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95화 (495/524)

황금가 (495)

마가접전

“저깁니다.”

능천일대 대주 천검신노天劍神奴 이약선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약선 바로 옆에는 능천대 총책임자인 카단이 서 있었다. 이약선과 카단은 날개를 펼친 채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이약선이 가리킨 곳에는 수백 채의 고루거각이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이곳은 바로 팔왕의 거처인 마가였다.

“준비는?”

카단은 마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능천일대는 일천 발의 화탄을 준비했고 능천이대는 활을 소지했습니다. 능천삼대는 일천 개의 창을 던져 공격을 할 겁니다. 그럼 마가는 팔 할 이상 파괴될 겁니다. 그때 능천사대가 지상전을 펼쳐 나머지 잔당을 처리합니다.”

“공격 지점은 안쪽만 할 거냐?”

카단은 다시 아래로 시선을 주었다.

마가 주변에는 강인지 해자인지 모르지만 물로 채워져 있고, 물 밖에는 여덟 개의 마을이 있다.

“마가는 안쪽이고 외부 마을은 마가에 생필품을 납품해서 먹고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가와는 상관없다?”

“네.”

“그렇단 말이지. 어떻습니까?”

카단은 옆에 있는 좌무백을 보며 물었다. 좌무백도 날개를 펼친 채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해라.”

좌무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카단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능천일대 대주 이약선을 보며 시작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능천일대는 시작하라!”

이약선은 크게 소리쳤다.

“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능천일대 소속 전사 일천 명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들의 손에는 거무튀튀한 색의 구체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능천이대는 시작하라!”

이약선에 이어 능천이대 대주 철검마노鐵劍魔奴 전역사가 소리쳤다.

“존!”

또다시 우렁찬 외침과 활을 들고 전통을 멘 능천이대 대원 일천 명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능천이대 대원들은 능천일대 대원과 이십 장 거리를 유지한 채 날아갔다.

“능천삼대는 시작하라!”

세 번째로 고함을 내지른 자는 능천삼대 대주 혈검사노血劍邪奴 불휘였다.

“존!”

대답 소리와 함께 등에 여섯 자루의 창을 꽂은 전사 일천 명이 날아올랐다. 그들은 능천삼대와 이십 장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갔다.

“능천사대는 전진하라!”

마지막으로 능천사대 대주 묵검환노墨劍幻老 갈황이 진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능천사대 전사들은 일제히 전방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뒤를 해림과 환수각 그리고 천야교 무인들이 따랐다.

무림인들 선두에서 진영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옥천환, 방가려, 척사랑이었다.

“천하의 춘추오패가 들러리로 전락할 줄이야.”

옥천환은 어이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각 세력당 사백에서 오백 명에 불과하지만 각주 혹은 림주 직속이기 때문에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봉이 아니라 뒤처리를 위해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글쎄요. 저들이 그렇게 둘까요?”

방가려가 싱긋 웃으며 전면을 가리켰다. 그녀가 눈빛으로 가리킨 자는 능천사대 대주 묵검환노 갈황이었다.

“그럴까요?”

옥천환은 갈황을 보았다.

“이쪽으로 오시오.”

옥천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갈황이 옥천환 일행을 불렀다.

‘쿡!’

옥천환은 피식 웃으며 두 사람과 함께 앞으로 갔다.

“심황께서 당신들을 선봉으로 세우라고 하셨소.”

갈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실 좌무백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 없다. 오직 자신의 결정이었다.

“알았소.”

옥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심해전과 해저암흑대를 불러 전방으로 배치했다. 그가 해림 무인을 배치하는 사이에 척사랑과 방가려도 무인들을 앞으로 보냈다.

일행은 빠르게 나아갔다.

그들이 마가에 도착한 것은 한 식경 후였다. 일행이 숨어 있는 곳은 마가 근처 작은 동산 안이었다.

마가는 평지에 있어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다. 여기서 나가면 하늘에서 공격하는 자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들킬 게 뻔했다.

“신족이라고 해서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은데…….”

옥천환은 하늘을 보았다. 먼저 출발한 능천일대와 이대, 삼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기 구름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방가려는 구름을 가리켰다.

―혹시 구름까지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비꼬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말이었다.

―낮은 구름은 칠백 장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교주 말처럼 저 속에 숨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옥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고 보면 알겠지……. 나오고 있어요.

옥천환은 눈에 내력을 모았다. 그러자 창공 상황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구름 속에서 날개를 가진 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자신들의 집을 공격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뛰쳐나오는 말벌 같았다.

그들은 곧바로 마가를 향해 급강하했다.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그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비상종이 울렸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비상종 소리와 커다란 외침이 마가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역시 팔왕가의 수장이라는 건가?”

능천일대 대주 천검신노 이약선의 입매가 뒤틀렸다. 그는 화탄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출현을 알아차리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바로 알아차리고 비상종을 친 것이다.

전쟁 상황이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땅도 아닌 하늘에서 기습해 오는 걸 바로 알아차린다는 건, 그만큼 훈련이 잘돼 있다는 걸 말한다.

“하지만…….”

이약선은 들고 있는 검은 물체로 시선을 주었다. 위험한 기운을 뿌리고 있는 이것은 관아에서 가져온 화탄이다.

“일천 개면 첫 만남의 선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약선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그는 상체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다리는 들었다. 그러자 거의 물구나무를 선 상태가 됐다.

슈아악!

