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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480화 (480/524)

황금가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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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남궁만해는 신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조금 전 쓰러지면서 왼 옆구리에 이상이 생긴 듯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악!”

걸음을 옮기려던 그는 비명을 내질렀다.

왼편 옆구리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옆구리를 만져 보았다. 딱딱한 물체가 피부를 뚫고 나와 있었다. 그건 바로 갈비뼈였다. 그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조금 전 자신이 넘어진 곳에 땅에서 돌출된 돌이 있었다. 저 돌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진 게 분명했다.

“아악!”

“으아악!”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건물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남궁만해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옷을 길게 찢어 갈비뼈를 친친 동여맸다.

천을 당길 때마다 통증이 밀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나는 가주 남궁만해다. 세가인들은 들어라!”

남궁만해는 고함을 내질렀다.

“하명하십시오.”

남궁세가 곳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남궁세가인들은 창궁무애검진蒼穹無涯劍陣을 구축하라!”

“존!”

우렁찬 외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곧 남궁세가가 부산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남궁세가 곳곳에서 운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식이에요.”

오다아이가 굳은 얼굴로 금장생을 보며 말했다.

“창궁무애검진이 강한가요?”

“방어 진식으로는 최강으로 알려져 있어요. 제가 은밀하게 끝내려고 한 이유가 저 진식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남궁만해가 발동해 버린 거군요.”

“네.”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식의 약점 같은 건 없나요?”

사방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남궁세가를 감싸는 광경을 지켜보며 금장생이 물었다.

“진식에 대해 알아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불가능했어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리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봐야겠군요.”

금장생은 천마구유이혼대법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눈에 귀신들이 보였다.

귀신들은 상당히 많았다. 귀신들의 안식처는 주로 담 근처였다. 금장생은 담 옆으로 갔다. 그들 중 한 귀신과 시선이 마주쳤다. 목이 절반가량 잘린 귀신으로 하인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혹시 이 창궁무애검진에 대해 아세요?

금장생은 물었다.

―내가 보여?

지금까지 겪었던 많은 귀신들처럼 귀신은 자신이 보이는지 여부를 먼저 물었다.

―네.

―날 보는 사람은 처음인데.

―어쩌다 보니 귀신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어요.

―강신술사?

―네.

―그렇군.

―그런데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어찌해서 남궁세가에 매인 몸이 된 거죠?

―줄을 잘못 선 탓이지, 뭐.

―어떤 줄을 섰는데요?

―나를 비롯한 저 친구들은 남궁우형 대공자님을 지지했어.

귀신은 주변에 있는 다른 귀신들을 가리켰다.

―남궁우형이 누군지 아세요?

금장생은 오다아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남궁만해의 형이에요.

―남궁세가는 장자가 가주가 되는 가풍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장자이면서 적자라야 하잖아요.

―그럼 남궁우형은?

―본처 소생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모든 면에서 남궁만해보다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대요.

―가주 자리를 놓고 암투가 벌어졌겠군요. 남궁만해는 승자가 됐고요.

―그랬다고 해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장생은 다시 귀신을 보며 물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우린 이공자가 여길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은신한 상태였다.

―남궁만해를 암살하려고?

―맞다.

―그런데…….

―함정이었다.

―누군가 배신을 한 건가요?

―그랬다.

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우형이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골수에 박힐 정도의 지독한 원한이다.

만일 동료가 배신을 했다면 원망을 했겠지만 지독한 원한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남궁우형뿐이다. 저들은 남궁우형을 가주로 앉히기 위해 목숨을 비롯한 모든 걸 걸었다. 그런 상황에서 배신을 당했다면 그 원한은 깊을 수밖에 없고, 그 원한이 저들을 귀신으로 만든 것이다.

―눈치가 빠르구나.

귀신의 입이 좌우로 크게 갈라졌다.

―그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우리를 밀고했다. 결국 우린 여기서 남궁만해 일당의 포위 공격을 받고 전부 죽었다.

―그랬군요. 그런데 창궁무애검진에 대해서 아세요?

―창궁무애검진?

―지금 이곳에 창궁무애검진이 펼쳐져 있거든요.

금장생은 주변을 가리켰다.

―그렇군. 그런데 넌 누구지?

귀신이 물었다.

―남궁만해를 없애러 온 사람입니다.

귀신이 아직 남궁세가에 대해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남궁세가를 없애러 왔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남궁만해는 왜?

―내 아버지를 해친 원수거든요.

―남궁세가를 완전히 없애 주겠다고 약속하면 창궁무애검진을 파훼하는 법을 가르쳐 주마.

―정말 남궁세가의 멸문을 바라나요?

―남궁만해는 우리를 없애는 걸로 부족해서 우리들 가족 중 아들은 단전을 파훼해서 노예로 팔고 여자들은 기루로 넘겼다. 만일 우리에게 힘이 있었다면 진작 여길 불태워 버렸을 거다.

―알겠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원한이면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원하는 걸 들어 드릴 테니까 파훼하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좋다.

