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찌릿.
손에 흐르는 미세한 진동.
고진유는 검을 쥔 손을 보았다.
‘가볍게 부딪힌 것 같은데…….’
우우웅-
중년인은 거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시선은 고진유를 보는 듯했지만, 입에서는 상체를 일으키는 남궁한을 향한 책망의 말이 묵직하게 흘러나왔다.
“내가 누차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애들이나 상대해서 이긴 걸로 자만해서 제대로 수련을 하지 않는다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했던 것 말이다.”
“삼숙, 송구합니다.”
“됐다. 오늘의 패배를 마음 깊숙이 되새겨라.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
“알겠습니다.”
중년인은 부서진 비무대 사이로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처어억!
어깨에 태산의 무게가 올라선 느낌.
그는 짧게 신분을 밝혔다.
“남궁허라 한다.”
고요했던 군중들이 웅성거렸다.
남궁세가의 절대 강자 삼인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남궁삼천검(南宮三天劍).
남궁세가의 제왕군 군장이며 남궁무적검 남궁허.
중원무림에서 당당히 천하이십절대무인에 올라선 절대고수이기도 했다.
“고진유이오.”
“무공이 제법이더군. 화산파의 십사수매화검법이 섬전십삼검뢰를 상대할 수 있는 절대검공일 줄은 몰랐다.”
화산파 제자 중 평검수에 올라서면 익힐 수 있는 검법.
그는 고진유가 펼친 무공 또한 단번에 알아보았다.
“무공의 우위는 무인에게 있다고 배웠을 뿐이오.”
“그건 맞는 말이다. 무인의 능력에 따라 무공은 얼마든지 변하지.”
‘제법이군. 처음과 다르게 내 앞에서 떨지 않아.’
또박또박 대답을 하는 모습에 남궁허는 내심 감탄이 나왔다.
‘본 가에서도 내 앞에서 이만큼 당당한 놈은 없거늘. 화산파에서 제대로 인물을 만들어냈어.’
“최근에 자네의 이름이 본 가에 심심찮게 들려오더군.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똑바로 진의를 보시면 알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원한은 없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미 그대와 우린 쉽게 친해지지는 않겠어. 오늘 일도 그렇고.”
“일부러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소이다.”
“후후후, 잘 알았네. 이번 비무는 그대의 승리다. 축하하네. 하지만 이후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게야.”
“앞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 뭐라고 대답은 할 수 없겠군요.”
“음…… 젊은이들의 도전적인 성격은 좋지. 하나 건방지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
“충고라면 잘 받아들이겠소이다.”
“하하하, 그대의 사부는 누구인가? 화산파에서 그대와 같은 인물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궁금하군.”
“화산파를 무시하는군요. 미안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밝힐 수는 없소이다.”
남궁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흐음…… 개인적인 일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소이다.”
“알겠네. 여하튼 그대의 사부는 마음이 든든하겠군.”
남궁허는 고진유를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러움도 살짝 일어났다.
“우린 언제고 마주치게 될 걸세. 망신은 이미 당했으니 내가 이 자리에서 어린 후배를 이긴다고 해도 의미가 없겠지. 나와 싸울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더 성장해라. 그때 확실히 네놈을 꺾어줄 테니. 대남궁세가의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해주마.”
“기대하겠습니다.”
다른 말도 필요 없이 고진유는 짧게 대답했다.
천성적인 특유의 당당함.
남궁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궁한과 함께 비무대를 물러났다.
숨을 죽인 채 지켜보던 군중들은 두 사람이 사라지자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
“화산도협!!
‘어?’
고진유는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에 비무대를 나오려다 멈칫했다.
저 수많은 시선들.
언젠가 한 번쯤은 꿈꾸었던 장면이었다.
척.
고진유는 그들을 향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화산무적(華山無敵)!”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스스로도 몰랐다.
하지만 고진유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듣지 못한 군중들이 없었다.
와아아아아!!!
우렁찬 함성이 다시 한 번 터졌다.
“와아아아아!! 형님!!”
