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다다다다다-
경내 안에서 수십 명의 무인들이 정문으로 달려왔다.
상력단장 오주상은 정문에서 들어온 왕종을 보며 안심한 듯 숨을 크게 내리쉬었다.
반각 전에 다급하게 들려온 보고.
창운상단에서 왕종을 납치하려 한다는 소식이었다.
오주상은 곧바로 수하들을 빠르게 소집해서 나가려고 하는 찰나였다.
“도련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창운상단에서 납치를 시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 그 문제는 끝이 났어요. 여기 은공께서 구해주시고 해결을 잘 해주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제가 늦어서 송구할 뿐입니다. 그런데 은공…… 이시라면…….”
왕종과 함께 들어선 고진유를 자세히 살폈다.
‘음…… 평범한 내공을 지녔군.’
빠르게 훑어내려 보았지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은공께서 그들로부터 목숨을 구해줬소이다.”
척.
오주상이 포권을 했다.
“도련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단에서 단장직을 맡은 오주상입니다.”
“진유라고 하오. 딱히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여기 왕종 형님께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연히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입니다.”
“아니외다. 우연히 같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목숨을 걸고 타인을 위해 싸우지 못합니다.”
“이거 쑥스럽군요. 아, 이자가 납치를 하려던 인물이오. 살수 같으니 조심해서 다루시길.”
객루에서부터 끌고 온 사내.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들어가서 쉬시지요.”
“수고하세요.”
왕종과 고진유는 경내 안으로 들어섰다.
오주상은 점혈을 당한 살수를 내려다보았다.
‘남궁소경…… 감히 도련님을 납치하려고 하다니 미쳤군.’
남궁세가의 후지기수와 남해검문의 후지기수는 청년이 될 때까지는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가문의 위치가 점점 벌어지자, 결국 남궁소경은 남해검문 출신인 그와는 급이 다르다며 많은 인물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마치 원수처럼 서로를 대하는 사이가 되었고.
‘결국 네놈도 어쩔 수 없는 방계 출신. 변방으로 올 수밖에 없으면서 내게 잘난 체를 했단 말이더냐.’
그의 입가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 * *
푹!
반독진은 머리를 바닥으로 깊숙이 떨어뜨렸다.
“창운상단은 절대로 연주상단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검을 직접 맞대었는데도 별 볼 일 없다며…….”
“그놈이 누구라고?”
“죄송…… 합니다. 누군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쯔쯔, 부당주란 녀석이 겨우 약관 밖에 안 된다는 애송이한테 당한 채로 돌아오다니 어이가 없군.”
창운상단의 창무당 수장 남궁소경이 한심하다는 듯 반독진을 바라보았다.
안휘성의 대남궁세가 방계 출신으로 알려진 무림인이었다.
“소연검법이 아깝군. 네놈 때문에 남궁세가가 망신을 당했다.”
“당주님, 송구하옵니다. 제가 방심을 한 탓에…….”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싸움에 있어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 했거늘. 멍청한 놈.”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확실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남궁소경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 더 지켜보도록 하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독진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허어, 그나저나 큰일이군. 그자가 연주상단에 잡혀갔단 말이지?”
왕종 납치 미수 사건의 전말이 알려진 이상 창운상단은 이미 곤란해졌다.
다만 그가 직접 실토를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으로 상황을 맞춘 뒤 우길 수 있을 터.
“부당주, 어떻게 하면 되겠나?”
“몰래 들어가서 빼내어 오는 게 좋겠습니다.”
“그만. 지금 치졸하게 기습을 하자는 말인가?”
“그게…….”
“부당주가 그놈을 납치하자고 했을 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근데 또 기습을 하자고?”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남궁소경의 성격은 불같았다.
한 번 결정을 내린 일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처리했다.
강성에서 창운상단 무인들이 상력단장 오주상에게 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남궁소경은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하들이 당해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었다.
‘오주상, 네놈이 남해검문 출신이라더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군.’
예전부터 한 번 정도는 꼭 밟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훗,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강성에서 우릴 건드린 건 네놈이니 명분은 충분하다.’
“부당주, 강성의 일에 잘잘못을 따지러 가겠다고 연주상단에 가서 통보해라. 우린 강성의 일로 연주상단을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넵, 다녀오겠습니다.”
반독진은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원래의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본래는 왕종을 납치해 연주상단에서 먼저 움직이도록 유인하려 했었다.
꽈아악.
남궁소경은 강하게 손을 쥐었다.
‘후후후, 이번 기회에 기를 펴지 못하도록 완전히 눌러주마.’
* * *
“크으…….”
술을 제대로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이걸 왜 마셔?’
나이 열다섯에 마셔본 적이 딱 한 번 있었지만, 그때도 좋았다는 기억은 없었다.
“술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이게 좋은 것입니까? 대체 이런 쓴맛을 왜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소이다.”
“하하하! 은공께서는 술을 배운 적이 없는 모양이외다.”
