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 (371)
무혼의 옷은 거의 넝마나 다름없어 척사랑의 알몸을 가려 주지 못했다. 찢어진 곳은 등뿐만이 아니었다. 앞쪽도 길게 찢겨져 나가 옷 역할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앞은 제가 달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찢은 건 아니겠죠?”
척사랑은 가슴이 다 드러난 옷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가 달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찢는다는 건 무슨 뜻이지?”
“미리 찢어 놔야 제 가슴을 마음껏 구경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무혼은 척사랑의 가슴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가 알몸이란 사실을 깨닫고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닌가요?”
“절대 아냐. 내가 옷을 뜯어 버린 건 나풀거리는 천이 시야를 가려서 그런 거야.”
“못 믿겠는데요?”
“일단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무혼은 천리지청술을 펼치며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의 귓전으로 물소리가 잡혔다.
“가자.”
무혼은 척사랑의 손을 잡고 몸을 날렸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호수가 나타났다. 불행히도 그 호수는 처음 척사랑이 목욕을 하던 그 호수가 아니었다.
야트막한 절벽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자연적으로 생겨난 연못이었다. 연못의 지름은 일 장에 약간 못 미쳤다.
“저 개울을 따라가면 아까 그 호수가 나올지도 몰라.”
무혼은 넘친 연못물이 흘러가면서 생겨난 개울을 가리켰다.
“굳이 거기를 찾아갈 게 아니라 먼저 씻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알아서 해.”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척사랑은 무혼이 준 상의를 벗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완전 얼음장이네요.”
척사랑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산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무혼은 연못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이화태양강을 끌어 올렸다. 그의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곧 연못 표면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아! 좋다.”
척사랑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어렸다.
“그런데…….”
척사랑은 무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당신, 피 안 묻었어요?”
“나?”
무혼은 자신을 가리켰다.
“머리도 엉망이잖아요. 상체도 마찬가지고.”
“나는 조금 있다가…….”
“저와 함께 목욕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무슨 남자가 그래요. 어차피 제 등도 밀어 줘야 하니까 들어오세요. 그리고 전 지금까지 남자로 살아와서 남자 몸을 봐도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요.”
“너 때문이 아냐.”
“남자는 성기가 작으면 위축된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더더욱 걱정할 필요 없고요. 저는…….”
“아, 알았다. 들어가면 될 거 아냐.”
무혼은 버럭 소리쳤다.
그는 얼른 옷을 벗고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풋!”
척사랑은 피식 웃었다. 무혼이 목욕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무혼의 성기는 잔뜩 경도를 높인 상태였다.
“물 좀 더 데워 주세요.”
“알았다.”
무혼은 다시 이화태양강을 끌어 올려 물을 데웠다.
“제가 거기로 가면 도망칠 건가요?”
척사랑은 무혼 옆을 가리켰다.
“여긴 왜?”
무혼은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물었다.
“당신 머리 감겨 주려고요.”
“머리는 내가…….”
“머리는 다른 사람이 감겨 주는 게 나아요.”
말릴 틈도 없이 척사랑은 일어섰다. 그러자 가슴은 물론이고 하체까지 고스란히 다 드러났다.
그런 상황인데도 척사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혼 앞으로 갔다.
“머리 숙이세요.”
거절하면 상황만 어색해질 것 같아 무혼은 고개를 숙였다. 척사랑은 무혼의 머리를 감겼다.
머리를 감겨 주고 나서 무혼 앞으로 등을 대고 앉았다.
“등 밀어 달라고?”
무혼은 물었다.
“말라붙은 피는 손으로 문질러야 완전하게 씻어 낼 수 있거든요.”
“알았다.”
무혼은 척사랑의 등을 문질렀다. 목 부분이 끝나자 척사랑은 양팔을 들어 깍지를 꼈다.
겨드랑이도 씻어 달라는 뜻이었다.
무혼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양팔을 들어 올리자 가슴 측면이 겨드랑이 옆으로 튀어나와 시선을 잡아끌었던 탓이었다.
“뭐 하세요?”
“아, 알았다.”
무혼은 척사랑의 겨드랑이를 문질러 주었다.
“여자하고 잔 지 얼마나 됐어요?”
“여자?”
“네.”
“글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나 보죠?”
등이 다 끝나자 척사랑은 일어났다. 그러자 엉덩이가 나타났다.
“엉덩이도?”
무혼은 척사랑의 엉덩이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자신이 알기론 척사랑도 삼십 대 중반이다. 그런데 조금도 늘어지지 않고 완벽한 사과 모양을 하고 있다.
“이미 제 몸 구석구석 다 봤잖아요.”
“구석구석은 아닌 것 같은데…….”
무혼은 척사랑의 엉덩이로 손을 가져가며 얼버무렸다. 그가 손으로 강하게 문지르자 척사랑은 움찔움찔 떨었다.
“다…… 됐다.”
무혼은 손을 내렸다.
“나도 그래요.”
척사랑은 돌아섰다.
“뭐, 뭐가 그렇다는 거지?”
무혼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들어온 건 척사랑의 얼굴이 아니라 가슴이었다.
무혼은 숨이 턱 막혔다.
“남자와 언제 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요.”
척사랑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곳은 무혼의 허벅지 위였다. 그 상태에서 손을 아래로 뻗어 무혼의 성기를 강하게 그러쥐었다.
무혼의 눈이 커졌다.
