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510화 (510/524)

황금가 (510)

그사이 불여하와 오다아이, 도쿠가와 신켄, 그리고 촌장들이 다가왔다.

금장생은 첫 장을 오다아이에게 넘기고 두 번째 장을 보았다. 두 번째 장은 조직 체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찰단羅刹團

인원: 오백

단주: 나찰마후羅刹魔后 우미미(삼십팔 세, 섭백소혼무攝魄消魂舞를 씀)

요화단妖花團

인원: 오백

단주: 요지선자瑤池仙子 염자화(삼십칠 세, 염정구심안艶精拘心眼을 씀)

마녀단魔女團

인원: 오백

단주: 철마녀鐵魔女 철모모(삼십구 세, 천욕대염무天慾大艶舞를 씀)

사갈단蛇蝎團

인원: 오백

단주: 백사화白死花 자운화(사십 세, 소혼곡消魂曲을 씀)

그 외에도 각 무공에 대한 특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금장생은 다음 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천야교 휘하 문파들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천수해가天水海家

가주: 천수용왕天水龍王 해장운

조직: 용왕대龍王隊 삼백

망량귀가魍魎鬼家

가주: 운귀雲鬼 귀야

조직: 귀마대鬼魔隊 삼백

귀문鬼門

문주: 혼귀객魂鬼客 지결

조직: 혼객 삼백

명왕장가明王長家

가주: 암왕暗王 장전남

조직: 명왕대明王隊 삼백

천장문天葬門

문주: 사객死客 곽처기

조직: 장사대葬事隊 삼백

그것들 외에도 천야교에 다한 많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금장생은 꼼꼼하게 읽었다. 다 읽고 난 것들은 옆으로 넘겼다. 일행이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회의를 시작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적의 수는 총 삼천오백 명입니다. 그들과 정면충돌하면 우리도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그들의 병력을 줄일 생각입니다.”

“어떻게 줄인다는 거죠?”

오다아이가 물었다.

“휘하 문파 다섯 곳을 들어내야죠.”

“나오라고 해서 나올 자들은 절대 아닐 테고…….”

오다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금장생이 어떻게 해서 다섯 문파를 철수시킨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가족을 이용할 참입니다.”

“아!”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다섯 문파 문주들이 어떤 상황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가족보다 천야교를 더 중요하게 여기진 않을 거예요. 야비한 방법이긴 하지만 희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먼저 각 문주들의 가족을 확보하도록 합시다.”

금장생은 다시 하오밀문의 양낙을 불렀다.

다섯 문파의 위치와 가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오밀문에서는 가족에 대한 것들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천수해가 가주와 귀문, 천장문의 문주는 가족들을 모처로 은신시켰지만 하오밀문에서는 그마저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위치 파악이 끝나자 곧바로 무인들을 내보냈다.

정예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경비 병력만 남은 상태라 많이 보낼 필요가 없었다. 각 문파당 백 명씩만 보냈다. 다섯 문파의 문중의 가족의 신병을 확보한 건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혈왕은 나 좀 봐요.”

금장생은 오다아이를 불렀다.

“네.”

오다아이는 금장생 곁으로 왔다.

“선박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내일이면 청도靑島에 도착할 거예요.”

“명나라 수군이 눈치채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태양상인이 이용하는 장소가 따로 있으니까 들킬 염려는 없을 거예요. 안휘성까지 갈 때는 상단 깃발을 달고 갈 테고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자루 하나를 걸머졌다.

“어디 가시게요?”

“그 사람들을 만나 볼 생각입니다.”

“그 사람들이라면.”

“다섯 문파 문주들 말입니다.”

“혼자 가시겠다는 거예요?”

“수가 적어야 들킬 확률이 줄어들잖아요.”

“그래도 혼자 가는 건…….”

“저는 중원 최강 자객 사상입니다. 그리고 혼자 가는 건 아니에요.”

“누구랑 갈 건데요?”

“이 친구들입니다.”

금장생은 왼편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사람이 나왔다. 그들은 사풍死風 삭도와 사운死雲 전광이었다.

“이분들은…….”

오다아이는 삭도와 전광이 동영인이라는 걸 바로 알아보았다.

“십대자객 중 제사객과 오객입니다. 뇌전십관에서 만났습니다.”

“동기라는 건가요?”

“저들은 나를 가주라고 불러요.”

“가주라면 뇌가를 말하는 거예요?”

“네.”

“그렇게 된 거였군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요.”

금장생은 삭도 전광과 함께 몸을 날렸다.

―우린 어떻게 하죠?

오다아이는 멀어지는 금장생을 보며 물었다.

―천야교 근처로 이동하세요. 최대한 들키지 않게 이동해야 합니다.

―들키지 않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아무튼 최대한 은밀하게 하세요. 알았죠?

―네.

―수고하세요.

금장생은 은신술을 펼쳤다. 그에 이어 삭도와 전광도 은신술을 펼치자 세 사람의 모습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세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천야교 북쪽이었다. 그가 북쪽을 택한 건 지금은 떠나고 없는 흑화단이 경계를 서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흑화단이 아니고 다른 자들이 경계를 서게 되면 익숙한 장소가 아니라서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 안에 다섯 문파 문주들이 있는 거 맞습니까?