귀신은 창궁무애검진 파훼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금장생은 귀신이 설명하는 걸 그림으로 그렸다.

―그런데 신분이 뭐였습니까?

금장생은 그림을 그리며 물었다.

―창궁대 대주 창하일이다. 별호는 천추제일검天樞第一劍이었다.

―그러셨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추제일검 창하일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창궁대 대주라는 직위는 잘 안다. 창궁대는 남궁세가의 최정예고 그곳의 대주는 남궁세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창궁무애검진의 파훼법에 대한 설명은 한 식경 이상 지속됐다. 불여하와 오다아이, 도쿠가와 신켄은 금장생이 그린 그림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파훼법을 암기한 일행은 고개를 들었다.

주위는 이미 완벽하게 운무로 들어차 있었다. 진식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린 듯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원들과는 연락은 돼요?”

금장생은 오다아이를 보며 물었다.

“조금 전부터 모든 연락이 끊겼어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급하게 됐군요.”

“서둘러 구하지 않으면 많은 희생이 날 거예요.”

“그럼 함께 가지 말고 한 방향씩 맡아서 움직이도록 하죠.”

“그렇게 해요.”

오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는 북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금장생은 불여하를 보며 말했다.

“당신도요.”

불여하는 슬쩍 웃고는 운무 속으로 몸을 날렸다.

“혈왕은 서쪽으로 가고 신야는 남쪽으로 가세요.”

“조심하세요.”

“몸조심하십시오.”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금장생은 조금 전 그린 그림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고는 귀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동쪽에 가장 강한 자들이 있다고 했죠?

―동쪽으로 직진하면 가주 처소가 나온다. 당연히 가장 강한 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부수면 진식이 파훼되고요.

―맞다.

―창궁대가 지키고 있겠죠?

―물론이다.

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세가는 약한 곳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아주 약합니다. 강한 세력이었다면 운성 같은 곳의 하수인이 절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아무튼 창 대협은 아침이 오기 전에 저승으로 가게 될 겁니다.

금장생은 무적검을 뽑아 들고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전면으로 다섯 걸음 반을 나아가던 그는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운무가 사라지고 시야가 틔었다. 그곳에는 남궁세가 무인 다섯 명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장소가 휴문인 듯 시계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들 중 한 명과 시선이 마주쳤다. 금장생은 빙그레 웃었다.

“어?”

사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금장생은 더 이상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궁세가 무인은 자기 머리를 툭툭 치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 봤네. 하긴 저자가 날 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사이 금장생이 남궁세가 무인 옆까지 왔다.

검으로 찌르면 살해가 가능한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 무인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좀 더 완벽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금장생이 박도를 들어 올리는 걸 보면서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쯧!”

금장생은 나직하게 혀를 차면서 박도를 찔러 넣었다. 박도 끝에서 검강이 튀어나와 사내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푸욱!

“커억!”

공격 준비를 하던 남궁세가 무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뚫고 들어간 검강과 금장생을 번갈아 보았다.

“저 사람과는 연락이 안 되나요?”

금장생은 검강에 찔린 자 옆에 있는 자를 가리켰다. 검강에 찔린 자와 동료 사이 거리는 삼 장이었다.

“나, 난…….”

“이런, 급하게 됐네요.”

금장생은 검강을 거둬들였다.

연락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동료가 당하자 남궁세가 무인들이 살기를 흘리며 몸을 날려 왔다.

털썩!

사내는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바로 그 순간 남궁세가 무인 네 명이 금장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타하!”

금장생은 기합과 함께 무적검을 횡으로 쓸었다. 철검무적검해의 단횡이었다.

스악!

무적검이 남궁세가 무인들의 허리를 갈랐다.

“크아악!”

“아악!”

“크악!”

남궁세가 무인들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두 조각으로 분리된 자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체를 흘끔 바라보던 금장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움직이는 방법은 조금 전과 같았다. 다섯 걸음 반을 나아가서는 방향을 바꿨다.

그가 방향을 바꾼 곳에는 어김없이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많은 열 명이었다.

동료들이 죽은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금장생이 들어서자 곧바로 공격을 해 왔다.

금장생은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반격을 했다. 철검무적검해가 천하제일 검법이란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무적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창궁대 대원들은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그리고 한 번 쓰러진 자는 다신 움직이지 않았다.

“차하!”

기합에 이어 무적검이 허공을 수직으로 갈랐다.

“쩌억!”

금장생 앞 공간이 좌우로 나뉘고 그 안에 있던 다섯 명의 몸도 좌우로 나뉘었다. 다섯 명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금장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접전을 더 거쳤다. 그리고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지 한 식경 만에 지름이 오장가량 되는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는 지금껏 지나쳐 왔던 곳과 달랐다.

짙은 운무가 끼어 있었는데, 그 운무 속에 창궁대 대원 이십 명이 은신술을 펼친 채 숨어 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운무와 같은 색이었다.

만일 금장생의 무공이 지금보다 약했다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창궁대 대원들의 은신술은 대단했다. 한자리에 서 있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금장생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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