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69화 (469/524)

황금가 (469)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십니까?”

금장생과 황보충을 유심히 지켜보던 남궁창하가 술병을 들고 다가가며 물었다.

“사업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금장생이 술잔을 비우며 대답했다.

“사업이라면…….”

“신의께서 지원을 낼 생각이라면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돈이 많으신가 보군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좀 됩니다.”

“그럼 대장간을 인수한 것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난세가 시작되면 활황을 누릴 수 있는 사업이 무기업 아닙니까. 그래서 급하게 사들인 겁니다.”

“그럼 철광석을 사들인 것도?”

“대장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철이 많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남궁창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술, 나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닙니까?”

금장생은 남궁창하가 들고 있는 술병을 가리켰다.

“참! 내 정신 좀 보게. 한 잔 하시지요.”

남궁창하는 술병을 내밀었다.

금장생은 얼른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곧 술잔이 채워졌다.

“나도 한 잔 드리겠습니다.”

금장생은 술잔을 내려놓고 남궁창하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았다.

“나는 이분으로부터 한 잔 받고 싶은데…….”

남궁창하는 불여하를 가리켰다.

“지금 뭐라고 했죠?”

금장생의 목소리가 대번에 쩌렁쩌렁해졌다.

그러자 안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게…….”

남궁창하는 당황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지금 내 마누라보고 술을 따라 달라고 했나요?”

“그게 아니라 난 다만…….”

“남궁 군사 당신 눈에는 내 마누라가 기루의 기녀로 보인 모양이군요.”

“그건 오해요. 나는 다만 친목을 도모하려고…….”

“친목 도모를 하려면 나와 해야지 왜 내 마누라와 하는 겁니까?”

금장생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여보!”

보다 못한 불여하가 금장생을 말렸다.

“이게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어떻게 처신했기에 오늘 본 사람이 술을 따라 달라고 한단 말입니까.”

금장생은 이번에는 불여하를 향해 화를 냈다.

“그만하지.”

철검우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건 우리 일입니다, 소성주님.”

“오늘은 좋은 날 아닌가. 남궁 군사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끝내도록 하세.”

철검우는 남궁창하를 보았다.

“내가 잘못했소. 미안하오.”

남궁창하는 금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

금장생은 말없이 남궁창하를 노려보았다.

“장주.”

철검우는 금장생을 불렀다.

“앞으로 내 마누라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말아 주세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아, 알겠소.”

남궁창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짝!

“자, 자! 여기서 술자리는 그만하고 이차를 가는 건 어떻소?”

분위기 전환을 위한 듯 철검우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차라면 어디를…….”

철선문의 문주 부양호가 물었다.

“이차는 고전古殿에서 할 생각이오.”

“지금 고전이라고 하셨습니까?”

부양호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고전은 수천 년 전 천하를 지배했던 가문이 세운 건물이라는 전설이 꾸준히 내려왔고, 전설의 비밀을 푸는 자는 고대 가문의 모든 것을 얻게 될 거라고 하였다. 물론 전설에 불과할 뿐이고, 운성에서 샅샅이 조사를 했음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수천 년 전에 세워진 건물이란 사실 한 가지만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금역 비슷한 장소가 돼 운성 문도들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한다고 하였다.

운성 문도들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한다는 그곳에서 이차를 한다고 생각하니 공연히 대우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부양호를 보며 철검우는 빙그레 웃었다.

‘대우받는 기분.’

그건 철검우가 바라는 것이었다.

고전으로 가는 건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데리고 들어가서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구경시켜 주는 것만으로 호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처럼 좋은 게 없다.

‘게다가 밤에 보면 더욱 있어 보이지.’

철검우가 낮이 아닌 밤에 고전으로 데리고 가는 건, 밝을 때 보는 것보다 밤에 횃불을 켜 놓고 보면 뭔가 커다란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뭔가를 찾는 내기를 하게 되면 효과는 배가 되고.’

철검우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소. 그리고 보물찾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각 문파당 네 명씩만 가는 걸로 합시다.”

“영광입니다, 소성주.”

부양호는 포권을 취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차를 준비해 두었으니까 나갑시다.”

일행은 철검우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철검우의 말처럼 마차가 대기 중이었다.

철검우와 남궁창하는 여강 일행과 함께 맨 앞 마차에 올랐다.

―소문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소성주.

마차가 출발하자 남궁창하는 철검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무슨 소문 말인가?

―황금철장 장주가 의처증이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건가?

―네.

―내가 보기에도 조금 심한 것 같기는 하더구먼.

―그런데 그 의처증이 재산 때문에 생긴 거라고 합니다.

―어떤 재산 말인가?

―그자가 하남성의 모든 대장간을 사들일 때 들어간 돈이 부인이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까 신의와 대화를 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했던 유산이 부인 거란 말인가?

―네. 그리고 대장간의 소유주도 장생이 아니라 부인이랍니다.

―그잔 관리만 한다는 건가?

―네.

―그런데…….

철검우는 남궁창하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나도 황금철장에 대해 알아봤는데…….

―대장간의 소유권에 대한 건 금시초문이란 말입니까?

―그렇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속사정에 대해 말해 준 사람은 장생 부인이니까요.

“정말인가?”

철검우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자 함께 타고 있던 여강 일행이 철검우를 보았다.

