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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131화 (131/425)

131화

향운촌을 나온 인양과 파숙은 장사꾼으로 변복하며 움직였다.

먼저 한 일은 하오문을 통해 고진유에게 연락을 보낸 것이었다.

‘지금쯤이면 형에게 연락이 갔을 거야. 형 말대로 철갑을 찾기 위해 극일천이란 곳에서 나를 찾고 있겠지?’

인양은 파숙과 함께 섬서성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파숙 형님, 조금만 더 가면 자양현에 도착합니다.”

“알겠다. 날이 어두워졌으니 마을에서 하루 보내고 가야겠어.”

“그게 좋겠습니다.”

이각이 지날 때쯤 마을 초입이 나타났다.

“흠…… 제법 사람들이 많네요.”

“이곳이 세 개의 성을 지나치는 요지라 할 수 있으니깐.”

“오히려 장사꾼들이 많아서 잘됐네요.”

인양은 앞서 걸으며 객잔을 찾았다.

마을 중앙으로 들어서자 대로 옆으로 많은 객잔이 나타났다.

웅성웅성.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바쁘게 지나갔다.

어둑해지는 시간.

“파숙 형, 조심하세요.”

“뭘?”

휙휙.

인양은 말 대신 손동작으로 보여주었다.

“아하, 알겠다.”

“완전 어장이네요.”

객잔을 고르면서 지나가는 동안 무방비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도둑이야!!”

건너편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누군가 털린 모양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본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인양은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 순간 파숙의 허리를 향해 뻗는 사내의 손을 보았다.

따악!

“아악!!”

사내는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뭐야? 이놈은?”

파숙은 손목을 부둥켜 잡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형님을 노리더군요.”

“뭐어? 이 도둑놈의 자식이!!”

후다다닥!

사내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도망쳤다.

“허어. 대단하네.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거 진짜 조심해야겠는걸.. 아우가 아니었다면 바로 당했겠어.”

파숙은 어이가 없었다.

무공이 늘어서 살짝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무공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인양은 객잔 앞에 섰다.

입구 위에 커다랗게 평윤객잔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여기가 적당하겠네요.”

장사꾼이 애용할 정도의 적당한 객잔.

“괜찮군.”

인양과 파숙이 객잔으로 들어갈 때였다.

갑자기 길 건너편 점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도사님, 너무하십니다. 어찌 한꺼번에 두 배나 오릅니까요?”

“장사가 잘되면 당연히 수납금도 오르는 게 이치가 아닌가? 그게 싫다면 자네는 그만 점포를 빼면 되지.”

“도사님…… 그럼 저희 가족들이 어디에서 먹고 삽니까? 절반이라도 줄여 주시면…….”

“어허.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구차하게 하지 말게.”

“도사…… 니이임…….”

인양은 중년 사내의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쁜 놈들…….”

“어쩌겠는가? 여기에서는 종남파 도사들이 왕이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한꺼번에 두 배를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정파가 저래도 되는 것입니까?”

“음…… 내가 봐도 심한 것 같기는 해. 정파인들은 대부분 주위의 평판 때문에 저러지 않는데 말이야. 근데 지금 저런 것을 보면 종남파에서는 평판에 대해 신경 안 쓰거나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 거야. 그만 들어가자. 이런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인양은 갈의도의를 입은 종남파 도사들을 노려보며 객잔으로 들어섰다.

점소이가 빠르게 다가와 한눈에 인양과 파숙을 살폈다.

장사꾼이지만 옷이 깨끗해 보였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

변복했거나 초짜이거나.

하지만 점소이에게는 더 좋았다.

의외로 공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은 하루를 보내시고 가실 겁니까?”

“방이 있나?”

“당연히 있지요.”

“하나 잡아주게. 그리고 우선 간단하게 먹을 고기하고 야채도 볶아주고, 소면도 두 그릇 주게.”

파숙은 동전 한 닢을 꺼내 점소이의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역시!’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예. 알겠습니다요.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으시면 얼른 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손에 든 동전을 얼른 허리춤에 넣은 뒤 주방으로 뛰어갔다.

“형님, 저기에 앉죠.”

인양은 빈자리를 보며 가리켰다.

운이 좋게도 창가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휴우…….”

파숙은 자리에 앉으면서 숨을 내쉬었다.

저녁 외에는 거의 쉬지 않고 온 탓인지 몸이 나른해졌다.

“우리 간단하게 술 한 잔만 마시면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아?”

“푸훗, 네. 그렇게 하죠.”

“오우. 좋았어.”

파숙은 점소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덜컹!

그때, 객잔의 문을 세게 열렸다.

“어서 옵…….”

점소이가 얼른 인사를 하려다가 흠칫 놀랐다.

갈색도의를 입은 도사가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고 있었다.

꿀꺽.

점소이는 침을 삼키며 눈만 깜빡거렸다.