설마 척사랑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내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이에요. 이번 일 또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질게요. 그러니까…….”
무혼은 척사랑을 와락 끌어당겼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척사랑은 기다렸다는 듯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무혼의 입안을 샅샅이 탐험했다.
어느새 무혼의 손은 척사랑의 가슴을 그러쥐었다.
가슴에서 밀려오는 쾌감에 척사랑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혼의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손을 들어 올려 무혼의 얼굴을 감쌌다. 다리에 힘을 주고 상체를 들어 올렸다.
무혼은 자신 앞으로 다가온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입술이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을 때마다 척사랑은 달뜬 신음을 내뱉었다.
너무 오래돼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각들이 깨어나면서 아우성쳤다. 척사랑은 더욱 강한 자극이 오는 곳으로 무혼을 이끌었다. 물이 원래대로 차가워졌지만 두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 순간 척사랑은 무혼의 머리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파도를 넘어 버린 것이었다.
쾌감의 파도가 온몸을 휩쓸고 있는 상태에서 척사랑은 몸을 물렸다. 그 상태에서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쾌락의 폭풍을 즐겼다.
“언제죠?”
척사랑은 물었다.
“뭐가?”
무혼은 되물었다.
“여자하고 잔 게 언제냐고요?”
“다시 태어나선 처음이야.”
“다시 태어났다고요?”
“응.”
“죽음을 통해서 부활하는 종족은 신족뿐이라고 하던데…….”
“난 아냐.”
“누군가가 당신을 깨운 걸로 이해하면 되나요?”
“맞아.”
“설명을 들어도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죠?”
“아마도.”
“아무튼 이 육체로는 처음이라는 거죠?”
“응.”
“알았어요. 지금부터 당신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척사랑은 활짝 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무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현재의 육체로는 처음이라고 하지만 여자를 모르진 않는다. 그 여자들 대부분이 척사랑 못지않게 미인이고 몸매도 훌륭하다. 그런데도 쾌락의 폭풍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몸 때문이야. 갈릭이라면 절대 이러지 않았을 거라고.’
육체에 대해 욕설을 내뱉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척사랑의 움직임에 완벽하게 무너졌다. 두 사람이 움직임을 멈춘 건 한 시진 후였다.
“고마워요.”
척사랑은 무혼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말했다.
“뭐가?”
“다시 돌아올 구실을 만들어 줘서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던 거냐?”
무혼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환수각은 당신에게 넘어갔고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굳이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말이구나.”
“맞아요. 저 같은 정신 상태를 가진 자는 정신 속박 마법을 다시 발동하면 바로 걸려들고 말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정신 속박 마법을 걸었는지 모르지만 척사랑이 조심하지 않으면 금세 발각이 될 테고, 그자는 다시 정신 속박 마법을 걸 것이다.
그럼 척사랑은 걸려들고 만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본래 상태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척사랑은 마지막까지 노예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맺어진 사내가 있다면 돌아올 이유가 되겠죠.”
“우리가 잔 건 사랑과는 상관없어.”
“그래도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어딘데요. 모르긴 몰라도 그쪽에는 함께 자고 싶은 사내도 없을걸요?”
“그러니까 너와 잔 게 잘한 선택이네?”
“최고의 선택을 한 거예요.”
척사랑은 배시시 웃으며 다시 움직였다.
“나는 발정기를 가지는 짐승이 아냐. 더 이상은 무리라고.”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요?”
“야, 인마! 사내는…… 끙!”
무혼은 얼굴을 찌푸렸다.
“제가 그랬잖아요. 당신은 가능하다고요.”
척사랑은 활짝 웃으며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연못 안에서는 다시 열풍이 몰아쳤다.
두 사람이 움직임을 멈춘 건 한 식경 후였다.
“옷 찾으러 가요.”
연못에서 나온 척사랑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아공간에 옷이 있는데…….’
무혼은 내심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마법 창고인 아공간이 있고 그 안에 옷가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막 떠올랐다. 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옷이 있으면서 일부러 꺼내 놓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였다.
‘절대 아냐. 난 잘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무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척사랑을 따라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자 또다시 피가 더워졌다.
‘도대체 이놈의 육체는…….’
무혼은 어이가 없었다. 무공이나 마법을 익히는 쪽으로는 최악이 바로 현재의 몸이다. 그런데 여자를 안는 쪽으로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 같다.
‘그 반대로 됐어야지.’
무혼은 기가 막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해요?”
그때 척사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다.”
무혼은 서둘러 척사랑을 쫓아갔다. 두 사람이 처음 그 호수를 찾은 건 한 식경 후였다. 옷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척사랑은 걸치고 있던 무혼의 옷을 건네주고 자기 옷을 입었다.
“저 갈게요.”
척사랑은 무혼을 보며 말했다.
“지금 간다고?”
“환청으로 들었던 목소리가 조금씩 떠오르는데, 글을 보는 즉시 개봉으로 오라고 돼 있었거든요.”
“개봉 어디로?”
“대천루예요.”
“대천루?”
“개봉에서 가장 오래된 객잔이에요.”
“알았어, 다녀와.”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 안 돼요?”
“네 입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잖아.”
“그래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해 주면, 돌아와야 할 이유가 더 강해지잖아요.”
“나는 네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알았어요. 꼭 돌아올게요.”
척사랑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잠시 후 척사랑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묻혔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자 무혼은 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