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매화각으로 가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쳇. 무림맹도 알고 보니 엉망이잖아.’
자연스럽게 극일천의 인물이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화산지까지 찾아와서 면담을 요청하다니.
“하긴 이군사가 극일천의 인물이니 무림맹이 뭐라고…….”
매화각에 먼저 도착해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인물인지.
무엇을 물어볼지.
극일천에서 자신에게 원하는 게 뭔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는군.’
정원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인영
흑의경장 차림에 양손은 뒷짐을 진 사내가 매화각으로 다가왔다.
“화산대사님,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수고했어요. 군 특사는 그만 물러가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군성창이 매화각에서 물러났다.
“불청객은 올라오시지요.”
“크큭.”
사내는 웃음이 터졌다.
뜬금없이 불청객이라고 부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불청객을 쫓아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군요.”
“인심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소이다.”
고진유는 계단을 오르는 사내와 시선을 교환했다.
첫인상은 두말 필요 없이 강한 사내였다.
“소문의 주인공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소이다. 화산지의 주인에게 불청객이 먼저 소개를 해야겠지요? 철무심이라 하오.”
“굳이 내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써억 반가운 손님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객은 객이니 자리에 앉으시지요.”
“고맙소이다. 내가 나이가 훨씬 많은 것 같으니…… 말을 낮춰도 되겠는가?”
“극일천에게까지 예의를 바라지는 않소.”
“대범하군.”
휘익.
철무심이 손을 흔들자 의자가 뒤로 빠져나왔다.
“어떤가? 제법 모양새가 멋있지 않았는가?”
“굳이 힘들게 내력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간단히 손으로 잡아당기면 될 것을.”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
고진유와 철무심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상대방이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듯, 시선만 주고받으면서 탐색전을 펼쳤다.
“흐음. 왜 말이 없는가? 내가 누구이며 무슨 이유로 찾아왔는지 궁금할 텐데.”
“극일천의 인물이 무슨 이유로 나를 만나고자 왔겠소. 친한 사이도 아니거늘.”
철무심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그대의 말이 맞군. 친분을 쌓고자 온 건 아니지. 하지만 굳이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네.”
“싸우기 위해 왔어도 상관없었소이다.”
“하하하! 그대는 우리만 보면 무조건 싸우고 싶은 모양이지? 우리도 한편으로는 좋은 사람들이네.”
이번에는 고진유가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군요. 뒷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이다. 극일천은 본인에게 철천지원수요.”
“그대의 사부 때문인가?”
“잘 알면서 물어보는군요.”
“굳이 변명은 하지 않겠지만, 그대의 사부가 우리 물건을 가지고 갔네. 만일 그 물건을 처음부터 곱게 돌려주었다면 서로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을 것이지.”
“그러게 처음부터 간수를 잘하든지 했어야지요.”
“크하하하! 맞아, 우리가 잘못했지. 지옥혈림에 맡기지 않고 바로 죽여 버렸어야 했어. 그렇게 됐다면 그대도 도둑놈 팔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텐데. 아니 그런가?”
그는 고진유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과 달리 전혀 흥분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유치하군요. 내가 그 말에 발광할 줄 안 모양이오만, 워낙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식상하외다. 다른 말이 없을지 연구하시지요.”
“그런가?”
철무심의 말투에 짐짓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하나 물어볼 게 있소이다.”
“오? 뭔가?”
“당신은 남궁한의 죽음과 연관이 있소?”
“죽은 그놈과는 상관없다.”
“그렇군요. 그럼 그 문제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소이다.”
이번에는 철무심이 물었다.
“그대는 철갑을 우리에게 돌려줄 생각이 있는가?”
“당연한 걸 물어보는 겁니까?”
“후후후…… 철갑을 계속 지니고 있으면 피곤하지 않겠나? 요즘 주위 날파리들이 꼬여서 많이 귀찮아 보이더군.”
“그중에 당신들이 보낸 날파리도 있소이다.”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말은 잘하는군요.”
