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58화 (458/524)

황금가 (458)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검각의 최고 보물이 숨어 있는 장소다 보니까 검총만상대진을 펼치게 되면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백 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검각에서는 검총만상대진 내부를 주시하고 있었고 검천무적마해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칠검전이 부서지자 바로 알아차렸다.

영호정은 바쁘게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검각 문주 평천일과 검각사노 네 명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인가?”

영호정이 다급한 얼굴로 들어오자 평천일이 물었다.

“칠검전이 부서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평천일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놈들이 칠검전을 부쉈습니다.”

“칠검마는 뭐 하고?”

“그들은 당했습니다.”

“전부?”

“네.”

영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몇 명이나 잡았는가?”

“적은 모두 살아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으흠!”

평천일은 신음을 내뱉었다.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명도 잡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옛날 사람들이었습니다. 칠십 년 동안 내공 운용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고요.”

“당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네 분 생각은 어떻소?”

평천일의 시선이 검각사노에게로 향했다.

“우리 생각도 부문주와 같습니다. 연장은 몇 년 만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녹이 슬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그들은 칠십 년 동안 방치했습니다. 정상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게지요.”

춘설일검 이육노가 영호정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자들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거구려.”

“그것도 있지만 그들은 칠검전을 부쉈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그들을 없애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오. 내가 여러분들에게 원하는 건 검총만상대진을 풀고 지금 공격을 하느냐, 아니면 진식이 저절로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느냐 하는 거요?”

평천일을 고민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부서진 칠검전이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칠검전에는 사조의 무공이 숨겨져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칠검전이 부서졌다는 건 사조가 남긴 비밀도 함께 없어짐을 뜻한다. 모든 것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수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부서진 칠검전 잔해 속에 검천무적마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검천무적마해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때 생각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칠검전의 분해다. 칠검전 안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면 검천무적마해를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분해였다.

하지만 한 가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건 바로 분해를 했는데도 검천무적마해를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다.

검천무적마해와 철검무적검해가 칠검전 안에 있을 거라고 믿고 그것들을 찾아 헤맸던 문도들은 실망할 테고, 칠검전을 분해한 문주를 향해 모든 원망을 쏟아 내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검각을 떠나는 문도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문주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결국 평천일은 칠검전을 분해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칠검전을 적이 분해를 해 준 것이다. 비록 조심스럽게 뜯어낸 건 아니지만 본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분해한 거나 다름없다.

“그건…….”

이육노는 말끝을 흐렸다.

“당장 검총만상대진을 검총파천쇄옥진으로 변경하고 놈들을 없애야겠소.”

칠검전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진 듯 평천일은 진식을 변경할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영호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에 이어 검각사노가 밖으로 나갔다.

한동안 잠잠했던 검각에 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 * *

“야, 자식들아! 밥 좀 먹게…… 어?”

바타르를 향해 쏘아붙이던 무혼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대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맑고 건조했던 대기가 느닷없이 밀려온 비구름에 의해 눅눅하게 바뀔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상황과 다른 점이라면 눅눅한 습기 대신 진득한 살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버터 같은 자식들.”

무혼은 찰싹 달라붙어 있는 바타르와 권말남을 흘겨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식이 변한 것 같지?”

그는 덩달아 일어나고 있는 금장생을 보며 물었다.

“네! 처음에 겪었던 그 진식 같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함께 움직이도록 하자.”

무혼은 쥐고 있던 음식을 입안으로 넣고 남은 건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함께 움직이자고 하긴 했지만 진식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해 둬야 했다.

금장생은 일행에게 음식을 나눠 주었다.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불여하에게 음식을 건네주며 말했다.

“알았어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 볼까요?”

음식을 다 나눠 준 금장생은 앞장서 걸었다. 금장생 왼편으로는 불여하와 팔장군이 서고 오른편에는 무혼 일행이 섰다.

금장생은 손을 뻗어 불여하를 잡았다.

스스스스!

그 순간 바닥에서 운무가 솟구쳐 일행의 몸을 가렸다.

“잡아.”

무혼은 금장생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쥔 건 빈 허공이었다. 그는 얼른 바타르가 있던 왼편을 보았다.

바타르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바로 옆에 있던 자가 없어지는 건 공간분할밖에 없다. 즉 금장생과 바타르는 서로 다른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단지 문 안쪽으로 들어간 것뿐이니까 거리는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의 위치를 모르면 만날 수가 없다.

그들 또한 같은 상황일 것이다.

“결국 빠져나가려면 없애는 수밖에 없다는 거네.”

무혼은 전면을 주시했다.

주위에 꽂혀 있는 검들이 커졌다. 아니 크게 보였다.

휙!

검 네 자루가 뽑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검의 길이는 삼 장이었다.

바닥의 검이 뽑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검각 무인들이 만들어 낸 기검氣劍이다. 길이가 삼 장에 달하는 걸 보면 전보다 더 강한 자들이란 소리다.

아울러 다섯 명이 한 개의 기검을 만들어 냈으니까 총 스무 명이 있다는 말이 된다.

“이번엔 기다리지 않는다.”

무혼은 곧바로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삼 장 거리를 나아간 그는 혼천을 뽑아 휘둘렀다.

