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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3화 (33/425)

33화

천매관 뒤를 돌아서자 작은 암자가 나타났다.

암자 지붕 아래로 천매정이란 오래된 현판이 걸려 있었다.

“여기가 내가 머무는 곳이다. 들어가자.”

고진유는 뒤를 따라 천매정으로 들어섰다.

서로 마주 보며 앉은 두 사람.

공서도인은 화산파에 올라올 때까지 겪었던 고진유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반년 동안 천매관에서 나오지 않은 탓에 그는 중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호, 남궁허를 만났다고?”

남궁세가 절대고수인 남궁삼천검의 일인.

“어떻게 보이더냐?”

“강해 보였습니다.”

“당연한 게 아니더냐. 엄청난 인물이지. 또 다른 건?”

“없습니다.”

“없어? 상대가 남궁허인데? 웃기는 녀석이로다.”

그는 고진유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남궁세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오랜만에 우리도 물건이 하나 나온 것 같군.’

공서도인은 고진유가 마음에 들었다.

남궁세가와 싸우면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특히.

“여긴 왜 찾아왔느냐?”

“사조님께서 매화관과 천매관을 통과하라 하셨습니다.”

“사조라면…… 혹시 허진 그 아이의 사부인 도진 사질을 말하는 것이더냐?”

“아! 네에.”

“왜 놀라지?”

“사조님과 같은 향렬이신 줄…… 알았습니다.”

“클클클! 내가 그렇게 젊게 보이는가? 하긴 예전부터 지인들이 나를 보며 동안이라 했다네.”

공서도인이 이빨을 보이며 활짝 웃었다.

“그 녀석이 내가 누군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이군. 공서(空瑞)라 한다.”

고진유가 화산파에 온 뒤 공자배 도인을 만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르신께 큰 실례를 한 듯합니다.”

“허허, 멀대같이 키만 큰 녀석이 또 싱거운 짓을 했군. 그냥 편하게 증사조라 불러라.”

모두가 무서워하던 양군경을 싱거운 놈이라고 부르는 모습에 고진유의 눈이 커졌다.

“많은 도인들이 사조님을 무서워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클클클, 그 녀석이 무섭다고? 하긴 화를 내면 막 나가는 녀석이긴 했지. 맡은 임무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네 사부를 잘 아는 우리들에게는 싱거운 놈일 뿐이야.”

수십 년 전, 그가 등평관을 맡고 있을 당시 유달리 키가 큰 놈이 수련생으로 들어왔었다.

한 가지 일을 시키면 다른 동문들이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마치던 녀석.

‘처음에는 덩칫값도 못하고 바보같이 당하는 놈인 줄 알았건만. 어리석은 게 아니라 그저 동문을 배려했을 뿐이었지.’

고진유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조님께선 이분을 잘 아셨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구나.’

팔짱을 낀 공서도인이 상체를 뒤로 젖히며 물러났다.

“보아하니 천매관을 통과하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군.”

“그냥 가면 알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천매관을 통과하는 방법은 하나.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것이지.”

공서도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르륵-

그가 한쪽 벽 전체가 창으로 되어 있는 문을 옆으로 밀자, 그 뒤로 석벽이 나타났다.

넓은 석벽에는 동산 아래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나 원, 이것도 안 가르쳐 주더냐? 최소한 천매관이 어떠한 곳인지도 가르쳐 주지 않았군.”

공서도인은 석벽을 보며 간단히 설명했다.

“이건 매화검선께서 등선하시기 일 년 전에 이곳에 오셔서 손수 그리신 석화로, 천매도(天梅圖)라 한다.”

“아하…… 그래서 이곳이 천매관이군요.”

“지금까지 천매관에 온 많은 화산파의 제자들은 천매도를 보며 깨달음을 가졌지. 물론 나도 포함해서.