“내 성격이라서. 아, 혹시 철갑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아는가? 난 아는데.”
“…….”
철갑의 비밀에 대해 당당히 안다고 말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당장에라도 그를 잡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후후후. 많이 궁금한 모양이군?”
“그렇소.”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나?”
“나를 놀리는 것이오?”
“맞아. 남을 놀린다는 게 이런 재미가 있군.”
철무심은 계속해서 웃음을 지었다.
“놀리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오. 철갑을 열어서 중원에 풀어 버리겠소이다.”
“글쎄, 그게 마음대로 될까? 쉽게는 열지 못할 걸세. 아, 하긴 한때 무영도수의 소문을 들으니 세상에서 열지 못하는 게 없다고 하더군.
굳이 억지로 연다면 열리겠지만 안에 있는 물건을 제대로 구경하긴 힘들 거야.”
“잘 아는군요. 물론 마음만 먹으면 열 수 있지만, 함부로 열지 않는 건 비밀 장치가 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오.”
“오오라, 그것까지 알고 있군.”
철무심은 약관의 애송이가 자신의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적이 아니었으면 괜찮은 녀석이 될 수 있었겠어. 아쉽군.’
“왜 죽을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구만. 쉽게 살 수 있지 않나? 예전처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혼자 잘살게. 지금 그대의 능력이면 어딜 가더라도 배부르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군요.”
스윽.
철무심은 한 손을 천천히 올렸을 뿐이었다.
퍼어억!!
고진유의 오른쪽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하지만 고진유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하, 과연 대단하구나.’
만일 그의 공격을 피하고자 했다면 탁자 아래에 놓여 있는 왼손에 의해 심장이 터졌을지도 몰랐다.
“죽일 수 있다고 여겼는데.”
주르르륵…….
철무심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외다.”
“크하하하!!”
언제 고진유가 움직였는지 그 또한 보지 못했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 이상 철갑을 당장 뺏을 수 없을 거이다.
“여기서 서로 그만하는 게 좋겠군. 오늘은 그냥 인사나 하기 위해 온 것이네.”
“그렇게 하죠.”
“그대는 극일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아무것도 모르오.”
“거짓말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도 재주라고 하지만,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니 당황스럽군.”
“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소. 모른다고 해서 알려주진 않을 거 아니오.”
극일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동안 극일천의 무인들과 싸웠을 뿐. 무구천에게 들은 내용과 지옥혈림의 북소연이 알려준 것 외는 아는 게 없었다.
“이거 하나만 알고 있으면 되네. 화산파 전체가 본 천에 대항해도 이길 수 없어.”
“…….”
고진유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왜 말이 없는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그게 알려준 것이오? 협박하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한 게 있소. 당신이 말한 대로 극일천은 대단한 세력은 틀림없겠지요. 당신을 포함해서 나타나는 한 명 한 명 모두가 절대무공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무슨 말을 하고자 하지?”
“그냥 내 생각이지만, 실제 극일천은 중원 무림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 만큼 인원이 과연 있을까? 싶더란 말입니다.”
“오호라,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철무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순식간에 돌아왔다.
알리기 싫은 내용을 들킨 듯했다.
“철혈궁이 극일천의 세력이라 하나 그것만으로 중원 무림을 상대할 수 없지요. 전 무림을 상대로 극일천이 이기기 위해서는 얼마의 인원이 필요할까요? 그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진작 극일천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겠소?”
“…….”
철무심의 콧등이 다시 실룩거렸다.
“그래서 각 문파에 극일천의 인물을 잡입시킨 것이 아니오.”
‘쓸데없이 예리하군.’
철무심은 지체 없이 일어났다.
“그만 가봐야겠군.”
“당황했소이까? 내가 생각보다 극일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시간이 됐을 뿐이지. 그리고 그 사실이 맞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 본 천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무림을 상대할 세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네가 원한다면 화산 산문 아래 수십만의 인원을 동원될 테지.”
“사실일 것 같아서 사양하겠습니다.”
