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고진유는 포권을 하며 공손하게 예를 보였다.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흐음, 말로 듣던 것과는 다르군.”
“제 소문이 좋지 않게 난 모양이군요.”
“출신이 미천해서 상당히 건방지다고 하더구나.”
‘사형이란 작자들이 유치하게 놀고 있었군.’
소문의 진상이 어디인지 대략 알 듯했다.
명주란은 고진유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 소문에도 별로 화가 나지 않는 모양인데.”
“특별히 저에게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럴까? 소문이 잘못됐다면 바로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
“굳이 신경 쓸 일도 아닙니다. 제가 아니면 될 뿐이지요.”
담담하게 뜻을 밝히는 대답.
‘의미가 없는 일엔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로구나.’
명주란은 고진유가 어떤 성격인지 알 것 같았다.
‘온화하지만 언제라도 차갑게 돌아설 수 있는 사람.’
두 사람은 나란히 마주 섰다.
“호정 사질,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선수를 하셔도 됩니다.”
“내가 선수를 해도 상관없다?”
“사고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오호라, 내가 어떻게 나오든 자신이 있다는 의미인가 보군.”
고진유는 허리에 찬 검을 한쪽 옆에 내려다 놓았다.
명주란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검을 왜 내려놓는 것이지?”
“며칠 전에 화산복호권을 익혔습니다.”
“하하! 며칠밖에 안 된 권공으로 나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라면, 사질은 나를 놀리고 싶은 모양이군.”
“비무를 펼치는데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명주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산제일검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저 아이가 강할 거라는 것은 당연히 인정한다.
하나 검이 아닌 권공으로, 그것도 며칠 만에 익힌 화산복호권을 자신을 상대하겠다니?
“자신이 있는 모양이니 이 사람도 사질의 권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견식해 보겠네.”
그녀의 난화일지공은 도조 가여희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핏!
손가락 끝에 기가 번쩍거린 순간, 다섯 개의 붉은 선이 고진유의 가슴으로 뻗어 나왔다.
‘이건…… 마치 매화광일의 초식과 비슷해.’
순식간에 홍화오광지(紅花五光指)을 파악한 고진유는 머뭇거리지 않고 권공을 펼쳤다.
크아아아아아!!!
한 마리 호랑이가 앞발을 번쩍 올리고 포효하며 홍화오광지를 교차로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단숨에 그녀의 공격이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
‘허어…….’
명주란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팔 성의 내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말도 안 돼. 권공의 위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이건 처참할 정도다.’
위력에서 지공은 권공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내 공격이 먹지 않다니. 이 아이는 너무 강하다.’
떨어져서 지켜보던 무심매화 가여희가 재밌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오호, 이것이 며칠 만에 익힌 화산복호권의 위력이라는 것인가?’
우우웅-
명주란은 곧바로 단전에서 내력을 완전히 개방했다.
‘최선을 다해야 하겠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근에 깨우친 난화일지의 최후초식.
“호정 사질, 진정한 지공이 어떠한 무공인지 보여주지.”
“최선을 다해 상대하겠습니다.”
기세가 변한 그녀를 본 고진유도 단전에서 내력을 끌어 올렸다.
명주란이 한 손을 올렸다.
피핏!!
그리고 극성으로 펼친 난화환영지(亂花幻影指)가 고진유의 전신으로 쏘아져 나갔다.
한 줄기의 지공.
하지만 어느덧 한 줄기는 수백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화산지검의 묘리가 환(幻)인 듯, 지공 또한 같았다.
‘그런 것인가?’
스아아아아-
고진유의 중단전에서 전신으로 내력이 퍼져 나갔다.
‘지공 또한 검이나 권으로 펼친 공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난화환영지가 고진유가 펼친 권막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멈춰 섰다.
‘만류귀종이라……!’
번쩍!!
고진유의 중단전에서 짧은 순간, 강한 빛이 터졌다가 사라졌다.
