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62화 (462/524)

황금가 (462)

“나를 비롯한 우리 문도를 화나게 하려고 한 말이라면 크게 성공했다.”

평천일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났다.

그가 화를 내는 대상은 사조의 무공을 찾아낸 금장생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다.

검각 문도들은 무려 오백 년 동안 이곳을 샅샅이 훑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문도는 바위 하나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알고 있다. 지금도 일 년에 두 달 동안은 검총만상대진 안으로 돌아다닌다.

작년과 같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러보게 된다. 하지만 뭔가 얻어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칠검마가 얻어 낸 게 유일하다. 그런데 저자는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검각 최고 비밀을 손에 쥐었단다.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나는 댁들의 화를 돋우기 위해 사실을 말해 준 게 아니라 여분의 목숨을 갖기 위해 말한 겁니다.”

“여분의 목숨?”

평천일의 눈이 커졌다.

“칠검전이 산산이 부서졌으니까 검천무적마해와 철검무적검해는 여기에만 있잖습니까.”

금장생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러니까 그 두 가지 무공 때문에 우리가 널 죽이지 못할 거란 말이냐?”

“아닌가요?”

“…….”

평천일은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금장생의 말이 틀리지 않다. 그의 머릿속에는 철검무적검해와 검천무적마해가 들어 있다. 아니,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확실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도 녀석은 무적검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들었고 철상과 같은 동작으로 무공을 펼쳤다고 하였다.

정말로 철검무적검해를 펼친다면, 무공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살려 줘야 한다.

그는 문도들을 보았다.

“철검무적검해나 검천무적마해를 익혔다는 게 확인되면…… 죽이지는 마라. 하지만 저 계집은 죽여도 상관없다.”

평천일은 불여하를 가리켰다.

“풋!”

금장생은 피식 웃었다.

“쳐라!”

평천일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검각에는 많은 검진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검총파천쇄옥진 안. 진식 안에서 또 다른 진식을 펼치는 건 불가능하다.

“일대와 이대는 공격하고 삼대는 기검을 생성하라!”

영호정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비록 공간이 무너져 은신의 효과가 사라지긴 했지만 기검은 오검대 개개인의 검보다 더 빠르고 날카롭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영호정의 명령이 떨어지자 예순 명은 금장생과 불여하를 향해 달려가고 서른 명은 진식의 힘이 모이는 부분인 역점力点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앉은 곳과 금장생과 거리는 구 장이었다. 역점이 이 장만 더 떨어져 있었더라면, 금장생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었는데 그들은 운이 없었다.

“차하!”

검각 문도들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오검대는 대부분 일 갑자 반에서 이 갑자 사이 공력을 지녔다. 공력으로 보면 사검대와 비슷하지만 무공을 이해하는 폭이 깊고 많은 실전을 거쳐 한 수 정도 위에 있는 무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펼치는 무공은 더 강하고 더 매서웠다.

“이게 바로 철검무적검햅니다.”

금장생은 무적검을 쭉 찔러 넣었다.

이미 그의 내기는 철검무적검해를 펼치기 위한 준비를 완전하게 마친 상태였다. 검을 찔러 넣자 허공에 수많은 동굴이 생겨났다.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것처럼 작은 동굴은 깊이를 늘려 갔다.

동굴은 곧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

동굴이 맞닥뜨린 막다른 곳은 다름 아닌 검각 문도의 몸이었다. 오검대 문도의 몸은 호신강기와 강기 혹은 내기로 철저하게 방어돼 있었다.

잠시 멈칫하는 듯하더니 동굴은 확고하게 밀고 나갔다.

“크악!”

“아악!”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줄을 이었다.

팔뚝 크기의 구멍이 뚫린 오검대 문도들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퉁! 퉁!

첫 번째는 넉 대였다. 넉 대에 이어 한 대가 더 날아갔다.

스악! 스악! 스악!

검각 문도들은 첫 번째 화살을 쳐 냈다.

캉! 캉캉캉!

퉁!

또다시 넉 대의 화살이 날아갔다.

퍼억!

바로 그때 두 번째로 쏜 화살이 검각 문도 한 명의 이마로 틀어박혔다.

“커억!”

검각 문도는 비명을 내질렀다.

퉁!

넉 대의 힘을 하나로 합친 힘을 머금은 화살 한 대가 날아갔다.

스악! 스악! 스악!

검각 문도들은 다시 화살을 쳐 냈다.

퍼억!

또다시 한 대의 화살이 검각 문도의 이마로 박혀 들어갔다.

“파앗!”

불여하는 달려오는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검각 문도들은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궁을 든 무인은 접근전보다 원거리 공격을 더 선호하고, 불여하 또한 그럴 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달려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암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날아온 건 화살뿐이었다.

화살은 상당히 왼편으로 치우쳐 있고,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조금 전보다 강한 힘이 실렸지만 쳐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검각 문도들은 전 내력을 검에 실어 화살을 쳐 냈다.

캉! 캉캉! 캉!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화살에 실린 힘은 강했다.

퉁! 퉁퉁퉁!

그 순간 시위 놓는 소리가 또 들렸다.

“씨펄!”

검각 무인 중 한 명이 욕설을 내뱉었다. 조금 전 화살을 막아 내느라 검은 왼편으로 가 있는 상태다. 그런데 다시 시위 놓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오른쪽?’

조금 전 욕설을 내뱉었던 검각 문도는 오른편을 보았다. 문득 자신의 오른편 가슴이 벌판처럼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악!”

“아악!”

“으아악!”

바로 그때 옆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왜 동료의 비명이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그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전혀 듣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동료의 비명이 선명하게 들렸다.