“혼잣말이네.”

철검우는 손을 저었다.

―그녀가 자네에게 말을 했다는 건가?

그는 다시 전음을 보냈다.

―네.

―그게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는 도움을 요청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이라…….

철검우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금장생이 황보충에게 사업 제안을 하는 걸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며 너무 돈 자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기 돈이 아니니까 그랬던 것이다.

―만일 그자가 죽으면 어떻게 될 거라고 보는가?

―그녀가 장주가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협조한다는 보장은 없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네가 알아서 한다는 건 무슨 소린가?

―그녀는 제게 호감을 보였습니다.

―미남계를 쓰겠다는 건가?

―소성주님과 저를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해야지요. 더구나 그 여잔 제 취향이기도 하고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자가 탐나서구먼.

철검우는 음흉한 얼굴로 말했다.

―어찌 됐든 결과만 같으면 되잖습니까?

남궁창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그가 이번 일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불여하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 반드시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처리를 한다면 언제가 좋겠는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바로 처리를 해 버리는 게 어떻습니까?

―오늘?

―고전 지하에서 보물찾기를 하기로 했으니까 그 상황을 이용하면 될 거라고 봅니다.

―어떻게 이용하자는 건가?

―고대에 설치됐던 기관이 작동해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네와 내가 발견한 그 기관을 이용하자는 건가?

철검우는 일 년 전 일을 떠올렸다.

술을 한잔 하고 싶은데 마땅히 장소가 없었다. 나가서 마시면 되는데 운성 원로의 장례를 치르던 때라 눈치가 보여 기루로 갈 수도 없었다. 방 안에서 마시면 되지만 그건 또 싫었다. 그래서 찾아낸 장소가 고전이었다.

술은 남궁창하가 준비했다.

둘이 술을 마신 장소는 지하 일 층이었다. 천주와 두강주를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셨다. 그러다가 소변이 보고 싶어졌다. 화장실도 없는 곳이라 지하 적당한 곳에서 해결했다.

아래를 바라보며 볼일을 보는데 바닥에 닿은 소변이 순식간에 스며드는 것이었다. 다른 곳은 모두 쇠로 돼 있었는데 거기만 흙이었던 것이다.

남궁창하와 함께 흙을 파헤쳤다. 흙은 가로세로 각각 석 자, 깊이는 반 자였다. 흙 또한 검은색이고 돌처럼 딱딱해 여간해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소변을 보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흙을 걷어 내고 나자 측면에서 고리가 나타났다. 그 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래로 내려가면서 계단이 나타났다.

남궁창하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은 또 다른 공간이었다. 지하 이 층은 부채꼴 형태의 공간이었다. 계단 바로 아래를 기준점으로 방사형으로 열 개의 홈이 파여 있고 그 홈 끝에는 문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문을 여는 방식은 계단을 막아 놓았던 사각형 판을 여는 것과 같았다. 오른편 측면에 있는 고리를 잡아당기고 밀면 열렸다.

열 개를 모두 열고 들어가 보았다.

문 안쪽은 석실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 있을 뿐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없었다. 맨 오른편 석실만 달랐다. 석실 바닥은 바둑판처럼 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거길 밟았다가 죽을 뻔했다. 그 공간에서는 제대로 된 판을 밟지 않으면 벽에서 암기가 쏘아져 나왔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만두고 말았다. 남궁창하가 말한 기관이란 바로 그 장소다.

―그렇습니다.

―공간은 총 열 갠데 그자를 어떻게 거기로 집어넣는다는 건가?

―소성주와 저는 세 줄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가자는 건가?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세.

철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급하게 추진한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앞으로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워!”

마차를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부석에서 내린 마부가 뒤로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철검우와 남궁창하 그리고 여강 일행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내리는 사이 다른 마차가 도착했고 모두들 내렸다.

“와아!”

“엄청나군.”

“대단하네.”

고전을 본 일행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고전은 오 층 건물이고 오른편 끝에서 왼편 끝까지 거리는 무려 삼십 장이나 됐다.

“이 건물이 모두 쇠로 됐다는 겁니까?”

벽운관 관주 벽운양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또한 경이로운 얼굴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철을 녹여 부은 게 아니었다. 목조건물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처마나 벽에 새겨진 조각들이 정교했다.

“인간의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황보충이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사조가 여기에 운성을 세울 생각을 한 이유가 바로 이 고전 때문이라고 하였소.”

철검우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단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겁니까?”

황보충이 물었다.

“아직 찾아낸 사람이 없으니까 비밀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소.”

“우리가 발견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금장생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여기서 뭔가 발견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발견자 소유네. 나는 절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을 거네.”

철검우가 자신 있으면 비밀을 밝혀 보라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라도 발견하면 반은 소성주님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주면 거절하지 않겠네.”

철검우는 활짝 웃었다.

“내부가 궁금합니다, 소성주님.”

“보여 주겠네.”

철검우는 건물 중앙으로 갔다. 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밀자 문이 열렸다. 문도 엄청나게 컸다. 높이는 일 층 높이와 같은 오 장이고, 좌측에서 우측까지 폭도 오 장이었다.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열리자 철검우가 먼저 들어갔다.

철검우가 안으로 사라지자 나머지도 앞다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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