“허엇!”
명주란은 눈을 찌르는 빛에 고개를 돌렸다가 곧바로 고진유를 보았다.
“바, 방금, 무엇이었지?”
고진유가 펼친 반격이 아니었다.
“어허……!”
‘방금 그 빛이 혜광(慧光)은 아니겠지?’
무심매화 가여희는 손이 떨려왔다.
짧은 비무의 순간, 그것도 약관밖에 되지 않는 청년이 얻었다기엔 믿기지 않는 것.
가여희는 이미 두 사람 곁으로 움직였다.
“비무는 그만하면 되겠네.”
스윽.
고진유가 천천히 포권을 했다.
“허유 사고님,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좋은 시간을 가졌어.”
고진유를 보는 가여희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그대를 보니 도진 사형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겠어. 검절이 없는 본 문은 한동안 꽤나 불안불안했었지.”
가여희는 정원 안으로 먼저 움직였다.
“보아하니 비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이야기나 나눠도 되겠느냐?”
“네, 사조님.”
고진유는 그녀의 옆에 서서 정원을 거닐었다.
중간중간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가여희는 미소를 띠며 그를 대견하게 올려다보았다.
* * *
유형지는 심각한 고민에 잠겼다.
‘그날 집법전에선 그 녀석을 보지 못했다.’
이는 갔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비밀리에 다녀갔다는 뜻이다.
유형지는 확신이 섰다.
‘그놈이 틀림없어. 내 신패를 훔친 게 확실하다.’
백색 패가 무엇인지 알고 훔쳤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 분명하다.
‘어떻게 알아차렸지? 여기에서 수상한 행동을 한 적이 없거늘…… 이런, 설마 그때 약효가 먹히지 않았나?’
“크크큭, 한 방 먹었군.”
유형지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괜히 나섰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빠졌다.
“망할 놈. 약은 놈이로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 게야!”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안한 듯 주변을 서성였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까지 알고 있군. 나를 이용해서 일망타진하겠다는 뜻이겠지? 아마 여기도 주위에 지켜보는 눈이 숨어 있을 테고.”
화산파에서 물러나야 했다.
신분을 들킨 이상 간자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쳇. 할 수 없군. 나 혼자 사라질 수밖에.”
하지만…….
‘물러나더라도 놈은 잡아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도…….’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낸 세월을 보상받아야 했다.
* * *
고진유는 처음과 달리, 이제 매화여관전을 지나는 것이 편해졌다.
“호정 사제, 이젠 안 오는 거야?”
“호화 사저, 자빠지면 코 닿는 곳입니다.”
“아! 후훗, 그러네. 그럼…… 나도 검수암에 만나러 가도 돼?”
“얼마든지 오세요.”
지금까지 무심매화 가여희에게 화산의 지공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지공도 배워두면 꽤 쓸 만한 무공이긴 해.’
그렇게 고진유가 화산파의 경내로 들어선 그때,
“호정 사형!”
화산관의 수련생 중 한 명이 달려왔다.
“제경,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전해 드릴 게 있습니다.”
제경이 품 안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내 주었다.
“관장님께서 보여 드리면 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고진유가 서신을 받아 읽었다.
-화산관으로 오게.
이왕이면 내 물건도 가지고 오면 더 좋지 않을까.
당장 왔으면 하네.
여기에는 늘 수련하는 녀석들이 많이 있지.
‘협박이군.’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부를 줄은 몰랐다.
고진유는 서신을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오라면 가야겠지.”
* * *
고진유는 화산관으로 들어섰다.
“…….”
수련생들 너머로 화산관장 권절 유형지가 팔짱을 낀 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
유형지는 소리를 쳤다.
수련생들은 동작을 멈추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 모두 물러가도록!”
웅성웅성.
수련생들 사이에서 약간의 소음이 났다.
“다들 뭐 해? 수련을 마쳤으면 다들 가서 쉬도록 해.”
