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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68화 (68/425)

68화

화산지의 정문에 모인 십문의 중원대사들.

“허허허…… 정말이로군요.”

다가오는 화산파의 일행을 보며 반갑게 반기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십문의 수장격인 소림대사 공요는 사전에 화산파에서 보내온 전서를 받았다.

농담이거나 착오이지 않을까 여겼건만, 설마 정말로 삼대제자들을 보낼 줄이야.

“아미타불. 화산파에서 이러는 의도를 잘 모르겠소이다.”

“대사. 심각한 일이외다. 그렇지 않아도 십가에서 은근히 무시를 하지 않소이까.”

무당대사 청유도인도 가슴이 답답했다.

화산파는 소림사, 무당파와 함께 십문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문파였다.

최근 들어 십문 구파일방의 위세는 십가의 중원세가들에 비해 약해져 있었다.

절대이십인들 중 가장 강한 다섯 무인 천하오무.

이 자리를 무림맹주인 권왕 황보강과 함께 남궁세가의 가주 검황 남궁천문이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하오무 신황제왕군(神皇帝王君) 중 남은 세 명의 인물, 무신(武神) 초일군은 천검궁의 궁주이며 도제(刀帝) 시남구는 도가문(刀家門) 출신, 창군(槍君) 주오벽은 군부의 장군 출신이었다.

이런 마당에 화산파에서는 삼대제자를 대사직으로 보냈다니.

‘딱 봐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군.’

고진유는 모여 있는 중원대사들 앞으로 다가섰다.

“저희들을 기다렸습니까?”

“아미타불. 그대들이 화산파에서 온 일행이오?”

“화산파 제자 호정이라 합니다.”

스윽.

고진유는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장문인께서 말씀하셨지. 삼대제자가 화산파 대표로 왔다고 하면 못마땅해할 거라고. 그러니 첫 만남에 내 모든 내력을 단번에 보여주라고.’

고진유는 곧바로 하단전은 물론 중단전까지 개방하며 전신의 모든 내력을 단번에 끌어 올렸다.

‘그럼 아무 말도 못할 테니까.’

슈우우우우욱-!!

고진유가 선 위치에서 반경 삼 장 내로 기의 폭풍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우우욱.’

‘허어어억…….’

‘커어어어어……!!’

아홉 명의 중원대사들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파아아아앗!!

곧이어 하늘로 솟구친 기의 폭풍이 공중에서 퍼지면서 매화 향이 주위를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오…… 매화 향이 천지를 채우는구나…….”

“아미타불…….”

청유도인과 공요대사의 깜짝 놀란 눈은 감격에 잠겨 있었다.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삼대제자인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무언의 표현을 하고 있구나.’

이제 화산파에서 왜 삼대제자를 보냈는지 이유를 알았다.

나머지 일곱 명의 대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반갑게 맞이해 주면 될 뿐.

“허허허! 화산에서 또 인물이 나왔구만. 부럽도다……!”

곤륜대사 운룡자가 웃음을 띠며 고진유를 자세히 보았다.

“고인들께 미천한 재주를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허허허, 아닐세. 그대의 장문인이 얼마나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을지 생각하니 화가 나는구만!”

“그렇소이다. 더구나 우리들은 아직도 현장에서 뛰어다니고 있지 않소이까.”

아홉 명의 대사들이 고진유의 곁으로 다가서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화산파 일행은 뒤에서 그 장면을 모두 보았다.

우종성은 허탈한 듯, 개운한 듯 웃음을 지었다.

“후후,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도 없었군. 한 방에 끝을 내었어.”

“그러게요. 진작 이렇게 할 거라고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걱정도 하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저 녀석은 좋아지다가도 정이 떨어진다니깐요.”

장두총은 투덜거렸지만 일이 잘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일차 관문은 통과했고…… 이차 관문이 기다리겠군.”

“흥, 사형. 뭘 걱정합니까. 호정 사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이젠 앞으로 난 걱정 안 할랍니다.”

