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504화 (504/524)

황금가 (504)

“마가 잔당들은 어디 있느냐?”

좌무백은 카단을 보며 물었다.

“두 시진이면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방향은?”

“왼편입니다.”

“방가려가 도망치는 곳과는 다르구나.”

“방가려는 동남쪽이고 마가 잔당은 동북쪽입니다.”

“좋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따라잡는다.”

“알겠습니다.”

카단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신족들이 일제히 동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좌무백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래쪽에 일단의 무리가 달려가는 게 보였다.

옥천환이 이끌고 있는 해림 무인들이었다. 해림 무인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이다.

저 정도면 능천대보다 많이 늦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엔 잡는다.”

좌무백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두 시진을 날고 나면 한 식경은 쉬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무조건 쫓아가야 한다.

좌무백은 능천대 대원들보다 약간 뒤처져 날아갔다. 통수권자가 뒤에서 따라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능천대 대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지 한 시진 반 만에 마가 무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깁니다.”

카단은 아래를 가리켰다.

숲이 워낙 울창해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짐승 떼가 이동하는 것처럼 풀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바로 공격 시작해.”

“알겠습니다.”

카단은 앞으로 날아갔다. 곧 그는 능천일대 선두로 나왔다. 능천일대 대주 이약선이 죽은 후 카단이 지휘를 맡고 있었다.

능천일대는 마가 전투에서 삼백 명을 잃었다.

“저 아래 보이느냐?”

카단은 아래를 가리켰다.

“보입니다.”

능천일대 대원들은 우렁차게 소리쳤다.

“저자들은 너희들 대주와 부대주 그리로 동료를 살해한 자들이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다. 공격하라!”

“타하!”

“하아!”

“타하!”

능천일대 대원들은 몸을 뒤편으로 뉘어 물구나무를 선 채 날개를 약간 접었다. 그러자 무서운 속도로 아래로 떨어졌다. 칠백 명이 모두 그런 방법을 이용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몸을 날리는 그들의 손에는 기다란 창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오고 있습니다, 가모님.”

아수수를 호위하던 거석이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준비됐나요?”

아수수는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준비됐습니다.”

사방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오르십시오, 가모님.”

마가대 대원 네 명이 손을 맞잡은 채 소리쳤다.

“난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이 타도록 해요.”

아수수는 손을 저었다.

“타야 해요.”

근처에 있던 사미염이 말했다. 사미염은 이미 백팔무영비 대원 네 명이 맞잡은 손 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더 많은 적을 없앨 수 있다는 거야?”

아수수가 물었다.

“네.”

사미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가대 대원 네 명이 맞잡은 손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왼편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군사 뇌웅을 주시했다.

“이십 장입니다. ……지금입니다!”

“타하!”

“차하!”

“하아!”

지금이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을 맞잡고 있던 대원들이 기합과 함께 바닥을 찼다. 그리고 오 장 정도를 올라간 후 맞잡은 손을 힘껏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아수수도 발을 찼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거나, 날개를 펼쳐 도망치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솟구치면 십여 장이 한계고 그나마도 올라갈 수 있는 무인은 백여 명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면 삼백 명 이상이 하늘로 솟구칠 수 있고, 이십 장까지 올라간다. 도망치는 적을 쫓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닭 쫓던 개 꼴은 면할 수 있다.

아수수는 순식간에 이십 장 높이까지 올라갔다.

“타하!”

그녀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오고 백상이 쏘아졌다.

퍽! 퍽퍽퍽! 퍽퍽!

굳이 적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직선으로 내던져도 십여 명을 없앨 수 있었다. 쏘아질 때 열한 명을 없앤 백상은 돌아올 때도 비슷한 수를 없앴다.

“저 계집을 죽여라!”

아수수를 발견한 신족 한 명이 소리쳤다.

“너나 챙겨, 자식아.”

스악!

새파란 광채가 신족의 목에서 터졌다. 그리고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신족의 목을 자른 사람은 사미염이었다. 그녀 외에서 장수원 원로들과 각 조직의 수뇌들이 일제히 신족을 공격해 목을 잘랐다.

검강과 검탄강기와 이기어검술이 난무했다.

마가 무인들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신족을 없앴다. 신족도 공격을 해 보았지만 허공으로 솟구친 무인들은 마가 최강자들. 그들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 시진 반 이상을 전력으로 날아와 힘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차하!”

“타하!”

“하아!”

공격을 받지 않은 자들은 신창과 하나가 돼 숲으로 쏘아졌다.

창! 창창! 창창창!

“크악!”

“아악!”

“으아악!”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차하!”

아수수의 검 백상이 새하얀 광채를 뿌리며 날아갔다. 백상이 지나간 곳에는 신족의 머리가 떠오르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지상으로 내려섰던 신족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과 검강도 막아 내는 강한 날개를 가졌지만 신족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그건 바로 지형 탓이었다.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 있는 이곳에서는 날개를 제대로 펼칠 수도 없었고, 신창도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거치적거리기만 했다. 한번 내려온 자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빌어먹을!”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단은 욕설을 내뱉었다. 도망치는 마가 무인들보다 추격해 온 능천일대가 더 힘이 없어 보였다.

“휴식을 취해야 해. 이래 가지고는…….”