“네? 네에, 사형. 알겠습니다…….”
수련생들은 고진유의 말에 따라 화산관을 한두 명씩 쭈뼛쭈뼛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반각이 지나자, 화산관에는 수련생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아 있을 뿐.
“여기에 앉지?”
“굳이 앉을 시간이 있겠습니까?”
“허허, 뭐가 그리 급하나. 화산에서의 마지막이 될 것인데 차라도 한 잔 마셔야 하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고진유는 그를 마주 보며 앉았다.
스윽.
유형지가 찻잔을 내밀었다.
“차가 붉은빛이 나는 건 화산의 홍매화로 담았기 때문이지.”
“향도 좋군요.”
“몸속에 흐르는 홍매화의 향이 기분 좋지 않은가.”
“그렇군요.”
고진유가 찻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본 유형지의 눈동자가 이상하게도 미소를 짓는 듯했다.
“근데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군.”
“아쉽겠습니다.”
“그렇지. 내가 죽을 때까지 마실 줄 알았거든.”
“항상 이곳에서 마실 수 있습니다.”
“후후후, 무슨 의미인가?”
“아시지 않습니까? 화산을 배신했다면, 극일천도 배신하면 됩니다.”
벌컥!
유형지는 찻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나를 배신자라 보는군. 하지만 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배신도 하지 않았다.”
배신자가 아니라는 그의 말.
“그 말의 뜻은…… 당신은 처음부터 극일천이라는 곳의 소속이었다는 것입니까? 화산파에 입문할 당시는 어린 나이였을 텐데?”
“그렇지. 어릴 적에 화산에 입문했지.”
“하, 대단하군요. 뭐라고 말도 못하겠소이다. 애들까지 이용하다니.”
“어떤가? 우리와 함께할 생각은 없는가? 상부에 내가 말을 잘 해줄 수 있네. 어찌 보면 자네도 화산파에 정식으로 입문한 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나보고 변절을 하라는 말이군요. 근데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후후. 그럴 것이라 생각했네. 나도 그냥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
스윽.
유형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 겁니까?”
“어쩌겠나. 떠날 때가 되었다면 가야겠지. 자네와 함께.”
“난 갈 생각이 없습니다만. 그리고 당신도 가지 못합니다.”
“방금 마신 차엔 산공독이 들어 있어. 저번엔 해독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산공독은 절대로 해독할 수 없는 독이지.”
유형지는 손을 뻗어 고진유의 어깨를 잡았다.
“멍청한 놈, 저번에 당하고도 또 내가 주는 것을 마시다니.”
처억!
고진유는 어깨 위에 올려놓은 그의 손을 잡았다.
손에 힘을 주자 유형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 내력이……?”
“바보는 그쪽인 것 같군. 난 처음에도 그 수법에 걸리지 않았소이다.”
“이놈이!!”
휘익!
유형지가 소리치는 동시에 왼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고진유도 얼굴을 향해 떨어지는 그의 일권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콰아아앙!!!
매화오행권과 화산복호권의 대결.
두 개의 권강이 부딪치며 서로 뒤로 밀려났다.
스르르르르-
유형지는 물러난 뒤 다음 공격을 위해 두 팔을 회전시키며 전력을 끌어 올렸다.
‘초반에 끝장내야 한다!’
시간을 끌면 싸움의 진동을 듣고 화산파의 도사들이 몰려올 터!
휘이이이잉-!!
그의 팔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내력이 따라 움직였다.
금매구룡(金梅九龍).
단번에 고진유를 끝장낼 최강의 초식을 펼쳤다.
유형지의 두 주먹에서 뻗어 나온 구룡의 강권이 고진유의 전신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날아갔다.
‘역시 권절이군.’
그를 상대하기에 고진유의 화산복호권은 아직 불완전했다.
‘권공으로 맞부딪힐 이유는 없지.’
허리에 찬 사의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파아앗!!