“푸훗, 나도 호경 사형 말에 동감해요.”

“어라…… 호청은 요즘 부쩍 호경의 말을 따르는 것 같다?”

당우희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난 그냥 맞다고 한 것밖에 없는데 뭐. 그리고 따를 수도 있잖아요?”

일행이 수상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 * *

탁탁!

오 년 이상을 비워두었던 건물.

화산관에 들어선 일행이 각자 맡은 구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회의실.

회의실 왼쪽으로는 대사의 집무실과 침실이 붙어 있었고, 반대편에는 열 개의 침실이 이어져 있었다.

무림맹에 이미 연락이 갔어서, 기본적인 청소는 끝나 있었다.

“흐음.”

고진유는 집무 탁자에 앉았다.

좌우로 놓인 서랍장들과 가구들이 예전에 사용한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여기에 있게 될 줄은…….”

사람 인생이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고 하지만, 분명 자신의 인생은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었다.

“사부님, 드디어 무림맹에 왔습니다.”

어린 도둑에 불과했던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사부 오청석이 숨겨놓은 철갑.

‘지금부터 시작이겠지.’

무림맹에 올 때까지 극일천의 움직임은 없었다.

고진유는 그들이 조용한 이유를 알 듯했다.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분명 기회를 노리고 있을 터.

‘당시에도 극일천의 인물이 나돌아다녔을 정도라면 무림맹에 믿을 수 있는 인물은 없다고 봐야 해,’

고진유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부 오청석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금관지하(金管地下) 천석중보(天石中保).

철갑의 위치.

무림맹에서 금관이라 불리는 이름을 가진 곳은 단 하나.

황색의 지붕으로 된 정자인 황와정(黃瓦庭). 금으로 만든 퉁소라 불리는 전각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황와정의 지붕 아래에서 마치 퉁소 소리가 난다고 하여 금관정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었다.

“십문에서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풍림지(風林地)에 있다고 하셨었지.”

당장에라도 철갑을 찾으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고진유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화산지 주위로 미세하게 기가 흐르고 있었다.

‘정확히 어디인지 잡을 수가 없어. 대단한 인물들이야.’

놈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힘들었다.

고진유는 자리에 일어나 집무실을 나와 밖으로 나왔다. 일행이 각자 자신의 방을 정한 뒤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똑똑.

고진유는 많은 방들 중 한 곳으로 가서 벽을 두드렸다.

인양은 정리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진유 형.”

“들어가도 돼?”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오면서 일부러 문을 닫았다.

“방은 마음에 들어?”

“좋네요.”

고진유는 의자를 빼서 인양과 마주 앉았다.

“조용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

“…….”

“혼자서만.”

“묵경 형에게도요?”

“끝나고 난 뒤 이야기하면 돼.”

묵경에게까지 비밀로 할 일.

인양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긴장되었다.

[풍림지에 가면 황와정이란 곳이 나올 거야. 풍림지가 어디냐고 하면…… 그곳에 가서…….]

고진유는 전음으로 황와정의 위치와 그곳에 숨겨둔 철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끄덕.

인양은 말없이 고개를 움직였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저보다는 형이…… 더 완벽하지 않을까요?”

“화산지 주위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아……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군요. 아까부터 기분이 이상했거든요. 뭐라고 표현을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맞아. 그 느낌이야. 누군가 우리를 살피는 중이다.”

고진유와 인양은 주변에서 흐르는 기를 내력을 통해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처럼 무음무형의 움직임을 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생명이 가지는 기운과 몸이 서로 공조해야 가능했다.

고진유와 인양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 기들은 내게 집중할 거야.”

“아!”

“넌 기다렸다가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때 물건을 찾아서 가지고 오면 돼. 알겠지?”

“네, 알겠어요.”

“고마워.”

툭툭.

고진유는 일어나면서 인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덜컹.

그때, 방문이 열리며 묵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어? 둘이서 뭐 해?”

