고진유의 신(身)이 더 빨랐다.
쾌검의 약점 또한 쾌.
쾌수검이 텅 빈 허공을 지나갔다.
‘빠르다……!!’
상대의 신법을 쾌수검이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핏! 핏!
두 번의 공격이 연이어 빗나갔다.
“빠르다고 해서 못 막는 것은 아니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막아볼까?”
까아앙!!
“……!!!”
고진유는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고 쾌수검을 간단하게 막아섰다.
“변(變)이 없는 쾌는 빠르기만 할 뿐. 방향을 알면 간단히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오.”
금도엽의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다.
쾌수검을 중간에서 쳐낸 검이 자세히 보였다.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
자줏빛의 외날 검신.
현 중원 무림에서 그와 같은 검을 펼치는 화산파의 도사는 유일했다.
“화산도협…….”
금도엽의 말에 뒤에 떨어져 있던 강두후가 화들짝 놀랐다.
‘뭐라고? 저자가 화산도협이라고?’
* * *
‘큰일 났다.’
중원상국과의 협약에서 기세를 잡으려던 일이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중원상국 이공자가 화산도협의 제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설마 부단주 혁준상과 함께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저잣거리에만 나가도 화산도협이 하북 땅을 넘어 북해빙궁으로 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상국에 들어가는 즉시 상국주를 만나야겠소.”
고진유의 엄포에 강두후는 죽을 맛이었다.
‘어떻게 하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인물이야.’
이번 일은 천하상국의 십이공자 중 팔공자 막종의 뜻을 이총관이 따랐던 것이었다.
“저어…… 화산도협님, 죄송합니다. 소인이 제대로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강두후는 조심스럽게 고진유의 곁으로 다가서며 아부를 떨었다.
“목소리가 구차하게 들리는 것으로 봐선 똥줄이 타는 모양인데.”
“…….”
“본 도에게 할 말이 있소이까?”
“죄송합니다. 소인이 잠시 정신이 나간 모양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미 배는 떠나갔소이다. 여하튼 당신이 사과한다니 본인은 그대의 사과를 받아는 주겠소. 하지만, 당연히 부단주님께도 사과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강두후는 얼른 혁준상에게 무릎이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진유의 앞으로 조심스레 다가섰다.
“정말로 상국주님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 것입니까?”
“그렇소.”
“……두 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별개의 일이외다. 본도가 다시 말을 하도록 만드는군요. 이번 일은 그대가 꾸민 일이 아니라는 것이 본도의 생각이오. 당신에게 명령을 내린 인물이 진정으로 사과를 해야겠지요. 그가 직접 중원상국을 무시하도록 명령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외다.”
“…….”
강두후는 더는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너무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만약 상국주님이 이 일을 아시게 된다면…….’
팔공자 막종에게 화가 닿을 수 있었다.
그가 전전긍긍하는 사이, 어느새 천하상국에 도착했다.
워낙 거대한 상국인지라, 들어서는 입구부터 수많은 상단과 표국들이 보였다.
상국의 수문장 연길이 다가오는 일행을 보며 소리쳤다.
“강 부관, 갔던 일은 잘 됐소이까?”
“여, 여보게, 잠깐 입 좀……!!”
“어떻게 중원상국의 기를 파악 죽여놓았소? 하북십검까지 함께 나셨다면 당연했겠지만! 하하하하!!”
강두후는 황급히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쉽게도 중원상국의 기는 죽이지 못했소.”
“으잉? 당신 누구요?”
고진유가 대답하기 전에 강두후가 중간에서 나섰다.
“연 수문장, 이보게. 우리가 중원상국 일행과 함께 온다고 하지 않았나.”
연길은 황당하다는 듯 강두후와 시선을 마주쳤다.
“크흠…… 그, 그렇게 됐으니 그만 들어가겠네.”
강두후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아무 말도 묻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시선을 연신 보냈다.
그래서 연길은 뒤에 있던 금도엽의 표정까지 살폈다.
‘중원상국 일행은 서너 명밖에 안 되는데? 설마 당했다는 거야?’
