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 (412)
“그럼 적천영을 없앤 쪽은…….”
“우린 아냐. 다만 우리는, 적천영은 절대 살아날 수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
“그런데 느닷없이 죽은 마왕이란 자가 살아났으니 놀랐겠군요.”
“그래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네가 걸려든 거야.”
“그럼 내가 동영으로 간 건 어떻게 알았죠?”
“내가 황금전가 전통에 대해 알잖아.”
“열다섯 살 때 가출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응. 너에 대한 조사를 했고, 삼사천가를 그만둔 것까지 알아냈어. 그런데 고향으로 갔던 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거야. 그리고 죽은 적천영이 살아났고. 처음엔 어떻게 된 건지 감을 못 잡았어. 그런데…….”
“적천영 자리에 나를 집어넣으니까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는 거죠?”
“잘 아네. 하지만 너에 대해 내가 몰랐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누이는 정체가 뭐죠?”
“나?”
“네.”
“맞혀 봐.”
“이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니고 누이는 신족이나 마족도 아니니까, 남은 사람은 춘추오패뿐인데…….”
“여전히 머리는 좋네. 참, 절맥을 타고난 사람은 머리가 좋다고 했지.”
“정말 그쪽 사람 맞아요?”
“응. 지금 내 이름은 미염이 아니고 방가려야.”
“에…….”
금장생은 멍한 얼굴로 방가려를 보았다.
방가려.
자신이 아는 한 그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은 천야교 교주 소수 방가려뿐이다.
아울러 그녀는 무림십패의 일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방가려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천야교의 교주뿐인데…… 맞군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신족이 아닌 이상 춘추오패의 일원이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춘추오패의 일원이면서 방가려란 이름을 지녔으니까, 따라서 천야교의 교주다.
“응. 내가 너희 집에서 사라진 그때 만난 사람이 천야교 전대 교주야.”
“제자로 들어갔던 거예요?”
“그분은 처음 만났을 때 부상을 입은 상태였어. 부상을 치료해 주면서 친해지게 됐고, 나를 예쁘게 본 그분이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거야.”
그 당시만 해도 천야교는 산동의 작은 문파에 불과했다.
그 작은 문파를 춘추오패의 한 곳으로 키운 사람이 방가려였다.
“그럼 방가려란 이름은 어떻게 된 겁니까?”
“사부님 딸 이름이 방가련데, 나를 만나기 반년 전에 죽었대.”
“그분의 수양딸이 됐군요.”
“응.”
방가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금장생은 방가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춘추오패의 일원이라면 그녀 역시 금제당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 사실을 말해 줘야 할지 망설여졌다.
“왜?”
방가려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지금 누이의 상태가 어떤지 알아요?”
“내가 어떤 상태인데?”
“현재 누이에게는 영혼의 금제가 가해져 있어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방가려의 눈이 커졌다.
무림십패가 금제에 걸려 있다는 건 초인삼황과 자신들만의 비밀이다. 그런데 전혀 상관이 없는 금장생이 알고 있었다.
“누이도 알아요?”
금장생 또한 방가려만큼 놀랐다.
그는 방가려가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최근에 알았어.”
방가려는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떻게 알았는데?”
“우연히 알게 됐어요.”
척사랑 때문에 알게 됐다는 건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랬구나.”
방가려는 금장생이 말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내 힘으로 벗어날 방법이 없는데 따라야지, 뭐.”
“어쩌다가 그들의 마수에 걸린 거죠?”
“어린 시절 환희궁이 멸망할 때 우리 집도 함께 당했거든. 그때 그들이 날 구해 주었는데…….”
“부모 형제를 다 잃고 공황 상태에 빠진 누이의 정신을 제압하고 금제를 가했다는 거군요.”
“그런 것 같아.”
“내가 방법을 한번 찾아볼까요?”
“방법이 있기는 해?”
“가장 좋은 방법은 초인삼황을 이렇게 해 버리는 건데…….”