“약은 놈.”
철무심은 떠나기 전 잠시 멈췄다.
“화산도협, 떠나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다.”
“무엇이오?”
“부디 살아남아서 나와 마주 섰으면 하는군.”
“걱정할 필요 없겠군요. 분명 그대 앞에 다시 설 겁니다.”
“내 앞에 오려면 좀 더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야.”
파아앗!
철무심의 신형이 매화각에서 사라졌다.
* * *
“아무도 없어?”
매화각으로 묵경이 찾아왔다.
서문지에 잠시 갔다 오는 길에 외부인이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손님과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갔구만?”
“방금 전에 갔어요.”
묵경은 매화각으로 올라섰다.
“어깨는 왜 그래?”
“한 대 맞았습니다.”
“네가?”
그는 고진유를 상대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자는?”
“저도 목에 요만한 상처를 내줬지요.”
“손해 본 장사 같은데?”
“양보다 질이죠.”
“그런가?”
“앉으세요.”
묵경은 자리에 앉았다.
“군 특사 말로는 처음 보는 인물이라고 하더군.”
“극일천에서 왔었습니다.”
“극일천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고진유에 묵경은 다시 혀를 내둘렀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극일천을 쉽게 보내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냥 왔다가 갔다고? 극일천의 인물이잖아.”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온 것뿐이라더군요.”
“무슨 이야기?”
“영양가 없는 말만 하고 떠났습니다. 마지막에는 내 물음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요.”
“뭘 물어봤는데 그래?”
“저번에 형과 이야기한 거 있잖아요. 왜 무림을 단번에 밀어붙이지 않을까?”
“아하, 그랬지.”
“우리 예상대로 강한 놈들은 많지만 인원은 많지 않은 게 맞았습니다. 현재의 인원으로는 중원 전체와 싸울 수 없을 거라 결론을 냈잖아요.”
“정말로 당황해서 성급하게 돌아간 거구만.”
묵경도 확신했다.
“하긴…… 전 무림을 상대로 밀어붙이고자 한다면 십만의 인원이 있다고 가정해도 힘들지.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을 거느리려면 중원 무림에 들키지 않을 리 없고.”
“맞아요. 극일천에서 할 수 있는 건 각 문파에 간자들을 심거나 매수해서 철혈궁처럼 그들의 세력으로 삼는 방법뿐이었던 거죠.”
두 사람은 극일천에 대한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면 당장 위험한 순간은 없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중원 최고의 세력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그들이 세력을 만드는 순간, 수십 수백의 인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음…… 충분히 그럴지도. 철혈궁을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문파들도 극일천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을지 모르니깐.”
“흠…… 방금까지 좋았는데 갑자기 또 우울해지네요.”
“어허, 화산도협이 기운이 빠지면 되나. 힘을 내야지. 안 그래? 아 참. 철갑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어?”
“제가 약했으면 벌써 사부님처럼 되었을 겁니다.”
“혹시 안에 무엇이 들었다고 말하지 않았어?”
“설마 알려주겠어요? 다만 느낌상으로 정말 외부에 알려지면 좋지 않은 상황이 올 거라는 거죠.”
“우리 인양이 그 물건을 잘 찾아야 할 텐데 궁금하네.”
파숙과 함께 호북 무한으로 간 인양이 생각났다.
“묵경 형, 인양은 잘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철갑의 행방을 찾으러 간 인양과 파숙.
고진유는 그들 두 사람이 무사히 잘 처리할 것이라 확신했다.
* * *
오물오물.
두 사내가 식탁에 앉아 만두를 입에 넣으면서 창문 밖을 살폈다.
대목장 이춘광을 찾기 위해 호북 무한으로 내려온 인양과 파숙이었다.
우선 무한으로 내려오기 전 이춘광의 용모를 그린 초상화를 확보했다.
이춘광을 찾는 일은 극비에 해당하는 일이기에, 사람을 통해 물어보지 않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무한에 도착한 후 인양과 파숙은 목수들이 일하는 현장으로 중점적으로 돌아다녔다.