근데 말이지. 지금까지 매화검선님의 진정한 뜻을 제대로 알아낸 인물이 없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부님도 천매관을 통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깨달음을 얻었지. 여기를 통과한 인물들은 화산파에서도 기재 중의 기재들. 하나 굳이 천매관이 아니라도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고진유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천매도가 진정 가리키는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공서도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많은 인물들이 천매도를 보았지만, 그분께서 원하신 진정한 깨우침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많은 분들이 진정한 뜻을 깨우쳤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후후후, 그건 간단해. 천매도의 뜻을 깨우친다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공서도인은 미소를 지으며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건 네가 깨우쳐야 할 일이다.”

“비밀인 모양이군요.”

“내가 미리 가르쳐 주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 조사께서 말씀하셨지. 천매도의 깨우침을 얻게 된다면 매화가 만개할 것이라 하셨다.”

“천매도의 뜻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여긴 깨달음을 얻는 곳이니라. 무엇이든지 네가 깨달았다고 생각되면 나가는 거지. 안 그러냐?”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진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암자를 둘러보았다.

‘역시 특이한 녀석이로군.’

그동안 천매관에 왔던 모든 제자들은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석벽 앞에 앉았다.

“뭘 찾느냐?”

“저녁이 된 것 같아서요. 식사는 안 하십니까?”

“당연히 하지. 저기 항아리를 열면 공복환(空腹丸)이 들어 있다. 먹고 싶은 만큼 꺼내 먹으면 된다.”

“음식이나 요리는 하지 않으시는가 보군요.”

“네놈도 늙으면 그게 더 편안해질 게다.”

스윽.

항아리를 열어 안에서 공복환을 하나 꺼내고는,

킁킁.

코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음…… 향은 달콤하고 좋습니다.”

“먹기 좋게 석청을 듬뿍 발라놨거든.”

“아하, 그래서 끈적거린 거군요.”

고진유는 공복환을 입에 넣었다.

첫 맛과는 달리 싸한 느낌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괜찮네요. 서너 개 더 먹어도 됩니까?”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고진유는 항아리에서 공복환을 서너 개 더 꺼내고는 석벽 앞에 자리를 펴듯 앉았다.

쏘옥.

입에 하나씩 공복환을 넣으면서 천매도를 보았다.

공서도인은 조용히 암자 밖으로 물러났다.

‘이젠 스스로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겠지.’

천매도에서 얻는 깨달음은 개인마다 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천매도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이는 없었고, 매화는 피어나지 못했다.

공서도인이 천매관을 맡은 이유는 매화검선의 진정한 뜻을 깨닫는 이가 나오는 순간, 즉 천매도에서 매화나무가 만개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놈은 다를 것 같다.’

공서도인은 암자를 향해 돌아섰다.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있을꼬?’

길게는 보름이 걸리기도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 녀석은 제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얼마 남지 않은 이승의 시간.

그 전에 천매도가 만개하기를, 그는 간절히 기원했다.

* * *

천매도.

매화검선께서 그리셨다는 그림.

‘그냥 심심풀이로 그린 것은 아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그동안 많은 화산파 제자들이 천매도를 보며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터.

고진유는 석벽에 그려진 천매도의 전체를 한눈에 담았다.

이제 천매도를 보지 않아도 눈앞에 그릴 수 있었다.

‘한번 그려볼까?’

두 눈을 감았다.

굵은 선과 얇은 선이 잇는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손이 움직였다.

마치 무아지경에 든 것처럼.

고진유의 손이 좌우사방으로 움직이며 공간속에 천매도를 그려냈다.

‘이건…….’

무엇인가 찾은 듯한 느낌.

허공 속에서 천매도를 완성시키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불빛이 반짝였다.

‘다시 확인해야 해.’

고진유는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고 석벽으로 팔을 뻗어 허공을 따라 천매도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뚝.

순간 고진유의 동작이 멈췄다.

‘이번에는 좁게.’

선과 점의 간격이 줄어들고, 여백이 작은 공간으로 좁혀졌다.

석벽은 사람의 모양과 비슷했다.

그리고…….

‘선과 점은 경락. 내기가 움직이는 전신임독맥.’

심법.

‘매화단심공의 운기가 행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화산파의 많은 내공심법들 중 조사 매화검선이 창안한 내공심법은 매화단심공, 하나밖에 없었다.