금장생은 손날로 목을 스윽 그었다.
“그들이 초인삼황이라는 것도 알아?”
“그래도 한때 천객 일호였고 지금은 팔왕인데 그 정도는, 뭐…….”
“아무튼 나는 네가 무인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건 나도 그래요. 그리고 누이도 천야교 같은 엄청난 세력의 주인이 될 줄 몰랐고요.”
“풋! 그러게.”
“그런데 초인삼황은 누이가 뛰어나다는 걸 어떻게 알고 무공을 가르치고 금제를 가한 거죠?”
“나도 전설의 신체를 타고났거든.”
“전설의 신체?”
“천양지체天陽之體라고, 들어 보지 않았어?”
“천양지체요?”
금장생은 경악했다.
천양지체.
그건 바로 천지간에 가장 강한 기운인 극양기를 타고난 신체를 말한다.
천양지체를 타고는 사람은 천재적인 머리를 지녔고 무공에도 천부적인 자질을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극양공과 최고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무공에 대한 많은 설명들에서는 극양공의 최고봉을 혈옥수血玉手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설명이다. 극양공의 최고봉은 바로 백수白手다.
붉은색이었던 손이 하얗게 변해야 비로소 최강의 극양공이 되는 것이다.
흔히 빙공의 마지막 단계인 빙허에 이른 후 내기를 끌어 올리면 손이 하얗게 변한다고 하는데, 그건 하얀 게 아니라 반투명하다고 해야 한다.
극양공으로 만들어 낸 백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천양지체는 대부분 사내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방가려가 천양지체를 타고났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금장생이 놀란 진짜 이유는 천양지체가 한음절맥을 타고난 사람의 인간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혹시 누이의 별호인 소수가 백수白手의 다른 말?”
“맞아. 사람들이 내가 펼치는 백수를 보고 소수란 별호를 지어 준 거야.”
“초인삼황이 누이가 천양지체를 타고났다는 걸 알아차린 거였군요.”
“맞아.”
방가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 앞으로 갔다.
물속에 손을 담가 보더니 옷을 훌훌 벗었다. 바로 뒤에 금장생이 있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방가려의 뒤태는 엄청났다.
커다란 엉덩이와 늘씬하게 뻗은 다리는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 기다란 다리에 비해 상체는 아주 작아 보였는데, 머리를 묶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자 겨드랑이 쪽으로 옆 가슴이 비어져 나왔다.
머리를 묶고 난 방가려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옷을 빨았다.
물속으로 옷을 집어넣기 위해 엉덩이를 들 때마다 모든 게 다 보였다.
금장생은 자기도 모르게 방가려를 훔쳐보았다.
빨래를 마친 방가려는 짜서 한편에 두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씻었다.
“거기 수건 좀 줘.”
목욕을 마친 방가려가 조금 전 금장생이 몸을 닦을 때 썼던 수건을 가리켰다.
“네? 네.”
퍼뜩 정신을 차린 금장생은 수건을 삼매진화로 말리면서 개울 앞으로 갔다.
그가 다가가지 방가려가 물속에서 나왔다.
금장생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방가려의 몸을 훑은 후였다.
조금 전 뒤에서 볼 때 겨드랑이 옆으로 비어져 나온 옆 가슴을 보고 이미 짐작했지만, 방가려의 가슴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풍만했다.
방가려는 천천히 몸을 닦았다.
“옷을 빨아서 그런데 저것 좀 빌려 주면 안 돼?”
방가려는 태극선의를 가리켰다.
금장생은 태극선의를 들어 탈탈 턴 후 방가려에게 건넸다.
방가려는 알몸 위에 태극선의를 걸쳤다.
“어?”
방가려의 눈이 커졌다.
태극선의에서 흘러나온 따스한 기운 때문이었다.
“이거 보물 맞지?”
그녀는 물었다.
“수화불침일 뿐 아니라 더위와 추위도 막아 줘요.”
“좋다.”
방가려는 활짝 웃었다.