“파숙 형님, 오늘까지 강안을 살피고 보이지 않으면 강한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하자.”
파숙도 한 손에 만두를 집은 후 입에 넣었다.
웅성웅성.
객잔 한곳에서는 이마가 훤한 사내가 얼굴에 흐르던 땀을 닦아내며 시원한 술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동료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떠들기 시작했다.
“크으. 역시 화산도협의 검은 무적이었어. 창천무룡의 무공도 강했지만 아예 상대도 안 되더구만.”
“허어…… 그걸 자네가 봤다고? 무림맹에서 가서? 어떻게?”
“운이 좋았지. 호북 상단에서 한 놈이 빠지는 바람에 내가 대신 가지 않았나. 때마침 무림대광장에서 비무가 열리는 바람에 우리들도 같이 구경할 수 있었거든!”
“허어…… 부럽구만. 나도 무림맹에 가서 직접 보고 싶은걸.”
인양은 잠시 그들을 본 후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자가 또 맞은 모양인가 보네요.”
“창천무룡?”
“저번에도 비무대회에서 형한테 얻어맞았거든요. 상대도 안 되면서 자꾸 달려드는 모양인가 봐요.”
“그렇구만. 원래 말 안 듣는 놈은 매가 약이지.”
인양은 말을 하면서도 창문 밖으로 시선을 주시했다.
“앗, 저기…….”
여섯 명 정도의 일행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파숙은 허리에서 얼른 한 장의 초상화를 꺼냈다.
“음…… 얼추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 않아?”
“맞는 것 같아요.”
“가볼까?”
인양은 탁자에서 일어나면서 마지막 남은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다.
* * *
객잔을 나온 두 사람은 창문 너머로 본 일행 뒤를 쫓았다.
“잠깐, 물어볼 게 있다.”
파숙은 앞서가는 일행을 불러 세웠다.
그들 중 가장 덩치가 좋은 사내가 돌아섰다.
“누구요?”
그는 야외에서 일을 한 탓인지 새까맣게 탄 피부에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누가 호장인가?”
“어…… 난데? 나를 아시오?”
파숙을 보며 나온 사내.
그 또한 시커먼 얼굴이었지만 호리호리했다.
“호장이 맞아?”
“맞소. 나를 왜 찾으시오?”
“혹시 대목장 춘광이를 아는가?”
“알고 있소. 그를 왜 찾는 게요?”
“그 친구가 목수 일은 잘한다고 해서 말이야. 모시는 분이 정자를 하나 짓고자 찾고 있거든.”
호장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
파숙의 분위기가 꼭 포쾌와 비슷했다.
“우리 솜씨도 나쁘지 않소.”
“미안하게 됐네. 윗분이 시키는 일이라서 그가 필요해.”
“그건 그렇지요.”
“그와 함께 일한다고 들었는데…….”
“그는 오 일 전에 신주에 큰 건수가 있다고 하면서 갔소이다.”
“오 일 전이라…… 혹시 신주 어디라고 했는가?”
“잠깐만…….”
호장이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다.
“우석이, 대목장이 어디에 간다고 했지?”
“신주에서 제일 큰 사당을 만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 맞다. 이제 기억이 나는구만.”
그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방금 저 친구의 말을 들었지요?”
“고맙네. 나중에 일 마치고 한잔들 하게나.”
휘익.
파숙이 은전 한 냥을 던졌다.
“어……!”
손바닥에 보인 은전을 본 호장의 눈이 커졌다.
“너무 큰돈이 아닙니까?”
“괜찮네.”
파숙은 뒤로 물러나며 인양에게 다가섰다.
“또 옮긴 모양이야. 이번에는 신주에 가야겠어.”
“무슨 사람이 한 곳에 안 붙어 있고 돌아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먹고사는 일이 그런 모양인가 보지.”
“얼른 신주로 가서 확보부터 하죠.”
인양과 파숙은 다시금 신주로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