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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500화 (500/524)

황금가 (500)

신족 다섯 명이 날개를 펼치고 솟구쳤다.

내공으로 솟구쳐도 되는 상황인데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날개를 펼치고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습관적으로 펼치게 된 것이다. 다섯 명이 날개를 펼치고 늘어서자 내부가 꽉 찼다.

“차하!”

그때 위편에서 기합이 들려왔다.

콰앙!

이어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커다란 불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앗!”

“엇!”

날아올랐던 신족들은 다급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들은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날개를 접었다. 날개를 펼친 상태로는 불덩어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을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은 모두 다섯 발이었다.

푹! 푹푹! 푹푹!

화살은 정확하게 신족의 몸통을 뚫었다.

“커억!”

“크윽!”

“으윽!”

신족들은 비명과 함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죽일 놈! 차하!”

상광은 활을 든 자를 향해 창을 내던졌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간 창은 바닥을 뚫고 들어가 사내의 배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크윽!”

활을 든 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아래를 노려보던 사내는 금세 숨이 끊어졌다.

퉁퉁!

또다시 화살이 쏘아졌다.

텅! 텅!

하지만 이번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족들이 화살 공격에 대비하여 날개를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다!”

신족 한 명이 안쪽 바닥을 가리켰다.

“쫓아라!”

상광은 버럭 소리쳤다. 신족은 급하게 안으로 내달렸다. 잠시 후 그들은 아래로 향하는 입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부숴라!”

상광은 버럭 소리쳤다.

“차하!”

신족들은 기합을 내지르며 날개로 바닥을 후려쳤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부서지면서 내려앉았다.

“아악!”

“으악!”

숨어 있던 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내려가라.”

상광은 버럭 소리쳤다. 신족들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쪽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휙! 휙! 휙! 휙!

어둠 속에서 검은 인영들이 신족을 향해 날아갔다. 몸을 숨기고 있던 동천장 무인들이었다.

“적이다!”

암습을 감지한 상광이 버럭 소리쳤다. 신족들은 일제히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푹! 푹푹!

캉캉캉!

일부는 신족의 몸을 뚫고 들어가고 일부는 튕겨져 나왔다.

“차하!”

“타하!”

신족들은 감쌌던 날개를 사정없이 펼쳤다. 그러자 강력한 기운이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윽!”

“억!”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당한 마가 무인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죽여라!”

중심이 흐트러진 마가 무인을 향해 날아가며 신족들은 창을 찔러 넣었다. 그들이 든 창은 세 부분만 조립한 상태였다. 원래 창보다는 짧았지만 사용하기엔 더 편했다. 그들의 창은 마가 무인들의 몸을 뚫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

“응?”

파앗!

상광은 바닥을 차며 뒤편으로 이동했다. 섬뜩한 기운이 목을 향해 날아들었던 것이다.

스악!

조금 전 그가 서 있던 자리에 검광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휴우!”

상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일 반 초만 늦었다면 목이 잘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찮은 놈이!”

인간의 기습에 도망친 상황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존심의 상처는 곧 분노로 이어졌다.

상광은 전방으로 폭사됐다. 순식간에 이 장을 날아간 그는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의 날개로부터 새파란 광채가 쏟아져 나갔다. 진득한 살기를 머금은 그것은 검기였다.

상광은 멈추지 않고 자신이 쏘아 낸 검기를 쫓아 날아갔다. 상대가 검기를 막는 순간 신창을 찔러 넣을 셈이었다. 그의 손에 있는 신창 끝에서 강기가 생성됐다.

“차하!”

어둠 속에서 나직한 기합과 함께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쾅! 쾅쾅쾅! 쾅쾅!

먼저 검기 폭풍이 막을 두드렸다. 하지만 강기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상광의 눈이 커졌다. 검기가 튕겨져 나왔다면 상대가 상당히 강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광은 신창을 더욱 거세게 그러쥐었다.

“타하!”

그리고 기합과 함께 힘차게 찔러 넣었다. 그는 자신의 창이 투명한 막을 뚫을 거라고 확신했다.

파앙!

그의 착각이었다.

창은 강력한 반탄력으로 튕겨졌다.

“헛!”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허공으로 솟구친 창두를 보며 상광은 경호성을 내질렀다. 바로 그 순간 막이 사라지고 검은 그림자 하나가 상광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 마치 막을 통과하여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푸욱!

새카만 광채를 뿌리는 검 끝이 상광의 심장을 뚫었다.

“커억!”

상광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곧 벌어진 입을 타고 피가 벌컥벌컥 넘어왔다.

이윽고 상광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은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동천장 항우각이었다.

항우각은 검에 내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상광의 심장이 가루로 변했다.

털썩!

상광의 신형이 앞으로 처박혔다. 활짝 펼치고 있던 날개도 곧 스러졌다.

항우각은 상광의 시신을 발로 밀어 뒤집었다. 상광은 눈을 부릅뜬 상태였다.

문득 금장생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가급적 목을 치세요.”

