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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512화 (512/524)

황금가 (512)

음악 소리와 함께 천야교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은 금장생과 혈가 무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일정 거리를 두고―아니 그것도 실제로 나타난 건지 환영인지 알 수가 없다.―춤을 추었다. 나비가 날갯짓하듯 나풀나풀 춤을 추며 이리저리 움직여 다녔다.

“넓어졌어요.”

오다아이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만 해도 분홍빛 운무 사이로 건물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건물들은 사라지고 희미한 운무만 남아 있었다.

“가 볼까요?”

금장생은 조금 전 건물이 있던 곳으로 갔다.

“놀랍군.”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분명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턱!

갑자기 오다아이가 금장생의 손을 잡았다.

“왜?”

금장생은 오다아이를 보았다.

“대원들이 보이지 않아요.”

금장생은 오다아이 뒤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오다아이 말대로였다. 조금 전까지 은신한 채 따르던 혈가 무인들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아마도 진식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간 모양이었다.

슥! 슥슥슥!

느닷없이 여자 이십여 명이 나타났다.

여자들은 매미 날개처럼 얇은 망사 옷을 여러 벌 껴입은 채였다. 여자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여자들 속에는 요화단 단주 염자화도 끼어 있었다.

“너희들이 요화색무妖花色舞를 견뎌 낼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염자화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요화색무는 중원 역사상 최고 색녀라 불리는 요지마후瑤池魔后가 창안한 색공이다. 그녀는 그 색공으로 소림사가 낳은 최고의 고승이라는 각황대사를 유혹했다. 각황대사는 자신의 양물을 잘라 가면서 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육욕을 견딜 수 없게 된 그는 결국은 자신의 머리를 내리쳐 자결하고 말았다. 그 요화색무를 미색이 가장 출중한 수무 명이 펼친다. 사내라면 걸려들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색무다.

‘여자라고 색공에 걸려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도 사내와 마찬가지로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린 확인했다.’

여자가 펼치는 진식에 여자도 영향을 받는 것은 자기만의 환영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여자는 진식을 펼치는 이들을 같은 여자로 보지 않고 사내로 인식했다.

삐리리리!

피리 소리가 강해지자 춤을 추던 여자들이 망사를 한 꺼풀 벗었다. 그러자 겹겹이 껴입은 망사 사이로 살이 약간 비쳐 보였다. 여자들은 더욱 선정적으로 춤을 추었다.

“차앗!”

오다아이는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녀가 쏘아 낸 장력이 여자들을 향해 밀려갔다.

“어?”

오다아이의 눈이 커졌다.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가던 장력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빠져 버린 것 같았다.

“왜 그러죠?”

금장생은 물었다.

“공격이 먹히지 않아요.”

“그래요?”

금장생은 오 할의 내공으로 지풍을 쏘았다. 그가 쏜 지풍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헐!’

금장생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지풍이 텅 빈 곳으로 빠진 것처럼 스러져 버린 것이었다.

“진식 때문인가 봐요.”

“그런 것 같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진식과 싸우게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견뎌 내는 수밖에.’

금장생은 굳은 얼굴로 전면을 주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들의 춤은 격렬해졌다.

“으음!”

급기야 금장생은 신음을 내뱉었다.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여자들의 춤이 합쳐지자 색공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자 피가 빠른 속도로 아래를 향해 내달렸다.

‘좋지 않은데…….’

금장생은 내심 중얼거렸다.

아직은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더 나빠질 게 분명했다. 그사이 여자들은 두 번째 껍질을 벗었다. 옷이 더 얇아지고 더 많은 부분의 속살이 비쳐 보였다.

턱!

옆에서 소리가 나자 금장생은 고개를 돌렸다.

오다아이가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엔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같은 여잔데…….’

금장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야 남자니까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오다아이는 여자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악은 더욱 고조되고 이제는 끈적끈적한 비음까지 흘러나온다. 또다시 한 장의 나삼이 나풀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여자들의 몸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금장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성과 달리 몸은 여자들의 춤에 반응했다.

‘한 시진은 잡아 둬야 하는데…….’

한 시진은 마가 무인들이 기습 공격을 하기로 한 시간이다. 문득 한 시진이 아니라 한 식경으로 할 걸 시간을 너무 길게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의 옷이 또 한 꺼풀 떨어져 나갔다.

이제 남은 나삼은 한 벌뿐이었다. 가슴은 물론이고 아래쪽까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너울너울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마지막 나삼은 채대로 고정돼 있었다.

그녀들은 춤을 추면서 두 사람 주위를 돌았다.

‘윽!’

결국 금장생도 그 자리에 가부좌를 했다.

춤과 음악과 나삼에 가려진 여자의 몸은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게다가 유혹을 견뎌 내기엔 금장생은 너무 젊었다.

‘됐다.’

그런 금장생을 바라보는 염자화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상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나삼 속에 가려져 있던 한쪽 가슴이 드러났다.

“하악!”

“음!”

오다아이와 금장생이 신음을 내뱉자 염자화는 자신의 몸도 달궈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 느낌을 그대로 신음으로 표현했다. 대원들이 펼치는 신음은 점점 더 고조돼 주변을 가득 채웠다.

‘우리가 내뱉는 신음은 색공일 뿐만 아니라 음공이라는 걸 너희들은 모를 거다.’

요화색무의 무서운 점이다.

보통 색공에서 사용되는 신음은 상대를 달구는 용도다. 그러다 보니 심지가 굳은 자들에게는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화색무는 다르다. 음공을 이용해서 신음을 뱉어 내기 때문에 더욱더 강렬하게 머릿속으로 박힌다.

