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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364화 (364/524)

황금가 (364)

사장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목욕을 선택한 아수수의 판단은 옳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미소 속에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났던 거리가 사라졌다.

“누우세요.”

아수수는 단을 가리켰다.

“그냥 씻는 게 낫지 않아요?”

“수염도 잘라야 해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단으로 가 누웠다.

“어?”

금장생의 눈이 커졌다. 단에서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다.

“괜찮아요?”

아수수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혹시 이거 태극음양석인가요?”

“태극음양석은 아니고 음양석이래요.”

“태극음양석보다 효과가 약간 떨어진다는 건가요?”

“그런가 봐요.”

“그런데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습니까?”

“우물을 파다가 발견했어요.”

“서천왕부에서 발견했다는 건가요?”

“네.”

“그런데 이걸 왜 여기에…….”

“태극음양석은 두 개가 발견됐어요. 큰 건 침실로 집어넣고 작은 건 여기로 가져왔어요.”

“이 귀한 걸 우리가 다 쓴다고 욕하지 않던가요?”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가 혼만 났어요.”

“왜요?”

“음양석은 아기를 갖지 못한 부부에게 최고의 영약라면서, 직접 오셔서 하나는 침실로 넣고 다른 하나는 욕실로 넣어 주셨어요.”

“침실은 이해가 가는데 욕실은 왜?”

“할머니 말씀이 당신은 젊었을 때 침실보다 욕실을 더 많이 이용했다고 하시면서…….”

“풋!”

금장생은 피식 웃었다.

“물 가져올게요.”

아수수는 몸을 돌렸다.

“끙!”

금장생은 또다시 신음을 내뱉었다. 이제야 아수수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농염했다. 상체를 숙이고 통을 담는 모습을 보자 피가 빠르게 데워졌다.

그는 시선을 내렸다. 몸은 어김없이 혈기 왕성한 젊음을 표출했다.

“저건 정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공이 신의 경지에 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바로 수컷의 본능이다.

“왜 그러세……?”

물통을 가져오던 아수수가 말끝을 흐렸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어렸다.

“음양석의 효과가 바로 증명이 됐네요.”

아수수는 금장생 바로 앞으로 와 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조두 거품을 잔뜩 내서 금장생의 온몸을 문질렀다. 가슴과 배를 문지르고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가 망설인 건 잠깐이었다. 곧바로 성기를 그러쥐고 씻었다.

‘모르겠다.’

금장생은 포기했다. 피를 식히기 위해 온갖 상상을 다 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몸을 씻고 난 아수수는 머리를 감겨 주었다. 그런 다음 금장생의 가슴팍에 걸터앉아 수염을 깎아 주었다.

“어땠어요?”

그녀는 수염을 깎으며 물었다.

“사업을 확장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사업체가 많아요?”

“총 여덟 갭니다.”

“전에는 장의업 하나밖에 없지 않았나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늘었습니다.”

“면도 끝났어요.”

아수수는 바가지로 물을 떠 금장생의 얼굴을 씻어 주었다.

“제 얼굴이 오랜만에 깔끔해졌겠네요.”

금장생은 턱을 쓸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수수의 면도 실력은 대단했다. 자신이 하면 약간 까칠까칠한데 아수수가 면도를 하면 매끈하다.

“멋져요.”

아수수는 빙긋 웃었다.

“이제…….”

금장생은 몸을 일으키기 위해 음양석 가장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아수수가 비켜 주지 않았다. 금장생은 아수수를 보았다. 그때 아수수도 금장생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그 상태에서 아수수는 엉덩이를 아래로 밀고 갔다. 그녀의 엉덩이는 곧 뭔가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아수수는 엉덩이를 슬쩍 들었다. 그때까지도 아수수는 금장생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금장생이 고개를 저으면 멈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장생은 쳐다보기만 할 뿐 아수수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아수수가 손으로 성기를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수수는 금장생의 눈을 쳐다보면서 천천히 몸을 물렸다.

