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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420화 (420/524)

황금가 (420)

감사합니다

“구룡어사대를 아는 눈치네?”

이번에는 유적기의 눈이 커졌다.

구룡어사대는 황제도 모르는 비밀 조직이다. 아니, 구룡어사대 대원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다.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적도 없다.

그런데 금장생이 구룡어사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구룡어사대는 모르고, 구룡어사대인은 알고 있습니다.”

“지, 지금 구룡어사대인이라고 했어?”

유적기는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그녀를 비롯한 구룡어사대 대원들이 드러내 놓고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구룡어사대인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그런데 금장생이 구룡어사대인을 알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어, 어디 있는데?”

“황실에요.”

“황실에는…….”

유적기는 말끝을 흐렸다. 삼사천가가 황실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초인삼황 세 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삼사천가 출신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의 내심을 짐작한 금장생이 말했다.

“그럼 누구지?”

“공주님입니다.”

“다정성모 공주님?”

“네.”

“세상에.”

유적기의 입이 쩍 벌어졌다.

구룡어사대인의 가장 큰 임무는 이방인 척결이다.

그녀가 북망산으로 간 것도 이방인을 없앨 수 있는 천수십병을 얻기 위해서였다.

구룡어사대인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구룡어사대 대주는 늘 이빙인과의 전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룡어사대인이 이방인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초인삼황에 의해 망가진 것이다.

“그들이 다정성모 공주님이 구룡어사대인이라는 걸 알았을까?”

문득 공주를 망가뜨린 이유가 공주의 또 다른 신분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그동안 공주님이 어디 있었는지 알아?”

“인질로 잡혀갔잖아요. 그리고 타락관에서 일했고요.”

“타락관도 알아?”

유적기의 눈이 커졌다.

타락관은 삼사천가 무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장소였다.

문득 금장생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건 조금 있다가.’

이내 궁금증을 접었다.

지금은 구룡어사대인에 대해 아는 게 더 중요했다.

“아무리 황제가 힘이 없다고 해도 딸을 창기로 만드는 건 너무 심한 일 아닐까?”

“공주님이 아버지 황제보다 더 똑똑하고, 황제가 되면 최고의 성군이 될 거란 소문이 돌았다고 하던데요?”

“구룡어사대인과 상관없이 너무 뛰어나서 망가뜨렸다는 거야?”

“네. 그리고 그분이 구룡어사대인이라는 걸 알았다면 형님을 비롯한 구룡어사대가 무사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유적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환영마존을 제거하게 된 겁니까?”

“내가 여자라는 걸 그자가 알아차렸어.”

“어떻게요?”

“내게 뭔가를 부탁하기 위해 내 방으로 왔다가 목욕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그걸로 협박을 했나요?”

“아니. 그잔 협박 대신 내 뒤를 캔 거야.”

“배후가 있지 않고는 여자가 남장을 하고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군요.”

“맞아. 자칫 잘못하면 내 정체를 들키게 생겼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여자가 남자에게 써먹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용했지 뭐.”

“그게 뭔데요?”

“미인계지, 뭐. 육 개월 동안 녀석의 정부 노릇을 하다가 정리했어.”

“그래도 신족으로 위장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다른 건 다 속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날개는 만들어 내는 건 쉽지가 않다.

“사실은 그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어.”

“뭘 몰랐다는 거죠?”

“나도 날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럼 형님도?”

“맞아, 신족이야.”

유적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신족이란 사실은 영제를 만나고 나서 알았다.

정부가 된 지 삼 개월이 지났을 때, 영제는 자신이 익힌 무공이라며 적신천사마공을 전수해 주었다.

그가 적신천사마공을 전수해 준 이유가, 신족이 아닌 인간은 익혀 봐야 절반의 위력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아무튼 그걸 익혔는데 날개가 나왔다. 황금색 날개 여덟 장이었다.

그때 자신도 이방인의 후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이방인의 편에 설 건지 아니면 지금처럼 구룡어사대 대주로 중원 사람의 편에 설 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선택은 구룡어사대 대주였다.

유적기로 산 삼십구 년의 세월을 버릴 수가 없었다.

중원인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영제에게 날개를 보여 주었다.

영제는 엄청나게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과 무공을 전부 털어놓았다.

영제의 무공을 전부 익힌 날, 그를 저승으로 보내 주었다.

“중원을 선택한 건가요?”

금장생은 유적기를 가만히 보며 물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해. 강기로 만든 날개와 내 삶 삼십구 년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

유적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어요. 나도 날개 달린 형님보다 지금 모습이 더 좋습니다.”

금장생은 싱긋 웃었다.

“이제 네 이야기를 해 봐.”

“저요?”

“어떻게 된 거야?”

“북망산에서 누님을 만났을 때, 전 직장을 때려치운 상태였어요.”

“새 일을 시작하던 때였다고?”

“네.”

“전 직장이 뭐였는데?”

