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52화 (352/524)

황금가 (352)

운명은

“일단 들어가자고요.”

금장생은 앞장서 걸었다. 잠시 후 그는 그의 처소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천야가 맞았다.

“그동안 잘 자내셨어요?”

금장생은 활짝 웃었다. 천야를 보고 있으면 부모님을 보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편하다. 아마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용한 사람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금장생은 집무실로 올라갔다. 팔장군과 혁무심도 그를 따라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집무실은 깨끗했다.

“차 드릴까요?”

천야가 물었다.

“차보다 혹시 먹을 거 있어요?”

금장생은 물었다.

“먹을 거요?”

“팔십 명분은 있어야 해요.”

“마침 어제 큰 초상을 여기서 치르는 바람에 음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 퇴근했나요?”

“지금 여기엔 도두들만 남아 있습니다.”

“음식은 어디 있죠?”

“장례식장에 있습니다.”

“그럼 거기로 가요.”

금장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그는 일행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백 명을 수용하고 남을 정도로 넓었다.

“모두 나오라고 하세요.”

금장생은 혁무심을 보며 말했다.

“전부 나와!”

혁무심이 말하자 시하라와 헤리아를 비롯한 황금수호대 대원들이 나왔다.

“허!”

“맙소사!”

불여하 일행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황금수호대 대원들을 보았다. 설마 자신들과 전쟁을 했던 이들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도대체…….”

불여하는 금장생을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질문부터 할게요. 혹시 마신검이라고 들어 봤어요?”

금장생은 팔장군들을 보며 물었다.

팔장군은 서로를 보았다. 마신검이란 명칭은 처음 들었던 것이다.

“처음 들어요.”

“그럼 여덟 분은 마신검이 만들어지기 전에 데스 나이트가 된 거군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마신검이 뭐죠?”

불여하가 물었다.

“이방인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자신들이 패한 원인을 찾게 되고, 지휘관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지휘 계통을 일원화하기 위해 만든 게 마신검이었군요.”

“맞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패한 걸 보면 실패했나 보네요?”

“그랬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성공했더라면 지금도 노예로 살고 있겠지요.”

“그렇네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분들은…….”

불여하는 시하라와 헤리아를 가리켰다.

“황가를 멸문시킨 이방인들은 자신들이 이길 거라 확신하고, 전쟁이 끝난 후를 생각하고 방해가 될 수 있는 자들을 쳐 내기 시작합니다.”

“저분들은 그때…….”

“네. 저분들뿐만이 아니라 삼천 명 정도가 버려진 땅이라는 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됐죠?”

“그들은…….”

금장생은 삼사천가에서 일어난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맙소사! 그들이 아직 살아 있을 줄은…….”

불여하는 넋을 잃었다. 자신들이 데스 나이트가 된 건 그자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단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이들 또한 그녀와 다르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금장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자들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지금은 일개 무림 세력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장차 주공과 부딪칠까요?”

불여하가 물었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나중에는 또 모르죠.”

“가는 길이 다르단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신족의 왕 루하는 어떻게 됐습니까?”

암노왕 염라가 물었다.

“신족 사장로가 가장 먼저 몰아낸 자가 루하였어요.”

암노왕 염라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헤리아였다.

“그럼 마족의 왕은?”

“칼베이더 역시 버려진 자가 돼 우리와 함께 수감됐고요.”

“이방인들이 축배를 너무 빨리 들었군요.”

마노왕 적사월이 말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시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하기로 하죠.”

금장생이 일행을 보며 말했다.

“식사 준비해.”

그러자 혁무심이 대원들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천야가 음식 쌓여 있는 곳에서 불렀다.

황금수호대 대원들은 그곳으로 가서 음식을 가져와 상에 놓았다. 음식이 준비되고 일행은 식사를 했다. 구축된 진식으로 적이 들어온 건 식사를 마치고 난 후였다.

“식사들 하세요.”

금장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팔장군들이 따라 일어났다. 그들에 이어 혁무심과 시하라, 헤리아가 따라 일어났다.

“굳이 대원들까지 따라갈 필요 없어요.”

금장생이 말하자 혁무심이 대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일어나려던 대원들은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금장생은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앞으로 삼사천가는 혁 대주가 맡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면서 금장생이 말했다.

“그쪽을 감시하라고요?”

“감시가 아니고 관심입니다.”

“지켜보기만 하란 말씀이군요.”

“시하라와 헤리아 삶은 거기 있지 않습니까. 그곳 소식을 그들도 알아야지요.”

“알았어요.”