그는 고개를 돌려 좌무백을 보았다. 좌무백은 십여 장 후미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카르할, 어디 있느냐?”

그는 크게 소리쳤다.

‘카르할?’

카단의 눈이 커졌다. 카르할은 현재 천상기사단 단주 대행이다. 설마 그가 이곳에 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네, 심황!”

대답과 함께 하늘에서 카르할이 내려왔다. 카르할 뒤에는 천상기사단 일백 명이 도열해 있었다.

카단은 카르할을 보았다. 마침 카르할도 카단을 보고 있었는지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왜 말하지 않았지?

카단은 전음으로 물었다. 아무리 지금 단주 대행을 하고 있다지만 부하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행태가 괘씸했다.

―입을 다물라는 명령을 받았소.

카르할은 카단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지금 ‘받았소.’라고 한 거냐?

―나는 지금 천상기사단 단주 대행이외다. 직위에 맞는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건방진 새끼!

카단의 눈동자에서 새파란 광채가 흘러나왔다.

“지금 천상기사단 상태는 어떠냐?”

좌무백의 질문이 차갑게 얼어붙은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

“어떤 상태를 말씀하십니까?”

“능천대는 한 시진 반 동안 전력을 날아온 상태라 오 할의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저희 천상기사단은 팔 할 정도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저 아래쪽에 있는 놈들은 천상기사단이 맡는다. 철갑거인을 사용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심황.”

카르할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너희들도 들었을 테니까 더 말하지 않겠다. 내려가서 천상기사단의 힘을 보여 줘라!”

“존!”

천상기사단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철갑거인이 앞장서고 나머지는 철갑거인을 따른다.”

“알겠습니다.”

휙! 휙! 휙! 휙!

지금까지 능천대 대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천상기사단은 상체를 뒤로 젖혀 거꾸로 선 후 아래를 향해 내리꽂혔다. 이십여 장을 빠르게 내려가던 그들은 속도를 줄었다.

“또 옵니다.”

거석이 소리쳤다.

“수가…….”

아수수 옆에 있던 사미염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번에 내려오는 자는 백여 명뿐이었다.

“대신 몇 배 강해.”

아수수가 말했다.

“강하다고요?”

“키도 칠 척을 넘어가고 날개도 금색이잖아.”

“상급이 금색 날개를 가졌다고 했죠?”

“맞아.”

아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백 명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건…… 헉!”

사미염의 눈이 커졌다.

느닷없이 거대한 동체가 나타난 것이다. 그건 바로 철갑거인이었다. 철갑거인은 총 다섯 기였다.

“적은 수로 자신 있게 내려온 게 저것 때문이었군.”

아수수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얹혔다.

“어떻게 하지?”

사미염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달려야지.”

“달려?”

“저들이 철갑거인에 탑승할 수 있는 시간은 짧으면 한 식경, 길면 반 시진이야.”

“최대 반 시진만 도망치면 철갑거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네?”

“맞아.”

“우리가 무작정 도망치면 저들은 철갑거인을 돌려보내고 날아서 쫓아오지 않을까?”

“그럴 거야.”

“그럼 누군가는 저들과 싸우면서 철갑거인을 돌려보내지 못하게 해야겠네?”

“그렇지.”

“누구에게 맡길 건데?”

“내가 해야지.”

“그럼 나도 남아야겠네.”

사미염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도 남겠습니다.”

암흑마단 단주 광인효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저도 남겠습니다.”

“저도…….”

“저도…….”

“저도…….”

거석과 사마염, 채윤 그리고 각 천장들이 아수수 곁으로 섰다.

“천장들까지 남으면 누가 지휘해요. 적과 싸우는 것보다 가솔들을 데리고 가는 게 더 중요해요. 천장들은 지금 당장 떠나도록 하세요.”

“가모님.”

북천장 북궁일우가 아수수를 보았다.

“우린 싸우기 위해 남는 게 아니라 놈들이 철장거인을 되돌려 보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남는 거예요. 우리도 그들과 싸우면서 갈 거예요. 본대가 우리에게 따라잡히면 큰일이니까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가모님.”

북궁일우는 고개를 숙였다.

신족과 싸우느라 멈췄던 마가 무인들이 다시 움직였다. 그들은 상체를 최대한 숙이고 풀과 나무가 울창한 곳으로만 내달렸다. 마가 무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장수원 원로들이었다.

“안 가시고 뭐 하세요?”

아수수는 적순우를 보며 물었다.

“남아 있는 사람이 너무 적으면 놈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지나쳐 가 버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적순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고모할…….”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바로 그때 거대한 동체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키가 무려 오 장이나 되는 철갑거인들은 바닥으로 내려서자마자 아수수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흥! 차하!”

가장 먼저 철갑거인을 향해 몸을 날린 사람은 성격이 가장 급한 적순우였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붉은색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녀에게 혈파파血婆婆란 별호를 안겨 주었던 혈루血淚였다.

쭉 내민 혈루 끝에서 일 장 길이의 검강이 솟아나 있었다.

“검강을 조심하라!”

카르할은 적순우의 표적이 된 철갑거인을 보며 소리쳤다.

“걱정 마십시오. 차하!”

철갑거인의 몸에서 새하얀 광채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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