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금포공(金抛功)의 외공을 익힌 만호표가 전신에 힘을 끌어냈다.
점점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부우우웅-!!
만호표가 먼저 움직였다.
몸집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
장두총의 얼굴 앞에 곧장 날아온 일권!
“느려.”
인양의 움직임에 비교하면 너무나 느렸다.
퍽퍽퍽퍽퍽퍽!
매화산수의 난타수(亂打手)가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특히 만호표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
“우욱!”
“욱!”
“커억!”
큰 타격은 없었지만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 이노오오오옴……!!”
휘익!
난타에서 벗어난 만호표가 두 팔을 좌우로 휘둘렀지만 장두총은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
만호표는 눈을 비비며 전방을 주시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식으로 맞아본 적이 없었다.
“맷집은 덩치에 비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
휘이익!!
장두총의 말에, 만호표가 세워놓았던 도룡창을 빠르게 잡고는 곧바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슈우우우욱-!!
긴 장신에 도룡창의 길이까지 더한 회전력에서 뿜어 나오는 위력이 단숨에 장두총을 베고 지나갈 듯했다.
‘무식한 공격이군. 여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고!’
무공에서 여유로움이 얼마나 대단한지 것인지 최근에 깨달았다.
매화관에서 수련할 당시 장두총은 항상 조급했었다.
우종성과 혁자영이 매화관을 통과한 뒤 매화검수가 되는 것을 뒤에서 바라만 봐야 했으니까.
입문 당시부터 그들보다 못한 게 없다고 늘 생각했었기에 더 그랬다.
마음이 다급해지자 모든 것이 급해지면서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다.
쉭쉭쉭!!
하지만 지금, 만호표의 도룡창은 장두총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았다.
단숨에 삼 초식이 지나가자 도리어 만호표가 점점 급해졌다.
움직임은 더욱더 빨라졌지만, 허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 것!
“당신, 강해. 인정하지.”
장두총은 도룡창을 피하는 동시에 류화검을 뽑으면서 뇌전화검(雷電花劍)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를 볼 줄 알아야겠어!!”
반투명한 매화가 장두총의 주위에 휘날렸다.
화산파 검공 중 가장 익히기 힘든 검공.
팔 성의 경지에 올라서기만 해도 투명한 매화에서 강한 전력을 뿜어낸다.
아직 겨우 사 성의 경지이지만, 위력은 여느 무공의 십 성에 해당될 만큼 강력했다.
퍼어어엉!!
“커허억!!”
눈앞에서 펼쳐진 매화의 폭발력에 만호표는 정신을 잃고 뒤로 날아갔다.
“대주님!!”
“이 도사 놈이 감히!!”
홍기단의 기마 무사들이 격노하여 재빨리 일어나 장두총을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슈우우우우-!!
고진유의 신형에서 뻗어 나온 내력이 단번에 기마 무사들을 압박했다.
“지금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곧바로 다칠 겁니다.”
순식간에 공기가 고요해졌다.
삼십 명의 기마 무사들이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조현후는 몸이 떨려왔다.
‘절대…… 고수…….’
천하이십절대무인이며 중원오기인 고독기검 유하랑을 보는 듯했다.
그는 중원상국의 최고 무인으로 상국주 조명군의 친우였다.
“호경 사형. 그만 됐어요.”
“흥, 그냥 가볍게 주의만 주려고 했는데 꼭 매를 버는군.”
“앞으로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죠.”
고진유와 장두총이 일 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이 층은 적막감이 흐를 뿐이었다.
* * *
중원루 총관 윤무는 허리를 반쯤 숙인 상태에서 고진유의 말을 기다렸다.
“우린 하루 머물다 갈 것이오. 방이 세 개 필요한데 있겠소?”
“넵, 당연히 있습니다.”
“준비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저어…… 식사들은?”
윤무의 물음에 고진유 대신 묵경이 나섰다.
“식사는 간단하게 준비하면 되네. 그리고 술이 필요하긴 한데…… 혹시 어떤 종류의 술이 있는가?”
