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413화 (413/524)

황금가 (413)

방가려는 조금씩 물러났다.

잠시 후 그녀의 등은 벽에 닿았다.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달궜다.

“장포 제대로 잡아.”

방가려는 금장생의 두 손에 장포를 쥐여 주고 입을 맞췄다.

깊은 입맞춤을 마친 그녀의 입술은 목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감질나게 가슴팍을 달구던 입술은 다시 아래로 향했다.

자유로운 두 손과 입으로 금장생을 열정 속으로 이끌었다.

이윽고 둘의 눈빛이 마주쳤다.

금장생은 장포를 방가려의 손에 쥐여 주었다.

방가려는 장포를 잡은 손을 머리 뒤로 돌려 깍지를 꼈다.

금장생도 시작은 방가려와 같았다.

먼저 입을 맞춘 후 턱과 목을 타고 흘러 가슴에서 머물렀다. 금장생의 입과 손에 의해 방가려의 가슴은 이리저리 이지러졌다.

어느 순간부터 방가려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음은 점점 커져 동굴을 가득 채웠다.

금장생의 입술이 아래로 향하자 방가려의 배가 출렁거렸다.

“장포 놓으면 안 돼, 누이.”

장포를 놓고 머리를 그러쥐려는 방가려에게 경고를 하고 금장생은 다시 입을 움직였다.

위로 올라온 금장생은 방가려의 다리를 잡아 올렸다.

“고마워.”

시선이 마주치자 방가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고맙죠.”

한음지체와 천양지체가 만나 서로를 치료하는 데는 특별한 구결이 필요 없었다.

서로를 만지는 사이 숨어 있던 극음기와 극양기가 깨어났다.

완벽한 결합이 이루어진 순간 금장생의 몸은 백색 운무를 뿜어내고 방가려는 적색 운무를 뿜어냈다.

극음기와 극양기는 스스로 움직여 다녔다.

금장생이 지니고 있던 극음기는 방가려의 내부로 들어가고, 방가려가 지닌 극양기는 금장생에게로 들어갔다.

두 기운은 상대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하나로 합쳐졌다.

스르르르!

두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던 태극선의가 흘러내렸다.

금장생의 자세는 어느새 가부좌로 바뀌어 있었다. 방가려는 그 위에 걸터앉아 다리로는 금장생의 허리를 감쌌다.

적색과 흰색 운무가 섞이면서 천천히 회전했다.

여전히 붉은색과 흰색 운무는 확연하게 구분이 됐다.

휘이익!

천천히 돌던 운무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두 운무는 승천하는 용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

천장까지 솟구친 운무 기둥은 어느 순간 본래의 색을 잃고 분홍색이 되었다.

그 상태가 한 식경 이상 지속됐다.

둥실!

그리고 두 사람이 결합한 상태로 떠올랐다.

우두둑! 우두둑! 우두둑! 우두둑! 우두둑!

두 사람의 몸에서 뼈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탁한 기운이 모공을 통해 배출되고 살 비늘이 눈가루처럼 떨어져 나갔다.

환골탈태는 계속 이어졌다.

다섯 번을 반복하고 나자 비로소 멈췄다.

허공으로 떠올랐던 두 사람의 신형이 아래로 내려왔다.

번쩍!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떴다.

시퍼런 광채가 두 사람의 눈에서 쏘아져 나갔다.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이자 시퍼런 광채는 바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금장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 모르겠어.”

방가려는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그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단전을 채운 내공이었다.

원래 그녀의 내공은 사 갑자 반이었다.

말이 쉬워 사 갑자 반이지, 햇수로 따지면 이백칠십 년이다.

무림십패의 공력도 대부분 사 갑자 근처에 머물고 있다.

가장 강하다는 제왕 초무극과 무적 고독혼, 천사 척사랑만 조금 더 강할 뿐이다.

그랬던 공력이 두 배 이상 늘어나 십 갑자를 넘어섰다.

강호무림에 십 갑자 공력을 가진 무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는지.

지금 공력이면 초인삼황과도 싸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부를 만져 보세요.”

금장생은 방가려의 손을 그녀의 배에 대 주었다.

“맙소사.”