“인양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 왔습니다. 묵경 형은 정리 다 했습니까?”

“거의 다 했어. 잠깐 밖에 나와봐.”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놈이 왔어. 남궁세가의 창천무룡이라고 했던 놈 있잖아.”

“예전에 비무대회에서 만났던 남궁세가의 인물을 말하는 것입니까?”

“맞아. 그 녀석이 무림맹에 있었던 모양이더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자신들의 소문은 이미 무림맹에 퍼져 있었다.

고진유는 묵경을 따라 화산지의 정문으로 나갔다.

* * *

남궁한은 인상을 쓴 채로 우종성과 마주 섰다.

‘예전에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녀석이…….’

똑바로 쳐다보는 눈빛이 괜히 기분 나빴다.

밑에 있던 놈이 기어오르고 있는 느낌.

남궁한은 비웃듯 말을 내뱉었다.

“한심하군. 사형이란 자가 사제를 모시는 신세라니.”

“능력이 뛰어나다면 당연한 일이오.”

우종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쭈…… 이것 봐라?’

화를 낼 줄 알았건만 표정과 목소리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뭐야? 화산파 놈들은 배알도 없는 모양이지?”

“남궁한, 함부로 말을 하는군. 남궁세가의 인물들은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가?”

“예의를 받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있어야겠지.”

그 말에, 우종성의 뒤에 선 장두총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남궁한, 벌써 예전에 호정 사제한테 깨진 주제에 실력을 따지다니 웃기는군!”

“네놈이 뭐라 지껄이는 것이냐?”

“보아하니 그때 사제에게 진 것 때문에 찾아온 것 같은데, 넌 지금도 사제에게 일 초도 상대가 안 돼. 하하!”

“하! 내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그럼 이 자리에서 확인해 볼까?”

남궁한은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났다.

그때, 정문으로 나오는 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울렸다.

“확인을 어떻게 할 생각이오?”

경내에 모습을 드러낸 화산대사.

남궁한은 단번에 적의를 드러냈다.

“화산도협! 오랜만이군. 그날 이후 언젠가는 만날 날이 올 거라 기대했다.”

“이런, 본도를 많이 생각하고 있었군. 난 당신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소.”

“이익……!”

남궁한은 당장에라도 비무를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그것도 중원대사에게 이유 없이 비무를 다짜고짜 청할 수 없었다.

스윽.

남궁한의 옆으로 중년인이 나섰다.

“화산대사, 처음 보게 되는군요. 본인은 남궁대사인 남궁강이라 하외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대사직을 맡은 고진유라 합니다. 도명은 호정이외다.”

“본인이 대사직을 오래 맡았지만 삼대제자가 온 경우는 처음이외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라…… 우선 십문십가에서 의견을 모아야겠지요. 어떠한 결과라도 과반의 대사들이 반대한다면 맹주가 찬성해도 중원대사가 될 수 없소이다.”

“그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십가에서 반대하겠다는 뜻입니까?”

“허허,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한 것뿐.”

“덕분에 잘 알았습니다. 귀한 분이 찾아오셨는데 차라도 대접을 해야겠지만, 오늘 첫날이라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라서. 죄송합니다.”

“괜찮소. 그대가 대사직에 맡게 된다면 그때 차 한잔 마시면 되지 않겠소. 오늘은 인사차 왔으니 그냥 가겠소이다.”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고진유는 가볍게 허리를 숙일 뿐 움직이지 않았다.

남궁강과 남궁한은 화산지의 정문에서 돌아섰다.

“……크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군.”

십여 장 이상 거리가 멀어진 후 남궁강이 말했다.

남궁인과 남궁용을 꺾은 화산파의 삼대제자.

창천기검 남궁허까지 칭찬했다는 고진유가 궁금했었다.

“숙부님, 맞습니다. 두 분 숙부께서도 저처럼 방심했던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 여하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지. 아마 십가는 전부 반대를 할 게 분명하다.”