굳이 부부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열정적인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났던 장벽을 말끔히 씻어 냈다.

“고마워요.”

아수수는 금장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그녀는 금장생이 있는 동안만큼은 진짜 남편과 아내처럼 지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더 고맙지요.”

금장생은 아수수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감시하는 자들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아수수가 물었다.

“없애 버리고 싶어요?”

“우리 사생활을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감시가 다시 시작된 건 언제부터죠?”

“당신이 나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두 명이 들어왔고 최근에 세 명이 더 늘었어요.”

“그들을 그대로 둬야 제가 삽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아수수의 눈이 커졌다.

“이야기가 아주 긴데 괜찮아요?”

“그럼 침대로 가서 해요.”

“알았습니다.”

금장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수수를 안았다. 그리고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나란히 눕자 금장생은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알아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마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세상에.”

아수수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이방인들이 살아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특히 화가의 가주인 화왕이 이방인이란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전에는 왜 팔왕 자리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까요?”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가 잠마 본인이라면 수백 년 전부터 천하제일인이었을 것이다. 그의 실력이면 수십 번도 더 중원의 주인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화왕이란 이름으로 숨어 지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부상입니다.”

“부상이라고요?”

“혹시 일월대사라고 아세요?”

“중원에 불교를 전파한 사람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속명이 헌원소야였습니다.”

“그분하고 잠마의 이름이…….”

“일월대사가 출가하기 전에 잠마와 천축으로 찾아와 토론을 했답니다. 우연한 만남 후에 잠마는 헌원소야란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불교에 귀의하여 일월이란 법명을 얻은 진짜 헌원소야와 비무를 하게 됩니다. 그때 일월대사가 패했지만 잠마는 자신이 가진 성천사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건 내 생각인데 그가 지금껏 세상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건 몸이 완벽하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성천사력을 복구하는 데 천 년 이상 걸렸다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그자가 숨죽이고 산 이유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렇군요.”

“그럼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죠?”

“만일 그자가 몸이 완벽해진 상태에서 내가 팔왕이 되면 무조건 배신을 당하게 될 겁니다.”

“아직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면?”

“만일 아직도 부상 중이라면 춘추오패와의 전쟁을 피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를 은밀하게 제거해 버리고 춘추오패와 전쟁을 하면 됩니다.”

“이번 천왕지회에서 그자의 현 상태를 알아볼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만일 그자가 팔왕이 돼 춘추오패와 전쟁을 치르려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걸 왜 제게 묻죠?”

“마가의 주인이니까요.”

“지금 마가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당신이에요. 저는 당신의 부인이고요.”

“전쟁을 시작하면 많은 희생이 날 겁니다.”

“그건 무인의 숙명이잖아요. 그리고 화왕이 야욕을 드러내면 언젠가는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고요.”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대신 내 부탁도 한 가지 들어줘야 해요.”

“어떤 부탁인데요?”

“그건 나중에 말할게요.”

“왠지 겁이 나는데요?”

“당신이 겁낼 그런 부탁은 절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수수는 빙긋 웃으며 금장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지랄한다.

그때 아수수의 귓전으로 여자 전음이 흘러들었다. 전음의 주인은 사미염이었다.

―네가 여기 왜 왔어?

아수수는 전음으로 버럭 소리쳤다.

―백팔무영비의 임무가 마왕 신변 보호인 거 몰라?

―여긴 마왕의 침실이야, 이것아.

―내가 보기엔 그 어떤 장소보다 위험해 보여.

―뭐가 위험해?

―색에 굶주린 여자 때문에 복상하게 생겼으니까 아주 위험한 곳이지.

―웃기지 마, 이것아! 안 나갈 거야?

―못 간다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럼 떠나게 해 줘야지.

아수수의 고개가 금장생의 몸을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어머! 어머! 너, 너, 정말 그럴 수가 있는 거야?

사미염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우린 부부야, 이것아!