“저희 중원루의 자랑으로 청향인 백청주가 있습니다.”
“오우, 백청주. 한번 기회가 닿으면 마셔보고 싶었던 술이지. 그럼 그걸로 가지고 와주게.”
“알겠습니다. 곧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윤무가 허리를 숙인 채 물러났다.
일행은 각자 자리에 편안하게 앉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 거들먹거리던 비싼 옷의 중년 사내들은 이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슬금슬금.
그때, 황의 면포를 두른 중년 사내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일행에게 다가섰다.
“저어……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누구신지?”
고진유가 그를 맞이했다.
“소인은 하남의 남양 서협이란 땅에서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홍우금입니다.”
“홍 가주이시군요. 우리에게 볼일이 있습니까?”
“…….”
홍우금은 슬쩍 이 층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우리 목소리는 저기 위까지 들리지 않을 테니 신경 쓰지 마시오.”
‘무림인들은 소리도 마음대로 조절한다고 하더니…… 정말이구나…….’
“아……! 네에…… 고맙습니다.”
그는 안심이 되었는지 굳었던 표정을 풀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 앉으십시오.”
우종성이 이 층에서 봐도 등만 볼 수 있는 자리에다 일부러 그를 앉혔다.
“제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도움을 청하고자 해서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줄 수는 있소. 하나 홍 가주께서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는 고진유의 말뜻을 이해했다.
무작정 도움을 준다면 세상의 모든 이들이 몰려들 게 틀림없을 테니.
“화산도협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인지 말해보시오.”
홍우금은 어렵게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곳 삼문협의 여섯 개 현 중에서 여씨현은 대대로 저희 서협상단에서 관리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에서 관리하고 있소?”
“낙양의 중원상국입니다.”
“그렇군요. 계속하시지요.”
“다섯 군데에 비하면 저희는 크지도 않습니다. 근데…… 작년부터 여씨에서 관리하던 한 지역을 중원상국에서 계속 눈독을 들이면서 손을 떼도록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 너무하는군. 다섯 곳이나 관리한다면서.”
혁자영의 말에 묵경도 한마디 했다.
“상계도 똑같아. 약육강식이니까.”
하지만 그들 사이에 관여할 명분이 없었다.
고진유가 조용히 말했다.
“이 문제는 우리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소. 중원상국과 당신의 서협상단에서 해결할 문제인 듯하오.”
“맞습니다. 서로 잘 대화를 하면 될 문제입니다.”
“대화를 하기로 했다면 별로 문제가 될 게 없지 않소이까? 서협상단에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되는 것이 아니오?”
“화산도협의 말씀이 맞습니다. 당연히 본 가에서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결렬되자, 그들은 삼문협에 있는 저희 거래처가 본 가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강압적으로 겁을 주었습니다.”
묵경이 다시 나섰다.
“진유 아우, 중원상국에서 가끔 무리하게 사업을 한다는 말이 있긴 해.”
“제가 급히 영보에 온 이유 또한 중원상국에 의해 막힌 거래처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온 것이고요.”
“잘 안 된 모양이군요.”
“그들은 저에게 미안하다고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세력이 약한 문파라고 하나, 무림에선 빼앗기 위해 명분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상도(商道)도 마찬가지였다.
고진유가 홍우금에게 물었다.
“중원상국에서 서협상단이 아니라 여씨현을 탐내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 같소만.”
“역시 화산도협이십니다. 여씨현에 본 상단에서 운영하는 광산이 있습니다.”
“광산이라면?”
“그곳에서 우연히 금맥을 찾았습니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소문이 그들의 귀에 들어간 듯합니다.”
“헉, 금맥이라면 중원상국에서 난리 칠 만하겠는걸.”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장두총도 급관심을 가졌다.
고진유는 다른 사형제들과 반대로 차분해졌다.
‘금맥이라…… 후후.’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곳은 서협상단 외에는 중원상국밖에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중원 전체에서 달려들 게 확실하고요.”
“……그렇지요.”
고진유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비밀로 처리하려고 했다.
“홍 가주께서는 지킬 힘이 있습니까?”