“뭐…….”
“술이란 건 처음에는 이상하지만 자주 마시다 보면 알게 되더군요. 저 또한 한동안 이리 쓴 술을 왜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굳이 알고 싶은 맛은 아니군요.”
“후후후.”
왕종은 고진유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랐다.
‘뭐랄까? 거칠면서도 순수한 사내야.’
퉁명스럽게 말하는 듯하지만 사람다운 맛이 있었다.
“천천히 마셔보시지요. 입안에서 잠시 술을 머금고 향을 음미하면 조금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고진유는 그의 말대로 잔에 입을 대고서 한 모금 입안에 머금었다.
‘흐음…… 과일 향인가?’
입안에서 향긋한 맛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와글글.
입에 든 술이 거품을 냈다.
그리고 한입에 꿀꺽 삼켰다.
“크흠.”
처음과 다르게 쓴맛이 조금 사라진 듯했다.
“하…… 좋네요. 과일로 만든 술인가 봅니다.”
“맞습니다. 무화과로 만든 술이지요. 시중에 나가면 꽤나 비싼 술이라서 은공께 특별히 꺼냈습니다.”
“특별한 술이라니 고맙소이다. 한잔하시지요.”
고진유도 술병을 들어 그의 잔에 부었다.
무화주가 거의 비워갈 무렵이었다.
“안에 들어가도 되겠느냐?”
문 밖에서 걸쭉한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륵-
문이 열리며 만나야 할 얼굴이 나타났다.
‘왕…… 진만.’
오 년이 지났건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 그대로였다.
“아버지, 오셨습니까?”
왕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왕진만의 뒤로 호위가 함께 들어섰다.
“몸은 이상이 없느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 은공 덕분에 무사했습니다.”
‘흐음, 상당히 젊은 청년이군.’
이미 창운상단의 손아귀에서 왕종을 구해준 내용을 보고받았다.
“반갑소이다. 난 이 녀석의 아비 되는 사람이오.”
“진유라 합니다.”
왕진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흠, 혹시 우리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소이까?”
“글쎄요. 지나가다가 만난 적이 없다면 처음이지 않겠습니까?”
“내가 착각을 한 듯하군요.”
“아닙니다.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본 상단에서 일을 해볼 생각은 없소이까? 월봉은 잘 쳐주겠소이다.”
“글쎄요. 그건 생각을 안 해봐서요.”
“그러지 말고,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소이까? 다른 곳보다 많이 줄 수 있소이다.”
“말씀은 고맙지만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알겠소.”
왕진만은 짧게 인사한 뒤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탁!
닫힌 문 뒤로 복도를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장사꾼에게 사람에 대한 기억은 중요했다.
“영한, 자네는 어떤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없는가?”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그런가? 하긴 워낙 비슷한 얼굴들이 많지 않겠나. 그건 그렇고 왕종, 그 아이를 납치하려고 한 건 강성에서 발생한 일 때문이겠지?”
“창운상단에서 움직였다면 그 이유밖에 없습니다.”
“하, 창운상단에서 목숨을 걸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군.”
“그들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컸을 것입니다. 남궁세가에 대항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본 상단이 무리를 한 것일지도…….”
“쯧, 괜히 먼저 건드리는 바람에 일이 더럽게 꼬였어.”
왕진만은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히 저들이 도련님을 납치하려고 한 게 실패했으니 우리들도 명분이 생겼습니다.”
“이번 일도 부탁하겠네.”
“걱정 마십시오. 남궁소경, 그자는 제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남궁세가도 특별히 자극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에는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영한은 창운상단에 대해 파악을 끝내 놓았다.
“하하하! 역시 영한, 그대가 내 곁에 있으니 든든하군. 내가 강성을 가지려고 한 이유에는 자네도 있지.”
왕진만은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아 참, 그리고 음요루 건은 어떻게 되었나?”
“죄송합니다. 음요루에 눈이 많았는데도 한 명도 범인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젠장…… 나쁜 놈이긴 하지만 원한을 많이 사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았던 모양이군.”
“그리고 벽화당 두목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벽화당에서도 낙봉이란 인물이 죽었다고 합니다.”
“같은 놈인가?”
“심증은 가는 편이지만 같은 인물이 그들을 죽였다는 물증이 없습니다. 수하들이 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군. 굿이라도 한판 벌여야 하나.”
왕진만은 투덜거렸다.
“죄송합니다. 빨리 해결토록 하겠습니다.”
다다다다-
그때, 사내 하나가 안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왕진만을 본 그는 허리를 숙였다.
“상단주님, 창운상단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보냈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영한이 바로 나섰다.
“그가 말하기를, 강성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과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 하하! 납치까지 하려던 놈들이 뻔뻔하군! 그 말 외에는 없던가?”
“저어…… 그게…….”
“똑바로 말해라. 무슨 말을 했지?”
