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99화 (499/524)

황금가 (499)

도주

달빛을 받은 신족의 날개에서 황금빛 광채가 흘러나오자 하늘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황금 메뚜기 떼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신족의 등에는 기다란 물체가 하나씩 걸려 있었다. 그것은 신창神槍이라 부르는 신족의 무기였다. 신족이 신창을 무기로 사용하게 된 건 날개 때문이었다.

날개를 펼치면 이 장이나 되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짧은 무기로 적을 공격하는 건 쉽지 않다. 장병기인 창을 들 수밖에 없었다.

신창은 길이가 일 장가량인 일반 창보다 두 배 반이나 더 긴 이 장 다섯 자다.

양쪽 끝에 날이 달려 있어 앞뒤로 공격이 가능하다. 길이가 너무 길어 보유가 힘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섯 개로 분리를 했다. 보통 조립을 해서 사용하게 되면 이어 주는 부분이 다른 곳보다 약하기 마련인데, 신창은 이음새 부분이 더 강하게 만들어져 있는 특수한 창이다.

신족들은 신창을 옆구리에 끼고 아래로 내리꽂혔다.

“하늘을 향해 쏴라!”

마가 진영에서 누군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전방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던 이들은 방향을 바꿔 하늘을 향해 쏘았다.

수백 대의 화살이 하늘로 날아갔다.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아래로 내리꽂히던 신족들은 일제히 날개로 몸을 감쌌다. 왼편의 두 날개로는 몸 아래쪽을 감싸고 오른편 두 날개로는 상체를 감쌌다. 마치 번데기가 된 고치 같았다. 날개를 접자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신경 쓰는 신족은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신족들은 날개 사이로 눈만 내놓은 채 아래를 살폈다.

턱! 턱턱턱! 턱턱턱!

화살이 날아와 날개를 치더니 튕겨져 나갔다.

화살 공격이 끝나자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펼쳤다. 그러자 빠르게 떨어지던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신족들은 날개에 내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창을 강하게 그러쥐었다. 허리춤에는 검도 한 자루씩 걸려 있지만 날개를 펼치고 싸울 때는 창을 사용했다.

그들의 날개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광채가 더욱 짙어지며 진득한 살기를 머금었다. 그들은 먹이를 찾는 매가 활강하듯 낮게 날며 마가 무인들을 덮쳤다.

캉! 캉캉캉! 캉캉캉! 캉캉!

그들의 날개는 어지간한 무기보다 더 강했다.

마가 무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러 날개를 방어했다. 마가 무인들이 날개를 막는 순간 신창이 허공을 갈랐다.

푹! 푹푹! 푹푹푹! 푹!

그들의 창은 무자비하게 마가 무인의 몸을 뚫었다.

“크아악!”

“아악!”

“으아악!”

마가 무인들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신족의 날개 공격을 피해 허공으로 솟구친 마가 무인들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신족의 머리나 혹은 펼치고 있는 날개를 잘랐다.

“크아악!”

“아악!”

“아아악!”

신족의 입에서도 처절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머리가 쪼개진 신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날개가 잘린 신족은 이차 공격에 의해 죽었다.

신족에게 있어 날개는 장점임과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했다. 날개는 무기와 방패 역할을 해 주어 창과 함께 사용하면 최고의 효력을 발휘하지만, 길이가 이 장이나 되다 보니 동료와 가까이 선다고 해도 거리가 일 장이나 된다. 일 장 거리나 떨어져 있는 동료가 뒤를 받쳐 주는 건 설사 연습을 했다고 해도 극복하기 힘든 거리였다. 넓은 장소라면 날개를 펼친 상태에서 협력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곳은 수천 명이 난전을 펼치고 있는 상태.

완전하게 펼친 날개는 그리 큰 장점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신족은 자신들의 강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날개를 펼친 채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며 마가 무인들을 공격했다.

양측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신족의 공격 방식은 규칙적이었다.

먼저 창 공격을 하고 날개를 펼친 채 그 자리에서 회전한다. 날개에서 쏟아져 나간 강력한 기운이 마가 무인에게 타격을 주면 창으로 찌르면서 허공으로 솟구친다. 십 장 혹은 십오 장 높이까지 솟구친 후 지상으로 활강하면서 날개와 창으로 공격한다.

단순한 공격 방식인데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퍽! 퍽퍽퍽!

그 기운은 곧바로 마가 무인을 공격했다.

“커억!”

“크윽!”

“으윽!”

마가 무인들은 비명과 함께 물러났다.

“차하!”

“타하!”

“하아!”

비명과 함께 물러나는 마가 무인들을 향해 날개를 접은 신족들이 쏘아져 갔다. 곧 그들의 무기가 마가 무인의 몸통으로 파고들어 갔다. 공격에 성공한 신족들은 재빨리 물러났다. 그리고 접었던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스아악!

섬뜩한 소리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리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던 신족들이 그 자리에 우뚝우뚝 멈춰 섰다.

푸스스스! 푸스스스! 푸스스스! 푸스스스!

그러고는 비명도 없이 가루로 흩어졌다.

휘리릭!

신족 십여 명을 없앤 무기는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새하얀 검을 받아 든 사람은 아수수였다.

아수수는 주위를 살폈다.

아직은 잘 버텨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마가 무인들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건 물속에서 방어를 하고 있는 암흑마단과 백팔무영비 덕분이다.

하지만 서하가 뚫리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나야.

그때 사미염의 전음이 들려왔다.

―어때?

아수수는 물었다.