방가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손바닥이 피부 위에서 미끄러졌다. 촉촉하면서도 매끈한 이런 피부를 언제 가져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배를 만지던 손을 들어 가슴을 만졌다.

가슴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늘어진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지금은 위에서 약간 잡아당긴 것처럼 올라가 있다.

“천생 나도 여잔가 봐.”

“왜요?”

“내공이 두 배로 늘어난 것보다 피부가 좋아진 게 더 기뻐.”

“무공은 노력하면 늘어나지만, 노화는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 괜찮아?”

“최곱니다.”

금장생은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렸다.

“정말?”

방가려는 활짝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볼까?”

방가려는 엉덩이를 슬쩍 움직였다.

그러자 금장생은 맹렬하게 반응했다.

방가려의 얼굴에 어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좀 더 밀어붙였다. 금장생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가려는 활짝 웃으며 빠르게 움직였다.

곧 두 사람은 열풍 속으로 빠져들었다.

열풍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졌다.

두 사람이 잠잠해진 건 점심 무렵이었다. 태극선의로 몸을 감싼 채 곧바로 잠이 들었다.

금장생이 눈을 뜬 건 세 시진 후였다.

그는 옆을 보았다. 방가려가 곤하게 자고 있었다.

둘은 여전히 알몸이었다.

‘이젠 더 이상 절맥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녀도 그렇고 날 위해서도 최고의 날이었다.’

금장생은 일어나기 위해 태극선의를 열었다.

“어디 가려고?”

눈을 반짝 뜬 방가려가 물었다.

“일 나가려고요.”

“일?”

“네.”

금장생은 옷을 입었다.

속옷을 입고 바지를 입고 상의를 걸쳤다.

“도와줄까?”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던 방가려가 물었다.

“제 일이잖아요.”

“너 때문에 엄청난 기연을 얻었는데 도와줄 수도 있는 거지 뭐.”

방가려는 태극선의를 벗어 던지고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옷을 입었다.

둘은 동굴을 나와 틈새를 따라 이동했다.

틈새 출구에서 멈춰 선 금장생은 방가려에게 전음을 보냈다.

―급하면 이 연못으로 들어가세요.

―우리가 머물던 동굴과 이어져 있는 거야?

―네.

―알았어. 난 저 아래쪽을 맡을게.

방가려는 왼편을 가리켰다.

―알았어요. 조심하세요.

―참!

방가려는 금장생을 보았다.

―왜요?

―왜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싸우는 거지?

―그렇게 보였어요?

―응. 네가 어떤 마음으로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맞아요.

―아등바등하는 게 맞다고?

―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잖아.

―상황이 변했어요.

―어떻게 변했는데?

―잊고 있었던 이름을 알았거든요.

―누구?

―루하라고…….

―루하?

―아주 오래전에 잊혀서 꿈속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럼 먼저 갈게요.

금장생은 은신술을 펼쳐 오른편으로 이동했다.

방가려는 사라지는 금장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끙! 하필 이런 날에.”

요함은 얼굴을 찌푸리며 동굴을 나섰다.

저녁 무렵에 물을 많이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 물배를 채웠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양껏 물을 마시고 나자 그제야 배고픔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쉬라는 말에 불침번 순서를 확인하고 곧바로 동굴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시 배가 고파져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이놈의 소변이 산통을 깨고 만 것이다.

“잠이나 푹 자게 놔둘 것이지는.”

요함은 투덜거리며 소변볼 장소를 찾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무 곳이면 어때?”

왼편 절벽을 향해 갔다. 그리고 벽에 대고 소변을 보았다.

“그런데…….”

소변을 다 봐 갈 무렵 요함은 고개를 갸웃했다.

잠을 자러 들어가기 전 네 명씩 경계를 서기로 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 명 정도는 봤어야 하는데 경계를 서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게을러빠진 것들.”

요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경계를 서는 동료들이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가서 깨워…….”

뜨끔!

느닷없이 아혈에 강한 충격이 오더니 혀가 굳었다.

―그들은 게으른 게 아냐.

‘헉!’

느닷없이 전음이 들려오자 요함은 질겁했다.

막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차가운 뭔가가 목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들도 너처럼 죽었어. 그래서 경계를 서지 못하는 거고.

‘빌어먹을 물…….’