혁무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망루의 본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서자 주변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음사영으로부터 진식을 전수받은 천야가 이곳을 휴문으로 만들어 진식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찰이 가능했다.

창! 창창창! 창창!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수백 명이 뒤엉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망루 쪽으로 밀리는 이들은 동창과 금의위 무인들이었다.

“크악!”

“아악!”

“으아악!”

양측 무인이 뒤엉켜 있는 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전선과 전혀 다른 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그곳은 오백객 후미였다.

“아악! 귀, 귀신이다!”

“귀신이 나타났다.”

겁에 질린 외침이 터져 나온 건 오백객 후미뿐만이 아니었다. 금의위와 동창 진영에서도 겁에 질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죽어라!”

“죽어!”

창! 창창! 창!

“아악!”

“으악!”

“크악!”

전선뿐만이 아니라 사방에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왜 저러는 거죠?”

불여하가 물었다.

“귀신에 씌어서 그렇습니다.”

“귀신에 씌었다고요?”

불여하의 눈이 커졌다.

“저곳에는 사람만큼이나 귀신이 많습니다.”

“혹시 저기에 귀신을 불러 모으는 진식이 구축돼 있나요?”

불여하는 진식이 구축돼 있다는 건 알지만 정확하게 어떤 진식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묻는 말이었다.

“귀신을 불러 모을 뿐 아니라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혹시 암가에서 창안한 진식입니까?”

암노왕 염라가 물었다.

“맞아요.”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익숙한 기운이다 했네요.”

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갈 곳이 없다면 여기서 사는 건 어때요?”

금장생은 염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라면 망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만간 여길 비워야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여기서 일을 해 보겠습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장상문과 천당사도 관리를 해야 해요.”

“그 두 곳도 주공 겁니까?”

“어쩌다가 인수를 하게 됐어요.”

“그럼 강신술도 배워야 하겠군요.”

“배워 보실래요?”

“누군가는 시체를 운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리고 내 목표는 여기뿐만 아니라 중원의 모든 장의사를 거느리는 겁니다.”

“다른 업체도 인수해야 하겠군요.”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니까 여러분들은 여기 계세요.”

금장생은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은 곧 일행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원래 이름이 어떻게 되죠?”

불여하가 혁무심을 보며 물었다.

“헤라넬이에요.”

“언제 중원으로 넘어왔죠?”

“내가 넘어오고 나서 오십 년 후에 전쟁이 끝났어요.”

“그럼 그때부터…….”

“네.”

“그랬군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천 년을 산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자신은 그런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못 살 것 같았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그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긴 세월인데 살아가는 와중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어요.”

불여하의 내심을 짐작한 혁무심이 말했다.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라는 건가요?”

“네.”

“그렇기도 하겠네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일행의 시야에 금장생이 들어왔다. 금장생이 은신술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였다. 금장생 앞에는 척 보기에도 강해 보이는 자가 서 있었다. 무림십패의 일인인 혈류 추밀이지만 이곳에 서 있는 여덟 명 중 추밀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지 아세요?”

불여하는 혁무심에게 물었다.

“혈류 추밀요.”

“혈루 추밀이면 무림십패의 한 명 아닌가요?”

“맞아요.”

“강하겠군요.”

“겪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주공의 상대는 아니에요.”

“저분에 대해 잘 아세요?”

“그게…….”

혁무심은 불여하를 보았다.

금장생은 자신보다 불여하 일행이 먼저 만났다. 금장생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할 사람은 불여하가 아니라 자신이다.

“저분의 과거는 잘 모르거든요.”

불여하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나도 그래요. 계속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주공의 도움으로 탈옥했거든요. 그러다가…….”

금장생이 아무 말 안 했는데 자신이 말할 수는 없었다. 혁무심은 금장생을 만나게 된 사건과 자신을 비롯한 황금수호대 대원들이 금장생을 따르게 된 이유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불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벌판을 보았다.

금장생과 추밀은 대치 중이었다.

“삼사천가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금장생은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이라는 건 무슨 뜻이냐?”

추밀은 되물었다.

“무림십패라고 불리는 자들 중 강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몇몇을 말하는 겁니다.”

“그들이 삼사천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닙니까?”

“맞다.”

추밀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누구 있습니까.”

“제왕 초무극, 무적 고독혼 두 사람이다.”

“그럼 당신과 나도 거기 소속이었으니까 무림십패 중 네 명이 삼사천가에 소속돼 있었던 셈이군요.”

“아니다. 그건 네가 잘못 알고 있다.”

“뭘 잘못 알고 있다는 거죠?”

“무림십패라는 말을 만든 곳이 삼사천가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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