신족과 싸우는 방법을 말해 주면서 한 말이었다.

“심장을 찌르는 걸로는 부족합니까?”

“신족은 부활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부활은 심장을 찔려 죽었을 때만 일어납니다. 목이 잘리면 부활할 수가 없어요.”

“반드시 목을 잘라야 하겠군요.”

“그건 아니에요. 신족의 죽음은 곧 각성을 뜻하는데 날개 표면에 황금빛 광채가 흐르면 모든 각성이 끝난 상태라고 보면 돼요. 그런 자는 심장만 부숴도 죽어요.”

“복잡하군요.”

“복잡하면 간단하게 처리하세요.”

항우각은 검을 휘둘렀다.

툭!

상광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됐다.

항우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싸움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아군의 승리였다.

“너희들이 날개를 가졌다고 하지만 써먹지 못하면 짐 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항우각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지하로 들어온 건 신족의 날개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일대일로 싸운다고 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문제는 신족이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때다. 그럼 마가 무인은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지하로 들어가면 놈들은 도망칠 곳이 없다.

다행히 작전은 성공한 것 같다. 아군의 희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으로 들어온 자들을 모두 처리했으니까.

“끝났습니다, 천장.”

대원 한 명이 다가와 보고했다.

“희생은?”

“절반이 당했습니다.”

“으음!”

항우각은 신음을 내뱉었다. 열 개의 건물에 오십 명씩 나눠서 들어왔다. 그런데 방금 싸움으로 스물다섯 명이 죽었다. 적과 싸우다가 죽는 건 무인의 숙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살아남은 자 입장에서 장례도 치러 주지 못하는 게 못내 미안했다.

“가자.”

항우각은 걸음을 옮겼다.

움직이지 않으면 남아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마가 외곽 마을로 피한 가족까지 위험해진다.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일행은 주저앉은 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제가 밖을 확인하겠습니다.”

대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일행은 숨죽인 채 기다렸다.

잠시 후 대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엔 없습니다.”

대원은 항우각에게 보고했다.

“방어 대형을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가라.”

항우각은 나직하게 말했다. 동천장 무인들은 조심스럽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밖은 연기로 들어차 있어 시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라!

항우각은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대원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소리 없이 오 장 정도를 이동했을 때였다.

쇄액! 쇄액!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엎드려라!”

항우각은 버럭 소리치고는 내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전방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휙! 휙휙!

“아악!”

“으아악!”

재빨리 엎드리지 못한 대원 두 명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뒤편으로 날려 갔다.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날아가는 그들의 몸에는 기다란 창이 한 자루씩 꽂혀 있었다. 그것은 신족의 창, 신창이었다.

스아악! 스아악!

“헉!”

항우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엎드려 있는 대원들을 향해 하늘에서 창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이다!”

항우각은 버럭 고함을 지르고는 허공으로 솟구치며 검을 휘둘렀다.

창! 창창!

창 세 자루가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나머지 창은 그대로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퍽! 퍽퍽! 퍽퍽! 퍽퍽!

“크아악!”

“아악!”

“으아악!”

미처 창을 피하지 못한 대원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쳐라!”

어둠 속에서 차가운 외침이 들려왔다.

스아악! 스아악!

곧 신족 수십 명이 마가 무인들을 향해 날아왔다.

항우각은 전방을 내달리며 검을 휘둘렀다. 검 끝에서 솟구친 강기가 전방을 휩쓸었다.

“아악!”

“으악!”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항우각은 다시 몸을 날렸다. 그의 검이 두 번째 검강을 쏟아 냈다.

카앙!

그런데 이번엔 비명 대신 강력한 무기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항우각은 전면을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신족이 은신술을 펼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모습을 드러나게 해 줘야지.’

항우각은 검에 내력을 주입하면서 왼편으로 밀었다. 그러자 곧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곧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내는 부대주 이용정이었다.

이용정의 무기는 신창이었다.

“누구냐!”

항우각은 물었다. 검을 타고 들어오는 기운이 상당히 강하다. 그가 신분을 물은 건 적의 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만일 평대원이 이 정도라면 마가는 오늘 멸망할 테고, 수뇌라면 그래도 희망이 있는 셈이 된다.

“능천일대 부대주다.”

“다행이구나.”

항우각은 빙그레 웃었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냐?”

“네가 평대원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말이다.”

항우각은 검을 쳐올렸다.

차앙!

그러자 이용정의 동체가 둥실 떠올랐다. 일장 높이까지 떠오른 이용정의 신형이 씻은 듯 사라졌다.

신족의 은신술이었다.

항우각은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곧 신족의 위치가 잡혔다.

“차하!”

그는 기합과 함께 검을 내리그었다.

푸아악!

검 끝에서 튀어 나간 검탄강기가 이용정이 숨어 있는 공간을 갈랐다.

콰앙!

둔탁한 소리에 이어 이용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용정은 창을 들어 올려 항우각의 검을 막은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이용정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활짝 펼치고 있던 날개가 오므려지면서 강기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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