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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521화 (521/524)

황금가 (521)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일만 발의 화탄의 위력은 엄청났다. 단 한 번 공격으로 혈가가 초토화되고 말았다.

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금장생과 아수수는 서로를 보았다.

“놈들이 선수를 친 모양입니다.”

금장생은 말했다.

“그런 모양이네요.”

두 사람은 아쉬운 얼굴로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두었던 옷을 입었다.

“옷이 더러운데…….”

아수수는 금장생의 장포를 보며 말했다. 수많은 싸움으로 인해 태극선의는 거의 넝마에 가까웠다.

“이번만 입으면 더 이상 입을 일 없을 거예요.”

금장생은 싱긋 웃었다.

“팔왕!”

그때 유공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작하라고 하세요.”

금장생은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유공이 빠르게 멀어졌다. 금장생은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마가 무인과 혈가 무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금장생은 곧바로 허공답보 신법을 펼쳐 십 장 높이까지 올라갔다.

“출발하라!”

“출발하라!”

“출발하라!”

각 대가 혈가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행운을…….”

금장생은 그들을 바라보며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출발하세요.”

“혈가인들은 출발하라!”

“마가 무인들은 출발하라!”

오다아이와 아수수가 출발 명령을 내렸다.

양측 무인들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출발하자 금장생은 더욱 높이 올라갔다. 오십여 장 높이까지 올라간 그는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 신족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 사방으로 풀었다.

감각은 촉수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최상급 신족인 그가 가진 능력 중의 하나였다.

곧 그의 감각에 신족 수십 명이 잡혀 들었다.

“감시자들이네!”

금장생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스윽!

그의 신형이 금세 허공을 녹아들어 갔다.

“쏴라!”

카단은 다시 소리쳤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철포가 두 번째 불을 뿜었다.

카단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불덩어리를 쫓았다. 수천 개의 불덩어리는 불길에 휩싸인 혈가로 떨어졌다.

하지만 혈가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혈가를 나선 마가와 혈가 무인들은 북쪽과 동쪽 남쪽을 향해 반원을 그리고 내달렸다. 그들은 금세 철포를 쏘는 자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쳐라!”

“죽여라!”

살기 어린 외침과 함께 철포를 쏘고 있던 자들을 덮쳤다.

“크아악!”

“아악!”

“으아악!”

북쪽과 동쪽 남쪽에서 철포를 쏘던 자들이 당한 건 한순간이었다. 그 공격으로 오천 문의 철포가 무용지물로 변했다.

“철포를 챙겨라!”

“대원들은 철포를 들어라!”

적을 없앤 혈가와 마가 무인들은 여섯 명씩 조를 이뤄 철포를 들었다. 철포 한 문당 백육십 관 정도 나갔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섯 명이 철포를 들자 한 명은 화탄을 챙겼다. 그들이 챙겨 간 철포는 일천 문이었다. 그들은 철포를 들고 전방으로 내달렸다. 거의 일천 장가량을 내달린 그들은 해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쪽에서 철포를 쏘던 이들이 당했습니다.”

동쪽이 공격받아 전멸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카단에게 보고됐다.

“놈들은 어디로 갔느냐?”

카단은 물었다.

카단은 아직 팔왕가 무인들이 공성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고하던 자가 고개를 저었다.

“건 대협, 거기 있소?”

카단은 뒤편을 향해 소리쳤다.

“기다리고 있소이다.”

건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시오!”

카단은 뒤편을 향해 소리쳤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하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수천 명이 혈가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건륭을 비롯한 악인곡 무인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중원에서 활동하던 건륭 부하들로 원래 명칭은 원나라를 수복한다는 뜻의 복원회였다. 그들의 수는 사천 명가량이었다. 건륭의 부하들은 곧 철포를 지나 혈가를 향해 내달렸다.

카단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떠냐?

그는 허공 일정 지점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하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느냐?”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다 죽었습니다.

“헉!”

카단의 눈이 커졌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진득한 살기가 배어 있었던 것이다.

“루하 신왕이오?”

그는 곧바로 금장생을 알아보았다. 신족 중 바로 뒤까지 왔는데도 자신이 감지하지 못할 존재는 신왕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나를 알고 있었군요.

“당신이 천상기사단을 없앨 때 알아보았소.”

―알면서도 죽이려 하는군요.

“당신은 더 이상 신왕이 아니기 때문이오.”

―심무극을 신왕으로 모시기로 한 건가요?

“그는 신왕일 뿐 아니라 명나라 황제이기도 합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이깁니다.”

―전 같으면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왜냐면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오. 내가 보기엔…….”

휙!

카단은 몸을 돌림과 동시에 왼팔을 휘둘렀다. 강기로 둘러싸인 그의 팔은 검보다 더 날카로웠다.

카앙!

그의 팔은 정확하게 금장생의 목을 때렸다.

“헉!”

카단은 질겁했다. 강기로 둘러싸인 팔로 후려쳤는데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전에 나는 내 손으로 동족을 죽이느니 내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데블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왜냐면…….”