“강성에 물러나지 않는다면 연주상단은 멸문을 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크으, 저런 나쁜 놈들이 있나. 장사에 니 거, 내 거가 어디 있다고.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이지.”
왕진만은 억울했다.
“상단주님, 잘됐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강성에서 본 상단의 우위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영한은 자신 있었다.
‘남궁소경, 네놈은 운이 없다고 생각해라. 살인을 하고 싶진 않지만, 네놈이 남궁세가인 것을 원망해야 할 것이다.’
* * *
시끌벅적.
상단은 원래부터 많은 상인들이 드나들며 하루 종일 바쁜 장소다.
하지만 오늘은 바쁜 대상이 달랐다.
상인들 대신, 무인들이 상단 주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드륵.
고진유가 창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네요.”
“은공의 말씀이 맞는 것 같군요. 호위대와 상력단이 함께 움직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왕종은 밖으로 나가 상력단원 중 한 명을 세웠다.
“어딜 가는가?”
“창운상단에서 몰려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창운상단이……? 아, 알겠네.”
강성에서 발생한 일이 큰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게 맞았다.
“하아…… 이거 참…… 서로 대화를 통해 합의하면 두 곳 모두 잘될 일을 굳이 싸움으로 해결하려고 하다니…….”
왕종은 현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게 세상이지요. 대화가 안 되면 힘으로 싸우는 수밖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창운상단이 남궁세가와 연관이 있는 곳이라고 하던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타난 것을 보아하니 처음부터 연주상단을 완전히 부술 작정이었나 봅니다.”
언제 다가왔는지 고진유가 뒤에 서 있었다.
왕종은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았다.
‘은공의 말처럼 창운상단이 작정을 했어. 어쩌면 아버지께서 강성에 욕심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을지도. 장사라면 창운상단보다 우리가 우위지만, 남궁세가와 연결된 그들과 무력으로 싸우게 되면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까.
아버지가 엄청난 실수를 한 게 사실이야. 창운상단과는 무력으로 싸워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왕종의 눈에는 연주상단의 미래가 보였다.
잘못하면 남궁세가의 힘에 연주상단이 완전히 부서지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질 게 틀림없었다.
‘우선 당장 급한 일부터 막아야 해. 그 뒤 강성의 일을 처리하는 게 순서야.’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털썩.
왕종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아 고진유를 향해 부복했다.
“은공, 정말 죄송하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되겠소이까?”
“……무슨 부탁입니까?”
“이미 저를 한 번 구해주셨는데, 염치 불고하고 부탁하겠습니다. 부디 저희 상단을 도와주십시오.”
그가 보기에 고진유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고진유는 무심한 시선으로 왕종의 시선을 마주했다.
왕종의 진심 어린 눈빛과 얼굴에는 걱정과 심란함이 가득했다.
“미안하게 됐소. 그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소이다.”
“은공……! 혹시 다른 이유가 있으십니까?”
고진유의 단호한 표정에 왕종은 가슴이 철렁했다.
당연히 도와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고진유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가 연주상단에 접근한 목적.
바로 왕진만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고진유는 왕종의 물음에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그대가 부상단주라고 들었소.”
“맞습니다. 아무런 권한도…… 힘도 없는 부상단주지만…….”
“그건 아니지요. 특별한 경우…… 상단주의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지 않소이까? 상단주가 갑자기 죽거나, 아니면 상단에 엄청난 피해가 가도록 만들었거나. 그게 부상단주를 세운 이유이지 않는가요?”
“……!”
왕종은 대답을 하지 않고 고진유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설마 그가 납치를 당하려던 순간, 우연히 도와준 것이 아니었던 건가?
“……은공께서 물어보시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려주십시오.”
“순서가 틀렸소이다. 그대는 내 의도를 아는 것보다 아니라, 내가 물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게 먼저요. 내 도움을 원한다면.”
고진유의 말이 맞았다.
그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그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는 것이 순서였다.
“……은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상단주의 권한을 거둘 수 있는 경우가 생기면 상단회의를 거쳐…….”
“잠깐, 한시가 바쁜 상황에 상단회의를 통해 결정 내리는 게 가능하오?”
“그건……!”
“결국은 상단주가 죽는 수밖에 없군요.”
“아, 아닙니다.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부상단주가 선탄핵권을 발동한 뒤, 후에 상단회의를 거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선탄핵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상단주로 인해 멸문을 당하거나 상단주가 본 상단의 멸문을 막을 수 없을 때입니다.”
“좋소. 그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 그대가 이곳의 주인이 되는 시간까지.”
“……!”
왕종은 착잡했지만, 이 방법밖에 없음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 때문에 상단이 멸문을 당하도록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상단을 살릴 수 없을지도 몰랐다.
“이젠 제 물음에 답을 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대는 대체 누구입니까?”
“자, 지금부터 우리 두 사람은 거래를 하는 거외다. 내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도 그만큼의 답을 주겠소.”
고진유가 왕종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쿠우우웅!!
멀리서 굉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