인양도 가슴이 터져 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저분이 내가 모시는 형님이시다!’
툭.
묵경이 어깨를 쳤다.
“가자.”
“네? 어디로요?”
“아우를 맞이해야지.”
“아! 네에!”
두 사람은 비무대로 움직인 뒤 곧바로 고진유에게 다가섰다.
“진유 아우.”
“형님!”
고진유는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 잘했어. 아우는 이젠 완전히 전국구야. 중원 무림에 화산도협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을 거라고.”
묵경의 말은 사실이었다.
창천무룡 남궁한을 꺾은 이상 화산도협 고진유의 명성은 무림인들 사이에서도 강자로 인식될 게 틀림없었다.
“형님, 정말 멋졌습니다.”
묵경과 인양의 들뜬 얼굴을 보면서 평소보다 한층 더 흥분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하…… 겨우 한번 비무한 것밖에 없는데.’
스윽.
그때, 세 사람 곁으로 진우청이 다가왔다.
그 뒤로 화산파 제자들도 함께했다.
“진유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진우청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과연 질문을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알겠네. 여하튼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저 또한 이곳에서 사숙님을 만날 것이라 생각 못 했습니다. 사부님께 듣던 대로 목소리가 좋으시군요.”
“후후, 사형이 그런 말까지 한 모양이로구나.”
진우청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나면서 밝아졌다.
‘정말로 사형의 제자가 맞구나. 항상 내 목소리가 좋다고 하셨던 분이시지.’
그때 전음이 다시 들렸다.
[제가 사부님의 제자인지는 비밀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겠네.]
후다다닥!
그때,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한 사내가 고진유 앞에 멈췄다.
“화산도협, 하후세가에서 외당을 맡은 하후민이라 하네. 나를 따라오게.”
“…….”
고진유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가만히 있는가?”
“무슨 일입니까?”
“본 가의 가주님께서 그대를 한 번 만나 뵙고자 하셨네.”
“하후세가의 가주께서 말이오?”
하후민은 말문이 막혔다.
‘이거 상당히…… 피곤한 인물이군.’
보통이라면 이유를 묻지 않고 따라나서는 게 정상이었다.
“가주님께서 도협의 무공을 보시며 감탄을 하셨기에…….”
“진작 처음부터 차근히 말을 하면 될 일을. 근데 맨몸인데 괜찮소?”
“……맨몸?”
“이순 생신이라 하지 않았소?”
“아…… 하하…… 상관없네.”
“그럼 여기 두 사람과 같이 가도 되겠소?”
고진유는 묵경과 인양을 가리켰다.
“이 두 사람은……?”
“내 일행들이오. 문제가 되오?”
“그건 아니지만…….”
“문제가 안 된다면 갑시다.”
“으…… 크음, 흠. 알겠소이다.”
하후민이 먼저 귀빈석으로 움직였다.
묵경은 바로 당황했다.
“아우, 나, 난 여기 있겠네.”
“같이 갑시다. 자꾸 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겁니다.”
“…….”
“여기까지 잘 오지 않았소?”
‘에휴…….’
묵경은 어쩔 수 없이 고진유의 뒤를 따랐다.
귀빈석에는 호남성을 대표하는 오대문파의 주인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 서문세가의 가주도 함께했다.
‘저 녀석이 여기에 왜?’
서문당소가 고진유와 함께 온 묵경을 발견하고 내심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아들을 만나다니.
세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닌다고 했던가.
여인들 사이에서 난봉꾼처럼 다닌다는 소문이 허다하게 들어오질 않나.
당연히 그는 풍류미군이란 별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자들 뒤나 따라다니는 네가 여기에 무슨 일이냐?”
묵경을 대하는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여기 진유 아우와 왔습니다.”
‘진유 아우라?’
서문당소는 고진유에게 시선을 옮겼다.
무림에는 강하지 못하면 강한 친우를 가지라는 말이 있다.
강한 친우를 사귀는 것 또한 능력인 것이다.