차가운 물에 꽁꽁 얼었던 몸이 빠르게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넌 춥지 않아?”
“나요?”
금장생은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하의 속옷 하나만 걸친 채 방가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어와!”
방가려가 태극선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알몸이 드러났다.
“옷을…….”
“목욕까지 함께 한 사이면서 뭘 그래. 어서 들어와.”
금장생이 머뭇거리자 방가려는 장포를 벌린 채 다가가 감쌌다.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가슴과 가슴이, 배와 배가 맞닿아 상대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하지?”
방가려는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데 난 이것 때문에 차가워.”
방가려는 금장생의 속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목욕을 한 후라 금장생의 속옷은 아직 축축했다.
“그건…….”
“서로 공평한 게 좋겠지? 장포 흘러내리지 않게 잡아 줄래?”
방가려는 잡고 있던 장포를 놓았다.
흘러내리는 장포를 금장생이 얼른 잡았다.
장포가 멈추자 방가려는 두 손을 아래로 집어넣어 금장생의 속옷을 벗겼다.
속옷으로부터 해방된 성기는 맘껏 성을 냈다.
금장생이 발기하고 있다는 건 방가려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금장생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물었다.
“운이 좋다는 생각 안 들어?”
“무슨 운이 좋다는 거죠?”
“네 몸을 완벽하게 치료할 치료제를 드디어 찾았잖아.”
“그건…….”
금장생은 멍한 얼굴로 방가려를 보았다.
“호호호! 완전 놀란 얼굴이네?”
“난…….”
몸을 이미 치료했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극양천과를 복용하긴 했지만 완전히 치료가 됐는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이기적인 생각은 아직은 커지지 않아 눌러 버리면 씻은 듯 없어질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렇게 하기 싫었다.
오히려 방가려를 안아 몸을 완벽한 상태로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더 강해졌다.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데?”
방가려는 금장생 얼굴 앞으로 바투 다가가며 빙긋 웃었다.
“…….”
금장생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동안 약은 좀 구했어?”
“몇 가지는 복용했습니다.”
“약을 복용하기는 했는데 완치는 자신 없다는 말?”
“네.”
금장생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럼 날 잘 만난 거네?”
방가려는 허리에 있던 손을 내려 금장생의 성기를 그러쥐었다.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금장생은 움찔했다.
“운은 너뿐만 아니라 나도 좋은 거지.”
방가려는 얼굴을 바싹 붙였다.
두 사람의 입술은 거의 닿을 정도였다.
방가려는 입술을 슬쩍 붙였다가 뗐다.
“왜요?”
금장생은 입술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나도 치료제가 필요했거든.”
이번에는 혀로 금장생의 입술을 핥았다.
“누이도?”
“내 피부를 만져 봐.”
방가려의 말에 금장생은 손으로 등을 쓸었다.
“아!”
금장생은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의 등은 마른 흙을 만지는 것처럼 푸석푸석했다.
희미한 어둠과 풍만한 몸매에 가려 피부 상태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냐.”
방가려는 금장생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금장생에게 보여 주고 싶은 건 음모였다.
과거엔 풍성하고 윤기가 흘렀는데 지금은 짓밟히고 듬성듬성 뜯겨 나간 황무지 같다.
“이게 다 천양지체 때문이에요?”
“응. 그리고 머리카락도 상당히 많이 빠진 상태야.”
“누이는 나보다 더 심각하네요.”
“이제 내게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를 알겠지?”
“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그 순간 금장생은 방가려의 입에 입술을 맞췄다. 자꾸만 다가왔다 멀어지는 방가려의 입술이 감질나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금장생이 입을 맞추자 방가려는 기다렸다는 듯 혀를 밀어 넣었다.
등을 쓰다듬던 금장생의 손은 뭣에 홀린 듯 앞으로 가 가슴을 그러쥐었다.
처음엔 부드럽던 손이 점점 압박해 들었다.
금장생의 오른손은 여전히 장포를 쥔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