“뭘 쳐다봐?”

“아…… 닙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가 자주 마시던 술이나 준비해줘.”

“…….”

“어이. 지금 들었어?”

“아…… 네에, 들었습니다. 저…… 근데…….”

“무슨 일이 있나?”

“주인장께서 외상은 좀…….”

스윽-

종남파 도사 중 한 명이 허리에서 검을 잡았다.

“허억……!”

“방금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얼른 대령하겠습니다!”

점소이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갔다.

“하하하! 멍청한 놈.”

넓은 사각형의 턱을 지닌 도사가 비웃으면서 객잔 안을 살피더니 창가로 향했다.

“두 분 도우께서는 본도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겠소이까?”

인양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아하핫! 고맙네. 젊은 도우는 복 받을 것이네.”

파숙은 인양을 따라 떨어진 자리로 옮겼다.

‘망할 도사 놈들…….’

그리고 자신들 자리에 앉는 종남파 도사들을 노려보았다.

“파숙 형님, 우린 진유 형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내야 해요.”

“쯧, 알겠다.”

인양은 더는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완전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을 때쯤이었다.

타아앙!!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어떤 놈이야?”

종남파 도사 중 한 명이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지? 방금 더럽게 처먹네, 라고 한 놈이 누구야?”

채애앵!!

그는 검을 뽑으며 한 방향을 노려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덜덜 떨고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방금 헛소리를 한 놈이 네놈들이냐?”

“아, 아닙니다…….”

동료들끼리 소곤거리며 나눈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릴 줄은 몰랐는지 중년 사내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종남파 도사는 당장에라도 목을 벨 듯 살기를 뿜어냈다.

그때,

“쯔쯔, 잘하는 짓이다. 종남파라면 구파의 명문문파이거늘. 하는 짓이 어디 개망나니 삼류 문파도 하지 않는 짓거리를 하는군.”

홀로 앉아 소면을 먹던 중년 사내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종남파 도사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네놈들 보고 개망나니라고 했다.”

“이런 미친놈이 있나? 죽고 싶나?”

“소문에 화산파 도사들은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하던데. 종남에서는 도사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군.”

“……!!”

종남파 이대 제자 양호는 최근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화산파와 비교를 당하는 것이었다.

“네놈도 검이 있는 것을 보니 무공을 할 줄 아는군?”

“조금 배웠소이다.”

“잘됐군. 남의 일에 끼어들 정도라면 제법 실력은 있겠지. 여기서 할까? 아니면 나가서 할까?”

“나가는 게 좋겠군.”

우르르르르-

사람들이 일파만파 몰려와 객잔 밖으로 구경을 나왔다.

오랜만에 생사를 건 비무.

사람들은 청의사내를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양호는 상대를 보면서 한 수만에 끝낼 계획이었다.

“이건 네놈이 좌초한 일이다.”

“알겠소.”

“이름이 어떻게 되지?”

“굳이 본인의 이름을 알 필요 있겠소?”

“건방진 놈.”

타아앗!

양호가 먼저 천성쾌검의 적광시(赤光矢)의 초식으로 청의사내의 가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채애앵!!

늑대의 기세가 청의사내의 검에서 튀어올랐다.

청의사내는 양호의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내며 밀어냈다.

“오호, 누군가 했더니 야랑무인이군?”

“…….”

야량무인(野狼武人) 나석기.

정사의 구별이 없는 야인으로 무림에서 홀로 움직이는 용병 무인이었다.

‘야랑무인 정도라면 충분히 이름값 좀 올리겠어!’

명문정파 제자의 자부심.

양호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냥 조용히 밥이나 먹고 가면 될 일을 괜히 나서서 일을 만드는군!”

“조용히 못 먹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 것 같소?”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면, 당신의 위명을 봐서 본도가 아량을 베풀어 한 번 넘어가도록 하지.”

“하하하. 고맙기는 하나 본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소이다.”

“그런가? 그럼 힘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수밖에!”

이번에도 양호가 먼저 움직였다.

슈우우우욱-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나석기의 전신을 향해 검기가 쏟아졌다.

쿠아아앙!!

나석기 또한 야랑검을 휘두르자 수십 마리 야랑의 무리 떼가 솟구치며 검기 사이를 휘저었다.

“오우…….”

“와아아아……!!”

둘의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려하게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서로 신형을 빠르게 교차하며 검을 펼치는 두 사람의 무공.

쉽게 승패가 나지 않았다.

챙! 채애앵!!

파팟!!

그들 사이에서 수십 초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 새끼…… 생각보다 강하잖아?’

양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급해졌다.

종남파 이대제자인 자신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군. 망신을 당할 순 없어!’

일단 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종남천강오검진을 펼친다!”

양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료 도사들이 두 사람의 싸움에 합류했다.

나석기는 다섯 명의 종남파 도사들이 합류하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더러운 놈들…….”