고진유는 서문당소의 첫마디에서 묵경을 싫어하는 이유를 단번에 알았다.
‘왜 안 맞았는지 알겠군.’
서문당소는 전형적인 무인이었다.
척.
“고진유라 합니다. 묵경 형에게 가주님에 대해 자주 들었습니다.”
“도협, 저놈이 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이오?”
“중원에서 어느 누구보다 진정한 사내다운 무인이라 하더군요. 직접 만나뵈니 역시 묵경 형의 말이 맞습니다.”
‘흐음…… 그런 말을 했다고?’
서문당소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고진유의 귀에는 묵경의 전음이 들렸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괜히 우리 사이에 안 나서도 돼.]
[그냥 가만히 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입니다. 그것 말고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고진유도 곧바로 전음을 보냈다.
묵경과 동행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그의 아버지를 미워한다거나, 특별히 사이가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성을 바꾼 이유 또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음이 어렴풋 느껴졌고.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 묻지 않았지만, 저 두 사람의 관계는 기회만 있다면 풀 수 있을 듯했다.
서문당소는 눈을 부릅뜨며 묵경을 노려보았다.
고진유 때와 달리, 목소리가 엄하게 변했다.
“넌…… 나중에 보자.”
“……하하.”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하후강이 환하게 고진유를 반겼다.
“하하하하! 백성들이 칭송하는 화산의 영웅을 설마 생일날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멀리서 들려오는 소문에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네.”
“이순을 축하드립니다. 빈손이라 죄송합니다.”
“화산도협이 직접 축하해 주는 것만으로 고마울 따름이지. 오늘 저녁에 연회가 있는데 참석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하죠.”
“허허허, 고맙네.”
고진유를 보는 그의 눈빛이 달랐다.
하후강은 비무대에서 고진유가 남궁한과 싸우는 광경을 보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영웅의 기개.
삼십 년 전 천하오무(天下五武) 신황제왕군(神皇帝王君)의 신화를 쓴 무신 초일군의 이름을 무림에 알렸던 그때 그 장면이 떠올랐다.
약관의 청년이 소림사대금강을 이겨 버렸던 대사건을 하후강은 제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고진유의 비무에서도 강렬하게 전해졌다.
‘만약 화산도협이 그의 길을 걷는다면…….’
중원 무림의 역사는 화산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후후, 미리 인연을 만들어놓는다면 훗날에 본 가에 큰 도움이 될지도.’
* * *
나란히 앉은 두 사람.
하후세가에 들어선 후 고진유와 진우청은 자리를 만들었다.
“얼마 전에 본 문에서 전서를 받았네.”
“혹시 저 때문입니까?”
“그렇네. 화산도협을 데리고 오라는 명이더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중원에 소문이 난다면 화산파에도 안 들어갈 리 없으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전혀 듣지도 못한 인물이 화산파의 무공을 펼치며 화산파의 제자라고 소문이 났거늘, 가만히 있을 문파가 어디에 있겠나. 당연히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화산이라는 이름을 알려주어서 고맙기는 하네.”
“사부님의 뜻을 어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허진 사형께 제자로 받아들여졌는가?”
“네. 사부님께서 매화결의를 베풀어 주셔서 사제의 연을 이었습니다.”
“그렇군. 사형이라면 제자를 받아들일 수 있지. 내가 사질이라고 불러야겠지만, 그건 본 문의 어르신들께서 결정을 내릴 문제이네.”
“알겠습니다.”
진우청은 정말로 묻고자 하는 질문을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진유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부님의 신상에 관해서 궁금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느냐?”
“네, 그렇습니다. 사부님께서 제게 사조이신 분께 직접 말씀을 드리도록 부탁하셨습니다.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가 사부님의 제자라는 사실을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그렇다면 알겠네. 이후엔 우리와 함께 화산으로 올라가겠느냐?”
“…….”
고진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의 계획은 무림맹으로 간 뒤, 사부 오청석이 숨겨놓은 물건을 찾는 게 먼저였다.
