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파앗.
고진유의 목검에서 십사수매화검법이 시전되었다.
초식은 완벽했다.
무공에 대한 이해도와 재질은 세월이 지날수록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좀 더 강한 상승 무공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화산파의 법도를 어길 수 없었다.
‘사부님이나 장문인께서 이 아이를 보신 후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이 년 전부터는 초식이 아닌 내공 수련을 더 많이 하도록 시켰다.
다행히 괴도의 기운은 내공을 익히기에 최상의 조건으로 완벽했다.
괴도에서의 내공 수련은 중원에서 거의 삼백 년의 수련을 뛰어넘을 정도와 비슷했다.
아쉬운 것은 사부 오청석이나 고진유도 그가 얼마나 강한 내력을 지녔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 *
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튼 청년.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수염도 얼굴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눈을 감은 고진유의 표정은 평안했다.
오 년의 긴 무인도 생활 동안 늘 같은 일상의 반복되자 어느덧 단순함과 고독감이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간혹 머릿속이 혼탁해지는 순간에는 매화단심공의 수련이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불출심(不出心) 지천하(知天下) 불규심(不窺心) 견심도(見心道).”
구결을 쉬지 않고 입안에서 계속 중얼거렸다.
고진유의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은 매화단심공의 구결을 외우며 정신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신신미행(信身未行) 정행청심(正行淸心) 지심불박(知心不博) 박심부지(博心不知) 검인부적(劍人不積) 기이기유유(旣以己兪有) 기이기유다(旣以己兪多) 천지단심(天地單心) 이이불신(利而不身).”
스으으으-
전신혈맥을 따라 흐르는 내기가 몸 속 전체로 퍼져 나갔다.
백회혈을 통해 흐르는 매화향이 고진유 주위로 향긋하게 번져 나갔다.
그렇게 홀로 매화단심공을 운기한 지 이 년째가 되자, 내력은 단전을 넘쳐나면서 밖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백매화단의 단계를 넘어 홍매화단, 극성의 단계를 넘어선 경지까지 다다른 지금은, 운기를 하지 않아도 온몸에서 매화향이 스스로 퍼져 나올 정도.
하지만 여전히 운기를 하면서도 어느 수준까지 내공을 익힌 것인지, 고진유는 알지 못했다.
“강해진 것 같긴 한데, 밥을 구할 수가 없단 말이지.”
외부로 흘러나오는 내력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었다.
숲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숨 쉬는 모든 생명체들이 곧바로 알아차리고는 주위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부께서 단전 밖으로 나가는 내력을 막으라고 했지만…… 어휴.”
답답한 마음이 든듯 한숨을 내뱉었다.
오청석은 단전이 부서지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고진유가 어느 수준의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시무룩해진 채 고민하던 고진유는 나무 물통에 물이 차는 것을 보았다.
‘에고, 빨리 새로 받아야겠다.’
그리고 꽉 찬 물통을 얼른 비어 있는 다른 물통으로 바꾼 순간.
고진유의 손이 멈췄다.
“아……! 이 물통처럼 새로운 단전을 하나 더 만들면 되잖아! 간단한 것을 모르고 며칠 동안 고생만 했네.”
고진유가 중얼거린 말을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 들었다면 미친놈이라 했을 것이다.
‘한번 해볼까?’
새로운 발견에 흥분한 고진유는 혈맥을 따라 내기를 흘려보내면서 내력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가슴 중앙 부위.
내력을 모아도 몸에 부담이 되지 않을 자리였다.
“괜찮은 자리인데.”
고진유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단전 만들기에 착수했다.
목숨까지도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사부께 먼저 상의했을 것이다.
오청석은 절대로 하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 분명하고.
우우웅-
하단전의 느낌을 가슴 중앙에 집중시키며 그대로 만들어보았다.
‘욱…….’
막혀 있는 공간에 억지로 작은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났다.
“아아악.”
미세했던 구멍이 점점 커지자 전신을 찌르는 고통이 밀려 왔다.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에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꽈아악!
하지만 고진유는 이를 악물었다.
본능적으로 그만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아아아아-
구멍이 커지면서 이번에는 화염의 고통이 퍼져 나갔다.
‘으으으으…… 빨리…… 내력을 밀어 넣어야…… 해.’
하단전에 있던 내력을 기맥을 따라 움직였다.
쏴아아아아-
내력이 밀려들어가면서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마에 흐르던 땀이 멈췄다.
“하아…… 죽을 뻔했네.”
고통이 약해지면서 내력이 모여드는 느낌을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새로운 단전을 만드는 시도는 심공에 공부가 깊었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괴도에서 흐르는 과도한 신진대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이 같은 막무가내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을 터.
이제 고진유의 단전은 두 개였다.
* * *
“뭣이?”
오청석은 얼마나 놀랐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벌떡 일으킬 뻔했다.
가슴 중앙에 새로운 단전을 만들었다는 제자의 말.
어이가 없었다.
중단전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다.
깨달음의 산물이었다.
