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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9화 (9/425)

9화

털썩.

불산표국의 표두들과 표사들, 그리고 쟁자수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선은 자연스레 화산파의 무공을 펼친 괴인에게 집중됐다.

“저어…….”

허요희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스윽.

고진유가 뒤로 돌아섰다.

“…….”

어둠 속에서 검을 든 봉두난발 괴인의 모습은 더욱더 괴기하게 보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대…… 협.”

“다들 괜찮나요?”

‘얼굴이 안 보여서 몰랐는데 젊은 사람 같아.’

허요희는 호흡이 편해지자 안정을 되찾았다.

“저희들은 불산에서 작은 표국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대협께선 화산파와는 어떠한 사이이신지요?”

상대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화산파와 같은 대문파의 제자들에게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사부님께서 화산파의 고인이십니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대협의 사존께서는 도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사부님의 존함을 밝히기에는 곤란한 일이라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입니다.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요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화산파의 무공을 저렇게 펼치는 것만 봐도 괴인의 신분은 확실했다.

“그런데 화산파의 제자가 먼 광동까지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믿을지 모르겠지만 섬에 표류되었다가 얼마 전에 육지로 나왔습니다.”

“아하…… 그래서 복장과 용모가…….”

사실이라면 저 귀신같은 괴기스러운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은 간단한 대화를 나눴고, 허요희는 이유는 말하지 않았으나 고진유가 꽤나 긴 시간 동안 섬에서 생활한 것과 가는 방향이 연주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고진유도 그녀가 불산표국의 총표두라는 사실을 알았다.

‘여인의 몸으로 총표두라…… 대단하네.’

허요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 대협께서 불편스럽지 않다면 저희들과 함께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함께?”

“그렇습니다. 저희 표국도 연주에 가는 길입니다. 함께 가시는 거면 비용은 저희 표국에서 모두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나쁘지 않은데? 비용까지 부담해 주면 괜찮겠어.’

심심하지도 않겠지만 이삼 일 걸리는 동안 숙박과 음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진유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허요희의 입장에서도 고진유와 같은 고수가 함께하면 표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터.

산적들과의 싸움에서 표두들과 표사들이 거의 반 이상 부상을 입은 상태다.

아직 여정이 남아 있으니,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음…….’

기뻐하던 허요희는 고진유를 보다 한 가지 작은 문제를 발견했다.

고진유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대로를 활보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 확실했다.

“저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머리카락과 수염을 정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보기에 흉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잘랐으면 합니다.”

“다행히 쟁자수 중에 솜씨가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만족하실 거예요.”

“그렇게 해준다면야 당연히 좋습니다.”

허요희는 건너편에 쉬고 있던 쟁자수 한 명을 불렀다.

슥- 슥- 슥-

지저분하게 자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고.

고진유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덥수룩하게 났던 수염을 깨끗하게 밀자, 괴인이 사라진 자리에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아아…… 이런…… 잘생겼잖아……?’

목소리만 들었을 때도 젊다고 느꼈었지만, 본 얼굴이 드러나자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게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맨 얼굴.

“아, 하하! 대협께서 이리도 젊은 분이신지 몰랐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고진유도 동경 속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우와.’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에 깨끗한 얼굴을 자신도 처음 보았다.

마음에 들었는지 꽤 오랫동안 동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나라고? 제법 멋있게 생겼는데…….’

사내답게 생긴 얼굴.

전설상의 옥기린 미남은 아니지만, 못생기지 않은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어릴 적 다쳤던 눈가 아래에 검상 흉터는 어떻게 된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를 알아볼 사람은 없겠는데.’

오 년 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고 대협, 옷은 표의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이것보다 낫겠지요.”

훌러덩.

고진유는 흑선에서 선원에게 얻어 입은 옷을 미련 없이 벗어 던졌다.

‘앗!’

그녀는 상의를 벗은 고진유의 상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표행의 목적지인 연주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길가에 붉은 깃발이 펄럭거렸다.

눈에 익은 객잔.

“하하하하!”

고진유는 갑자기 대소를 터뜨렸다.

‘드디어…… 돌아왔다.’

연주의 낯익은 풍경이 보이자 진정으로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

무수한 여러 감정들이 눈앞을 지나갔다.

“고 대협, 무슨 일인가요?”

“아,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진유의 시선이 한 곳에 향했다.

길가에서 장사하는 노점 객잔에는 여전히 장사꾼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하…… 여기가 한때 내 밥줄이었지.’

정신없는 장사꾼들 상대로 소매치기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군.’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파가 소면을 빠르게 뽑아내고 있었다.

스윽.

고진유는 노파 앞에 다가섰다.

“맛이 좋습니까?”

노파는 힐끗 청년을 쳐다보았다.

표의에 검을 차고 있었다.

“몇 푼짜리에 맛을 따질 거면 다른 곳에 가보슈. 아니면 저기에 앉으시유.”