“자객이었어요.”

“자객?”

유적기는 사흉의 막내 인도생을 없앨 때를 떠올렸다.

금장생은 보통 무인 이상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네.”

“그날 인도생을 없앤 걸 보면 보통 자객이 아닌 것 같은데…….”

“사상이 나예요.”

“무림십패의 그 사상?”

“네.”

“끙!”

유적기는 금장생을 흘겨보았다.

“그땐 정말 무림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속였던 건데…….”

“어쩌다가 다시 발을 들인 건데?”

“초인삼황이 절 놔주질 않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금장생은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사연이 워낙 길어 중요한 사건 위주로 축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삼사천가에서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마왕이었다는 거구나.”

“마가 안주인은 남편이 필요했고, 저는 삼사천가 이목에서 도망칠 필요가 있었거든요.”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마왕이 됐는데, 그 마왕이란 직책이 동생을 다시 무림으로 끌어들인 결과를 가져온 셈이구나.”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무인이 되면 무림을 떠날 수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적기는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네.”

“남편 역할은 어디까지 한 거야?”

“어디까지라는 건 무슨 뜻이죠?”

“가까이에서 일하는 시비들은 부부 생활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거든.”

“그들은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말?”

유적기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글쎄. 원래대로라면 구룡어사대인이 나타났으니까 황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요?”

“우리 구룡어사대의 힘으로 황실을 전복한다는 건 불가능하잖아. 실패하면 반역자가 돼 죽임을 당하게 될 테고.”

“구룡어사대는 몇 명이나 됩니까?”

“천 명이야.”

“황실에 있어요?”

“황실에서 가장 비천한 일을 하는 이들은 거의 구룡어사대라고 보면 돼.”

“황제가 바뀐다고 해도 잘릴 염려가 없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자들이란 말이군요.”

“맞아.”

유적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영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황실에 대해 알아?”

“동창 부제독과 금의위 부영반이 접니다.”

“정말?”

“네.”

“누가 너를 부영반과 부제독으로 임명했는데?”

“제독동창과 금의위 영반이지 누구겠습니까?”

“그들은…….”

“현재 황실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입니다.”

“그들도 황제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어?”

“네.”

“그들이 뭔가 계획을 세웠어?”

“네.”

“어떤 계획을 세웠는데?”

“자객에게 부영반과 부제독 자리를 주면서까지 세울 수 있는 계획이 뭐겠습니까?”

“혹시 암살?”

“네.”

“너 황제를 암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끼어든 거야?”

“끼어든 게 아니라 거래를 했습니다.”

“어떤 거래를 했는데?”

“명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우리 황금전가에서 군납을 하기로 하였고, 앞으로 이십 년 동안 제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의 세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황금전가라고 했어?”

“거기 셋째 아들이 접니다.”

“그러니까 망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조건으로 암살을 해 주기로 했다는 거야?”

“네.”

“대등한 조건이라고 생각해?”

“처음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제가 불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아니라는 건, 대등한 조건이라는 거야?”

“대등한 조건이 아니라 제게 훨씬 유리한 조건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제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 알았다는 건 무슨 뜻이지?”

“바로 이겁니다.”

금장생은 적신천사마공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등에서 황금색 날개 열여섯 장이 나타났다.

“그건…….”

유적기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신족에 대해 알게 된 건 영제 덕분이었다.

자신에게 생겨난 날개를 보여 주자 영제는 여덟 개의 날개는 상급임을 나타낸다고 하면서 신족의 신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 중 열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존재도 있었다.

영제는 그를 왕족이라고 하였고, 수천 년 전에 멸종하여 현재는 상급이 최상위 신분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열여섯 개의 날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금장생이 신족이란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그들과 나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있는 사이가 아닙니다.”

금장생이 적신천사마공을 거두며 말했다.

“네가 누군데?”

“지금은 금장생이죠.”

“원래 이름이 금장생이야?”

“황금전가 성씨가 금金씨잖아요.”

“내게는 이름만 말했다는 거네.”

“네.”

“그럼 열여섯 개의 날개는 전생이 되는 거야?”

“그런 셈입니다.”

“전생에는 신분이 뭐였는데?”

“지금이 그 시대였다면 형님은 제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을 겁니다.”

“상급 신족이 무릎을 꿇는 신분은 신왕뿐인데…….”

유적기는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금장생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런 거야?”

유적기는 물었다.

“네.”

“그러니까 왕이었다고?”

“제일장로였던 라헬이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세 장로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고요. 그러다가 제일장로가 반역에 성공하자, 그들은 라헬을 반역죄로 처단해 버립니다.”

“신왕은 죽었어?”

“신족의 능력을 잃은 상태였지만 죽진 않았습니다.”

“찾지 않았어?”

“찾긴 했습니다. 하지만 복위시키기 위해 찾은 게 아닙니다.”

“그럼?”

“없애기 위해 찾았습니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그랬구나.”

유적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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