삭도가 전음으로 물었다.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잠입 장소로 북쪽을 택한 두 번째 이유였다.

―살피고 오겠습니다.

삭도와 전광이 좌우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 다시 돌아온 건 일각 후였다.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전광이 오른편을 가리켰다.

―갑시다.

금장생은 전광을 따라갔다. 잠시 후 세 사람은 담을 넘었다. 담 안쪽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고, 숲 한가운데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아니 건물이 아니라 탑이었다. 높이는 삼 장가량이었다.

‘저건?’

금장생은 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게 뭔지 아세요?

금장생은 탑을 가리키며 물었다.

―철마탑鐵魔塔이라고 부른답니다.

―철마탑이라고요?

―네. 천야교 북쪽에는 저런 탑이 일천 개 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쪽을 철마탑림鐵魔塔林이라 부릅니다.

―지, 지금 일천 개라고 했나요?

―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저었다.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그곳이 분명하다.

일만마총一萬魔塚.

방문자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최악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죽은 자들을 이용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명 ‘죽은 자들의 군단’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언데드와는 다르다. 일만 명이 모두 리치로 이루어져 있고, 영혼의 그릇을 없애지 않는 이상 죽일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군단.

방문자들의 왕들이 ‘죽은 자들의 군단’을 완성해 놓고도 투입하지 않은 건, ‘죽은 자들의 군단’의 상태 때문이었다.

원래 리치는 자아를 가진 존재들이다. ‘죽은 자들의 군단’도 역시 자아를 가지고 있지만 금제를 해 두었다. 만일 일만 명 중 한 명이라도 금제가 풀린다면 나머지도 바로 풀리게 되고 일만 명의 리치를 적으로 삼아야 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만 명의 리치는 인간보다 더 무서운 적이었다.

결국 여덟 왕은 ‘죽은 자들의 군단’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죽은 자들의 군단’을 제거하기로 했으면 가루로 만들어 소멸시켜 버리면 될 텐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무덤을 만들고 그곳에 묻었다. 그리고 그 무덤을 일만마총이라 부르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입구를 없애 버렸다.

‘하지만 난 찾아냈지.’

일만마총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철마탑림 중앙에 있는 열 개의 탑에 있고 마법진으로 숨겨져 있다.

‘단주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당시 들었던 말이다. 이방인들의 왕들은 한 명에게 ‘죽은 자들의 군단’의 지휘권을 주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알아내려고 했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일부러 찾지 않았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단주가 신족이라는 사실만 알았다.

‘다 지난 일이지.’

금장생은 피식 웃고는 몸을 날렸다.

도중에 경계를 서는 자들이 보이긴 했지만 은신술을 펼친 채 몸을 날리는 세 사람을 알아보는 자는 없었다.

세 사람은 곧 흑화전에 도착했다.

금장생은 몸을 날려 창문을 통해 각 문파 수뇌들의 방을 파악했다. 확인이 끝나자 안으로 들어가서 자루 속에 넣어 가지고 왔던 걸 꺼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려놓고 오 층 천장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방 주인이 들어온 건 반 시진 후였다.

금장생이 숨어 있는 오 층은 천수해가 가주인 해장운의 방이었다.

해장운은 지금까지 다른 문파 문주들과 함께 있었고, 대화 소재는 자신들의 미래였다.

해장운은 차를 한 잔 타서 의자로 가 앉았다.

방가려 교주에게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적으로 싫어하지도 않는다. 아니 그동안 어떤 교주보다 잘해 준 사람이 방가려다. 천야교가 가져갔던 많은 권한도 돌려받았다. 지금과 같다면 앞으로도 몇백 년을 함께 가도 상관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천사홍이 반란에 성공했다고 방가려 교주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세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천장문의 문주 사객 곽처기가 한 말이다.

자신 또한 곽처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어쩔 수 없는 일.’ 다섯 명이 내린 결론이다.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는 수…… 응?”

해장운의 눈이 커졌다.

탁자 위에 눈에 익은 물건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머리가 호박으로 만든 나비가 달려 있는 비녀.

황접잠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외동딸 유아의 열 살 생일 때 준 선물이다.

하지만 황접잠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딸의 머리에 꽂혀 있거나 아니면 그녀의 보석함에 들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설마.”

해장운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는 황접잠을 들고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왜 그러시오?”

일 층을 사용하고 있는 곽처기가 놀란 눈으로 해장운을 보며 물었다.

“그, 그게…….”

휙!

바로 그때 망량귀가 가주 운귀 귀야가 뛰어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팔찌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가주는 또 왜…….”

곽처기는 의아한 얼굴로 귀야를 보았다.

“문주도 침실로 들어가 보시오.”

귀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침실이라고요?”

곽처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해쓱해진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명왕장가 가주 장전남과 귀문 문주 지결도 내려와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도 먼저 내려온 해장운이나 귀야와 다르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두 분도?”

곽처기는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그렇소.”

“우리 가족 물건이 방에 놓여 있었소.”

장전남과 지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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