퍽! 퍽퍽퍽!

곧이어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뒤로 밀렸다. 자신의 오른편 가슴을 보고 있던 사내의 눈에 심장으로 파고든 화살이 보였다. 집중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살은 투명했다. 깊이 파고든 듯 뒤편만 약간 보였다. 그런데 일반 화살이 아니었다. 일반 화살은 깃털이 달려 있는데 이 화살은 그런 게 없었다.

대와 마찬가지로 매끈했다.

문득 저런 화살이 어떻게 날아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앗!

그 순간 화살이 사라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죽을 때가 된 거였어. 그래서 잘 들렸던 거야.’

검각 문도는 내심 중얼거렸다.

땅이 가까워진다고 느끼는 순간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손은 아래로 향하고 무적검은 하늘을 향한다. 무적검 내부로 칼날 같은 예기를 머금은 내기가 쏟아져 들어가는 느낌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 예기를 전방으로 쏟아 놓기만 하면 된다.

“차하!”

금장생은 기합과 함께 무적검을 내리그었다. 허공에 무수한 점이 찍히는 것 같더니 곧 하나로 합쳐지고 공간이 좌우로 나뉘었다.

“크악!”

“아악!”

“으아악!”

“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줄을 이었다.

“바알!”

기검을 생성한 자들의 수장이 내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여기선 안 됩니다. 왜냐면 여긴 내 역장 안이거든요.’

금장생은 좌우측을 보았다. 왼편에서 두 명이 몸을 날려 오고 있었다. 먼저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움직임은 공간이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빨랐다. 자신이 만들어 낸 역장 안이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슈악!

기검 한 자루가 조금 전 금장생이 서 있던 공간을 뚫었다. 직선으로 쏘아져 갔던 기검은 방향을 틀어 금장생의 등을 노리고 날아갔다.

슈아악!

새로운 기검 한 자루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또 한 자루는 왼편에, 다른 기검 한 자루는 오른편으로 자리했다.

일검삼대 조장 광성은 재빨리 금장생 주위를 살폈다. 좌우측과 뒤 허공에는 기검이 늘어선 상태다.

금장생이 피할 곳은 전방이 유일한데 거기엔 검각 문도 수십 명이 있다.

―공격하겠습니다.

그는 영호정에게 전음을 보냈다.

―죽여도 좋네.

―네?

광성은 의아한 얼굴로 영호정을 보았다. 문주는 분명 죽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부문주인 영호정은 죽여도 좋다고 한 것이다.

―저자는 봐주며 공격할 수 있는 그런 자가 아니네. 전력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네. 봐주면 자네들이 당하고 마네. 내 말대로 하게.

―알겠습니다.

광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죽는다는데 사로잡겠다며 대충 할 수는 없었다.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는데 살아나서 검천무적마해 구결을 털어놓으면 다행이고, 죽어도 어쩔 수 없다.

“일조, 살殺!”

광성은 살인 명령을 내렸다.

슈악!

금장생 왼편에 있던 기검이 공간을 단축했다.

“이조, 살!”

이어 오른편에 있던 기검이 금장생 바로 뒤편을 향해 쏘아졌다. 그곳은 금장생이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머리 위에 있는 검은 금장생이 허공으로 솟구치면 바로 공격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장생은 광성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무적검만 움직였다.

창!

심장으로 날아오던 기검이 튕겨져 나갔다.

뒤편의 기검은 그대로 두었다. 튕겨져 나간 기검은 오른편으로 서고 금장생 뒤쪽을 지나쳐 갔던 기검은 왼편으로 가 섰다.

“일조, 이조, 삼조, 살!”

광성은 허공에 있는 기검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기검에 대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푸아악! 푸아악! 푸아악!

기검은 동시에 금장생을 향해 쏘아졌다. 조금 전에 금장생이 움직이지 않은 것 때문인지 이번에는 피할 장소를 염두에 두고 공격하지 않았다. 세 자루 기검이 모두 금장생의 몸을 노렸다.

기검이 막 금장생의 몸을 뚫으려는 순간, 귀신처럼 금장생이 사라졌다.

“억!”

“헉!”

금장생 앞에 있던 자들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사조, 살!”

금장생이 피할 곳은 공중밖에 없다고 생각한 광성이 명령을 내렸다.

퍼억!

하지만 사조는 기검을 날리지 못했다.

“커억!”

“크윽!”

“으윽!”

대신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불여하가 그들을 향해 화살을 쏜 것이었다.

“차하!”

허공으로 솟구쳤던 금장생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가 몸을 날려 가는 곳은 검각 무인 이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금장생이 든 무적검이 허공에 구멍을 뚫었다. 수십 개의 동굴이 연속해서 생겨나더니 검각 문도들의 몸을 뚫었다.

척!

바닥으로 내려선 금장생은 무릎을 꿇으면서 땅속으로 무적검을 박아 넣었다.

푸아악! 푸악! 푸아악!

지하수가 용출하는 것처럼 수백 개의 흙더미가 땅을 뚫고 솟구쳤다. 흙더미는 금장생이 만들어 놓은 역장 전역에서 솟구쳤다.

“커억!”

“크윽!”

“아악!”

“으악!”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땅속에서 솟구친 기운으로 인해 수십 명이 죽임을 당했다. 서 있던 자들보다 앉아서 기검을 조종하는 자들의 피해가 훨씬 심했다. 서른 명 중 스물두 명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나머지 여덟 명은 부상을 입었다.

금장생이 그곳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당함으로 해서 허공에 떠 있던 기검이 모두 사라졌다.

금장생은 벌떡 일어나 적진을 향해 쏘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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