“없…… 습니다.”
“그렇다면 중원상국에 잘 계산해서 넘기십시오. 서협상단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소이까?”
홍우금의 표정에 실망의 빛이 나타났다.
“아깝소이까?”
“아닙니다. 단지…… 또 중원상국에…… 당한다는 생각에…….”
그의 눈가에 비통함이 보였다.
“혹시 중원상국과 서협상단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소이까?”
“그건 내가 알아.”
곽우가 나섰다.
“중원 상계에 대해 서술한 책을 보면, 중원상국은 서협상단에서 시작됐다고 적혀 있더군.”
“홍 가주님, 맞습니까?”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중원상국은 항상 본 가를 노리고 있습니다. 금광마저 그들에게 빼앗긴다면 서협상단의 미래를 지켜낼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만…….”
고진유는 일행을 보았다.
“혹시 여기 삼문협은 누구의 영역인지 아십니까?”
“무림맹과 소림사가 정주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을 가르고 있고 동쪽은 개방의 영역이라고 보면 돼. 중원상국이 낙양을 차지한다고 봤을 때 삼문협과 남양은 누구의 영역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위치지.”
묵경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그럼…… 본 문에서 서협상단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하남의 문파들과 문제가 될 건 없겠군요.”
“본 문에서?”
장두총이 화들짝 놀라며 고진유를 쳐다보았다.
함부로 결정 내릴 일이 아니었다.
우종성이 나섰다.
“호정, 이 일은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 윗분들께서 결정지을 일이시지.”
“사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우선 홍 가주님의 뜻을 먼저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고진유는 홍우금을 보았다.
“홍 가주께서는 화산파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본 문에서 이번 일을 허락한다면 화산파의 이름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입니다. 서협상단과 본 문이 동맹에 대한 협정을 맺었음을 상계에 알리면 됩니다.”
“아…… 아…….”
“서협상단의 뒤에 화산파가 있는 이상 중원상국에서 무력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본 문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 외는 서협상단에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그것만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홍우금은 다시금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저어…… 그럼 본 가에서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산도협께서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물론 본 문이 나서게 된다면 그에 합당한 보답이 있어야겠지요. 금광에서 캐낸 총채굴량의 일 할이면 충분합니다.”
고진유의 대답에 일행은 눈이 일제히 커다래졌다.
‘채굴한 금의 일 할을 달라고?!’
금광에 얼마만큼의 금이 묻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금이 매장되어 있다고 해도 일 할을 원하는 것은 합당한 보답이 아니라 도둑이나 마찬가지였다.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던 홍우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런 배포라니…….’
중원의 대문파들도 버겁다고 하는 중원상국의 홍기단을 거리낌 없이 상대할 때, 화산파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사내라면 이 정도는 지녀야지. 이런 사내와 인연을 맺는다면 오 할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화산파의 이름을 빌리는데 그 정도의 금액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홍 가주께서는 운이 좋습니다. 원래는 이 할까지 요구하려고 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제가 운이 정말 좋은 듯합니다. 하하하!”
홍우금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 층에서 그 모습을 본 조현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자는 서협상단의 가주인데…… 왜 웃는 거지?’
화산파 일행과 함께 있는 홍우금의 모습이 보였지만, 아쉽게도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아.’
* * *
휘이이익!!
청매단주 도홍 도인이 다급하게 올라온 보고서를 받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허어, 요즘 일이 많아진 거 같은데.”
겉봉에는 삼대제자 호정이라 적혀 있었다.
“이 녀석은 가라는 무림맹에는 안 가고 또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구먼.”
세 번 접은 서신을 편 도홍 도인의 표정이 점점 요상해졌다.
“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한 번 더 서신을 읽었다.
분명 잘못 본 게 아니다.
“허허 참, 이거 참! 참으로 엉뚱한 녀석이로군. 이번에도 제대로 사고를 치는구나!”
서신에는 중원상국과 부딪친 일부터 서협상단과의 일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장문인과 집법전주께서 이번엔 대체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어!”