그 후 화산파에 올라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산파의 인물들과 먼저 만나게 되면서, 무림맹에 가기 애매하게 되었다.
진우청이 망설이는 고진유를 보며 다시 말했다.
“장문인의 명이기도 함세.”
화산파의 제자라면 장문인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괴도에 있을 당시 고진유는 오청석의 제자일 뿐, 화산파의 제자라는 것에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다.
근데 막상 육지로 넘어오자 화산파라는 이름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졌다.
중원인들은 화산파의 제자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그들이 나를 화산파 제자로 받아줄지 아닐지 결정하겠지…… 그래, 화산파에 먼저 가야겠어. 그들이 아니라 내가 화산파 제자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야. 사부님의 원수를 갚는 일과는 별개로.’
“사숙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우린 내일 오후에 떠날 계획이다.”
“알겠습니다.”
화산파로 함께 가기로 결정내리는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화산파라…….’
사부님께서 그리워하셨던 화산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 * *
왁자지껄.
연회가 길게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나이에 맞게 무리가 나누어졌다.
연회는 젊은 후기지수들에는 미래를 위한 친우를 사귀거나 여인을 만나는 사교장의 자리이기도 했다.
연회장에는 사내들뿐만 아니라 여인들까지 많이 참석하곤 했으니까.
그리고 현재 그녀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 한 사람이었다.
풍류미군 묵경.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묵경의 얼굴.
그녀들은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가 일제히 넋을 잃을 정도였다.
여인들 사이에서 연회를 즐기는 묵경과 인양의 모습을 본 사내들에게선 당연히 시기 어린 질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볼 거라곤 얼굴밖에 없는 놈이…….”
“서문정, 저 녀석이 네 동생이라면서? 사내자식이 얼굴로 여자들을 꾀려고 하는데, 가서 한마디 하는 게 어때?”
“…….”
서문정은 힐끗 건너편 자리에서 묵경을 쳐다본 뒤 술잔을 비웠다.
“쳇. 이봐, 서문정! 뭐야? 왜 가만히 있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거냐?”
“상관후, 조용히 술이나 마셔라. 난 저 녀석하고 상관없다.”
타앙!
상관후가 술잔을 세게 내려놓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시덕거리는 게 더러워서 더 이상 못 보겠군!”
“남의 잔치에 조용히 있지? 괜한 사고 만들지 않는 게 좋아.”
“됐어. 같은 핏줄이라고 저 녀석 편을 드는 것이냐?”
이번에는 하후천이 그를 말렸다.
“상관후, 대체 무슨 짓이지? 할아버님 생신을 망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아니, 상관 형의 말이 맞아. 저놈이 여기에 들어올 자격은 없어.”
형산파 제자 자도명이 중간에 끼어들며 상관후의 편을 들었다.
처어억!
상관후는 결심을 한 듯 여인들 사이에 있는 묵경을 향해 걸어갔다.
당황한 하후천은 여전히 혼자 술을 마시는 서문정을 보며 말했다.
“이보게, 왜 말리지 않는가? 상관후 저 녀석 작정을 한 모양이다. 큰일 난다고.”
“누가?”
“그거야 당연히 자네 아우가 다치지 않겠나?”
“하하, 저놈이 다친다고?”
서문정은 실소를 터뜨렸다.
“자네가 말려야 할 사람은 상관후, 저 멍청일세.”
“그게…… 무슨 말인가?”
하후천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벌컥.
서문정은 다시 술을 따른 뒤 한입에 들이켰다.
‘그날…… 난 봤어.’
아버지를 따라 함께 갔었던 강서칠대가의 회동.
지금과 마찬가지로 후기지수들과 따로 모임을 가졌을 때였다.
‘저 녀석이 상대했던 모두를 폐인 수준까지 만들어 버렸지. 사촌 형까지 전부. 아버지와 틀어지지만 않았다면 실력만큼은 이미 인정을 받고도 남았을 터.’
“후, 저 녀석의 화를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크게 다치지는 않을 텐데.”
서문정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