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양군경과 고진유의 발걸음이 일찍이 장문전으로 향했다.
장문전 호위는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바짝 긴장한 채로 몸을 추슬렀다.
“집법전주님을 뵙습니다!”
“허장이군. 조금 이르지만 장문인께 연락하게나.”
“넵,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허장은 빠르게 장문전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양군경과 고진유는 곧장 안으로 안내를 받았다.
장문인 주명진은 두 사람을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고진유는 인사를 했다.
“허허. 무슨 아침부터…… 화산의 폭풍의 핵인 사손지간에 함께 들어오니 겁이 덜컥 나는군요.”
“후, 그렇지 않아도 놀랄 일일세. 심장이 안 떨어지게 준비하게나.”
농담이라고는 하지 않는 사형의 진지한 말에, 주명진은 순간 정말 큰일이 난 건가 싶어 가슴이 덜컥거렸다.
“사형,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허민이 화산을 떠났다네.”
“허어……! 이거 정말…… 그게 정말입니까? 절대로 화산을 떠나지 않을 녀석이었거늘…… 자신의 운명보다 죽음을 선택할 녀석이라 여겼습니다만…….”
“장문인의 말이 맞네. 그는 당장 죽는다고 해도 결정을 바꾸지 않을 녀석이었지.”
“사형, 그가 화산을 떠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호정 때문이더군.”
“……!”
주명진은 시선을 돌렸다.
“이 녀석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라네. 사사검을 맡겼다고 하더군.”
“아…… 하아아…….”
사사검의 의미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가장 잘 아는 이가 장문인이었다.
사사검을 그가 주었기 때문.
허민을 믿었기에, 더 이상 참지 못한다면 스스로 천살성의 운명을 끊도록 한 것이었다.
“그 녀석이 이성을 완전히 잃게 된다면 호정에게 목숨을 맡기겠다고 했다네.”
“……도진 사형, 다른 분들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안 그래도 나 또한 고민이 되네.”
독소응은 일반 화산파의 도사가 아니었다.
화산제일검이 스스로 화산파를 내려가 사파에 들어갔다고 하면 화산파에서 그 파장을 무시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장문 사제. 난 허민을 믿네. 그는 절대로 살인귀가 되지 않을 것일세.”
“사형의 뜻은……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것입니까?”
양군경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내 생각은 그러하네. 하지만 결정은 장문인이 내려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만일 잘못된다면, 책임은 내가 지겠네.”
“아닙니다. 어찌 사형만 책임을 지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함께 결정을 내렸으면 책임도 나누어야지요. 사형의 뜻대로 모르는 척하겠습니다.”
장문인 주명진은 고진유에게도 주의를 시켰다.
“호정도 우리의 뜻을 알겠느냐?”
“두 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허민의 일은 일단락 지었다.
고진유와 양군경이 장문전으로 함께 온 이유가 또 하나 남아 있었다.
“장문 사제, 이제 찾아온 본론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네.”
“허민의 일 때문에 오신 게 아닙니까?”
“호정의 일로도 찾아왔네.”
주명진은 시선을 돌려 고진유의 얼굴을 보았다.
양군경의 말이 이어졌다.
“호정은 이 년 동안 열심히 수련했네. 이제는 이곳에서 배움보다는 익힌 것들을 중원 무림에 나가 숙련시킬 때일세.”
“사형의 계획은 어떠하십니까?”
“무림맹으로 보낼 생각일세.”
‘음…….’
주명진의 표정이 살짝 미묘하게 변했다.
“허진의 일과 관계가 있습니까?”
“그렇네. 호정도 원하고 있고.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찾아야지 않겠나.”
“맞습니다만…… 당연히 그들을 찾아야지요. 밀화가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놈들은 오랜 세월을 인내할 줄 아는 자들이야. 작정하고 숨은 놈들을 찾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네.”
“흐음, 하나 장로들은 어떠한 상황인지 모릅니다. 아직 어린 삼대제자를 무턱대고 보낸다고 하면 장로회의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장로들도 호정의 무공이 강한 줄은 알지만, 무림맹에 보내는 일은 본 문을 대표해서 가는 일이니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게야.”
“사형께서는 그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 봅니다.”