휙휙휙휙휙!!

다섯 명의 종남파 도사들이 오극망을 펼치며 빠르게 움직였다.

“욱…….”

오극망 사이에 갇힌 나석기는 검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신음이 나왔다.

급소는 피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의 공격에 적지 않은 부상을 당한 듯 보였다.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

나석기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이라면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종남파 도사들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양호는 몸을 비틀거리는 나석기를 보며 살소를 흘렸다.

‘마지막이다. 이놈…… 죽어라!!’

나석기의 뒤에서 검을 찔렀다.

휘이익!

순간, 양호의 옆으로 바람 소리가 함께 기척이 느껴졌다.

“진짜 너무하는군. 하는 짓을 보니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잖아.”

퍼어어억!!

인양은 그의 안면에 일권을 가격했다.

“으아악!!”

갑자기 날아온 일권에 양호의 얼굴이 찌그러지면서 튕겨 나갔다.

그는 바닥으로 털썩 떨어지면서 삼 장이나 미끄러졌다.

인양의 등장에 그들의 싸움은 잠시 멈췄다.

종남파 도사 양동은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이기에 함부로 끼어두느냐? 무림의 불문율을 모른단 말이냐?”

“놀고 있네. 그러는 당신들은 뭔데?”

양동은 눈에 살기를 내뿜으면서 인양을 노려봤다.

“어린놈이 말이 거칠구나. 본도가 따끔하게 혼을 내주마!”

양동이 천중하강의 초식을 펼치며 인양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왜 이리 어설퍼?’

고진유와 비무하며 신법을 익힌 인양의 눈.

그의 움직임은 양동의 검보다 훨씬 빨랐다.

인양이 공결신으로 두 사람의 간격을 단숨에 줄인 뒤 양동의 복부에 화산복호권 호위무용(虎位武勇)의 초식을 가격했다.

쿠우우웅!!

“커어어어억!!”

다행히 인양이 오 성의 내력만으로 펼친 덕에 즉사를 면할 수 있었다.

양동은 뒤로 미끄러지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 내부가 완전히 뒤엉켰어……?’

그리고 손을 들어 인양을 가리켰다.

“방금 그건…… 화산복호권……!”

그는 인양의 무공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네놈은…… 화산파…….”

“시끄러워. 그만 물러나지 않으면 한 대 더 맞을 줄 알아.”

“…….”

나머지 종남파 도사들은 두 명이나 순식간에 당한 모습을 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들만으론 이길 수 없었다.

“이…… 놈…… 지금은 이대로 물러가지만, 다음에 만나면 네놈의 사지가 부러질 것이다……!”

“말 많네. 형님만 아니라면 네놈들 전부 죽었어. 꺼져. 화악!”

인양의 앞으로 달려들 것 같은 동작을 하자 종남파의 도사들은 황급히 사라졌다.

“하하하! 아우, 지금까지 성질을 죽이고 있었던 거야?”

파숙이 곁으로 다가왔다.

“뭐…… 그냥요. 사실 예전에 진유 형님을 만나기 전엔 동네에서 한 성질 했었어요. 내가 한마디 하면 다들 벌벌 떨었죠.”

인양은 예전 생각이 나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스윽.

두 사람 곁으로 나석기가 다가왔다.

“소형제, 고맙네. 도움을 받았군.”

“괜찮습니까?”

“이 정도는 늘 생기는 상처일세.”

야랑무인의 별호답게 사방에 상처 자국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됐네. 술이나 한잔 마시면 낫는다네. 들어가세나.”

“그보단 먼저 자리를 뜨는 게 좋지 않을까요? 떼거리로 몰려올지 모르잖아요.”

“여기에는 그놈들 지부가 없네. 오더라도 내일 오후나 되면 몰려오겠지.”

“아…… 그럼 편안하게 한잔해도 되겠네요.”

인양과 파숙은 그와 함께 객잔으로 들어갔다.

* * *

화르르르-!!

한 마을이 전부 불타올랐다.

“망할 놈들이…… 어디서 사기를 쳐?”

공각원주 무심해는 인양의 흔적을 따라 향운촌까지 들어왔다.

향운촌에 도착한 그는 이곳이 일반 마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았다.

그들이 독을 탄 물을 건네주는 순간, 마을 주민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끌어낸 뒤 목을 베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두 놈이 먼저 들어온 놈을 찾고 있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 니다.”

“먼저 들어온 놈을 산적 놈들이 죽였고 그 산적 놈들을 두 놈이 찾아갔다?”

“네에…….”

무심해는 두 사람이 결국 철갑을 가지고 도망간 놈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놈들이 철갑을 찾은 게 분명하다. 전주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겠군.’

스걱.

그는 가볍게 돌아서며 마지막 남은 사내의 목을 쳤다.

“가자.”

무심해는 수하들과 불에 타는 마을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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