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64화 (464/524)

황금가 (464)

오늘만…… 아니, 지금 이 순간만

“위험하다, 둘째!”

이육노가 크게 소리치며 이기어검술로 검을 던졌다. 금장생을 향해 검을 내던진 사람은 이육노뿐만이 아니었다. 평천일도 수중의 검을 내던졌다.

두 자루 검은 금장생의 등을 향해 쏘아져 갔다.

하지만 금장생은 검을 막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삼정아를 향해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기어검술로 던진 검 두 자루가 막 금장생 등으로 파고들려는 순간이었다.

캉! 캉!

화살 두 대가 날아와 검을 쳐 냈다.

이육노와 평천일의 검은 저만치 날아갔다.

그 순간 금장생이 무적검을 내던졌다. 무적검의 목표는 문주 평천일이었다. 무적검은 엄청난 속도로 평천일을 향해 쏘아져 갔다.

“차하!”

평천일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원래는 검으로 무적검을 쳐 내야 하는데 그의 검은 화살과 부딪쳐 저만치 날아간 상태다. 검을 불러들여 무적검을 막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남은 건 맨손뿐이었다. 평천일의 오른손이 쇠처럼 새카맣게 변했다.

턱! 턱!

그 순간 금장생의 두 발은 삼정아의 두 어깨에 박혔다.

“커억!”

삼정아의 입에서 피 화살이 뿜어져 나왔다.

위에서 누르는 압력으로 인해 삼정아의 두 다리는 한 자가량 땅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 상태에서 금장생은 두 다리로 삼정아의 머리를 힘껏 조이며 빙글 돌았다.

우두둑!

뼈 부러지는 소리가 삼정아 목에서 흘러나왔다.

“커억!”

삼정아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금장생은 삼정아의 어깨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이번에 그의 목표는 이육노였다. 금장생보다 앞서 불여하가 먼저 기시 두 대를 이육노에게 쏘았다.

이기어검술로 날아다니는 무적검으로부터 문주를 구하기 위해 금장생을 공격하려던 이육노는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캉!

그때 평천일에게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윽!”

평천일의 입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그의 두 손은 피투성이로 변했다. 그가 이렇게 당한 건 내공을 둘로 나눈 탓이었다. 이기어검술을 포기하고 전 내공을 양팔에 실었더라면 금장생이 던진 무적검을 막아 냈을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공력을 둘로 나누는 걸 택했다.

그 상태에서 금장생이 이기어검술로 던진 무적검과 부딪치자 주먹이 깎여 나가 버린 것이었다.

뼈까지 깎여 나가서 주먹을 쥘 수도 없었다. 그런데 금장생의 검은 계속해서 공격을 해 왔다.

“어떻게…….”

평천일은 경악했다.

금장생은 조금 전 이기어검술로 검을 던지고, 두 발로 삼정아를 없애고, 지금은 이육노를 공격하고 있다. 그 세 가지를 다 하기 위해서는 천 년 공력이 있어야 한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퉁!

활시위 놓는 소리가 들렸다.

평천일은 시선을 돌렸다. 기시 한 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무적검도 보였다.

“우린…….”

평천일은 눈을 감고 온몸에 힘을 풀었다.

퍼억!

푸욱!

평천일의 이마로 화살이 박혀 들고 심장으로 무적검이 박혀 들었다.

“크억!”

바로 그때 이육노의 입에서도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금장생의 오른손이 그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가 있었다.

금장생은 내력을 쏟아부으며 손을 빼냈다.

심장이 가루로 변한 이육노는 풀썩 쓰러졌다.

영호정은 멍한 얼굴로 금장생과 불여하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문주와 검각사노가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 준 팔왕의 무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팔왕은 절반의 공력으로 이기어검술을 펼치고, 나머지 절반의 공력으로는 춘설일검 이육노를 공격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모두 없앴다.

어쩌면 눈앞에 있는 팔왕이 천하제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려오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은 일 장 앞까지 와 있었다.

“나를 죽이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오.”

영호정은 차분하게 말했다.

“뒤처리를 맡기로 한 겁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그렇소.”

“당신까지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두세 가집니다.”

“말하시오.”

“첫째 내 동료를 찾고 싶습니다.”

“그들은 곧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 진식에서 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것도 말해 드리겠습니다.”

“셋째 검각 봉문을 공식적으로 선언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봉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가 아니었다.

바타르와 무혼 일행이 도착한 건 일각 후였다.

일행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한참을 걸어가던 금장생은 진식 남쪽 끝에 도착했다.

“무 형은 사천을 향해 계속 가 주십시오.”

금장생은 무혼을 향해 말했다.

“넌?”

무혼이 물었다.

“나는 원래 목표했던 곳으로 가겠습니다.”

“거기가 어딘데?”

“북쪽입니다.”

“안휘성?”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를 데리고 갈 건데?”

“나 혼자요.”

“나도 따라갈래요.”

불여하가 금장생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저기…….”

금장생은 불여하를 보았다.

“제발요.”

불여하는 간절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휴우!”