“호정의 능력이 뛰어남을 보여줘야겠지. 안 그런가?”
“맞습니다만…… 어떻게 말입니까?”
“임위에 보낼까 하네.”
“임위라고 한다면 유성순가를 말하는 것입니까?”
“맞네.”
임위 유성순가.
섬서 위남의 임위에서 상가인 동시에 무가로 최근 강한 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청매단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이 작년부터 종남파와 왕래가 많아진 후 본 문과의 거래가 끊어졌다고 하더군.”
“그렇지 않아도 서명전에서 재촉을 해왔습니다. 유성순가에 제자를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잘됐군. 이번 일을 처리하는 데 호정을 보내는 게 어떻겠는가?”
“삼대제자를 보낸다면 그들이 무시하지 않겠습니까?”
“한 번 믿어보세나. 유성순가의 일이 잘 해결된다면 무림맹으로 보낼 명분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겠나?”
“음…… 알겠습니다. 사형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고맙네. 호정에게는 이미 유성순가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네.”
주명진은 그의 옆에 선 고진유를 보았다.
“잘할 수 있겠느냐?”
척.
고진유는 절도 있게 포권을 했다.
“화산의 위명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유성순가(流星筍家).
위남 임위에 위치한 무가이자, 상가(商家).
가주는 ‘순요청’으로 그의 나이 이순(耳順).
자식으로 삼남이녀.
최근 그의 삼남 순지 종남파에 입문.
‘안 봐도 무슨 일인지 뻔하군.’
사전에 받은 정보에 의하면 유성순가는 임위에 자리를 잡기까지 화산파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도움을 받는 대가로 화산파에 지원금을 내는 일은 당연한 일.
하지만.
‘사람이 참으로 간사한 게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달라. 이젠 어느 정도 힘도 있겠다, 화산파에 내는 지원금이 아까워졌겠지. 섬서성에서도 제법 이름이 났으니까.’
예전에는 무림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도둑세계나 무림이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전부 똑같군.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해결 방법도 같겠지.’
화산에서 홀로 내려온 뒤, 고진유는 이틀 만에 임위의 초입에 도착했다.
매화도의가 아닌 일반 무의 차림으로.
‘우선 유성순가 분위기가 어떤지 한번 볼까?’
고진유는 화산파 임위 지부에 곧바로 가지 않고 객잔으로 들어섰다.
객잔은 지역 사람들의 민심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어서 옵쇼오오오오.”
객잔에 들어서자 점원이 목소리를 늘리며 반갑게 맞이했다.
‘상급!’
점원은 단번에 고진유에 대해 파악을 했다.
백옥처럼 깨끗한 피부.
단정하게 빗은 머리카락엔 윤기가 흘렀다.
손에는 백색의 천으로 감아놓은 긴 물건.
‘내가 객잔에서 점원 생활만 십 년이 넘었다고.’
검이 확실하다.
‘음음, 제법 돈이 있는 집안의 자손이야.’
고진유는 최상의 자리에 안내를 받았다.
스윽.
그러자 식탁 위로 은 한 냥이 슬쩍 올라왔다.
“아이고, 식탁이 더럽네요. 죄송합니다요.”
점원은 허리에 찬 수건을 풀어 식탁 위를 닦았다.
한 달 동안 고생해야 손에 만질 수 있는 금액.
입꼬리는 귓가에 걸려 있었다.
“공자님,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여기 뭐가 맛있나?”
“봉면(棒麵)이라고, 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좋아. 가져와 보게.”
“옙.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빨리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점원의 발은 빠르게 주방으로 달려갔다.
고진유는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탁마다 장사꾼들이 제법 많이 앉아 있었다.
‘유성순가와 거래를 하는 장사꾼들이군.’
이 층 창 문밖을 통해 마을 시장을 내려다보자, 역시나 수레들을 싣고 다니는 장사꾼들과 중간중간 표행을 하는 표국도 눈에 띄었다.
“제법 규모가 큰 모양인가 본데?”
화산에서 듣던 내용과는 달랐다.
“흐음.”
품 안에서 장부를 꺼내 한 번 더 확인을 했다.
유성순가와 화산파 사이의 계약 서류들을 정리한 장부였다.
‘일 년 수입의 삼 할이라…….’
