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가-351화 (351/524)

황금가 (351)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띈 건 좌우로 활짝 펼쳐진 황금빛 날개였다. 처음 도인은 황금빛 광채를 뿌리는 물체가 날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가운데 인간이 있는 걸 보고 비로소 날개라는 걸 알아차렸다. 날개를 펼친 채 절벽에 붙어 있는 사람은 금장생이었다.

“시, 신족?”

“아닙니다.”

금장생은 바로 절벽을 찼다.

그의 신형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는 순식간에 지상에 도착했다. 바닥으로 처박히기 직전 적신천사마공을 해제하면서 오른발을 날렸다.

도인은 얼른 양팔을 앞으로 내밀어 금장생의 발을 방어했다.

퍼억!

둔탁한 소성과 함께 도인의 신형이 뒤편으로 날렸다. 금장생은 도인을 쫓아가면서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투명한 광채가 튀어나와 도인을 향해 쏘아졌다. 도인은 그 광채를 막기 위해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무기보다 투명한 물체가 더 빨랐다.

투명한 물체는 도인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크악!”

도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비어져 나왔다. 곧 도인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으로 내려선 금장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그는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이곳을 지나치다가 동굴 앞에 있던 자에게 발각됐다.

그들은 곧바로 공격해 왔다. 금장생은 방어를 하다가 여섯 명을 없앴고 비명을 듣고 동굴에서 나온 도인까지 없애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저기 뭐가 있기에.”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쯧!”

안쪽으로 들어간 그는 혀를 찼다. 안쪽에 시체가 있었다. 시체만 보아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발가벗겨진 시체는 다름 아닌 악교교였다.

금장생은 악교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적신천사마공을 끌어 올려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가볍게 날갯짓을 했다.

한 번 아래로 내리자 몸이 불쑥 떠올랐다.

“와!”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다시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몸이 사 장가량 떠올랐다. 금장생은 날갯짓을 하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것도 쉬운 게 아니네.”

새들이 나는 걸 보면 아주 쉬워 보인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날개를 펼친 채 지나갈 수 있는 공간도 계산해야 하고 바람도 생각해야 했다. 두어 달은 연습해야 날개에 익숙해질 것 같았다.

“그나저나…….”

금장생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쪽에서는 수십 명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병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금장생은 적신천사마공을 해제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싸우는 자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협곡 절벽에 붙어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금의위였네.’

조금 전 자신에게 죽은 자들의 동료와 싸우는 이들은 자운영이 이끄는 금의위 위사들이었다.

실력은 비슷했지만 조직력에서 금의위 위사들이 앞섰다. 수시로 작전을 해 온 금의위 위사들과 삼사천가에서만 생활하던 오백객의 차이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반 시진 정도 지나자 오백객 중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금의위의 승리였다.

“사망자를 파악하고 여기서 나간다.”

자운영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금의위 위사들은 사방을 돌면서 동료들 시신에서 신분증명서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 후 자리를 떴다. 금장생 역시 금의위 위사들을 따라 이동했다.

그가 혁무심 일행을 만난 건 첫 번째 광장에서였다. 헤리아는 암흑신족을 데리고 먼저 나가고 암흑마족과 암흑천사들만 남아 있었다.

금장생은 그들과 함께 무덤을 빠져나왔다. 무덤 입구에 선 그는 외부 동정을 살폈다. 상당히 많은 자들이 무덤 주위에 은신해 있었다.

―은신술을 펼치고 내려가도록 하세요.

금장생은 전음을 보냈다.

곧 대원들은 은신술을 펼쳐 무덤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 일각 후 금의위 무인들이 나왔다.

“공격하라!”

금의위 위사들이 나오자마자 추밀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휙! 휙휙! 휙휙휙!

추밀이 이끄는 무인들 중 절반 정도가 금의위 위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나머지 절반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다른 자들을 경계하기 위해 남았다.

“나는 금의위 진무사 자운영이다.”

자운영은 신분증명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버럭 소리쳤다.

“죽여라!”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살기 어린 외침뿐이었다.

“죽일 놈들, 감히!”

자운영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묵영대는 역도들을 척살하라!”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숨어 있던 권말남이 금의위를 돕기 위해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묵영대 대원들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백영대는 저놈들을 쳐라!”

권말남은 재차 명령을 내리고 몸을 날렸다. 그가 몸을 날려 간 곳에는 추밀이 백여 명의 대원과 함께 은신해 있었다.

“공격하라!”

추밀 역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양측은 거칠게 부딪쳤다.

창창창! 창창창! 창창!

“으아악!”

“아악!”

“크아악!”

비명이 난무하고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순식간에 무덤 주위는 시체로 들어찼다.

“흠!”

어둠 속에서 나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백객과 금의위와 동창 무인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금장생이었다. 금장생 옆에는 혁무심이 서 있었다.

“내려가죠.”

금장생은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누가 이길 것 같아요?”

혁무심이 물었다.

“양패구상 당할 것 같은데요?”

“실력이 비슷하다는 건가요?”

“내 생각은 그래요. 그런데…….”

금장생은 혁무심을 보았다.

“말하세요.”

“신족은 어떤 존재죠?”

“어떤 존재냐는 건…….”

혁무심의 얼굴이 슬쩍 굳었다. 금장생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묻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자가 내 손에 죽었는데 얼마 후 다시 살아났더라고요. 그리고 지하 감옥에서 부활을 기다리는 자들도 보았고요.”