정작 고진유는 이 사실을 몰랐지만 말이다.

고진유는 몸을 바르게 세운 뒤 천매도의 매화단심공을 천천히 외우기 시작했다.

불출심(不出心) 지천하(知天下) 불규심(不窺心) 견심도(見心道) 신신미행(信身未行) 정행청심(正行淸心) 지심불박(知心不博) 박심부지(博心不知) 검인부적(劍人不積) 기이기유유(旣以己兪有) 기이기유다(旣以己兪多) 천지단심(天地單心)이이불신(利而不身).

매화단심공을 외우며 혈맥을 따라 운기를 시작했다.

어느덧 고진유의 몸 안에서 천매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매화단심기는 빠르게 소주천을 이룬 뒤 의도하지 않던 대주천의 길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중단전을 만든 경락을 지나지 않았던 운기는 대주천을 시작하자 지금까지 알던 매화단신공과 달리 중단전까지 밀고 올라갔다.

고진유의 몸이 팽창해 부풀어 오를 정도로 매화단심기가 중단전에서 수차례의 폭발을 일으키며 백회혈까지 곧바로 치고 올라갔다.

만일 중단전을 만들지 못했다면 고진유의 몸이 터져 나갔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중단전이 거센 내기의 완충 공간 역할을 해주었다.

퍼어어엉.

그동안 외부로 사용하지 못했던 중단전의 매화단심기가 외부로 뻗어나갔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연이어 고진유의 내부에서 수십 번의 폭발음이 터지면서 몸속에 쌓여 있던 탁기들을 밀어냈다.

“크윽…….”

고진유는 그 과정에서 일어난 몸의 충격을 이를 악물며 참아냈다.

무의식적으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스으으으으-

수십 번의 폭음이 터진 후, 잠시 진정되던 내부는.

파아아아아아앗!

곧 중단전에 웅크리고 있던 매화단심기가 백회혈까지 뚫어놓은 혈맥을 따라 단숨에 솟구쳤다.

번쩍!!

눈앞에서 터진 섬광.

한 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밝았다.

덜컹!

암자 밖에서 대기하던 공서도인이 폭음 소리에 놀라 벌컥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큭!”

그 순간 터진 섬광에 그가 다급히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섬광이 점점 흐려지며 눈앞을 가리던 석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어……!”

다시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 공서도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매…… 화가…….”

매화나무 가지에 분분히 맺힌 백색의 섬광들.

“매화가…… 만…… 개하였도다.”

조사께서 하신 말씀이라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석벽에 그린 그림에 꽃이 피겠는가.

“사실이었어……! 사실이었어!”

공서도인은 황홀한 표정으로 새하얀 매화가 만개한 천매도를 보았다.

섬광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천매도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고진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며 씨익 웃었다.

“멋지네요.”

“과연 그렇구나…… 하하하하! 내가 죽기 전까진 천매도의 매화가 안 필 줄 알았다.”

“천매도가 만개한다는 것이 방금 본 광경이 맞습니까?”

“그렇다. 천매관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면 천매도가 만개할지니. 고맙구나! 노도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으음…… 그래도 한 오 년만 더 살아 계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무슨 이유가 있느냐?”

“화산파가 천하제일문파가 되는 걸 보고 등선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요.”

“클클클,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왔는지 모르지만 잘 물어왔구나. 좋다! 최소한 오 년은 저승에서 귀신도 오지 못할 것이다!”

“후후, 감사합니다, 증사조님. 그럼 전 천매관을 통과한 것이지요?”

“석벽의 꽃을 피운 녀석이 무슨 소리냐? 하하, 이젠 어떻게 할 계획이지?”

“사조님께서 화산제일검이신 허민 사숙님께 보내실 거라 하셨습니다.”

“허민에게? 음…… 좋은 생각이긴 하다만 그 녀석도 워낙 특이한 녀석이라서.”

“네. 그분이 어떠하신지 사조님께 들었습니다.”

“도진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유가 있겠지. 자자, 그럼 네놈이 여기를 나가기 전에 한번 비무를 해볼까?”

공서도인은 호기심이 생겼다.