‘나를 몰라보는군.’

눈썰미가 매섭다고 소문난 노파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아, 안면이 있는데.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허 참…… 우리가 언제 봤다고 하는감? 잘생기긴 했어도 첨 보는 얼굴이구만. 저리 비키시유. 바빠 죽겠는데…….”

노파는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미안하게 됐수다. 수고하시오, 귀파.”

“……?”

순간 노파가 소면을 만들던 손을 멈췄다.

표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고진유의 뒷모습.

‘누…… 구지? 귀파라 부르는 놈은 오래전에 죽은 그놈밖에 없는데…….’

노파는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불산표국의 표행이 마을에 들어섰다.

허요희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진유의 본 얼굴을 본 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고 대협 덕분에 무사히 왔어요. 고맙습니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요. 총표두께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불산으로 돌아갈 때 조심해서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아쉽네요. 고 대협께서 저와, 아니, 우리와 함께해 주신다면 좋을 텐데…… 하긴 바쁜 분이시니 어쩔 수 없겠지요?”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까. 먼저 가시지요.”

“아, 잠깐만요.”

허요희가 천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약소한 금액이지만 받아주시면 고맙겠어요. 제 마음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아…… 그러면 이것까지 고맙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불산에 가면 꼭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고진유에게 현재 필요한 것이 딱 돈이었다.

“고 대협께서 오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맨발로라도 마중을 꼭 나가야지요. 그럼 다음에 꼭 뵙도록 하겠어요.”

허요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나면서도 서너 번 뒤를 돌아봤다.

철렁.

고진유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흐음, 우선 옷부터 하나 살까?”

표행과 헤어진 이상 표의를 계속 입고 다닐 수는 없었다.

‘어디에 있더라?’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옷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떠올렸다.

“아하, 그곳에 있었지.”

고진유는 빠르게 마을 서쪽으로 움직였다.

천의점(天衣店)이라 걸린 간판.

손님들 대부분이 부자들로, 가게 안에는 비싼 옷들이 가득했다.

덜컹!

천의점 문이 열리며 청년이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장이 인사를 하다가 멈춰 섰다.

“표…… 사께서 우리 가게에는 무슨 일로?”

“옷가게에 옷 사러 오지 않소이까?”

“에…… 그건 맞지만…… 여기는 그게 좀…….”

천의점 주인 안의창은 말을 하면서도 고진유의 행색을 아래위로 연신 살폈다.

“저어…… 표사님. 우리 가게는 표의를 따로 취급하지…… 않습니다만……?”

“표의를 찾는 게 아니고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경장 한 벌 가져오시오.”

“…….”

안의창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고 고진유의 눈치를 보았다.

“뭐요? 내가 돈이 없을까 그러는 것이오?”

“아…… 음…… 그게 아니라…….”

스윽.

고진유는 주머니를 내밀며 안을 보여주었다.

반짝이는 색깔이 살짝 보였다.

‘금…… 화!’

안의창의 얼굴 화색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활짝 피어올랐다.

“하하하! 당연히 표사님께 잘 맞는 옷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 * *

고진유는 마을을 구경하듯 천천히 걸었다.

‘바뀐 건 하나도 없군.’

마을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 중 한 명도 고진유를 알아보는 사람을 없었다.

‘저놈들은……?’

마을 끝에서 무리를 지으며 걸어오는 청년들.

“이야, 저 녀석들도 변한 게 없네.”

예전 벽화당 출신의 동료들.

마을을 거닐다가 외지인들이 오면 소매치기를 하곤 했다.

지금 또한, 평범하게 걷는 듯하지만 주위를 예민하게 살피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긴장한 탓인지 어깨가 굳어 있다.

‘보아하니 누굴 표적으로 삼은 모양인데? 이렇게 한눈에 보여서야. 쯔쯔, 오 년 동안 솜씨가 늘지 않다니. 아직 멀었어.’

고진유는 그들의 표적이 누구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마땅히 저놈들의 표적이 될 만한 사람은 주위에 없었다.

‘뭐야, 나를 노리는 거야? 이거 황당한데? 여하튼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찾아갈까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고진유는 가던 방향을 돌려 건물 사이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어디 움직여 볼까?”

후다다닥!

벽화당 무리들이 다급하게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자알 따라온다!’

* * *

추동은 인상을 구기면서 앞서가는 남자를 쫓았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걷는 것처럼 보이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뭣들 해?! 빨리 움직여!”

“어어, 알았어.”

괜히 뒤에 따르는 동료들에게 짜증을 냈다.

‘아 씨, 어디까지 가는 거야?’

휙!

뛰다시피 모퉁이를 돌자,

“허억!”

사라진 줄 알았던 남자가 눈앞에 멈춰 서 있었다.

추동의 뒤를 쫓아오던 무리들이 서로 앞뒤로 부딪쳤다.