회의를 하나 마나, 십가의 중원대사들은 화산파 삼대제자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가 화산대사가 되지 못한다면 그때는 마음대로 도전할 수 있을 게야.”

“그때가 정말 기다려집니다.”

남궁지로 돌아가는 남궁한의 입가에 실소가 나타났다.

* * *

남궁한과 남궁강이 돌아간 뒤, 일행은 화산관 중앙에 위치한 회의실에 모였다.

무림맹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해두었다.

화산관의 관리는 장두총이 맡으며 서류적인 업무 처리는 곽우가 하기로 정했다.

의복과 식량에 관해서는 연자련과 당우희가 맡았으며, 화산관의 호위는 우종성과 함께 혁자영이 담당했다.

마지막으로 묵경과 인양은 일손이 부족할 때 도와주는 것으로 했다.

“의견이 있는 분은 말씀하세요.”

장두총이 바로 일어났다.

“우선 우리가 여기에서 지낼 때 당장 필요한 것은 식사를 어떻게 할지 정하는 거야.”

“호경 사형, 식사는 무림맹에서 해결하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하더군. 근데 무림맹 소속의 무인들 수가 엄청나잖아. 그들이 한꺼번에 모여 식사를 할 수 있겠어?”

“그럼 다른 십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부식 재료들을 받아온 뒤 각자 식사를 마련하더군. 돈이 많은 곳은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우린 음식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렇군요. 그 일은 호경 사형과 호청 사형이 맡아서 해주세요.”

“알겠어. 바로 알아볼게! 그리고 의복도 마찬가지야. 어느 정도 무림맹에서 돈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많지는 않는 모양인가 봐.”

당우희가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돈 걱정은 마세요.”

고진유는 품 안에서 몇 장의 전표를 꺼냈다.

“……!!”

전표의 금액.

여덟 명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장두총은 얼른 전표를 낚아채 일단 품 안에 넣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중원상국에서 훔친 거냐?”

“상국주가 성의라면서 주더군요. 제자를 잘 부탁한다고.”

“그걸 좋다고 받았어?”

“그럼 주는데 안 받습니까?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하아…… 잘났다.”

대부분의 도사들은 돈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돈을 돈으로 보지 말고 조금 편하게 살기 위한 도구라 보면 됩니다.”

“호정의 말이 맞다. 잘 받아 왔어.”

우종성이 웃으며 말했다.

무림맹까지 오는 길에 필요했던 숙식도 고진유가 건네준 돈으로 편하게 해결한 것이었다.

“호경, 필요한 게 있으면 네가 담당이니 알아서 해.”

“호진 사형, 알겠습니다.”

충분한 자금력이 생긴 장두총은 든든해졌다. 이제 화산관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해결됐다.

짝짝!

고진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박수를 쳤다.

“드디어 무림맹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 일 년만 열심히 해봅시다.”

스윽.

일행의 고개가 일제히 고진유를 향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까.

“일 년이라고?”

“우리 일 년만 하는 거야?”

아무리 못해도 최소 몇 년은 지낼 줄 알았다.

“아, 제가 말을 안 했군요. 장문인님과 상의를 했거든요. 바짝 일 년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뭐? 어떻게?”

“사실 우리 다 젊은 나이인데. 고지식하게 무림맹에서만 지낼 필요가 없잖아요.”

우종성이 물었다.

“그럼 일 년 뒤에 본 문에 돌아가는 것이냐?”

“아닙니다. 혹시 제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무슨……?”

그때 혁자영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오 년 안에 본 문을 천하제일문으로 만들겠다는 말 말인가?”

“맞아요. 일 년을 무림맹에서 보내면 이 년밖에 안 남는데, 열심히 돌아다녀야죠. 안 그래요?”

“…….”

일행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정 사제…… 설마 도장 깨기를 하겠다는 말이니……?”

“후후후.”

고진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야, 대답을 안 하면 사실 같잖아! 이 녀석하고 다니다가는 정말 제명에 살질 못하겠네……!!”

장두총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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