예전에는 유성순가가 어떤 수준이었는지 모르나, 현재 그들의 규모로 봤을 때는 화산파에서 받아야 할 삼 할은 상당히 큰 금액이 확실했다.
고진유는 바로 화산파가 십 년 동안 유성순가에서 받아온 지원금을 확인했다.
“너무 적어. 사람이 좋으니 사기를 쳤군.”
고진유는 실소를 지었다.
“우리 윗분들을 장사 체질은 아닌가 봐. 주면 주는 대로 받고만 있다가 뒤통수를 맞으셨네.”
유성순가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거 기분 나쁜걸.”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아래에서부터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표물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임위 지부에서도 알고 있을 텐데. 왜 말이 없었지?”
유성순가에서 들어오는 지원금이 똑바로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임위지부에서 해야 하는 업무 중 가장 큰일이었다.
‘쳇. 사방에 도둑놈 천지구만.’
고진유는 마음을 다스렸다.
중요하거나 신중을 가하는 일에는 늘 오히려 차분해졌다.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지 않으셨습니까?”
점원이 봉면을 내려놓았다. 매콤한 향이 바로 올라왔다.
“아니네. 맛있겠군.”
“헤헤. 저희 객잔의 자랑입니다. 혹시 다른 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아, 혹시 마을에 환전을 할 만한 상가가 있겠는가?”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좀 많아. 자네가 알아봐 주면 섭섭하지 않게 사례하겠네.”
점원은 좌우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어…… 소인이 아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만, 지금 당장은 어렵고 한 시진 뒤에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 시진 뒤라…….”
고진유는 허리에 찬 호주머니를 열어보였다.
‘황금…… 색…… 이다!!’
점원의 눈빛에 강한 탐욕이 솟아났다.
“공자님, 아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네.”
‘이야, 드디어 나도 재신을 만나는구나!!!’
점원의 발걸음은 이미 객잔 밖을 달리고 있었다.
* * *
점원이 밖으로 나간 지 이각이 지날 때쯤, 그와 함께 중년 사내가 객잔에 들어섰다.
곧바로 객실로 자리를 옮긴 고진유는 중년 사내와 단둘이 마주 보며 앉았다.
“공자님께서 환전을 하시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소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환전 금액을 알 수 있겠습니까?”
“얼마 되지 않소. 황금 오백 냥이오.”
‘커억?!’
중년 사내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바, 방금 얼마라고…….”
“황금 백 냥의 전표 다섯 장이요. 중원상국에서 발행한 것이고.”
“중원…… 상국. 죄송하지만 확인을…….”
“여기 있소.”
중원상국의 인장이 찍힌 황금 일백냥의 전표.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렸다.
‘진…… 짜다. 이걸 환전만 해주면 수수료만 해도 황금 스무 냥을 먹을 수 있어.’
“되겠소?”
“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환전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중년 사내는 다시금 차분해졌다.
“은자 백냥짜리 전표와 은자는 백 냥 정도로 바꿨으면 하는데 되겠소?”
“본 가에 가시면 바로 환전이 가능합니다.”
“오호, 그대의 본 가가 제법 큰 모양인가 보군요.”
“임위 일대에서 가장 큰 상가(商家)가 본 가입니다. 황금 오백 냥의 전표 정도는 하루 정도 시간을 주시면 구할 수 있습니다.”
“알겠소. 이틀 뒤에 찾아가겠소.”
중년 사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그동안 거처하실 곳이 없으시다면 본 가에서 머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제안은 고맙지만, 다른 곳에도 볼일이 있소이다.”
“아…… 네에, 아쉬운 일이군요.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년 사내는 밖으로 나온 뒤 점원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나으리, 무슨……?”
“저기 방금 그 공자는 혼자 왔는가?”
“예에, 그렇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아니네. 됐어. 일하게나.”
중년 사내는 고개를 들어 객실을 올려다보았다.
‘음…… 혼자라…….’
* * *
객잔을 나온 뒤, 고진유는 화산파 임위 지부를 찾아 나섰다.
객잔의 점원이 가르쳐 주기를 마을 중심에서 일각 정도 북쪽 방향에 가면 나타난다고 했다.
‘오호, 이런.’