몸을 거꾸로 하자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던 마가가 깨어났다.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은 금장생을 대신해 마가를 다스리고 있는 아수수였다. 아수수는 잠에서 깼다기보다는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밖에서 적이라는 외침이 들려오자마자 곧바로 무기를 챙겨 들고 난간으로 나갔다.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비상종은 계속 울려 댔다.

그녀는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 적이다!”

경계 근무를 서는 가솔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수수는 하늘로 시선을 주었다.

달빛 속에서 엄청난 수의 검은 물체가 마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철새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다.

“그 사람이 성공했다는 소리네.”

그녀는 금장생이 무혼 일행과 해어져 동쪽으로 갔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작전에 대해 금장생이 말을 해 주진 않았지만, 그가 동쪽으로 간 이유는 한 가지, 적을 치기 위한 것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갈 이유가 없다.

“내일이면 어디를 쳤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그녀가 정보를 얻는 원천은 대륙상단이다. 전국에 뻗어 있는 대륙상단 산하 가게들은 그곳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을 수합하여 각 지점으로 보낸다. 그 지점에서는 수합된 것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걸 추려서 다시 대륙상단으로 보내고, 대륙상단은 다시 마가로 보낸다. 며칠 전 금장생이 불여하만 데리고 동쪽으로 향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수수!”

아래쪽에서 사미염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수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사미염이 바닥을 차고 솟구쳤다. 그녀는 곧 아수수 옆으로 날아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즐겨 입는 야행복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오늘은 속이 약간 비쳐 보이는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

“어서 와!”

“저자들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사미염은 하늘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전쟁의 기본은 수장을 없애는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도 돼?”

“그럴 수는 없지. 일단 내려가자.”

아수수와 사미염은 아래로 몸을 날렸다.

“가모님!”

바로 그때 마가대 대주 철웅鐵熊 거석과 마마 호위대 대장 비검飛劍 사마영 그리고 군사 뇌웅腦熊 유공이 뛰어왔다.

“군사는 지금 당장 진식을 발동하고 전투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유공이 급하게 자리를 떴다.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곧 비상종과 다른 종소리가 마가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마가를 방어하는 마가수호진식魔家守護陣式을 구축하라는 신호였다.

“진식을 구축하라!”

“진식을 구축하라!”

“방어진을 구축하라!”

사방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동서남북 중앙 다섯 곳에서 붉은색 운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연기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무공을 익힌 이들이 진식을 펼치는 사이 무공을 모르는 가솔들은 각 건물 지하에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했다. 대피소는 건물을 세울 때부터 만들어진 곳으로 마가에서 가장 오래된 장소이기도 했다.

그 시각, 사미염과 아수수는 계속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냥 내려오는 건 아닌 것 같고…… 저건?”

사미염의 눈이 커졌다. 신족과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비로소 손에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아이 머리 크기의 거무튀튀한 덩어리였다.

“설마…….”

사미염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화탄이야.”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적이 화탄을 가지고 있다! 가솔들은 움푹 팬 곳을 찾아 몸을 숨겨라!”

아수수가 내공을 모아 소리쳤다.

화탄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구덩이 같은 곳으로 숨는 거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능천일대 대원들이 불을 붙인 화탄을 아래로 던졌다. 그들이 화탄을 던진 곳은 일백 장 높이였다. 일천 개에 달하는 화탄이 일제히 마가를 향해 쏘아져 갔다.

“격공섭물이 가능한 가솔은 격공섭물로 화탄을 쳐 내라! 차하!”

아수수는 고함을 내지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타하!”

그녀에 이어 사미염과 거석, 사마영도 바닥을 차고 솟구쳐 올랐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마가 곳곳에서도 무인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십 장 높이까지 솟구친 상태에서도 격공섭물을 전개할 수 있을 만큼 내공에 여유가 있는 고수들이었다.

십 장 높이까지 솟구친 마가 무인들은 떨어지는 화탄을 향해 손을 쭉 내밀었다.

“차하!”

“타하!”

“이얍!”

기합과 함께 공간을 건너뛰고 물체를 잡아당기는 격공섭물隔功攝物을 펼쳤다. 그러자 떨어지던 화탄 하나가 속도가 늦춰지더니 허공에 멈췄다.

“타하!”

그들은 기합과 함께 힘차게 손을 뿌렸다.

쇄애액!

멈췄던 화탄이 가공할 속도로 쏘아져 갔다.

이번에 화탄이 날아가는 방향은 아래쪽이 아니라 가로 방향이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내던진 화탄이 허공을 가르더니 다른 화탄을 쳤다.

쾅! 콰앙! 콰앙! 콰앙!

허공 곳곳에서 화탄이 폭발했다. 폭발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백여 개 이상이 폭발했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화탄의 수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구백여 개의 화탄은 그대로 마가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마가 전역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아!”

아수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가를 숨겨 주던 붉은 운무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마가수호진식이 무용지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진식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눈과 귀를 속인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침입하면 진식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설사 허공으로 침입한다고 해도 바닥으로 내려서면 바로 눈과 귀가 진식에 의해 현혹되고 만다. 하지만 지금처럼 허공에서 화탄을 내던지면 진식으로도 어쩔 수 없다.

진식이 공간을 바꿔 주지는 않으니까.

“능천일대는 이동하라!”

수장으로 보이는 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가 하늘을 가득 채웠던 신족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달빛 속에서 두 번째 무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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