‘마지막은 이걸로 장식해 주마.’

염자화는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손잡이를 잡고 힘껏 뽑았다.

차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기다란 물체가 손에 들렸다. 반투명한 광채를 뿌리는 그것은 진기를 주입하지 않으면 흐느적거리는 연검이었다.

연검을 든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대원들도 모두 연검을 빼 들고 있다.

요대 역할을 하고 있던 연검을 빼 들자 나삼이 좌우로 갈라지며 속살이 그대로 다 보였다. 끈적끈적한 신음은 더욱 강해지고 여자들은 검무를 추었다.

염자화는 금장생과 오다아이를 살폈다.

오다아이는 두 가슴이 모두 드러난 상태고 아래쪽 요대는 풀린 채 드러누워 있다.

왼손은 가슴을 쥐고 오른손은 단전까지 내려간 바지 속으로 집어넣고 혼자만의 행위에 빠져 있다. 요화색무에 완전히 걸려들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금장생이었다.

오다아이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멀쩡하다.

‘공격을 할까? 아냐. 아직은…….’

염자화는 고개를 저었다.

어중간한 상태에서 공격했다가 실패하느니 대원들의 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완벽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후식後式을 연주해라.

염자화는 악시를 연주하고 있는 문도에게 전음을 보냈다.

삐리리리! 끼잉!

음악이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러자 여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한 춤이 아니었다. 사랑의 행위 전에 서로를 만지는 애무 동작이었다. 뒤에서 상대의 가슴을 만지고 아래를 더듬고 입을 맞춘다. 신음은 더욱 강해지고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흐흡!”

금장생은 심호흡을 했다.

서늘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자 열기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약간은 시원해졌다.

‘이러다 정말 당할 수도 있겠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묘시 말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스윽!

“헉!”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느닷없이 손 하나가 바지를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금장생은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자신이 행위에 몰두해 있던 오다아이였다.

금장생은 오다아이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몽롱하게 풀려 있던 오다아이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전…….”

오다아이는 벌떡 일어나 금장생의 허벅지 위로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요.”

잠깐 돌아왔던 초점이 다시 사라졌다. 오다아이는 금장생의 허리로 손을 가져가서는 바지를 벗겼다. 금장생은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었다.

바지를 벗겨 내린 오다아이는 이번엔 자신의 바지와 안에 입고 있던 용린갑을 동시에 내렸다. 그리고 금장생의 허벅지 위로 앉았다.

오다아이가 숨을 내쉴 때마다 금장생의 얼굴로 단내가 쏟아졌다. 오다아이의 행동에 동조하긴 했지만 금장생은 요화색무에 완전하게 빠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가 오다아이를 내버려 두는 건,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색공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자칫 잘못하면 심맥이 터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선만 넘지 않는다면 아직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마지막 선을 넘는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처음도 아니니까.

문제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거다.

수십 명이 지켜보는 데서 관계를 갖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오다아이는 계속해서 금장생을 자극했다. 자신의 가슴으로 금장생의 손을 끌어다 놓고,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러면 나도 버티기 힘든데.’

금장생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색공을 펼치고 있는 천야교 무인들이 아니라 오다아이였다.

그녀의 움직임에 금장생의 이성은 서서히 침몰돼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적극적으로 오다아이의 행동에 동조했다.

오다아이는 금장생과 입을 맞춘 상태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손은 금장생을 힘껏 그러쥐고 있었다. 그녀는 물론이고 금장생도 육체적으로 교접할 준비가 완전히 끝난 상태였다.

바로 그때였다.

금장생의 단전에서 시원한 기운이 솟구쳐 온몸에서 일던 열기를 식혔다. 그건 바로 일월대사가 남긴 천불성력이었다. 천불성력의 기운은 금장생의 몸을 식히더니, 가슴을 그러쥐고 있던 금장생의 손과, 입을 통해 오다아이에게로 건너갔다.

그녀의 몸 표면에 금빛 광채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어?’

오다아이는 정신을 차렸다.

―그대로 계세요.

금장생은 오다아이에게 혜광심어를 보냈다. 그의 시선은 오다아이 뒤편 천야교 무인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사랑의 행위에 몰두하던 이들이 이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다아이는 슬쩍 시선을 내렸다. 아니 시선을 내릴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틀어쥐고 있는 건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안해요.

오다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설마 자신이 이런 상황을 연출할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래도……. 그런데 왜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 거죠?

―나도 그 이유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다아이의 말대로였다. 천야교 무인들은 삼 장 거리까지만 오고 더 이상은 다가오지 않았다. 거기서 춤을 추며 마지막 남은 나삼을 벗었다.

―아까 지풍을 쏠 때 삼 장을 나아간 후에 스러졌습니다.

―삼 장은 저들이 방어가 가능한 최소 거리라는 뜻이군요. 우린 공격이 불가능하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들을 끌어들이려면…… 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당신은 가만있다가 적만 없애세요.

오다아이는 곧바로 결합을 했다.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결합을 하자 오다아이는 급하게 움직였다.

―죽여라!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염자화가 살인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조를 이루고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금장생과 오다아이를 향해 날아가면서 두 명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곧 금장생과 오다아이의 머리 위에 도착했다. 금장생과 오다아이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제야 붙어 있던 여자들이 떨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금장생의 정수리에서 투명한 막대가 튀어나왔다. 가드헬이었다. 가드헬은 곧바로 여자들을 향해 폭사됐다. 여자들은 가드헬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큭!”

“윽!”

“악!”

“크윽!”

가드헬이 이십 명의 몸을 뚫은 건 순식간이었다.

푸스스! 푸스스! 푸스스! 푸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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