사의검 주위로 피어난 붉은빛 매화가 진한 자줏빛으로 변했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의 매화자명(梅花紫明).
화산파 검의 요결은 쾌와 환.
화산의 진의를 깨닫지 않고서는 매화의 쾌와 환을 완벽하게 펼치지 못한다.
구룡의 앞을 자줏빛의 매화가 흩날리며 막아섰다.
쉬아아아아악!!
거침없이 다가오던 구룡의 권강들이 하나둘씩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화산제일검 독소응에게조차 인정한 진정한 매화검법이 눈앞에 펼쳐졌다.
피이이잇-!!
자줏빛 매화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허리를 스치자 유형지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 놈……!! 대체 끝이 어디지?’
진정한 힘을 숨기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더 싸워도 이길 수 없다. 만일 싸우다가 저 녀석에게 제압을 당한다면……!’
그의 결심은 빨랐다.
“자, 잠깐!”
퍼어억!!
유형지는 양손으로 자신의 태양혈을 그대로 찍었다.
놀란 고진유가 쓰러진 그의 곁으로 뛰어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것이 죽음으로 갈 만한 일입니까?”
죽음으로 비밀을 지켜야 했다.
“나…… 혼자만 죽으면…… 될 뿐…… 이다.”
투욱.
유형지의 숨이 끊어지며 머리를 떨구었다.
‘하아, 독한 놈들…… 아 참, 그를 잡아야 해!’
하지만 이곳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고진유는 곧바로 신형을 날려 식영전으로 향했다.
유형지가 스스로 죽은 이상 허서가 어떠한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으니까.
식영전은 경내 밖에 위치해 있었다.
고진유는 경내에서 나온 뒤 방향을 남으로 돌려 날듯이 움직였다.
식영전이 가까워졌다.
‘이 냄새는……!’
미세하게 느껴지지만 혈향이 분명했다.
“설마……!”
휘익!!
재빨리 안으로 들어서자 집무실에서 혈향이 진하게 흘러나왔다.
멈칫.
고진유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걸음을 멈춰 섰다.
‘안에…… 있어.’
숨을 죽이며 사의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내력의 기가 사라졌다.
‘내력을 숨겼어. 대단한 인물이다.’
청력을 집중했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고진유는 긴장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안에 있는 인영 또한 고진유와 같은 심정.
문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
“……누군지 모르나 나오는 게 좋겠소.”
고진유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후후후…… 젊은 놈이 대단하군. 버티기 힘들 텐데 말이야.”
“혹시 식영전 허서 사숙을 죽였소?”
“그렇게 되었네. 조심하라고 했거늘, 결국 의심을 받게 되었지.”
“그래서 죽인 것이오?”
“음…… 죽였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군. 죽도록 도와줬을 뿐이니.”
“대체 당신들은 누구요?”
“알고 싶은 모양이지? 근데 아직은 때가 아니야.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걸세.”
계속해서 대치할 수만은 없었다.
‘안에…… 놈은 혼자다.’
고수이지만 부딪쳐 볼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변한 것을 보니 내가 혼자라고 확신한 모양이지? 맞게 생각했네. 자신 있으면 안으로 들어오게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몸이 주저하면서 계속 멈칫거렸다.
“후후후, 두렵나? 겨우 나 한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면서 오년지계라는 거창한 말을 내뱉었다니 우습군.”
고진유는 눈썹에 힘을 주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끼이이익-
문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한 손은 언제라도 사의검을 출수할 수 있도록 검을 잡았다.
“하하하하! 제법 배짱은 있군. 안 들어올 줄 알았거늘.”
문 뒤에 물러나 서 있는 복면인.
고진유는 혈향이 흐르는 방향을 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중년 도사의 시신.
심장이 찔린 듯 가슴 부위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텐가?”
“……네놈의 복면을 벗길 것이다.”
“후후후, 복면을 벗긴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군. 어디 한번 해보든지.”
스윽.
복면인은 자신 있게 서너 발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