‘대체…… 이 녀석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아쉬운 건 사실인지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제자는 중단전이라 했지만 오청석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중단전이 생기는 경우는 현경의 수준에 이르지 않고선 불가능하지 않은가.
“진유야, 앞으로 내공에 관한 일은 무조건 나에게 말을 해야 하느니라. 내공 수련은 잘못했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져 죽을 수 있다. 네가 만들었다는 중단전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느니라.”
또 다른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오청석은 단단히 당부했다.
“네. 사부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휴우, 그래. 알았으면 됐다.”
오청석은 그 자신이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었음을 한탄했다.
고진유의 무공 실력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갈림길에 들어섰건만,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녀석…… 미안하구나…….’
* * *
아침 해가 밝았다.
고진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 뒤 운기를 했다.
어제 만들었던 두 번째 단전이 생각났다.
‘어떻게 하지?’
사부 오청석은 절대로 펼치지 말라고 했지만.
‘……한번 해볼까?’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혹시나 이상하면 그만두면 되잖아.’
스으으으-
단전에서 내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단에서 생겨난 내력을 가슴 중앙에 새로 만든 단전으로 옮겨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어.’
자신감이 생긴 고진유는 하단전에서 넘쳐나던 내력을 계속해서 중단전으로 옮겼다.
중단전은 무한의 공간처럼 끝없이 내력을 담아냈다.
“중단전으로도 무공을 펼칠 수 있을까?”
첫 번째 시도가 성공하자 계속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고진유는 목검을 들고 일어났다.
“매화류개.”
매화검법의 초식을 펼쳤지만.
“어엉?”
목검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단전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는 내력과 달리, 중앙에 만든 단전에서는 외부로 내력이 전달되지 않았다.
“……망했나?”
혹시나 잘못한 건가 싶어 초식을 재차 펼쳤지만, 역시 전과 똑같았다.
그리고 하단전을 통해 매화검법을 펼치자,
파아아앗!!
목검 주위로 매화 잎이 날렸다.
“휴우, 난 또 사부님 말씀처럼 이상해진 줄 알았네. 무공은 당분간 하단전의 내력으로만 펼쳐야겠어.”
아쉬워하던 순간, 문득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중단전의 내력을 외부로 내지 못한다면, 반대로 외부에서도 이곳에 있는 내력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겠는데?’
가능할지도 몰랐다.
고진유는 내력을 끌어내 중단전으로 옮겨 하단전을 완전히 비웠다.
이제는 결과를 확인할 차례였다.
“이제 들어가 볼까!”
끼이이잉-
우어엉-!
찌르르르르-
주체 못 하고 내공이 넘쳐흐르던 때와 달리, 숲 안을 장악한 괴물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성공이다. 내 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어.’
고진유는 자신감이 붙었다.
“홍지룡이 좋겠지?”
섬 안에서 가장 민감한 놈들 중 하나.
고진유는 땅속에 똬리를 튼 붉은 지렁이가 서식하는 장소로 방향을 틀었다.
이 괴도에서 고기 같은 식감이 나는 놈은 홍지룡만 한 게 없었다.
스윽.
발소리를 죽이며 홍지소(紅地所)로 향했다.
꿈틀꿈틀.
투명한 붉은빛을 띤 석 자 길이의 홍지룡이 햇볕을 쐬고 있었다.
넘쳐나던 고진유의 내력에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흐흐, 이젠 고기 맛도 볼 수 있겠어.’
허리에 찬 목검을 잡았다.
타앗!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목검을 던졌다.
핏핏핏!
매화일지(梅花一摯)!
푸욱-
매화 빛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 홍지룡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
“성공!”
고진유는 바들거리는 홍지룡의 곁에 내려섰다.
홍지룡을 잡았다는 기쁨보다는 중단전이 성공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중단전을 사용해서 잡은 건 사부님께 비밀로 해야겠다. 또 걱정하실 테니까.”
* * *
섬 생활은 따분했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중단전을 만든 지 한 달이 지났다.
괴도는 어둑어둑해졌다.
스윽.
고진유가 눈을 떴다.
매화단심공은 홍매화단계의 극성을 넘어섰다.
눈동자에서 하얀 매화 꽃잎이 흘러내렸다.
이제 하단전과 중단전 사이에서 내력을 단시간에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놈을 잡을 차례가 되었어.”
이 괴도에서 아직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괴물.
드디어 때가 찾아왔다.
“휴우.”
고진유는 숨을 크게 내쉬며 일어나 허리에 찬 목검을 확인했다.
신월(新月).
밤하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어두워졌다.
섬 중앙에 있는 넓진 않지만 깊은 연못.
그 아래에 도사린 괴수.
이 년 전 처음 마주쳤을 때, 섬에 사는 평범한 놈들과 같다고 생각하다 죽을 뻔했다.
이틀 동안 꼼짝없이 마비되어 있어야 할 정도로.
그때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과 직결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복수를 위한 기다림이 지나고, 한 달 뒤 다시 신월이 떠오르던 날.
괴수는 다시 연못 위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때도 끝을 내지 못했다.
아직 중단전에서 하단전으로 내력을 완벽하게 끌어내지 못할 때였으니.