천매도의 매화를 만개시킨 고진유가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 말이다.

“증사조님께서 원하신다면…….”

공서도인과 고진유는 암자 밖으로 나가 천매관의 공터에 도착했다.

“좋은 검이로다.”

고진유가 든 사의검을 본 공서도인이 감탄했다.

“사조님께서 사부님을 위해 준비하셨던 검입니다. 제가 사의검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부의 뜻을 잇겠다…… 좋은 생각을 했다. 화산의 검은 무엇을 익혔느냐?”

“십사수매화검법을 익혔습니다.”

“또?”

“없습니다.”

“없어? 다른 건 배우지 않고?”

“내공으론 매화단심공 두 가지만 익혔습니다.”

“허어…… 매화관을 통과하지 못하고는 천매관에 오지 못하거늘. 십사수매화검법으로 매화관을 통과했다는 말이더냐?”

“네. 맞습니다.”

공서도인 또한 십사수매화검법이 나쁘지는 않지만 평범하다고 여겼다.

“한번 보겠노라. 선수를 양보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진유는 사의검을 가볍게 뽑았다.

분명 검을 뽑았건만, 어떠한 소리도 없이 자줏빛의 검신이 밖으로 드러났다.

‘오호, 무음발검이라…….’

음파를 감지하는 청각의 능력과 음파의 파동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지녀야 발검을 제압할 수 있다.

‘발검 하나만으로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도다. 대단한 녀석이구나.’

공서도인은 기분이 몹시 좋았다.

드디어 화산파에서도 괴물 같은 놈이 태어났다.

수십 년 동안 중원 무림에 나타난 절대무인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으하하하하!!”

비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이놈아, 고개를 숙여봐!”

“네, 엡.”

공서도인은 한달음에 달려가 머리를 숙인 고진유를 껴안으며 귀엽다는 듯 볼에 입을 맞췄다.

쪽쪽.

“아이구, 요 귀여운 녀석!!”

* * *

드르륵.

집법전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양군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늦은 시간에 보고도 없이 집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다.

그의 성격을 알기에 장문인조차 사전에 연락을 한 뒤 찾아왔다.

눈을 부릅뜨며 열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고진유와 함께 가슴 어림밖에 오지 않는 노도가 앞서 있었다.

‘이런!’

양군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숙님께서 오셨습니까?”

“도진, 오랜만일세.”

양군경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고진유를 슬쩍 본 뒤 자리를 권했다.

“사숙님, 여기에 앉으시지요.”

“고맙네.”

공서도인이 자리에 앉는 동안 고진유가 대답했다.

“증사조님께서 사조님을 만나 뵙고 싶다면서 함께 오셨습니다.”

양군경의 표정이 밝아졌다.

‘호정에게 증사조라고 부르도록 하셨다면 상당히 마음에 드셨다는 말이군.’

공서도인은 화산파 내에서도 기인이라 할 만큼 특이한 분이셨다.

“천매관은 어떻게 되었느냐?”

양군경의 물음에 공서도인이 대신 나섰다.

“이 녀석, 물건이더구만. 단번에 천매관을 통과했지.”

“사숙님,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내가 기분이 좋아서 함께 나왔다네. 자네와 한잔 마셔야겠어.”

“알겠습니다. 사람을 시켜 당장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서도인은 신이 났는지 목소리가 즐거워 보였다.

“이놈이 글쎄 나에게 오 년이 되기까지는 등선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무슨 말이긴! 오 년 안에 천하제일문파라는 말을 듣게 해주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알겠다고 했어!”

“…….”

“멋지지 않는가? 화산파가 천하제일문파가 된다는 게?”

“하하, 사숙님. 호정이가 그렇게 말을 했다면 기다려 봐야지 않겠습니까?”

“클클클, 그렇지. 천하제일문파가 되는 날 무당의 그 늙은이를 찾아갈 생각이네. 그동안 얼마나 잘난 체를 하는지 아느냐? 내가 서러워서 가끔 잠도 자지 못했다고.”

곁에 앉은 고진유를 보는 두 도인의 모습에서 연신 흐뭇함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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