고진유의 입가에 미소가 희미하게 걸렸다.
시야에 다섯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방금 지나간 사내 한 명.
‘이놈은 정찰조.’
목표 주위에 협력자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 임무.
‘이 녀석들은 방어조.’
길 양옆으로 두 명의 사내는 작업을 걸 때 방해받지 않도록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임무.
‘이 두 놈은 호위조.’
그리고 다가오는 세 명 중 덩치가 큰 두 명은 서너 걸음 뒤에서 따라오며 물건을 훔치는 동료를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마지막 한 명은 물건을 훔치는 소매치기다.
‘처음부터 나를 노렸어. 누군가 나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는 말인데.’
고진유는 다가오는 그들을 피하지 않고 모르는 척 똑바로 걸었다.
꿀꺽.
공오보는 침을 삼키며 다가오는 사내를 보았다.
이마에 땀이 흘렀다.
‘왜 이러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정신 차려. 저자의 품속에 있는 물건을 꺼내야 한다고.’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다.
툭.
그리고 어깨를 부딪치는 동시에 그의 손이 고진유의 품을 향한 순간,
“뭐야?”
“미안합니다. 제가 다른 곳을 보다가…….”
“똑바로 보고 다녀.”
“네에, 알겠습니다.”
공오보는 미소를 지은 채 얼른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적한 장소로 이동한 그는 이상하게 드는 섬뜩한 느낌에 고진유가 따라오는지 주위를 살폈다.
‘휴우, 다행이군. 아무 일도 없어.’
안도의 한숨을 쉬자 네 명의 동료들이 다가왔다.
“성공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공오보가 품 안을 뒤졌다.
더듬더듬.
‘없어?’
당황했는지 얼굴이 발갛게 붉어졌다.
“뭐 하냐?”
동료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분명, 분명 여기에 있었는데? 사라졌어!”
“무슨 소리야. 있었던 게 없다니? 이 새끼가 우리가 오는 사이에 혼자 삼키려고!”
“아아, 아니라니깐!!”
공오보는 옷을 벗어 던졌다.
“아…… 진짜…… 어디 있지? 분명 성공했는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때, 그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여기 있었군.”
“누구냐?!”
공오보는 재빨리 뒤를 돌아섰다.
“반가워.”
고진유는 한 손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퍽퍽퍽퍽퍽.
고진유의 주먹이 다섯 명의 복부를 가격했다.
“커어억!”
“아아아악!”
그들은 오장육부가 터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할 때 이상한 느낌이 들면 멈춰야 한다는 걸 모르는 모양인데.”
“크으윽…….”
“한번 욕심 부리면 끝인 거 알잖아?”
공오보는 허리를 끊어지는 고통을 참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똑바로 대답한다면. 만일 머뭇거리거나 말을 안 하면 이 시간 이후로 밥숟갈은 발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거다.”
“…….”
“누가 시켰지?”
“우, 우 부총관이 시켰습니다.”
“누구라고?”
“우충입니다. 유, 유성순가의 사람입니다.”
“혹시 코 밑에 점이 있는 사람?”
“네…… 맞습니다.”
“흐음…… 거짓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옛날 생각에 한 번은 살려줄 테니, 앞으로 정신들 차리고 살도록.”
“고, 고맙습니다, 대협.”
툭.
고진유는 그들 앞으로 금 한 냥을 던져주었다.
“살고 싶으면 당분간 이곳을 떠나 있어. 무슨 말인지 말 안 해도 알겠지?”
“예엡!!”
“그럼 나 간다.”
고진유의 신형이 사라졌다.
끄으응.
공오보는 금 한 냥을 주운 뒤 힘들게 일어났다.
“방금 저분 말씀 들었지?”
“아이고…… 그게 무슨 뜻인데?”
“딱 봐도 유성순가와 한바탕 할 모양이잖아. 혹시 우 부총관이 우리한테 무인들을 보내면 어떡하냐?”
“히익…… 그럼 여길 완전히 떠나야 하나?”
“당분간이라고 했으니 나중에 돌아와도 괜찮을 거다.”
“어흑. 망할, 배가 터지는 줄 알았네.”
“우릴 죽일 수도 있었는데…… 왜 살려준 거지?”
“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