놈은 기감이 너무나 예민해서 몸속의 내기를 무(無)로 만들지 않는 이상 기습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고진유의 온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 놈의 독수에 의한 흔적이 되었다.
‘신월수, 이번에는 무조건 잡는다.’
그동안 당한 게 억울했다.
몇 년 동간 오기가 생긴 고진유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갚아줄 때가 됐다고 확신했다.
휘익!
한 달에 한 번 신월에 나타나는 괴수를 떠올리며, 내기를 감춘 고진유가 섬 중앙으로 걸었다.
이제 중단전의 내력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습을 성공시키기 충분하다.
‘지금쯤이면 연못에서 나와 있겠지.’
고진유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붉은 두꺼비, 홍와(紅蛙)가 스스로 밝게 붉은빛을 내며 연못 위에 태산처럼 웅크려 있었다.
꾸욱.
목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킁킁.
괴수는 마치 냄새라도 맡는 듯 코를 허공으로 내밀며 날카롭게 두리번거렸다.
고진유는 최대한 가까이 놈에게 접근한 뒤,
‘연못에 뛰어들기 전에!’
타앗!
하단의 단전에 내력을 옮겨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신법으로 날아올랐다.
피웅-!
전광석화(電光石火).
한 줄기 빛이 숲을 가르며 뛰쳐나갔다.
그는 사부 오청석에게 화산파의 신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섬에서 가장 빠른 곤충인 호색갑충을 잡기 위해 연구하던 중 스스로 착안 하여 만들었을 뿐,
고진유가 만든 신법은 특이했다.
목을 아래로 숙이며 몸을 최대한 움츠린 뒤 가늘게 수축시키고,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면서 단번에 호랑이가 먹이를 낚아채듯 튀어나가는 움직임.
곤충이라 하나 호색갑충은 날렵하면서도 용맹스러웠다.
고진유는 여기에 호충신법(虎蟲身法)이란 이름을 붙였다.
쿠우우욱-!
홍와는 갑자기 나타난 고진유의 기척을 느끼고 연못 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꺼비 놈! 그렇게는 안 되지!”
홍와의 앞을 막아서는 동시에 매화비초(梅花飛超)의 초식이 펼쳐졌다.
화르르르-
따아아악!!
매화 잎이 흩날리며 홍와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찌지직.
홍와의 피부는 도검불침인 듯 오히려 머리를 내리친 목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큭, 큰일 났군. 이것도 안 통해.’
단 한 번의 부딪침에 깨진 목검으로 초식을 펼칠 수 없었다.
다행히도 홍와 역시 목검의 일격에 충격을 받은 듯, 뒤로 벌렁 넘어갔다.
고진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 기회다! 제압을……!’
부우우웅-
고진유는 온몸을 날렸다.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
뒤로 넘어가 버둥거리는 홍화의 배는 붉은색이 아닌 백색이었다.
퍼어어어억!!
그의 무게가 그대로 홍와의 배를 강하게 찍어 눌렸다.
“꾸우우욱-!!”
묵직한 공격에 놈의 배가 풍선처럼 짓눌러지고, 괴성을 지른 홍와의 두꺼운 입에서 붉은 구슬이 튀어나왔다.
영물이 몸 안에 품고 있다는 내단.
쏙!
그리고 홍와를 껴안고 엎어진 고진유의 입에 붉은 구슬이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무엇인지 뱉어낼 겨를도 없었다.
입안에 들어간 홍와의 내단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식도를 타고 몸속으로 퍼져 나갔다.
“아아아아악!”
온몸에 참을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다.
고진유는 바닥을 뒹굴었다.
몸속의 열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몸을 모두 태울 것 같았다.
“우우우욱.”
콰아아앙!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을 뱉어내던 그가 바닥을 두 손을 내리쳤다.
불에 타는 고통.
얼마 동안 바닥을 쳤는지 모른다.
손이 부러지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고진유는 움직일 수 없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뚝.
극악의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널브러진 고진유의 중단전에서 공명음이 일어났다.
몸속의 열기가 중앙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
고진유의 몸은 점점 붉게, 붉게 물들어가더니, 어느 순간 불에 모든 것이 연소된 듯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검게 변해갔다.
찌지지직-
검게 변한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투두두둑.
그을음이 하나둘 떨어지고.
그 안에서 신생아의 살갗처럼 깨끗한 피부가 드러났다.
괴도의 기연.
정신을 잃은 고진유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었다.
* * *
“끄으응.”
고진유는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눈앞에 밤하늘이 보였다.
‘아…… 맞다!’
휙!
빠르게 상체를 일으킨 그가 주위를 살폈다.
“뭐야, 이건…….”
거의 껍질만 남은 두꺼비가 그에 옆에서 죽어 있었다.
어떻게 죽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하하하! 까불다가 뒈졌군.”
상관없었다.
털썩.
홍와를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고진유는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바람이 시원하게 온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너무 시원한데?”
고개를 살짝 들어 허리 아랫부분을 보았다.
“흐음, 아무도 없어도 민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