* * *
고진유가 보냈다는 서신에, 하나둘씩 당주급 인사들이 본전으로 모여들었다.
“허허, 요즘 참석들이 정말 좋습니다. 평소에는 잘 오지 않던 분도 계시는군요.”
“그때는 많이 바빠서…… 허허허.”
무극전주 도상 도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자, 그럼 바쁜 여러분들을 모이게 한 이유를 알려 드리겠소이다.”
본전이 조용해졌다.
“본 문과 서협상단의 협정에 관해 허락을 받고자 한다는 연락이 왔소이다.”
“서협상단이라면, 하남성의 남양에서 장사하는 상단이 아닙니까?”
“맞네. 일단 그 아이가 보낸 서신을 먼저 읽겠네. 잘 듣게나.”
장문인은 서신 내용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었다.
본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내용을 알고 있었던 서명전주 곡진이 한 번 더 강조했다.
“채굴한 금의 일 할이외다! 엄청나지 않소이까?”
평소에 물욕이 없던 화산파의 도사들도 놀랄 정도의 금액이 확실했다.
“그 정도라면…… 화산파의 이름을 서협상단에서 사용하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장서원주 유선후가 넌지시 찬성의 표를 던졌다.
“장문인, 저 또한 괜찮은 제안이라 보여지는군요.”
이번에는 약의원주 허황까지 찬성했다.
곡진은 살짝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만일 이것만 제대로 된다면 본 문의 재정은 튼튼해질 겁니다. 물론 좋은 약초들도 얼마든지 구할 있지요!”
스윽.
“찬성이외다.”
“본인도…….”
본전에 모여든 하나둘씩 인물들이 손을 들었다.
“좋소이다. 호정에게 본 문의 뜻을 빨리 알리도록 하겠소이다.”
주명진이 기분 좋게 외쳤다.
기분이 좋은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고진유가 가는 곳마다 화산파의 이름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 * *
콰아아앙!!
대리석으로 만든 탁자가 흔들거렸다.
“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했기에 서협상단에서 이런 짓을 하도록 가만히 두었지?!”
삽십 대 후반의 사내, 중원상국의 부상국주이자 상국주 조명군의 첫째 아들 조천항은 노기가 치밀어 올랐다.
조금 전 올라온 보고서에는 화산파와 서협상단의 동맹 협정을 맺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도사 놈들이 산속에서 도나 닦지 않고 돈에 눈이 멀다니……! 완전 도둑놈들이군!!”
“일공자님, 도사라고 하나 어차피 그들도 무림인이지요.”
탁자 앞에 앉은 중년 사내가 웃음을 보이며 백학선을 가볍게 흔들었다.
“수한 선생, 웃을 일이 아니외다. 화산파에서 나섰다면 금광은 물 건너간 게 아니겠소!”
“후후후, 일공자님,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좋은 계책이 있습니까?”
조천항의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간단합니다. 서협상단에서 일 할을 준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렇지요.”
“공자님께서는 그들에게 이 할의 조건을 내걸면 됩니다.”
“아……? 아, 하하하! 그렇군요. 이 할을 준다고 하면 되겠군요. 수한 선생께서는 언제나 명쾌한 해답을 내주시는군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럼 화산파에 직접 가서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은 화산파에서 한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화산도협에게 일임한 일이지요. 우선 그를 만나야 합니다. 그는 태생이 도둑이었다고 하더군요.”
“운이 좋은 놈이군요. 도둑 출신이라면 돈에 환장한 놈일 수도 있겠고.”
“소문에 의하면 본국에서 발행된 전표를 상당한 크게 지녔다고 하더군요.”
“훔쳤다는 말이오?”
“무기명 전표라 그가 주웠든 훔쳤든 상관이 없지요. 다만 일반 화산파 도사와는 다르게 돈을 밝힌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흐음…… 수한 선생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겠소이다. 오히려 상대하기 쉽겠군요.”
조천항은 돈의 위력을 잘 알았다.
‘세상 누구도 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원상국에 붙어 있는 수많은 무인들과 문사들.
그들은 돈에 팔려온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