두 사람뿐 아니라 기마대의 무사들조차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연 수문장, 우린 그만 들어간다니까.”
“아…… 네에. 들어가시지요…….”
연길은 옆으로 물러나자,
툭툭.
고진유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참, 내가 누구인지 물어봤는데 가르쳐 주지 않았군요. 본도는 고진유라고 하오.”
“……고…… 진유?”
연길의 눈이 점점 커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화, 화산도협이십니까?”
“맞소이다.”
척!
그는 자신이 신분이 뭔지 순간 잊었다.
“무림 영웅 화산도협을 뵙다니 영광이옵니다.”
연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상국을 드나드는 상인들이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웅성웅성.
사방에서 화산도협이란 말을 뱉어내며 모여들었다.
“저분이 화산도협이시래.”
“정말인가? 도의를 입지 않았잖아. 도사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확실한 거야?”
“멍청한 말 하지 말게. 어떤 미친놈이 천하상국에 와서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웅성웅성.
상인들의 대화가 점점 퍼져 나갈수록 강두후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 갔다.
‘망할…… 여기서 소문이 나면 바로 상국주님께 들어갈 텐데…… 조용히 넘어가긴 틀렸어.’
외정국을 지나 내정국으로 들어가는 짧은 사이, 화산도협의 소문은 천하상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강두후는 귀빈을 위한 고화당(高貨堂)으로 거처를 빠르게 바꿔 중원상국 일행을 안내했다.
원래 거처는 일반객 숙소인 화인당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계시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본도의 말을 국주께 전하시오. 한 번 만나 뵙고 싶다고 말이오.”
“아…… 네에. 알겠습니다.”
굳이 자신이 보고하지 않아도 지금쯤이면 알고 계실 것이다.
‘빠, 빨리 이총관님을 만나야 해.’
그는 고화당을 빠져나온 뒤 내정이관으로 내달렸다.
* * *
그리고 반각이 되기 전, 내정이관에 도착했다.
강두후는 안으로 다급히 들어섰다.
“이총관님, 강두후입니다!”
“들어오게.”
책상 앞에 꼿꼿하게 의자에 앉은 중년 사내.
눈빛에 빛이 날 만큼 눈동자가 강렬했다.
“앉도록 하게.”
강두후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이총관 손유선이 말문을 열었다.
“화산도협과 함께 왔다고 하더군?”
상국 내에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싸워보지도 않고 당한 것 같은데 맞는가?”
“그렇…… 습니다.”
“그가 뭐라고 하던가?”
“……중원상국의 부단주에게 무례하게 한…….”
타악!
“잠깐.”
손유선은 책상을 치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강 부관, 그에게 무례를 저질렀다는 말인가?”
“예? 그게 무슨……”
“허허. 이 사람이…… 주제가 넘는 짓을 했군. 중원상국의 부단주 직위는 나와 같거늘 무슨 짓을 한 겐가?”
“……!!”
강두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를 자를 생각이야.’
“자네, 미쳤는가? 혹시 누가 그런 짓을 하도록 명을 내렸나?”
손유선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명을 내린 게 바로 당신이잖아!!’
강두후는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떨 수 없군. 자네는 한동안 멀리 가야겠구만.”
“무슨 말씀이신지……?”
“강서총부에 다녀와야겠어.”
“…….”
강두후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나를 그 외지에 보내겠다고?’
“지금 인상을 쓰는 모양이지? 내 말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당장에라도 일을 그만두게.”
“아…… 아닙니다.”
“가서 일 년 정도만 바람도 쐬면서 지내게. 그때 가서 내가 알아서 부르겠네.”
“……예…… 알겠습니다.”
“지금 여기서 나가는 즉시 바로 떠나게.”
손유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산도협이 화가 많이 났을 텐데 달래주러 가야겠군.”
‘이런 미친…….’
그가 밖으로 나가자 강두후는 집무실에 혼자 남았다.
‘망할 새끼. 원래부터 저런 놈인 줄 알았는데…….’
“하아…….”