그 생각을 끝으로 요함의 숨이 끊어졌다.

금장생은 쓰러지는 요함을 잡았다.

위를 올려다보며 바닥을 찼다.

오 장을 올라가자 동굴이 나왔다. 동굴 안에는 목이 잘린 시체 네 구가 나뒹굴었다.

시체들 사이에 요함을 내려놓고 바타르가 준 가방 안에서 일라일라를 꺼내 내기를 주입했다.

―우리 자주 좀 보면 안 되겠니?

깨어난 일라일라가 곧바로 쫑알댔다.

‘그래서 깨웠잖습니까.’

―아무튼 고맙다. 할 일이 있어서 날 깨운 거냐?

‘마법 중에 잠을 재우는 마법이 있다고 하던데 저도 가능해요?’

―네가 가능하지 않으면 그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법사는 아무도 없다.

‘현재 제 실력으로 몇 명까지 가능할까요?’

―몇 명까지 가능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공간까지 가능한지 그걸 물어야 한다.

‘어느 크기까지 가능한데요?’

―가로세로 십 장, 높이 삼 장 안에 있는 자들은 모두 잠들게 할 수 있다.

‘어떻게 펼치죠?’

―가장 간단한 마법 중의 하나다.

일라일라는 금장생에게 슬립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

금장생은 일라일라를 가지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 앞에 십여 개의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안에서 자고 있는 자들은 집행사자단 대원들이었다.

금장생은 맨 왼편 동굴로 갔다.

그곳에서는 총 이십 명이 자고 있었다.

금장생은 일라일라를 들어 올린 채 슬립 마법을 펼쳤다.

일라일라에서 흘러나온 푸른색 광채가 동굴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첫 번째 동굴에서 슬립 마법을 성공시킨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동굴 모두에 슬립 마법을 걸었다.

깊이 잠든 집행사자단을 무덤으로 점찍어 둔 동굴로 옮겼다.

그리고 가방에서 왜도를 꺼내 집행사자단 대원들의 목을 잘랐다.

그들을 다 없애고 나서 동굴을 나섰다.

움직일 때는 늘 그렇듯 은신술을 펼쳤다.

이번에 그가 간 곳은 맨 오른편 동굴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오른편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동굴에 있는 자들에게 슬립 마법을 걸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

세 번째 동굴에서 자고 있는 자들에게 마법을 걸려는 순간, 먼 곳에서 소란한 외침이 들렸다.

“적이다!”

“잡아라!”

‘이런!’

금장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왜도로 자고 있는 자들의 목을 쳤다.

집행사자단 대원들은 반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마법으로 재운 자들을 빠르게 없애고 자리를 떴다.

방가려가 걱정이 돼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냐?”

잠에서 깬 엘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

“놈이 부활전사단을 공격한 모양입니다.”

장무옥이 대답했다.

“놈이 이쪽으로 올지 모르니까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장무옥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금세 돌아왔다.

“다, 단주님.”

장무옥은 고개를 조아렸다.

“무슨 일이냐?”

엘의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다, 당했습니다.”

“누가 당했다는 거냐?”

“왼편에서 자던 백 명과 오른편 끝에서 자던 마흔 명이 살해당했습니다.”

“백마흔 명이 동시에 죽었다고?”

“네.”

“그런데도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 외 사상자는?”

“없습니다.”

“당장 최고 수준의 경계를 펼쳐라!”

“존!”

장무옥은 고개를 숙이고는 엘의 동굴에서 나갔다.

잠시 후 집행사자단 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엘의 처소를 경계했다.

“팔왕 이놈!”

엘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곳으로 온 집행사자단의 수는 일천 명이었다. 그랬던 그들의 수가 그동안 줄어들어 이젠 백예순 명밖에 남지 않았다.

팔왕 한 명에게 당한 결과다.

팔왕을 없애지 않으면 중원무림과 황실의 주인이 되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놈을 반드시 없애야만 할 테다.

“저 아래로 이동한다.”

엘은 부활전사단 대원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모두 갑옷을 착용하라!”

장무옥은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좌우를 철저하게 수색하라!”

장무옥은 다시 소리쳤다.

“존!”

대원들은 주위를 훑으며 부활전사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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