금장생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무혼은 금장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연인이 된 거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부인이었다고 하면 너무 많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무조건 함께 가야지. 다른 사람은?”

“우린 최대한 비밀을 유지한 채 빠져나가야 합니다.”

“둘만 가는 게 낫다는 거네?”

“네.”

“알았어.”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출발하세요.”

“일이 끝나면 어디서 보지?”

“연락할 일 있으면 하오밀문을 통해 무 형의 이름 앞으로 서찰을 보내 놓겠습니다.”

“마원을 치는 게 낫지 않아?”

무혼 생각에 이왕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 운남에 있는 마원을 쳐서 없애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럼 그들은 환수각에 지원을 요청하게 될 테고, 우린 우리 편끼리 싸워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환수각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남겨 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그대로 두자는 거냐?”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진식을 빠져나갔다.

서쪽으로 달리는 무혼 일행을 가장 먼저 발견한 자는 능천일대 대원이었다. 대원은 곧바로 대주인 천검신노 이약선에게 보고했다.

이약선은 그 사실을 카단에게 보고했고 카단은 좌무백을 찾아갔다.

“서쪽으로 향하는 놈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거기가 어디냐?”

“남창입니다.”

“서쪽으로 이동 중인 게 확실하구나.”

“그렇습니다.”

“검각은 어떻게 됐느냐?”

“멸문한 것 같습니다.”

“멸문?”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데 진식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진식이 해진되지 않고 있다는 거냐?”

“네.”

“고 련주 있느냐?”

카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좌무백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네.”

대답과 함께 고독혼이 안으로 들어왔다.

“가서 옥 림주를 불러와라.”

“네.”

고독혼은 밖으로 나갔다.

“놈들이 어디로 향할 것 같으냐?”

좌무백은 카단을 보며 물었다.

“서쪽에는 사천에 환수각이 있고 운남에는 마원이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몇 명이라고 했지?”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열 명 이상인 건 분명합니다.”

“그 인원으로 환수각이나 마원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섬서성에는 마가가 있습니다.”

“마가 전력을 이용하면 공격이 가능하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만일 놈들이 둘 중 한 곳을 목표로 삼는다면 마원일 될 게다. 그쪽에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하도록 해라.”

“마원요?”

카단은 고개를 갸웃했다.

능천대가 적은 인원도 아니고 사천 명이나 된다. 양쪽으로 나눈다고 해도 이천 명인데 굳이 마원 쪽으로 집중하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놈들은 절대 환수각을 치지 않는다.”

“그건…….”

“이유는 나중에 알려 주겠다. 가 봐라.”

“알겠습니다.”

카단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얼마 후 호출을 받은 옥천환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검각에 다녀와야겠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놈들은 검각을 떠났는데 입구에 구축된 진식은 아직 그대로라고 하는구나.”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옥천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설천 일행을 데리고 검각으로 갔다.

하지만 검각에서 그들을 반긴 건 뿌연 운무로 들어찬 진식과 대문에 새겨진 봉封 자였다.

“으음!”

옥천환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봉문을 했다는 건 패했다는 말이다. 검각 전력은 해림 전력의 육 할에서 칠 할 정도는 된다고 하였다. 그런 세력이 몇 명에 의해 몰락을 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갑시다.”

봉 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숙수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좌무백의 거처로 갔다.

“알아봤느냐?”

“봉문했습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한 모양이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알았다. 능천대가 서쪽으로 이동 중이니까 너희들도 따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옥천환은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군요.”

한편에 앉아 있던 고독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수천 년 동안 가문을 이어 온 자들인데 강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우린 놈들의 아주 중요한 약점을 쥐었다.”

“환수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환수각뿐만이 아니다. 잘만 하면 천야교도 이용할 수 있다.”

환수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운성의 성주 철전혼이었다.

철전혼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하였다.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자들의 신상명세서를 보다가 전직란에서 환수각이란 글을 발견했다.

그자를 왜 만나고 싶었는지 그 이유는 철전혼 자신도 알지 못했다. 호기심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자를 불러 이야기를 하다가 환수각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다. 환수각 각주 척사랑은 새로운 주인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건 새로운 주인이 팔왕가 중 해가의 가주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죽지 않는 자들에 대한 것도 들었다.

그 사실을 듣자마자 철전혼은 입막음을 시키고 좌무백에게 보고를 했다. 그가 가장 궁금했던 건 죽지 않는 자들에 대한 거였다.

보고를 받은 좌무백은 죽지 않는 자들에 대해 설명을 해 준 후 비밀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역정보를 흘려서 이용하실 생각입니까?”

“그래야지.”

좌무백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해왕이 환수각의 주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신의 한 수다. 아울러 그자는 드래곤과 함께 건너온 이방인이고 현재 팔왕이 된 루하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린 라헬과 다르다, 루하. 이미 명나라의 주인이 됐다. 우리에겐 삼백만 명이나 되는 병사가 있다. 시작부터 우리가 이기게 돼 있는 싸움이다.’

좌무백은 내심 중얼거렸다.

“이동하실 겁니까?”

좌무백을 가만히 바라보던 고독혼이 물었다.

“그래야지.”

좌무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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