강두부는 기운이 빠진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젠장, 더러워서. 가라면 가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피식.
그는 그 상황에서도 실소가 나왔다.
그동안 이총관의 부관으로서 잘난 체한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도 이런 기분이었겠군.”
* * *
내정 이총관 손유선은 밖으로 나온 뒤 고화당으로 향했다.
어떻게 하든지 부단주 혁준상의 화를 풀어줘야 했다.
‘누가 먼저 선수를 친 건가?’
고화당 정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저들이 누구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는지는 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손유선은 가까이 다가섰다.
“어허, 물러나게!”
“이총관도 왔소이까?”
그때, 인영들 사이에서 삼공자 막심이 얼굴을 내밀었다.
“삼공자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화산도협이 왔다고 해서 인사차 왔소.”
중원에서 화산도협의 위명은 현재 최고였다.
그와 인연을 가진다면 최고의 인맥을 가지는 데 유리했다.
“근데…… 왜 들어가지 않으시고?”
“국주께서 안에 계시오.”
“……!!”
손유선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국주님께서…… 이렇게 빨리 오셨다고?’
* * *
고화당으로 상국주가 찾아왔다.
천하상국의 주인, 상국왕 막금만은 수문에서 전해진 소식을 들은 후 곧장 움직였다.
그가 중원상계의 최고 인물이라 하나 화산도협의 위명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선 명성은 어느새 중원 최고의 자리까지 도달해 있었다.
지금 화산도협은 천하오무의 명성과도 같았다.
사실 상국주는 간단하게 인사차 얼굴이나 본 뒤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화당에 들어선 뒤 그의 표정은 심란할 정도로 어두웠다.
“본 국이 큰 실수를 했소이다.”
이총관 손유선이 무슨 이유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알았다.
그의 부관인 강두후는 그저 명을 이행했을 뿐일 터.
‘막종, 이 녀석이 제일 문제로군. 내가 그렇게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고 말을 했건만…….’
장사의 기본은 정직이어야 했다.
팔고 살 때 정직하지 않으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혁 부단주께도 본인이 사과하는 바이네.”
“아닙니다. 저 또한 국주님의 뜻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것참 고맙소이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챙기도록 하겠소.”
“감사합니다.”
혁준상의 표정이 밝아졌다.
협상 상대인 팔공자 막종보다는 훨씬 나았다.
“화산도협께서도 화를 푸시지요.”
“국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시거늘 제가 어떻게 마음에 담고 있겠습니까. 이미 모든 것을 지웠습니다.”
“하하하! 역시 무림의 영웅이외다. 지금은 인사차 들른 것이니 그만 물러가고, 따로 좋은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소이다.”
상국주 막금만도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밖까지 배웅하겠습니다.”
“고맙소이다.”
막금만과 고진유는 고화당을 나와 정문까지 함께 걸었다.
웅성웅성.
고화당의 문밖으로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화산도협께서는 그만 들어가 보시오.”
“국주께서도 살펴 가십시오.”
고진유의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 있게 보였다.
‘흐음, 훌륭한 청년이다. 이런 청년을 사위로 삼는다면…… 으음…….’
막금만은 잠시 멈춰 섰다.
“실례가 안 된다면 화산도협의 올해 나이는 어떻게 되시오?”
“약관입니다만…….”
“아하, 하하, 그렇군요. 소문에 가끔 나이가 많다는 말들이 있어서 물어본 것이외다.”
그는 돌아서면서 빠르게 계산했다.
‘다섯 살 차이. 적당해. 아니, 가장 이상적인 나이 차이지. 후후후…….’
막금만이 밖으로 나오자 시끄러운 정문 앞이 조용해졌다.
그들 사이에서 이총관 손유선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총관.”
손유선이 다급히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국주님, 부르셨습니까? 이번 일은 강 부관이 혼자서 뭣도 모르고…….”
“됐네. 다른 말 안 하겠네. 막종에게 전하게. 중원상국과의 이번 일은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일세.”
“…….”
“알아들었는가?”
“아…… 예에, 팔공자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손유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