“부활이 아니라 각성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해요.”

“죽음을 통해 신족으로 태어난다는 건가요?”

“지고족과 천사족은 그렇게 태어나요. 인간이나 혹은 다른 종족으로 태어나 살다가 죽음을 통해 각성을 하고 천사가 돼요. 단, 죽을 때 조건이 있는데 심장을 찔려야만 부활이 가능해요.”

“그렇군요. 혹시 사람들이 사후 세계를 믿게 된 게 그들 때문인가요?”

문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신족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니까요.”

“그럼 전천사와 암흑천사는…….”

“우린 처음부터 신족으로 태어나요.”

“천사족은 몇 번까지 다시 태어날 수 있죠?”

“세 번이에요. 다시 태어날 때마다 더 강해지고요.”

“그럼 신분은 어떻게 결정되죠?”

“천사의 신분은 날개의 수와 색으로 결정돼요.”

“수라면…….”

“하급은 날개가 두 장이에요. 붉은색이고 표면에 황금색 광채가 흐르고요. 중급은 날개가 네 장이고 흰색이며 역시 표면에는 황금색 광채가 흘러요. 그리고 상급은 날개가 여덟 장이고 황금색이에요.”

“…….”

금장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초인삼황은 상급이겠네요?”

“맞아요. 그는 세 번의 각성을 통해 상급이 됐고 완벽한 힘을 지니게 됐어요.”

“다른 자들도 세 번의 죽음을 겪고 나면 상급이 되나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세 번의 죽음을 겪어도 중급이나 하급으로 남는 자들이 대부분이에요.”

“그건 왜 그렇죠?”

“그건 아무도 몰라요.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졌다는 말도 있고, 믿음의 정도와 관계가 있다는 말도 있어요.”

“이유는 모르지만 어떤 자는 상급이 되고 어떤 자는 하급이 된다는 거군요.”

“네.”

“세 번의 각성이 끝나면 어떤 능력을 얻게 되죠?”

“가장 큰 능력은 머리와 심장만 보존되면 죽지 않는다는 거예요.”

“역으로 말하면 약점은 머리와 심장뿐이라는 거네요?”

“맞아요.”

“신족의 삶과 죽음은 심장이 관여한다고 봐야겠네요.”

“그런 셈이죠.”

“신족과 싸울 때는 머리를 자르거나 없애야겠네요?”

“그게 가장 낫겠죠?”

“아무튼 좋은 정보였습니다.”

어느새 금장생과 혁무심은 망루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망루 근처는 과거 음사영이 구축했던 혼천유령무형마진이 발동 중이었다. 그 당시 음사영은 혼천유령무형마진을 구축한 후 천야에게 운용법을 전수해 주었던 것이다.

“이건…… 귀기 아닌가요?”

혁무심은 망루 주변에 자욱하게 깔려 있는 기운을 바로 알아보았다.

“맞습니다.”

금장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식을 구축한 지 꽤 된 듯 북망산을 떠도는 귀신이란 귀신은 전부 몰려온 것 같았다. 흐느적거리는 귀신이 수백 객체나 됐다.

“안녕들 하십니까?”

금장생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귀신들이 일제히 금장생을 돌아보았다.

―내가 보여?

―우리가 보여?

―보여?

귀신들은 일제히 물었다.

“전에 봤는데 기억 못 하나요?”

―저것들은 새로 온 녀석들이라서 그래.

키가 상당히 큰 귀신이 금장생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아! 당신은 전에 본 적이 있는 분이군요.”

금장생은 활짝 웃었다.

―그동안 안 보이던데 어디 다녀온 거냐?

“일이 좀 바빴습니다.”

―산 사람이라 그렇겠지. 우리 귀신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오늘은 좀 바쁠지도 모릅니다.”

―전처럼 하면 되느냐?

“물론입니다.”

―알았다. 그건 그렇고…….

“하실 말이라도 있습니까?”

―밤마다 이 진식을 펼쳐 주면 안 되겠느냐?

“그럼 여긴 정말 귀신의 땅으로 변하고 말 텐데요?”

―여긴 원래부터 귀신의 땅이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가 더 웃긴 거다.

“하긴. 아무튼 다른 분들과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다.

귀신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지금 누구하고 이야기한 거죠?”

금장생을 바라보는 혁무심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귀신요.”

“귀, 귀신이라고요?”

혁무심은 금장생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그녀의 얼굴은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겁나요?”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귀신이에요.”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네.

금장생 근처에 있던 귀신 한 명이 툴툴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금장생은 맞장구를 쳤다.

―저기, 네 부하들이 있다.

귀신은 망루 근처를 가리켰다.

“고마워요.”

금장생은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귀신의 말처럼 망루 주변에 팔장군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팔장군들은 금장생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나와 계셨네요?”

금장생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저분은…….”

혁무심을 발견한 사노왕 불여하가 물었다.

“암흑천삽니다.”

“아, 암흑천사요?”

팔장군들의 눈이 커졌다. 곧 그들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적이 아니니까 진정하세요.”

금장생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암흑천사가 아직 남아 있는 거죠?”

불여하가 물었다.

“암흑천사뿐만 아니라 마족, 전천사, 천사족까지 모두 살아남아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불여하 일행은 멍한 얼굴로 금장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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