―지랄하고 있어. 그런다고 내가 갈 줄 아냐? 절대 안 가, 이것아.

사미염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흥!

아수수는 콧방귀를 뀌었다.

금장생을 사이에 두고 두 여자의 자존심 싸움은 그 후로 한참 동안 이어졌다.

다음 날.

금장생과 아수수는 고모할머니 적순우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적순우는 손자를 보고 싶어서 태극음양석을 양보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돌아오자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 주위에는 마가대와 다섯 천장들이 서 있었다. 천왕지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천황지회가 열리는 곳은 안휘성 구화산과 황산 사이에 있는 천년곡이었다.

일행은 위하, 한수, 장강을 이용해서 안휘성까지 갈 참이었다.

“총 몇 명입니까?”

마차로 따라 들어온 동천장 항우각을 보며 물었다.

“먼저 마왕 호위대인 마가대 백 명이 따라갑니다. 그들은 드러난 전력이 될 겁니다. 그리고 암중으로 백팔무영비가 따르고 암흑마단 이백오십 명이 백팔무영비와 함께 따를 겁니다.”

―암흑마단 단주는 누구죠?

금장생은 아수수에게 전음을 보냈다.

―비고 책임자인 묵지도墨紙刀 광인효 대협이에요.

―천붕혈해도법의 주인인가요?

―맞아요.

―그렇군요.

금장생은 전면을 보았다.

곧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금장생 앞으로 왔다. 햇빛을 거의 보지 않아서 그런 듯 노인의 얼굴은 창백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하얬다.

“단준가요?”

금장생이 물었다.

“진작 인사를 올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서천비고 책임자이자 암흑마단의 단주 광인횹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공은…….”

“마왕 덕분에 전보다 두 배 이상 강해졌습니다.”

“다행이네요. 써먹을 곳이 없다고 해도 무공이 강해지면 건강해지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또 누가 가죠?”

금장생의 시선이 항우각에게로 향했다.

“저희 오천장과 각천에서 차출한 무인 백 명이 함께 갈 겁니다.”

“그런데 군사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금장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주가 공식적인 외유를 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군사는 배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유공이 보이지 않았다.

“군사는 먼저 천년곡으로 갔어.”

“먼저 가요?”

“천왕지회 준비는 팔왕이 속한 가문에서 해야 하거든요.”

“아!”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저번에도 이 정도 규모였나요?”

“그렇습니다.”

“더 추가하고 싶은 사항 있어요?”

“우리도 따라가고 싶네.”

왼편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장생은 고개를 돌렸다. 적순우와 사사봉이 걸어오고 있었다.

“먼 길인데 괜찮겠습니까?”

두 사람이 다가오자 금장생은 물었다.

“늙었다고 무시하는 겐가?”

“그게 아니라 날도 덥고 먼 길이라…….”

“저들이 우리 시중을 들기로 했네.”

적순우는 뒤편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뇌검雷劍 마광추와 그의 아버지 마자홍 그리고 철전의 촌장을 비롯한 각 촌의 촌장들이 마차 한 대를 끌고 왔다.

“저분들은?”

“마왕이 마씨 부자와 육촌장에게는 기연을 안겨 주었다고 하던데.”

“기연은 무슨. 선조들 무공을 돌려준 것뿐인데요. 그런데 무공은 익혔대요?”

“거의 익혔다네.”

“그럼 가시죠.”

“너무 쉽게 허락한 거 아닌가?”

“이곳에 계시라고 하면 들으실 겁니까?”

“절대 듣지 않을 거네.”

“그래서 가자는 겁니다. 이 마차에 타시겠습니까?”

금장생은 웃으며 자신의 마차를 가리켰다.

“낮에는 함께 가고 밤에는 비켜 주겠네.”

적순우와 사사봉은 금장생과 아수수 마차에 올라탔다.

“출발하세요.”

금장생은 항우각을 보며 말했다.

잠시 후 서천왕부 깃발을 단 마차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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