그가 이번에 펼친 무공은 빙氷, 폭暴, 우雨, 세 초식이었다. 얼음보다 더 차가운 혼천 형태의 강기가 폭풍이 돼 전면으로 폭사됐다.

캉! 캉! 캉캉! 캉!

무혼을 향해 날아오던 거대한 검 네 자루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큭!”

“윽!”

“억!”

운무 속에서 나직한 비명이 들렸다. 무혼은 비명이 들려온 곳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대, 바알發!”

살기 어린 외침이 운무 속에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기검 네 자루가 무혼을 향해 폭사됐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하고 더 광포했다.

“차하!”

무혼의 혼천이 왼편으로 오른편으로 나아가며 공간을 잘랐다.

쿠쿠쿠!

혼천이 나아갈 때마다 천둥소리 같은 소성이 흘러나왔다. 이번에 무혼이 펼친 무공은 뇌雷, 우雨, 강强이었다. 뇌와 강은 강함을 그리고 우는 무혼이 원하는 도강의 수였다.

적이 펼친 기검의 수에 맞게 무혼이 만들어 낸 도의 수도 네 개였다.

콰콰쾅!

광포한 소성과 함께 기검과 도가 충돌했다.

퍽! 퍽퍽! 퍽!

삼 장에 달한 기검이 산산이 부서지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억!”

“커억!”

“으악!”

“아악!”

처절한 비명이 운무 속에서 튀어나왔다.

“차하!”

순간 혼천이 무혼의 손을 떠났다.

스악!

혼천은 순식간에 운무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아니 운무 속이 아니라 진식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퍼억!

무혼은 혼천이 마치 어떤 막을 뚫고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크악!”

“아악!”

“으악!”

운무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혼천에 당한 검각 문도들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혼천이 문을 열었다.”

무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공격하던 검각 문도들도 문 너머에 있다. 같은 형태의 문이지만 검각 문도들이 들어간 공간의 문은 금장생과 바타르가 들어간 문과는 다르다.

검각 문도들은 밖을 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 무기를 날리지만 이곳에서는 검각 문도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무기도 날릴 수 없다.

그런데 방금 혼천이 뭔가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진식으로 만들어 낸 장벽을 뚫은 게 분명했다.

무혼은 계속해서 혼천에 의식을 집중했다. 다른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천과 연결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 상태다.

그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해다.

혼천이 움직이면서 문 건너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마치 꽃봉오리처럼 둘러앉은 상태다. 한 개 조는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가운데 앉은 자가 공격을 주도한다.

‘죽는다!’

무혼은 혼천에 의지를 밀어 넣었다.

파앙!

혼천은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퍽! 퍽퍽퍽!

“커억!”

“크윽!”

“아악!”

“으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기검을 만들어 내고 있던 다섯 명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들을 없앤 혼천은 다시 공간을 단축하게 날았다.

퍽! 퍽퍽퍽! 퍽!

피가 사방으로 튀고 잘려 나간 몸통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비명이 뒤를 이었다.

“사대와 오대는 공격하라!”

유장기는 고함을 내질렀다. 너무 당황하여 공격 명령을 출出로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말았다. 이기어검술로 날아오는 혼천의 위력은 그만큼 엄청났다. 다행히 문도들은 유장기의 명령을 알아들었다.

“바알!”

그들은 함성과 함께 생성해 두었던 기검을 날렸다.

푸아아악!

기검이 무혼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혼천이 그들을 덮쳤다. 혼천은 수평으로 빙글빙글 돌며 가부좌를 한 검각 문도들의 목을 잘랐다. 기검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던 검각 문도들은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머리가 떨어졌다.

비명은 쉬지 않고 들려왔다. 검각 문도 사십 명의 목숨이 끊어진 건 잠시 잠깐에 불과했다.

곧 정적이 찾아왔다.

“이건……?”

유장기는 넋을 잃었다.

적은 십 장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지만 이곳을 보지 못한다. 게다가 한 명이다. 그런데 검각 문도 일백 명이 모두 당하고 만 것이다. 일검대도 아니고 이검대 무인이.

“크아악!”

“아아악!”

“으아악!”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 소리에 유장기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알려야 해.”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문주 평천일이 있는 진식의 중추였다. 평천일 앞에는 세 명이 서 있었다. 유장기와 함께 이검대를 지휘하던 세 대주였다.

“북쪽도 당했느냐?”

평천일은 유장기를 보며 물었다.

“모두 죽었습니다.”

유장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대는 곧바로 공격을 시작하라!”

평천일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존!”

무거운 목소리의 대답과 함께 삼검일대 대주 익창일, 삼검이대 대주 무옥, 삼검삼대 대주 전주랑이 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모두 삼백 명으로 구성된 삼검대는 동쪽과 서쪽, 남쪽에 각각 백 명씩 삼각형을 이르며 배치돼 있다.

아울러 그들 삼백 명이 검총파천쇄옥진에서 가장 강한 조직이고 그들이 무너지면 진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사검대는 삼검대를 지원하도록 하라.”

평천일은 재차 고함을 내질렀다.

“존!”

사검일대 대주와 사검이대 대주가 대답과 함께 밖으로 몸을 날렸다. 사검대 위치는 남쪽과 북쪽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