금장생은 카단의 심장을 향해 오른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그리고 조금 전 하다가 만 말을 속삭였다.

“나는 루하가 아니고 금장생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얼마든지 무기를 사용할 겁니다.”

슉!

그의 오른손 손바닥에서 가드헬이 튀어나와 카단의 심장을 뚫었다.

“커억!”

카단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그는 시선을 내렸다. 반투명한 물체가 박힌 심장에서 가루가 조금씩 휘날리고 있었다.

“이, 이건…….”

“가드헬이라고 부르는 무깁니다.”

“마, 마계 최강 무기인 가, 가드헬이라고?”

“그렇습니다.”

푸스스스!

심장에 뚫린 구멍은 점점 커졌다.

“어떻게…….”

죽음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단의 눈은 찢어질 듯 커졌다. 가드헬은 마족이 신족을 없애기 위해 만든 무기다. 그 무기에는 신족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였다. 그 무기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왕이었던 루하가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당신들을 벌하라는 하늘의 뜻이겠지요.”

“그건 절대…….”

카단의 몸통이 가루로 변했다.

금장생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카단의 몸이 발까지 완전하게 가루로 흩어지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포를 쏘던 병사들은 이미 도망치고 보이지 않았다.

척! 척척척! 척척!

바로 그때 금장생 뒤로 수천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땅굴을 통해 철포 뒤편으로 빠져나갔던 각 세력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철포 앞으로 다가갔다. 화탄은 아직 스무 개 정도 남아 있었다.

“준비하라!”

지휘관이 소리쳤다. 그러자 대원들이 철포 쏠 준비를 했다.

그 시각.

혈가 서쪽 벌판을 가로질러 내달렸던 악인곡 무인들은 혈가 앞에서 대기했다.

철포 공격이 그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쳤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철포 공격이 없자 잔능이 말했다. 혈가 무인들에게 철포를 탈취당해서 쏘지 못하는 거였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알지 못했다.

특히 건륭은 자신들이 공격하는 걸 돕기 위해 철포 쏘는 걸 멈췄다고 생각했다.

“시작해!”

건륭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잔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공격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악인곡 무인들은 혈가 담을 넘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람은 건륭과 잔능이었다.

건륭과 잔능이 서 있던 장소 뒤편으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는 마가의 군사 유공이었다.

“우리가 준비한 건 땅굴뿐만이 아니다.”

유공은 전통에서 활을 꺼내 하늘을 향해 쏘았다. 화살은 붉은빛을 내며 솟구쳤다. 그러자 담 바로 아래쪽 풀숲이 들썩이더니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여 다니며 바닥에 뭔가를 꽂았다.

마지막으로 유공이 거대한 기둥을 꽂았다.

고오오오오! 고오오오오!

곧 대기가 급격하게 변했다. 그리고 혈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대라금쇄진大羅禁鎖陣이라 부르는 절진이었다. 대라금쇄진은 살상 능력 같은 건 없고 오직 내부를 폐쇄된 공간으로 만드는 기능만 가진 진식이었다. 하지만 유공은 완전히 폐쇄하지 않았다. 동쪽 한 곳은 비워 두었다.

“너희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마가에 내가 있으니까.”

유공은 싱긋 웃으며 효시를 쏘았다. 이번에 쏜 효시는 푸른색이었다.

“효시네.”

하늘을 주시하고 있던 무혼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좌우측을 보았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철포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서 있다.

이쪽에 있는 철포의 수는 대략 이천 문이다. 각 철포에는 화탄이 장착돼 있어 심지에 불만 붙이면 바로 발사되다.

“횃불!”

무혼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백리장광이 들고 있던 횃불 하나를 내밀었다. 그사이 다른 이들도 횃불에 불을 붙였다. 횃불을 든 자는 총 스무 명이었다. 그들 옆에는 화탄을 장착한 이들이 대기 중이었다.

“시작하자.”

횃불을 받아 든 무혼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백리장광은 횃불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횃불을 든 자들이 일제히 심지에 불을 붙이며 나아갔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철포들이 불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철포를 쏘는 곳은 남서쪽뿐만이 아니었다. 사라진 혈가와 마가 무인들이 가져간 천여 문의 철포를 제외한 모든 철포가 혈가를 향해 불을 뿜었다.

“뭐, 뭐냐?”

건륭은 질겁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수천 발의 화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아악!”

“으아악!”

“크아악!”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화탄이다! 화탄이 떨어진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화탄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아악!”

“으아악!”

“크아악!”

“좌무배액!”

건륭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자신들을 향해 철포를 쏜 자가 카단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카단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좌무백뿐이었다.

화탄은 쉬지 않고 떨어졌다. 악인곡 무인들은 떨어진 화탄의 폭발에 휘말려 죽고, 화탄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달려가다가 죽임을 당했다.

“탈출해야 합니다.”

잔능이 건륭 곁으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탈출해.”

건륭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악인곡 대원들은 탈출하라!”

“탈출하라!”

탈출을 알리는 외침이 잔능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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