―한계야. 앞으로 한 식경도 못 버텨.

―조금만 더 버텨 줘.

―어떻게 할 건데?

―마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리니까…….

―흩어져서 상대하려고?

―그리고 다시 북문 밖에서 모일 거야.

―마가를 ……버리는 거야.

―어쩔 수가 없어.

―지랄.

―아무튼 조금만 더 막아 줘.

―알았어.

사미염과 전음을 끝낸 아수수는 동천장 항우각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 가모님.

항우각이 대답하자 빠르게 작전을 설명했다.

―그리고 가면서 모든 건물에 불을 지르세요. 가급적 연기를 많이 피워 올려야 해요.

―알겠습니다.

―서천장.

아수수는 모든 천장에게 일일이 전음을 보내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불을 지르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아수수의 작전 지시가 끝나자 마가 무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세게 몰아쳐라!”

마가 무인들이 물러나자 신족은 더욱 거칠게 공격했다. 가장 먼저 동문 근처를 빠져나간 쪽은 동천장 소속 무인들이었다. 이어 서천장과 남천장, 중천장이 빠져나가고 북천장 북궁일우와 소속 무인만 남았다.

그로부터 일각 후 마가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우와아아아!”

바로 그때 서하에서 무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가장 먼저 방어막을 뚫은 자들은 해림 무인이었다.

―우리 왔어.

그녀의 귓전으로 사미염의 전음이 들려왔다.

“암흑마단은?”

아수수가 물었다.

“우리도 왔습니다.”

광인효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동해요.”

아수수는 북궁일우를 향해 소리쳤다.

“이동하라!”

북궁일우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북천장 소속 무인들은 방어 대형을 구축한 채 천천히 물러났다.

“놈들이 흩어졌습니다.”

능천일대 대주 이약선은 이십 장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카단에게로 올라가 보고했다.

카단은 아래를 보았다. 새카만 연기가 마가 전역을 뒤덮고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흩어졌다는 거냐.”

“모두 다섯 개로 나뉘었습니다.”

“아군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능천일대는 북서쪽으로 가고 능천이대는 북쪽, 능천 삼대는 일대와 이대 사이, 강을 건넌 중원 무인과 능천사대는 북동쪽으로 가면서 놈들을 없애고 있습니다.”

“가모라는 계집은 어디 있느냐?”

“그 계집은 북동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중원인과 능천사대가 북동쪽을 맡고 있다고 했느냐?”

“능천사대 전 인원이 아니라 절반입니다.”

“절반?”

“원래는 중원인들에게만 맡기려고 했는데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능천사대 절반을 그쪽으로 돌렸다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알았다. 변동 사항 있으면 곧바로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이약선은 곧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연기는 더욱 짙어져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발악해 봐야 소용없다. 너희들은 오늘 죽는다.”

이약선은 차갑게 말했다.

잠시 후 그는 능천일대 대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가 무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냐?”

이약선은 부하에게 물었다. 그가 질문을 한 자는 부대주 이용정이었다.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이용정은 전면의 건물들을 가리켰다.

“저기로 들어갔다고?”

이약선의 눈이 살짝 커졌다. 부하가 가리킨 곳에는 십여 채의 건물이 서 있었는데 모두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즉 모든 건물이 불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금 너희들은 뭐 하고 있는 거냐?”

“대주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겁나서 못 들어간 게 아니고 내 명령을 기다렸단 말이냐?”

이약선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용정을 보았다.

이용정은 황실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조금 뛰어난 전사에 불과했을 뿐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황실로 들어가면서 느닷없이 부대주로 발령이 났다. 가장 황당했던 건 대주인 자신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능천일대에는 부대주 직책도 없었다. 큰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항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지만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저를 비롯한 능천일대 대원들은 최고의 전삽니다. 하찮은 인간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주.”

“그럼 들어가라.”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대주.”

“하찮은 인간이 설치한 함정이다, 부대주. 최고의 전사인 네가 그 정도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지휘관 자격이 없는 거다.”

“……!”

이용정은 이약선을 바라보았다.

“나는 명령을 내렸다, 부대주.”

“알겠습니다.”

이용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조는 저 건물을 맡는다. 이조는 저 건물을 맡고, 삼조는…….”

이용정은 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명령을 받은 능천일대 대원들은 각자가 맡은 건물로 날아갔다.

건물 앞에 도착한 그들은 날개를 접고 안으로 진입했다. 백 명 중 오십 명은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 밖에서 대기했다.

일조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간 자는 조장 상광이었다. 그의 별호는 뚱뚱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난다고 하여, 살찐 천사, 즉 비사肥使다.

“젠장! 더워 죽겠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상광은 욕설을 내뱉었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불길로 인해 건물 안은 열탕이었다. 더운 걸 가장 싫어하는 그로서는 짜증 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찾아라!”

그는 버럭 소리쳤다. 신족들은 건물 내부를 살피며 빠르게 걸었다.

퉁!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신족 한 명의 목을 뚫었다.

“컥!”

신족은 목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풀썩 쓰러졌다.

“노, 놈들이 숨어 있다! 주의하라!”

퉁! 퉁!

푹! 푹!

또다시 두 대의 화살이 날아오고 신족 두 명이 죽임을 당했다.

“저기다!”

신족 한 명이 위를 가리켰다. 상광은 고개를 들었다. 부하가 가리킨 곳에 인간 한 명이 엎드린 채 활을 쏘고 있었다. 엎드린 자는 천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다.

“저 새끼 죽여!”

상광은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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