“아야야! 뭐야, 갑자기 왜 서?”

“앞에…….”

열 명의 무리들이 곧장 앞으로 튀어나왔다.

겁을 주기 위해 최대한 무섭게 보이도록 인상을 쓰고선.

고진유는 뒷짐을 지며 미소에 살기를 띠었다.

‘저 새끼는 왜 실실 웃고 지랄이야. 기분 나쁘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표정에서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젠장…… 뭔가 있어.’

추동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는 물러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마자,

“보아하니 벽화당의 좀도둑들이군.”

“……!”

발걸음이 멈췄다.

태연한 척했지만 당황한 눈동자들이 흔들거렸다.

‘우릴 알고 있어. 이자가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연주에서 본 적이 없다.

“겨우 이걸로 놀란 모양이군. 아니, 도둑놈들이 그리 간이 작아서야 도둑질을 하겠어?”

“넌…… 누구냐?”

“그건 알 필요 없고.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잘 만났다.”

스윽.

고진유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듯 가볍게 움직였다.

파아아앙!!

그리고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강한 추진력과 함께 고진유의 신형이 불쑥 나타났다.

“머, 멈…… 춰라!”

추동은 말을 더듬으며 얼른 품 안에서 단검을 빼 들었다.

“뭐냐? 그것 가지고 되겠어?”

스르릉-

고진유가 상의 자락을 젖히자, 푸른빛의 검대와 검이 나타났다.

허요희에게 선물로 받은 물건들.

‘무림…… 인?’

상의 자락에 감춰져 있어 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망할! 하필이면 무림인을 건드리다니!!’

스윽.

추동은 마지막 방법으로 소매를 재빨리 뒤적거렸다.

연막탄을 꺼내기 위해.

하지만 운이 없게도 그가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고진유는 훤히 알고 있었다.

“어허, 잠깐. 살고 싶다면 소매에 있는 물건을 꺼낼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아.”

“……!!”

“내 말이 안 믿긴다면 한 번 시도해 보든지. 대신 손모가지 잘려도 내 책임은 아니다?”

고진유의 협박에 추동은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 아니, 대체 저 새끼가 어떻게 알았지?’

추동은 포기하며 손을 밖으로 천천히 꺼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은 달랐다.

스걱.

날카롭게 잘려 나가는 소리.

“뭐야?!”

추동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털썩.

피가 솟구치며 팔 하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아독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내…… 파아아알!!”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방금 말했잖아. 움직이는 놈이 있다면 손모가지 잘린다고. 좋게 말을 할 때는 어째 말을 안 들어.”

“헉……!”

추동은 심장이 떨어졌다.

검집에서 검이 나오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털썩!

추동은 무릎을 꿇고 바짝 바닥에 엎드렸다.

“공자님,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소인들이 죽을죄를 졌사옵니다.”

“한 번만 목숨을……!”

우르르르-

추동을 따라 모두가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 * *

일각 동안 벽화당에 대해 많은 내용들을 들었다.

벽화당은 여전히 연주 일대에서 활동 중이며, 예전과 달리 세 곳의 홍루를 운영한다고 했다.

“홍루라…… 벽화당 두목이 한 건 제대로 잡은 모양이군.”

“저…… 그게 아니라, 오 년 전에 왕 부자와 두목이 동업을 했습니다.”

“방금 뭐라고? 누구랑 동업했다고?”

“왕진만이라고 연주상단의 주인입니다.”

‘어라? 도둑놈하고 장사꾼이 동업을 한다?’

고진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업을 한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죽일 새끼. 그때 나를 팔아먹은 게 확실해졌어.’

고진유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섰지만 차분히 가슴을 진정시켰다.

“네놈들의 두목은?”

“두목은 음요루에 있습니다.”

“홍루?”

“네, 맞습니다.”

“거긴 어디지?”

“여기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강가에 홍루가 보일 겁니다.”

“좋아. 쉽게 쉽게 말을 해줘서 고맙군. 네놈들의 입이 가벼우니 여기 잠시 있어줘야겠다.”

사부 오청석에게 매화단심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인체의 혈(穴) 자리에 대해서도 익혔다.

언젠가 제법 요긴하게 써먹을 일이 많다고 생각해 열심히 외워두었고.

‘음…… 몸을 마비시키는 혈이라면.’

픽! 픽! 픽!

위중혈(委中穴)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가볍게 누르자,

“우욱.”

추동과 무리들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점점 뻣뻣하게 굳어져 갔다.

“완전 직통이네. 움직이지 못해도 내 말은 들리지? 걱정하지 말고 푹 쉬도록 해. 내일쯤이면 몸이 풀릴 거야.”

그러고는 아무 일 없는 듯이 대로로 나왔다.

‘자, 이제 음요루에 두목을 만나러 가볼까?’

과연 그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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